제 23화
삼족계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
어째서인지 나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는 낮아진 것만 같은 마리와 카리나의 시선을 받으며 우리는 의뢰를 수주하기 위해서 길드의 게시판으로 향했다.
“흐음……. 골렘 제작 실패로 폭주하며 주변을 파괴하는 골렘의 제압인가……. 마탑의 의뢰라서 그런지 보수는 나쁘지 않군. 이게 어떻겠습니까?”
카리나는 게시판에 걸려있는 의뢰를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아니. 기각한다. 다른 의뢰가 좋겠군.”
“그러면 언데드 대량 발생 토벌 임무. 이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군요. 거리가 멀어서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만큼 보수가 높아 보이니.”
“아니, 역시 기각이다.”
“어째서인가요? 의뢰 자체는 나빠 보이지 않는데…….”
“그야 골렘과 언데드는 먹을 수가 없으니까. 좀 더 맛있어 보이는 마수의 토벌은 없냐?”
내 말에 마리가 황당하다는 듯 나와 카리나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뭐라고요? 쿠르트 씨는 지금 자신의 처지를 알고 계신가요!?”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의뢰도 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으면 좋잖아.”
“그렇게 일을 가려서 하면 돈은 어떻게 벌려고요? 지금 수중에 돈이 있다고 돈을 허투루 쓸 것이 아니라 장래를 위해서 저축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요!”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맞는 소리를 하지.
“돈이 없으면 모험가 길드 앞에서 노숙이라도 하면 되지.”
카리나나 마리가 보기에는 내 의뢰 선정 방식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을지 몰랐으나, 애초에 내가 모험가가 된 이유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더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모험가가 된 것은 처음부터 이 세계의 맛있는 요리들을 탐색하기 위해서. 그러니 나는 어디까지나 더욱 맛있는 요리를 먹을 가능성이 있는 의뢰를 받는다.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모험가가 된 것이지.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 모험가가 된 것이 아니니까.”
“그으으으……. 비겁하게 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몰라요.”
내 말에 마리는 결국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꿈을 위해서…….”
“카리나.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맛있어 보이는 의뢰는 없냐?”
“나는 대체…….”
“카리나?”
“아, 아! 네. 괜찮아 보이는 의뢰 말입니까?”
내 말에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홀린 듯이 중얼거리던 카리나는 내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게시판에 붙어있는 의뢰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흐음……. 맛있는 마수를 토벌하는 의뢰라면 별로 없는데……. 기껏해야 삼족계의 각성종의 발생으로 인해서 근처의 양계장에서 내놓은 의뢰가 있지만 겨우 돌 등급 수준밖에 되지 않고…….”
“바로 그거다!”
“네엣!?”
“삼족계의 각성종이라니.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마수다. 과연 어떨 맛이 날지…….”
게시판에 붙은 의뢰를 보는 것만으로 군침이 도는군.
“아, 네…….”
그렇게 대망의 내 첫 의뢰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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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마리는 굳이 나의 의뢰를 따라 나오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뭐가 문제인데.”
“당연히 전부다죠! 모처럼 동 등급의 모험가로 시작을 했는데 첫 의뢰로 철 등급도 아니고 돌 등급의 의뢰라니요!”
지난날, 나는 각성종 샤벨 타이거를 사냥한 것을 업적으로 동 등급의 모험가로 길드에 인정받았다.
사실 진지하게 따진다면 동 등급이 아니라 은 등급도 노릴 수 있으리라는 자신은 있었지만 당장 카리나가 보증인으로서 나를 보증해 줄 수 있는 등급은 동 등급이 최선이었다.
물론, 길드 마스터가 직접 나선다면 은 등급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서 실력 이외에도 인성이나 성실도 등을 판정해야 한다고 하길래 귀찮아서 그냥 동 등급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차피 은 등급의 의뢰를 수주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적당히 카리나를 불러서 수주를 안 한 채로 편승하면 되는 일이니 동 등급이라도 문제는 없고.
“의뢰의 등급이 뭐가 중요해. 그리고 내가 동 등급 의뢰를 받는다고 해도, 너는 철 등급이라서 공동수주도 못 했을 거 아니야.”
“그 정도는 그냥 적당히 수주를 안 한 채로 편승하면 그만이에요!”
벌써부터 편승이라니. 어떻게 그런 비열한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저러다가 나중에 불량 모험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참 걱정된다.
“그보다 저는 첫 모험가 의뢰라면 당연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엄청난 모험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첫 의뢰가 양계장에서 탈주한 삼족계를 토벌하는 거라니…….”
“그렇게 싫으면 같이 안 따라오면 될 텐데.”
내 말에 마리는 마치 소꿉놀이는 다른 애들이랑 해도 좋지 않냐고 말하는 오빠를 본 유치원생 여동생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라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저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아니, ‘그런 말’이라고 할 정도로 나쁜 말은 안 했잖아.”
“믿을 수 없어요! 우리는 동료가 아니었나요?”
식객 아니었나? 어느새 자연스럽게 동료로 격상이 된 거지.
그래도 계속 놀리다가는 진심으로 삐질 것 같으니 슬슬 달래주어야겠지.
나는 마리를 달래주기 위한 말을 꺼냈다.
“그렇게 너무 열 내지 마라. 대신 내가 끝내주는 삼족계 요리를 해줄 테니까.”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제가 넘어갈 것 같나요?”
“듣고 놀라지나 마라. 무려 삼족계는…….”
“아무리 그래도 안 넘어간다니까요.”
“튀기면 맛이 있다.”
“튀, 튀겨요?”
튀긴다는 말과 함께 마리는 방금 전까지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도 잊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지난번에 먹었던 황금조 꼬치구이. 그것은 식용유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만들었던 대체품에 불과했지. 사실 내가 그날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닭의 튀김 음식이었으니까.”
“다, 닭을 튀긴다고……. 요?”
마리의 마음속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두 가지 꼽으라면 당연히 내가 처음으로 만들어주었던 감자튀김.
그리고 그녀가 하프 엘프인 것을 밝혔을 때 내가 만들어준 황금조의 꼬치구이였다.
그렇게 그녀가 좋아하는 튀김 요리와 조류 고기 요리.
그 두 가지 요리는 그녀의 마음속의 미식이라는 개념을 지탱하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었다.
하지만 그 두 개의 기둥이 사실은 하나로 합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곧 자신이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개념을 마주해버린 크툴루 신화의 일반인처럼 경악을 토해냈다.
“맛있는 거랑 맛있는 거를 합친다니……. 그건 완전…!”
“완전 맛있는 음식이 되지.”
“꺄아아악!”
내 말에 마리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내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방방 뛰었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첫 번째 의뢰라는 특별한 이벤트를 망친 것에 대한 원망은 온데간데없이 상상 속 최강의 요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치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을 뿐이었다.
쉽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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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삐졌던 마리를 진정시킨 나는 지금까지의 대화에 한 마디도 끼어들지 않고, 묵묵히 길을 걷고 있을 뿐인 카리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냐. 아까부터 한마디도 없이. 너도 역시 내가 의뢰를 받은 게 마음에 안 드냐?”
“아. 그건 아닙니다. 그냥 다른 생각을 하느라…….”
“다른 생각?”
“대단한 것은 아니고…….”
“대단한 게 아니라면 그렇게 곰곰이 사색하고 있을 리가 없지.”
생각해보면 카리나의 모습은 내가 첫 의뢰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조금 이상했지.
아니, 그것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침을 먹던 순간부터였나.
내 말에 카리나는 정곡을 찔린 표정으로 자신의 고민을 실토하였다.
“저기, 쿠르트 씨! 그러면 혹시 감자도 준비 해뒀나요?”
“그래 준비해뒀다. 지금 카리나랑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조용히 해줄래?”
“히잉……. 그건 저는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인가요?”
“아닙니다. 마리시아 양이 들어도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마리까지 끼어든 상태로 카리나는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사실 모험가를 하려는 사람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모험가 그 자체가 목표였던 사람과 모험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인 사람으로 말이죠.”
“저는 처음부터 모험가가 되어서 모험을 하는 게 꿈이었어요!”
“후훗. 그렇다면 마리시아 양은 모험가 자체가 목표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서 쿠르트 씨 같은 경우는 모험가 생활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뿐이니 후자의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사실 모험을 하는 것으로 나는 꿈을 이룰 수 있기도 하니 좀 애매한 감이 있기도 하지만, 굳이 모험가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미식을 즐길 수 있다면 모험가에 연연하지는 않을 테니.
“사실은 저 또한 처음 아스트람에 도착해서 모험가를 할 때 만해도 모험가 이외의 다른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면 모험가 생활에 파묻혀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꿈도 잊어버리고 모험가 생활에만 매진할 뿐이더군요.”
“아. 그래서 내가 의뢰를 한다고 했을 때.”
“네. 쿠르트 씨께서 어디까지나 모험가 생활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을 때 저는 어느새 자신의 꿈과도 상관없는 모험가 일에 매진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걸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져서.”
하기는 사람 일이라는 게 때로는 그런 식으로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나도 한때는 내 이름의 레스토랑을 가지는 게 꿈이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레스토랑을 열기 위한 돈을 벌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버는 것 자체에 매몰되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
이런 종류의 고민은 제법 공감할 수 있었다.
“뭐, 네 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꿈을 잊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길을 찾아가게 돼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후훗. 네. 안 그래도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군요.”
그렇게 말한 카리나의 얼굴은 확실히 막 모험가 길드에서 나왔을 때에 비하면 많이 밝아진 듯한 느낌이었다.
왠지 남을 보는 것 같지가 않은 그 고민에 무심코 뭐라도 되는 양 조언을 날렸는데, 덕분에 기운을 차린 것 같으니 다행이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 일행은 드디어 의뢰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하는 각 등장인물의 소비습관입니다.
마리 = 의외로 건실하게 저축합니다.
카리나 = 건실하게 저축하려 하지만 어느 순간 충동적으로 새로운 모험 장비나 고향의 물건 같은 것을 충동 구매하기 때문에 결국 돈을 못 모음
쿠르트 = 저축을 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