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화
삼족계 토마토 달걀 볶음과 샤벨 타이거 BLT 샌드위치
모험가가 되고서 며칠이 지났다.
나와 마리는 모험가 길드에 같이 딸린 모험가 전용 숙박 시설에서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모험가 전용 시설은 그 가격이 저렴한 편이기도 했지만 약간의 시설 이용료만 낸다면 직접 조리를 해서 먹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일반적인 여관과는 달리 모험가 길드에서는 직접 사냥해온 동물이나 마수들로 요리를 해 먹으려 하는 모험가의 수요 또한 제법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 모험가 숙소에서 나는 방금 막 잠에서 일어나 부스스한 비늘을 한 채로 방의 문을 열었다.
아침부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쿠르트 씨! 아침이에요!”
“하암……. 아침부터 왜 소란인데.”
“그거야 아침이면 아침을 먹어야 하니까 그렇죠!”
“그거야 너 혼자 먹으면 되잖아.”
“아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우리는 같은 동료 아닌가요! 동료라면 밥 한 끼도 같이 모여서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너는 그저 내가 해준 요리가 먹고 싶을 뿐이잖아.
어차피 나도 슬슬 일어날 시간이었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그때, 복도 한쪽 방의 문이 열리며 카리나가 어색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크, 크흠! 우연이네요. 마침 저도 슬슬 아침을 먹으려 했었는데…….”
“아! 카리나 씨!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같이 아침 먹지 않을래요?”
마리가 내게 아침을 먹자고 조르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리다니, 참 공교로운 일이다.
누가 봐도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티가 팍팍 나잖아.
보나 마나 같이 아침을 먹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마리가 아침 식사를 권유하자 카리나는 마치 꽃봉오리가 만개한 것처럼 순수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 그렇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같이 아침을 함께 먹는 것도 좋겠네요!”
그리고는 어색한 몸짓으로 미리 준비해두었던 식량 꾸러미를 내게 건네면서 말했다.
“하지만 맨입으로 음식을 대접받는 것도 미안한 일! 식재료 정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와아! 이 귀한 것들을! 정말 고마워요!”
카리나가 꺼낸 식량 꾸러미에 아무것도 모르는 마리는 그저 해맑은 얼굴로 순수한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이것들이 나를 그냥 식모로 아는구나.
에휴. 그래도 식비가 굳는 게 어디냐.
밥이나 먹자.
.
.
.
아침은 간단한 요리로 때울까.
요 며칠 동안 카리나가 계속 북부식 향신료가 들어간 껍질 벗긴 토마토와 포도주를 식재료로 건네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속 북부식 스튜만 먹었으니.
기본적으로 스튜라는 음식이 동양권의 찌개와 비슷한 포지션에 위치한 음식이으로 며칠 먹는다고 급격하게 물리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다른 음식이 먹고 싶은 법이다.
거기에 오늘은 껍질 벗긴 토마토가 다 떨어진 것인지 그냥 생토마토를 가지고 왔기에 나는 카리나의 스튜를 기대하는 시선을 무시하고는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스튜는 제대로 맛이 우러날 때까지 끓인다면 못해도 30분에서 한 시간은 걸리니까 매일 아침 그렇게 오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사절이다.
그러니 오늘은 새로운 요리다.
나는 모험가 길드에서 요리용으로 보관해두고 있었던 삼족계(三足鷄)의 달걀을 구매했다.
삼족계는 이름 그대로 알 수 있듯이 다리가 세 개 달린 닭이었는데, 전생에서 설화로 전해졌던 삼족오처럼 대단한 능력을 갖춘 신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분류하자면 외뿔 토끼나 황금조 수준의 하급 마수였다.
하지만 삼족계는 다리가 세 개 있다는 것 이외에도 특이 사항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일반적인 닭이 다리 사이 엉덩이 쪽에 총배설강이 하나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삼족계도 다리 사이의 엉덩이마다 총배설강이 하나씩, 총 두 개의 총배설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두 개의 총배설강이 모두 정상적인 총배설강으로 기능을 하였고, 그 말인즉,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하기만 한다면 매일 매일 두 개의 총배설강에서 달걀을 하나씩 낳는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서 삼족계는 마수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전투능력을 갖추지 않은 무해함과 높은 생산성으로 인해서 가축으로 인기가 있는 마수 중 하나였다.
솔직히 영양은 모르겠는데 맛도 일반적인 달걀에 비해서 손색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아무런 품종 개량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전생에서 마구마구 품종 개량을 해댔던 닭과 비슷한 수준의 맛을 내는 정도면 오히려 대단한 편인가.
일단 첫 번째 메뉴는 그 삼족계의 달걀과 카리나가 북방식 요리를 기대하며 내게 은밀한 눈빛으로 전해준 토마토를 이용한 전혀 북방식이 아닌 요리다.
우선은 삼족계의 달걀을 깬 다음 흰자와 노른자가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이때, 달걀 내에서 알끈을 제거해야 한다.
알끈이란 달걀의 노른자가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고 흰자의 중심에 위치하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부위를 뜻하는데, 깔끔한 느낌의 달걀 요리를 할 때는 식감을 위해서 제거하는 편이 좋다.
일반적으로 알끈은 육안으로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얇아서 제거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알끈을 제거할 때는 철로 된 망을 사용하여서 흰자와 노른자는 망 아래로 내려가고 알끈만 채에 걸리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초월자니까 그냥 피지컬로 알끈을 건져낸다.
뭐.
그 뒤, 흰자와 노른자가 골고루 섞인 달걀물에 소금 약간으로 간을 한다.
달걀물의 준비가 끝났다면 얼마 전에 새로 구매한 프라이팬의 위에다가 식용유를 살짝 바르고는 그 위에 넓게 붓는다.
이때 불이 너무 강하면 달걀이 제대로 된 스크램블 상태가 되기도 전에 굳어버리기 때문에 불은 약하게 둔다.
그 뒤 지나치게 달걀이 익지 않도록 젓가락을 사용해서 계속 저어주면서 달걀의 굳기와 모양을 조절한다.
그리고 달걀이 약한 스크램블 상태가 되기 시작할 때 준비해둔 한입 크기로 썰어둔 토마토를 투입한다.
치이이익
그 뒤로 볶는 정도는 토마토의 채즙이 달걀에 스며들 때까지.
그리고 토마토의 숨이 죽을 때까지.
완성되었다면 필요 이상으로 토마토 달걀 볶음이 익기 전에 재빠르게 그릇에 나눠 담는다.
삼족계의 달걀을 사용한 토마토 달걀 볶음의 완성이다.
“아, 아앗……. 내 북방식 요리가…….”
그릇에 내온 토마토 달걀 볶음을 카리나가 어째서인지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내 알바는 아니겠지.
요리 재료를 주면서 메뉴를 지정한 것은 아니었으니 뭘 만들든 내 마음이지.
그렇게 하나의 요리가 끝이 났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는 솔직히 배가 차지는 않는다.
아침은 든든하게 먹는 쪽이라.
그러니 두 번째 요리를 준비한다.
물론 준비가 오래 걸리는 요리는 이쪽에서 사절이기에 토마토 달걀 볶음이 채 식기 전에 내올 수 있는 빠른 요리를 만든다.
먼저 모험가 길드에서 밀가루와 호밀이 반반 섞인 빵과 양상추를 구매한다.
그리고 어제 막 훈연이 끝난 샤벨 타이거 베이컨 고기를 얇게 썰어 낸다.
베이컨은 두껍게 먹어도 그 나름의 맛이 있지만 역시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베이컨만큼은 건너편이 비쳐 보일 정도로 얇은 편이 좋다.
그 뒤에는 특별한 조리라고 할 것도 없다.
호밀빵을 가로로 반을 갈라서 얇게 자른 베이컨과 적당한 크기로 뜯어낸 양상추, 그리고 토마토 달걀 볶음을 하고 남아있던 토마토를 얇게 썰어서 속에 채운다.
여기에 샌드위치의 맛을 하나로 합칠 소스는 무려 내가 전날 만들어둔 수제 마요네즈다.
마요네즈는 식용유와 식초, 그리고 달걀의 노른자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매우 기초적인 드레싱 소스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식용유 한 컵 정도 분량에 식초를 한 스푼 정도, 알끈을 제거한 달걀의 노른자는 차게 식혀서 한 개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 뒤 모든 재료를 한곳에 넣고 잘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만드는 법이 단순한 만큼 세밀한 계량이 중요한 것이 포인트다.
하지만 그렇게 기초적이고 단순한 드레싱 소스인 만큼 생산자의 취향에 따라서 여러 가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내가 마요네즈에 추가로 넣은 것은 산미를 내기 위해서 투입한 라임즙 약간과 간을 조절하기 위한 소금과 설탕이 약간뿐인 기본의 충실한 타입이었다.
그 마요네즈를 빵과 베이컨 사이에 넓게 펴 발라 주면 토마토 달걀 볶음이 식기도 전에 완성되는 샤벨 타이거 BLT 샌드위치의 완성이었다.
Bacon 베이컨
Lettuce 양상추
Tomato 토마토
이 셋의 심플한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완성도 높은 샌드위치.
그것이야 말로 샌드위치의 왕도라 할 수 있는 BLT 샌드위치 인 것이다.
지난날, 마리와 함께 달맞이꽃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 얼마나 이 BLT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는지.
생토마토(카리나 후원)와 샤벨 타이거의 베이컨이 완성되었으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두 가지 요리로 오늘의 아침 식사 메뉴가 완성되었다.
“와아! 오늘도 역시 맛있어 보여요!”
“내, 내 토마토가…….”
“자. 완성이다.”
삼족계 토마토 달걀 볶음과 샤벨 타이거 BLT 샌드위치
각각 중식과 양식에서 아침 식사 메뉴로 사랑받는 요리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화는 주말의 늦은 브런치 타임에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Tokyo 님 10코인 후원감사합니다!
독자 님의 응원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됩니다!
므밍 님 이쁜 팬아트 선물 감사합니다!
공모전 규칙상 작품 내에는 표지 이외의 그림을 못 넣는게 아쉬울 만큼 깜찍한 팬아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