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20화 (21/78)

제 20화

북방식 샤벨 타이거 스튜

“자, 완성이다. 먹어라.”

카리나는 쿠르트가 건네는 스튜 그릇을 죽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쩐지 자신의 실수를 너무 쉽게 용서해준다 싶었다.

설마 자신이 고향의 향수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소중히 아껴먹는 음식들을 모두 털어가다니.

그것은 금전적인 가치 이상으로 북방과 교역하는 상인이 들어올 때만 희귀하게 구할 수 있는 음식들이었다.

가격 자체는 그녀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가격 이상으로 구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구할 수가 없는 상품들인 것이었다.

안 그래도 다음에 상인이 다시 오려면 한참 남았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미각 자체가 둔해 빠진 리저드맨이 직접 한 요리라니.

리저드맨이 미각치라는 것은 특별히 종차별적인 생각이 아닌 오우거가 힘이 세고, 트롤의 생명력이 질긴 것과 같은 상식이었다.

설마 음식으로까지 보복할 줄이야.

하지만 먼저 잘못은 한 것은 자신인 데다 자신은 이미 그에게 목숨까지 빚지지 않았는가.

자신에게 거부권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마음을 굳힌 카리나는 쿠르트가 건네준 스튜를 굳은 결심과 함께 입안으로 넣었다.

.

.

.

“으음~! 역시 쿠르트 씨가 해준 요리는 맛있네요! 쿠르트 씨는 모험가보다 요리사가 어울리는 것 아닌가요? 쿠르트! 당신은 칼보다 식칼이 어울려! 같은 느낌으로요!”

“참나……. 일일이 호들갑은.”

그래도 낯선 향신료 맛이 날 텐데도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요리 자체는 나쁘지 않게 완성된 것 같았다.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라고 해서 서양의 토마토 비프 스튜 느낌으로 요리를 했는데 완성도가 겉보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한 입 입안에 넣으면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새콤함과 감칠맛이 느껴지는 토마토의 향.

실제로 동양의 요리에서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 굴 소스나 다시마 같은 것들을 사용한다면, 서양에서는 주로 토마토를 사용해서 감칠맛을 끌어 올린다.

이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의 차이만으로도 제법 그 지역의 개성이 요리에서 드러나게 되는 것이지.

이건 또 고기와는 다른 맛이지.

그 뒤에 느껴지는 고기의 씹는 맛은 가능한 육질이 부드러운 안심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육식동물의 고기라서 그런지 씹는 식감이 살아있다.

거기에 준비된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는 잡내가 느껴진다.

하지만 샤벨 타이거 고기 특유의 와일드한 식감은 그 잡내조차도 역겨운 누린내라기보다는 특유의 풍미라 받아들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그래도 최대한 잡내를 제거하길 잘했네.

이 정도면 잡내가 불쾌하지 않은 아슬아슬한 합격선이라는 느낌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매력이라고 느낄 정도?

그리고 고기뿐만 아니라 당근과 감자 또한 뭉근하게 삶아져서 이빨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부스러진다.

그것은 강렬한 식감을 가진 마수의 고기와는 대비되는 부드러움으로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졸아들어서 반쯤은 걸쭉해진 국물에는 토마토의 감칠맛과 고기의 육향, 감자에서 새어 나온 전분기와 당근에서 나온 야채 특유의 단맛, 마지막으로 북방식으로 담근 포도주의 은은한 향이 그 모두의 맛을 하나로 엮어서 포용한다.

그 건더기가 하나도 없는 국물 그 자체만으로도 빵을 찍어 먹는다면 만족스러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풍부한 향이 느껴진다.

고기의 처리를 할 시간이 부족해서 다소 걱정했는데 향이 진한 북방식 향신료들이 오히려 그 고기의 와일드한 맛을 살려주는구나.

나쁘지 않은 식사였다.

“쿠르트 씨! 저 한 그릇 더 주세요!”

“벌써 다 먹었냐? 너 맛은 보면서 먹는 것 맞지?”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마리의 그릇을 받아서 스튜를 크게 한 국자 떠서 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어이. 카리나. 너도 더 먹을 거냐?”

그렇게 카리나에게도 스튜를 더 먹을 것인지 물어보려 돌아본 내가 본 것은 입에 숟가락을 문 채로 굳어있는 카리나의 모습이었다.

.

.

.

그 스튜를 입에 넣는 순간 느낀 것은 북부의 겨울이었다.

정말 아이러니 한 일이었다.

지금 아스트람의 계절은 여름과 봄 그사이 어딘가에 걸쳐있는 화창한 날씨였으니.

그야말로 짐승들이 번식기에 들어설 만큼 화창한 계절이었다.

하지만 카리나는 그런 것은 상관없이 북부의 찬바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아.

이 맛은…….

어렸을 적, 자신이 철없던 말썽꾸러기던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맛이었다.

완전히 잡내가 잡히지 않아 다소 투박하고 거친 고기의 향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북방 특유의 향신료 맛이 고기의 잡내와 열띤 경쟁을 벌이며 입안을 강타하던 바로 그 맛.

어려서부터 장난기가 많았던 내가 밖에 나가서 어른들 몰래 곰을 사냥하고 왔던 날의 기억.

곰의 사체를 끌고 마을로 돌아온 내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혼을 내면서도 결국에는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라고 쓴웃음을 짓고는 감기 걸린다며 집에 들어가서 씻으라고 하셨지.

아버지는 화난 듯 혼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장작으로 물을 데워놓으셨고 그렇게 따듯한 물로 목욕을 하고 나오면 사냥해온 곰 고기로 어머니께서는 따끈따끈한 스튜를 내오고는 하였다.

그러면 자신은 막 목욕을 끝낸 따끈따끈한 몸으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어머니가 해준 스튜를 퍼먹었던 추억.

주르륵

어느새 카리나는 의식하지도 못 한 채로 한줄기 눈물을 흘렸다.

그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북방의 부족을 나와서 아스트람까지 내려온 자신.

하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자신은 원래 이루려던 꿈은 잊은 채로 모험가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남들의 부탁을 무시하지 못해서.

곤경의 처한 사람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그렇게 하루하루 모험가 생활을 하다 보니 잊어버렸던 자신의 꿈이 스튜를 먹으며 떠올린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떠올랐다.

“아, 아아…….”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감탄인지 아니면 신음인지도 구분되지 않는 와중에 한 번 열린 입은 그제야 봇물이 터진 것처럼 끊임없이 스튜를 요구했다.

그렇게 카리나는 울면서 정신없이 스튜를 퍼먹었다.

스튜에서는 고향의 맛이 났다.

.

.

.

약초꾼 후치는 아내를 사랑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그런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이었다.

그는 그런 아내에게 멋진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약초를 캐는 시간을 늘렸다.

약초꾼의 삶은 가난한 편은 아니었으나 아내에게 화려한 선물을 해주기에는 약간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약초를 캐다 보니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은 곳까지 들어온 것 같았다.

휘익

“방금 뭐였지…? 방금 뭔가 지나간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인가.”

무언가 위화감이 들기는 했지만, 후치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준 선물을 받고 기뻐할 아내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자신이 느낀 위화감을 그저 기분 탓으로 치부하고 약초를 캐는 데에 집중했다.

“그래. 딱 저기 있는 저 약초까지만 캐고 집에 돌아가자.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줘야지.”

그렇게 말한 후치가 막 눈앞에 보이는 약초를 향해서 다가갈 때였다.

바스락바스락

크르르르…….

약초의 바로 앞에 있는 수풀.

그 수풀이 흔들리며 자신의 팔뚝만 한 길이의 송곳니를 가진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으, 으아아아아!”

그 샤벨 타이거와 눈이 마주친 순간 후치는 약초에 관한 생각을 모두 잊은 채로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마수는 후치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던 듯 따라오는 기색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치는 자신의 뒤에 쫓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비로소 숨을 돌렸다.

“하아……. 하아……. 따돌렸나?”

크헝헝!

그러나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무언가 강한 것이 후치의 몸을 후려쳤고 그것이 후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던 후치가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입에 국물을 잔뜩 묻힌 채로 스튜를 퍼먹는 엘프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리면서 스튜를 열심히 먹는 장신의 미녀, 그리고 자신에게 스튜 한 그릇을 권하는 리저드맨의 모습이었다.

“뭐지. 이게?”

후치는 얼떨떨해하면서도 스튜 그릇을 받으며 중얼거렸다.

.

.

.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마친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모험가 길드에 돌아가기 위하여 짐을 정리하였다.

“카리나. 샤벨 타이거의 시체를 회수할 테니까 따라와라.”

“네, 네!”

그렇게 나와 함께 샤벨 타이거의 전리품을 회수하기 위해서 동굴 밖으로 나선 카리나는 내게 말을 건넸다.

같이 밥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나를 어려워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역시 같이 밥을 한 끼 한 것이 유효했는지 긴장감이 많이 풀린 느낌이었다.

“그보다 사냥한 샤벨 타이거가 이렇게 많다면 아무래도 값비싼 이빨 정도만 회수하는 게 한계겠군요.”

“무슨 소리야? 몇 마리나 된다고 송곳니만 빼고 나머지를 다 버려?”

“네!? 하지만 샤벨 타이거가 이렇게나 많은데……. 어라……. 뭔가 수가 줄어든 것 같은…….”

“겨우 세 마리 가지고 엄살은.”

“그게 무슨……. 핫!”

내 말에 의문을 표하던 카리나는 곧 쓰러져있던 샤벨 타이거의 무리를 보고는 경악성을 토해냈다.

“설마…! 이 마수들을 전부 죽이지 않고 제압한 것입니까?”

“그래. 사냥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냥감만을 사냥해야 하니까.”

그 말대로 쓰러져있는 샤벨 타이거들은 모두 어딘가가 부러지거나 꿰뚫리는 등 큰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죽음에까지 이른 녀석들은 없었다.

아니, 이미 그들 중에 몇 마리는 진작에 일어나서 내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친 뒤였다.

사냥꾼의 철칙.

자신이 소화할 수 없는 양의 동물과 마수는 사냥하지 않는다.

내가 그 자리에서 샤벨 타이거들을 모두 사냥한다고 하더라도 그 마수들을 모두 도시로 들고 갈 수는 없었으니.

그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아 보이는 마수인 각성종만을 사냥하고 그 이외의 마수들은 굳이 목숨까지 뺏지는 않은 것이다.

그럴 능력이 있다고 그저 되는대로 마수들을 모조리 사냥해서는 해가 바뀌기 전에도 생태계가 무너져 버릴 것이다.

그러니 아무 마수나 사냥해서는 사냥꾼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사실 지금은 더이상 사냥꾼이 아니었지만, 그 철칙만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내 말을 들은 카리나는 어딘가 경외심이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 와중에 마수들을 쓰러트리는 것만이 아니라 힘 조절까지 해가면서 쓰러트리다니.”

“잔말 말고 마수나 들어.”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마수의 신체는 어디를 갈무리하는 게 좋을까요?”

“뭔 소리야? 마수 들라니까?”

“네?”

사냥꾼의 철칙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마수는 사냥하지 않는다면, 반대로 자신이 사냥한 마수는 최대한 감당해야 한다.

그렇게 말한 나는 내가 사냥한 흰색 털을 가진 샤벨 타이거를 어깨에 들쳐멨다.

으음. 무게는 상관없는데 덩치가 커서 밸런스 잡는데 힘드네.

.

.

.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모험가 길드 로비, 그곳에 한 명의 여인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로 앉아있었다.

그것은 마치 중요한 시험의 합격 여부를 걱정하는 초조함과도 닮아있었다.

약초꾼의 아내 제미니는 어느새 모험가 길드의 로비에 앉아서 입구 쪽만을 바라보며 긴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치마만 움켜쥐고 있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 조금만 더 기다리게 해주세요…!”

보다 못한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사실 조금만 더 기다리겠다고 말한 것도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된 문답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신경 쓰는 것은 로비의 접수원만이 아닌 멀찍이 떨어져서 술이나 음식을 먹고 마시던 모험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제미니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가 보기에는 약초꾼이 아직 살아있을 것 같나?”

“쯧. 젊은 처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샤벨 타이거의 영역에서 실종이 되었다면 이미 늦었겠지…….”

“허허…….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

“그래도 카리나가 출동했으니 유해는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게 유일한 위안이지. 마수의 영역에서 실종된 사람은 대부분 유해도 찾지 못하는 게 보통이니까.”

그렇게 약초꾼의 아내인 제미니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던 그들은 곧 우울한 주제로 떨어진 텐션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주제는 자연스레 카리나와 연관된 오늘 점심시간쯤에 있었던 예비 모험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 젊은 리저드맨 기억나나?”

“당연히 기억하지. 카리나가 보아하니 젊은 친구한테 모험가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주려고 데려간 것 같은데.”

“하하하. 그 녀석, 지금쯤이면 마수 소굴 한복판에서 모험가를 하겠다고 한 것을 후회하면서 벌벌 떨고 있겠군.”

“그래도 모험가 생활을 우습게 여기고 거짓말을 했으니 그 벌을 받는다 생각해야지!”

“하하하하!”

그렇게 여느 때나 다음 없이 모험가들은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기름진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셨다.

그것이 그들 나름의 피로했던 하루를 잊는 방식이었으리라.

그 순간이었다.

모험가 길드의 문이 발칵 열리며 한 명의 모험가가 들어왔다.

“어이! 한스! 늦었잖아! 너 빼고 우리끼리 먼저 마시고 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카리나가 돌아왔어! 카리나가 돌아왔는데!”

“뭐? 벌써 임무를 끝마쳤어? 꽤 빠른데.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 있어?”

“카리나가 돌아왔는데…!”

“돌아왔는데, 뭐?”

“뒤에 지나가야 하는데 비켜주지?”

“어, 어어…….”

그러나 한스라 불린 사내는 그 말을 끝까지 끝맺지 못하고 어벙하게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다.

“으음……. 여기 모험가 길드 문이 너무 좁지 않아?”

물론 그 목소리의 말대로 모험가 길드의 문이 좁은 것은 아니었다.

모험가 길드는 힘을 쓰는데 특화된 다양한 인간종들.

그러니까 오우거나 오크와 같은 덩치가 큰 종족들도 드나드는 데 문제가 없도록 문이 제법 큰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험가 길드에 있는 그 누구도 그 목소리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문 앞에서 비켜선 한스를 제치고 들어온 것은 송곳니가 땅에 닿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송곳니를 가진 흰색 털의 마수였기 때문이다.

“샤, 샤벨 타이거다!”

“각성종이다! 모두 도망쳐!”

“꺄아아아아아!”

“엄마아아아아! 엄마아아아아!”

“미요오오오옹!”

“뭐야?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 이 녀석 덩치가 너무 커서 앞이 제대로 안 보이는데.”

그러나 그 흰색 털을 가진 마수의 머리는 힘없이 옆으로 축 늘어졌고, 곧 그 밑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인간종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아침 모험가 길드에서 비웃음을 받았던 리저드맨 쿠르트의 모습이었다.

곧 그 뒤를 이어서 쿠르트가 메고 있던 마수보다는 작았지만, 마찬가지로 샤벨 타이거를 한 마리 짊어진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카리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낑낑거리면서 샤벨 타이거의 몸을 둘이서 나눠 든 마리와 약초꾼 후치가 모험가 길드의 안으로 들어섰다.

“내 사랑! 후치!”

“왜 나까지 이걸 들고……. 아앗! 내 사랑! 제미니!”

그렇게 약초꾼 부부가 감동적인 재회를 하는 것을 뒤로하고 쿠르트는 거대한 마수의 시체를 짊어진 채로 모험가 길드의 접수대로 가서는 말했다.

“여기 마수 해체도 해준다며. 이것 좀 해체해줘. 내가 잡은 마수야.”

그 말에 모험가 길드의 모험가들은 각자 마시고 있던 술을 그대로 질질 흘리거나 들고 있던 고기를 그대로 땅에 떨어트리거나 하는 등 충격에 빠졌다.

쿠르트가 처음으로 모험가 등록을 하던 날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회차에 마수 고기를 해독하는 장면이 누락되어서 그 장면을 추가했습니다.

마수 고기를 해독하는데는 카리나가 가지고 있던 해독초를 사용했습니다.

카리나 님 후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