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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16화 (17/78)

제 16화

북방식 샤벨 타이거 스튜

심사장은 제법 넓은 야외에 따로 존재했는데 단순히 면접하기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근처의 허수아비나 과녁판을 사용해서 예비 모험가의 실력을 측정하기 위함인 듯하였다.

그렇게 심사장을 둘러보던 내게 카리나가 물었다.

“쿠르트라고 했나. 나이는 어떻게 되지?”

“으음……. 스물하고 여섯인가……. 아니 여덟이었던 것도 같은데. 미안하군. 리저드맨은 별로 연령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가. 그러면 모험가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지?”

“사냥꾼 일을 했다. 대략 겨울이 여덟 번 오기 전에 첫 사냥꾼 일을 시작했으니 한 20년 정도는 사냥꾼 일을 한 셈이군.”

“...그렇군. 그러면 사냥꾼으로서의 실력은 어느 정도였지?”

“훗. 자랑은 아니다만 이래 봬도 마을에서 최고 사냥꾼으로 불렸다. 바실리스크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알겠다. 그러면 다음 면접자인 마리시아 양을 부르도록 하지.”

“벌써 끝인가?”

“더이상 물어볼 것은 없는 것 같군.”

생각했던 것보다 짧은 문답에 놀라서 묻자, 카리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기는 이 정도의 경력이라면 어디 가서 무시 받을 정도는 아니지.

그렇다고는 해도 겨우 이 정도의 일반 접수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의 문답을 나누기 위해서 은 등급의 모험가를 부르고 1 실버를 받다니.

너무 바가지 아닌가?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귀찮은 일이 적어지면 좋은 것은 나였기 때문에 나는 큰 의문을 가지지 않고 그대로 길드의 로비로 복귀하였다.

.

.

.

흠. 오래 걸리는데.

단순히 대화를 몇 마디 나누고 끝난 나와 달리 마리의 심사는 제법 길어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름 사냥꾼으로서 베테랑이었던 나와는 달리 마리는 별다른 경력 같은 건 없다고 했으니까.

나와는 달리 스스로를 증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뭐, 그래도 궁술은 제법 뛰어난 편이었으니까 어떻게든 합격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니 심사를 끝마친 듯 카리나와 마리가 심사장에서 나왔다.

“오. 끝난 것인가? 제법 오래 걸렸군.”

“에헤헤. 저는 쿠르트 씨랑 달리 대단한 경력 같은 게 없어서 실력 테스트를 하느라 오래 걸렸나 봐요.”

“으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역시 내가 경력직이라서 빨리 끝난 건가.

이래서 경력직이 좋다고 하는구나.

“그보다 심사 결과는 바로 나오나?”

“그래. 지금 바로 알려주도록 하지.”

으음. 이 부분은 편리하구나.

만약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했으면 오늘 하루는 그대로 날렸을지도 모르니 다행인 부분이었다.

“우선은 하프 엘프인 마리시아 양. 특별한 경력은 없었지만, 심사장에서 보여준 놀라운 활 솜씨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에 따라서 기본 등급인 돌 등급의 모험가 단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철 등급의 모험가 자격을 수여한다.”

카리나의 말에 각자 볼일을 보며 왁자지껄하던 술집이 한순간 조용해지며 ‘오오…….’ 하는 감탄사가 들려왔다.

모험가의 등급은 일반적으로 스톤이라고도 불리는 돌 등급에서 시작하여 철, 동, 은, 금, 백금 순으로 올라가는데 처음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대부분 돌 등급으로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그 실력이 돌 등급에서 한참 벗어나 있을 경우, 그러니까 최소한 두 단계는 뛰어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심사관이 임의로 그 이상의 단계를 부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곧바로 철 등을 받은 마리는 최소한 심사자가 판단하기에는 동 등급 이상의 실력은 있다고 판단된 것이었다.

여기서 바로 동 등급을 부여하지 않는 이유는 심사자의 판단 미스나 아니면 심사 중에 보여준 실력은 동 등급에 준하나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심사 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숨겨진 단점이 발견될 수 있기에 한 단계 아래의 등급을 우선 부여하는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안내데스크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시간을 때웠지.

그나저나 마리가 철 등급으로 시작한다면 나는 그 이상의 등급이 부여되는 건 아닌가?

어쩌면 은 등급을 받게 될 수도 있겠는데.

아니, 은 등급 이상의 모험가는 단순히 실력만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성실함이나 신뢰도와 같은 인격적인 부분도 심사되어야 한다고 하니 이 경우에는 동 등급을 받게 될까.

이런, 나름 침착하게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소설에서나 나오는 모험가가 된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하고 말았던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동 등급 이상의 등급이 수여된다면 심사자가 단독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이렇게 빨리 등급이 나오지는 않겠지.

역시 시작은 마리와 같은 철 등급 정도일까.

“쿠르트 너는 모험가 실격이다.”

“역시 그럴 거라 생각…….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하지. 쿠르트, 너에게는 모험가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나갈 때 접수대에서 5 실버를 되찾아 가도록.”

혹시나 잘못 들었을까 카리나에게 되물었지만,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뭐……. 라고?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고?

“어째서지! 내가 왜 모험가 자격이 부족하다는 말이냐!”

“그걸 몰라서 묻는 건가?”

“당연히! 나 정도의 경력이라면 모험가 등록을 하기에 부족함은 없을 텐데!”

뭐지? 리저드맨 차별인가?

종차별주의자인가? 퍽킹 레이시스트인가?

만약 내가 탈락이라면 마리 또한 모험가로서 실격일 텐데. 왜 마리만 합격인 거지?

역시 엘프인가.

인간 놈들. 엘프만 좋아하고 외형이 특이한 인간종은 차별하다니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분노를 폭발시키기 전, 카리나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 정도라면 부족함은 없겠지. 네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야.”

“무슨 뜻이지?”

“리저드맨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인간들이라면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어.”

“내가 뭘 속였다는 거냐.”

“일반적인 인간들에게 리저드맨의 나이를 분간하는 것은 어지간히 늙은 리저드맨이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구분할 수 있어. 너의 피부를 보았을 때 너는 아무리 좋게 쳐줘도 십 대 중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아. 아니, 사실 그것도 네 키가 2m는 되는 점을 참작해서 그 정도인 거지. 피부 상태로 보면 마치 십 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지.”

“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받았기 때문에 나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초월자, 혹은 초인이나 마스터의 경지로 불리는 경지에 도달한 생물은 그 종을 불문하고 마치 엘프와 같이 장생한다.

그리고 장생한다는 것은 물론 노화의 늦춰짐 또한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초월자의 경지에 다다른 나의 신체는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십 대의 어린 리저드맨과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설마 여기서 그 점을 지적받을 줄이야.

내가 당황하는 것을 본 카리나는 내가 정곡을 찔려서 당황했다고 생각한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딱 보기에도 스무 살도 먹지 않아 보이는 리저드맨이 와서 하는 말이 뭐라고? 자기가 사냥꾼 경력이 스무 해는 된다고? 거기에 나라도 감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마수인 바실리스크를 손쉽게 사냥할 수 있다니.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말이냐?”

“크, 크크큭…….”

“푸하하하! 너 같은 꼬마가 모험가를 하겠다고?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주인장 저 꼬마에게 우유 한 잔 주도록 해! 내가 사도록 하지!”

“쿠, 쿠르트 씨…….”

“그건…….”

그제야 나는 카리나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그 오해에 대해서 무어라 항변하려 했지만 이미 길드의 분위기는 나를 보고 피식거리고 웃는 분위기였다.

“...무슨 오해를 하는지는 알겠다. 그러면 다시 한번 나를 제대로 심사해라. 내 실력을 증명해주지.”

“아니, 모험가 일은 장난이 아니다. 돌아가도록.”

“심사비를 받았으면 제대로 심사를 해야지.”

“제대로 심사를 받을 기회를 날려 먹은 것은 너 스스로다. 그리고 심사비도 돌려주도록하지. 그렇다면 문제 없겠지?”

"지금 심사비를 돌려달라는 소리가 아니잖아."

이렇게 된 이상 실력 발휘를 해서라도 증명해야 하나.

될 수 있으면 소란을 피우고 싶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여기서 모험가 길드의 문턱만 밟은 채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존심의 문제도 있지만, 모험가 생활을 해야 생계가 유지 될 테니까.

그렇게 마음먹은 나의 손이 등 뒤로 향하려는 순간, 모험가 길드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긴급 임무입니다!”

순간 나와 카리나의 대화를 들으며 비웃던 모험가 길드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순식간에 웃음기를 지우고는 긴급 임무를 가지고 온 길드의 직원을 바라보는 모험가들.

길드의 직원은 흉흉하게 생긴 모험가들의 눈빛에 위축될 법도 한데 전혀 위축되는 것 없이 임무의 상세 내용을 설명하였다.

“의뢰인은 상업지구 약초꾼 후치의 부인인 제미니입니다. 의뢰 내용은 샤벨 타이거의 영역에서 실종된 약초꾼 후치를 구조해오는 일입니다. 보상은 25 실버와 25 실버 상당의 약초 또는 향신료입니다! 지원자 안 계십니까!”

“샤, 샤벨 타이거의 영역이라고? 크흠…!”

“샤벨 타이거라면 지금 한창 번식기에 들어가서 난폭할 때 아닌가? 그렇다면 무리야.”

“사람 하나 구조하는데 50 실버 상당의 보상이라면 나쁘지 않지만……. 샤벨 타이거의 영역에 들어가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길드의 직원은 설마 아무도 나서리라는 사람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

“설마 아무도 안 계신가요!?”

“어차피 지금 구조하러 가봤자 이미 늦었을 텐데 차라리 의뢰를 취소하는 것은 어떻겠나?”

“그런…….”

누군지 모를 한 모험가의 냉정한 말에 길드의 직원은 낙담한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으음……. 25 실버 상당의 향신료인가.

약초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향신료에는 제법 흥미가 생기는데.

하지만 지금 당장 모험가 등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인 내가 의뢰를 수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렇게 된 이상 오늘 모험가 등록을 하는 것은 포기하고 개인적으로라도 내가 구하러 갈까.

그 순간 나와 대치하고 있던 카리나가 손을 들며 말했다.

“내가 맡도록 하지.”

“카리나 씨!”

"오오. 카리나라면 믿을만하지."

"역시 카리나야. 이런 일은 두고보지 않지."

"모험가의 귀감이라니까."

카리나의 말에 모험가들은 일제히 감탄사를 내뱉으며 카리나에게 존중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카리나는 그런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길드원에게 임무에 대한 설명만을 요구했다.

“내가 맡을 테니 자세한 의뢰 내용을 설명해줘.”

“알겠습니다!”

길드의 직원은 기쁜 얼굴로 카리나에게 의뢰 내용을 설명해주었고, 설명을 모두 들은 카리나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도 따라와라.”

“나도?”

“그래. 너에게 모험가 일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주겠다. 왜 겁먹었나?”

“아니. 마침 네가 의뢰를 받지 않았으면 나 혼자라도 가려고 했거든.”

“하아……. 그래. 끝까지 그렇게 나오는군. 하지만 이 의뢰가 끝나고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보도록 하겠다.”

“아! 저도! 저도 같이 갈래요! 저도 쿠르트 씨 일행이거든요!”

“...그래. 당신 같은 수준의 궁수라면 도움이 되겠지.”

그렇게 말한 카리나는 가벼운 무장을 끝마치고는 나와 마리를 데리고 모험가 길드의 밖으로 떠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주인공의 시점에서는 굉장히 억울한 일이지만 카리나의 시점에서의 주인공을 비유하자면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애가 찾아와서

죽을수도 있는 위험한 일을 하고 싶은데

자기가 경력이 20년인데다

심지어 그쪽 업계에서는 에이스 취급을 받았고

마지막에는 베테랑인 자신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일을 자신은 손쉽게 할 수 있다고 하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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