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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9화 (10/78)

제 9화

무지개 벌꿀 도넛

“마을이다!”

마을이 보이자 마리는 두 팔을 벌려가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을의 크기로 보면 그렇게 크지도 않은 편인데도 마치 마리는 왕국의 수도에라도 온 것처럼 신나 보였다.

창피하니까 좀 떨어져서 걸어야겠다.

“쿠르트 씨. 마을이에요! 마을!”

“그래. 나도 보인다. 그보다 아주 신이 났구나.”

“당연하죠! 마을에 왔다면 튀김을 먹을 수 있잖아요!”

“아……. 그러냐.”

그 말대로 마리는 지난 며칠 동안 같이 여행하면서 매일 같이 튀김을 먹자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튀김이라는 조리법이 아무 데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조리법은 아니었다.

하물며 그것이 숲속을 여행하며 노숙하는 생활 중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고.

첫날에는 그나마 운이 좋아서 끓는 기름 의태화를 사냥해서 기름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었지만 원래 끓는 기름 의태화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희귀한 꽃이었기 때문에 또다시 기름을 대량으로 얻는 행운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딴 꽃이 아무 데나 널려 있었으면 모든 숲은 다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을 거다.

그 탓에 마리는 둘째 날부터 계속해서 마을에 도착하기만을 벼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실망 할까 봐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흐흥. 지금의 저는 감자튀김만 먹을 수 있다면 무적입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실망하지 않아요. 뭔가요?”

“사실 마을에 도착해도 감자튀김은 못 먹는다.”

내 말에 마리는 세계수가 불타버렸다는 말을 들은 엘프처럼 절망에 빠졌다.

“네에!? 어째서인가요!”

“그야 기름은 비싸니까.”

그리고 우리는 돈이 없다.

애초에 화폐 경제라는 것은 국가를 건립할 정도로 집단을 이룬 자들의 특권이다.

그리고 엘프나 리저드맨은 평소에는 폐쇄적으로 생활을 하며 다른 인간종과의 교류는 매우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화폐 경제와는 연관이 없는 생활을 보낸다.

아니, 솔직히 엘프의 문화를 자세히는 몰라서 엘프는 엘프대로 자체적인 화폐를 사용할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그 화폐를 인간 마을에서까지 사용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기름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제법 값이 나가는 물건이다.

지난번에는 그저 감자를 튀기기 위해서 중화 냄비에 가득 찰 정도의 기름을 하루 먹을 음식을 요리하는 데 사용했지만, 일반적으로 상당히 부유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기름을 그런 식으로 물 쓰듯이 쓸 수는 없는 것이었다.

요리에 사용하는 것 이외에도 밤에 불을 밝히는 등 생활의 다양한 부분에 유용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서 얻을 수 있는 수단이 한정적인 기름은 자연히 그 가격이 매우 높은 재화였다.

따라서 제대로 된 화폐도 없는 여행 초짜 인간종 둘이서 튀김을 하기 위해서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설명을 들은 마리는 방금 전까지 기뻐하던 것이 환상이었던 것처럼 추욱 늘어지며 말했다.

“어째서 그 말을 이제야 하는 건가요.”

“어차피 실망할 거라면 일찍 알려줘서 처음부터 실망하는 것보다 짧게나마 행복한 꿈을 꾸는 게 좋지 않아?”

“하나도 안 좋은데요!”

리저드맨이 애써 배려를 해줬는데도 이런 반응이라니.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마리는 금발이었지만.

그러나 마리는 곧 다시 기운을 차리고는 내게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돈을 벌죠! 쿠르트 씨!”

“응?”

나도 같이?

.

.

.

“미안하지만 이 마을에는 모험가 길드가 없는데.”

마리에게 질문을 받은 마을 사람은 헤벌쭉 웃으며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네에? 어째서요!”

“어째서냐고 물어도……. 모험가 길드라는 게 이런 작은 마을에까지 들어올 리가 없으니까 그렇지.”

이것이 시골의 서러움.

다른 도시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하는 프렌차이즈조차 인구가 별로 없는 시골이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너무 흔해서 잘 들리지도 않는 프렌차이즈를 시골에서는 큰마음 먹고 도시로 나갔을 때 어쩌다 한번 이용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시골에서의 프렌차이즈라는 것이다.

나는 마을의 규모를 봤을 때부터 그러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마리가 실망할까 미리 이야기하지는 않았지.

그 말에 마리는 크게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쿠르트 씨. 어떻게 하죠? 이대로라면 우리의 꿈인 감자튀김을 이룰 수가 없어요.”

너 혼자만의 꿈이다만. 은근슬쩍 엮지 마라.

그러나 완전히 운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마리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던 마을 사람은 우리에게 한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보아하니 모험가로 보이는데 당장 돈 벌 수단을 찾는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아니,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마리에게 환심을 사고 싶은 건가.

나 혼자였다면 분명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보며 대답도 듣기 힘들었을 텐데....

역시 엘프가 좋기는 한가보다.

하기는 알맹이는 좀 그렇지만 겉모습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수많은 인간종 중에서도 엘프와 인간은 '인간과 완전히 동일한 외형을 가지고 있고 선천적으로 마법을 쓸 수 있는 종족인 위자드' 다음으로 서로 간에 외형의 차이가 없는 종족 인 데다 인간의 미적 기준에서 엘프는 종족 단위로 미남미녀로 보이니까.

나 또한 전생에는 인간이었으니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방법인가요!”

“하하하. 모험가라고 반드시 모험가 길드의 의뢰만 받아서 먹고 살라는 법은 없지. 때로는 희귀하거나 강한 마수를 사냥해서 그 소재를 파는 것도 방법이지.”

“그 말은 이 주변에 위협적인 마수라도 출현했다는 건가? 아니 출현했다면 바로 사람을 보내서 길드에다 의뢰를 넣었을 테니 이 경우에는 희귀한 마수인가.”

“그, 그런 셈이지요.”

내 말에 그 마을 사람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하. 어디 리저드맨 서러워서 살겠나.

.

.

.

그대로 마을 사람의 설명을 들은 우리는 돈이 없어서 숙소를 잡을 것도 없이 여행 복장 그대로 마수를 찾아 숲속에 들어섰다.

“마을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이 근처인 것 같은데.”

“그런가요. 그보다 의외네요. 쿠르트 씨는 마수 사냥에는 별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말대로 사실 내게는 마리와 달리 굳이 마수를 사냥해서 돈을 벌어야 할 이유는 없다.

돈이 없어서 숙소를 잡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불편한 것도 없고 식사로 쓸 음식 정도는 스스로 사냥할 수 있으니까.

“내가 볼 일이 있는 것은 마수 그 자체야.”

“마수 그 자체라면요?”

“우리가 사냥하려는 마수의 이름이 뭔지 말해봐라.”

“그……. 무슨 곤충형 마수였는데……. 아! 무지개 군대 꿀벌! 설마…!”

“그래. 무지개 군대 꿀벌의 꿀은…. 맛이 있다고 하더라고.”

“있다고 하더라고? 먹어본 적이 없는 건가요?”

“아니. 먹어본 적은 있지. 하지만 맛을 본 적은 없어.”

“네…? 무슨 수수께끼 같은 건가요?”

내가 무지개 군대 꿀벌의 꿀, 그러니까 무지개 벌꿀을 먹어본 것은 딱 한 번이었다.

내가 아직 리저드맨의 마을에서 사냥꾼을 하던 시절.

우연히 그 마수의 둥지를 찾아서 꿀을 맛볼 수 있었지.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아직 초월자라는 경지에 도달하지 못해서 미각 수준이 다른 리저드맨과 차이가 없던 시절.

맛을 봐도 그저 끈적거리기만 하는 액체로만 느껴졌고 그대로 벌집만 밀랍을 만드는 용도로 채취하고 부산물인 벌꿀은 버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실책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기필코 맛을 보고 말 것이다.

그때 마리가 내게 소리쳤다.

“앗! 혹시 저거 아니에요?”

마리가 가리킨 것은 사람의 머리통만 한 크기를 가진 거대한 크기를 가진 황색의 벌이었다.

일반적인 곤충과는 크기부터가 다른 그 마수는 꿀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말벌 이상으로 사나워 보이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네. 잘 찾았다.”

“진짜 저 벌이 무지개 군대 꿀벌이라고요? 제가 찾기는 했지만, 무지개도 아니고 꿀벌도 아닌 것 같은데.”

“진짜 말벌이 마수화가 됐으면 이렇게 태평하게 여행자들에게 귀띔해줄 것이 아니라 비상이 떨어져서 마을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았겠지. 그리고 무지개 군대 꿀벌이 노란색이면서도 이름에 무지개가 붙은 이유는 곧 알 수 있을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둥지로 돌아가는 무지개 군대 꿀벌의 뒤를 조용히 쫓아갔다.

.

.

.

“이 이것은…!”

“그래. 이것이 무지개 군대 꿀벌의 이름에 무지개가 붙는 이유다.”

“벌집이 무지개색이에요!”

마리는 꿀벌들의 경계를 사지 않기 위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무지개 군대 꿀벌의 벌집을 보고는 소리쳤다.

“맞아. 무지개 꿀벌의 꿀은 무지갯빛을 띄지. 따라서 그 꿀이 들어있는 벌집 또한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것이지.”

“정말 신기하네요! 좋아요, 그러면 제 실력을 보여드릴게요!”

마리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활을 꺼내서 무지개 꿀벌을 향해서 화살을 쏘았다.

그렇게 쏘아진 화살은 족히 100m도 넘게 떨어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빗나가는 일 없이 마수의 머리를 꿰뚫었고, 머리가 꿰뚫린 마수가 땅에 닿기도 전에 두 번째 화살이 또 다른 마수의 머리를 꿰뚫었다.

“호오……. 제법인데.”

얼핏 보기에는 그냥 튀김, 튀김하면서 노래만 부를 줄 아는 모자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몸을 지킬 능력 정도는 있었나.

일반적으로 원거리 공격 수단이 없었다면 단단한 갑피와 독성 성분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수 또한 무식하게 많은 무지개 군대 꿀벌을 처리하는 일은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아예 그 마수들이 어디서 공격하는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할 먼 거리에서 활을 사용해서 하나둘 요격시킬 수 있는 마리에게는 그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했고 그렇게 그 마수들은 화살에 꽂힌 채로 허무하게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졌다.

물론 나 또한 가만히 구경만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마리를 돕기 위해서 가세했고, 그에 따라 자연히 마수를 토벌하는 속도가 빨라져 몇십 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마수들을 모두 쓰러트릴 수 있었다.

“허억……. 허억……. 궁술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쿠르트 씨는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대충 돌을 던져서 그 먼 거리에 있는 벌들을…….”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냐.”

“아니. 저는 활을 사용했고 쿠르트 씨는 맨손으로 던진 거잖아요.”

“비슷한 거지. 떠들지 말고 빨리 벌집이나 회수하자.”

“아니. 하나도 안 비슷한데…….”

마리는 자신 있었던 궁술이 내가 대충 돌을 던진 것에 따라잡힌 것이 자존심 상했는지 끝까지 투덜거렸지만 어쩌겠는가.

기본적인 하드웨어부터가 차이가 심한 것을.

뭐, 저렇게 삐지긴 했어도 금세 풀어지겠지.

오늘 저녁은 이 무지개 벌꿀을 사용해서 특별한 요리를 하려고 생각 중이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가 잠들어서 어제는 한 편 밖에 못 올렸습니다.

오늘은 두 편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본 작품은 점심을 먹기 전에 보면 좋은 소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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