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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8화 (9/78)

제 8화

감자튀김

그렇게 마리는 보는 사람이 다 행복해질 정도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양손에 감자튀김을 하나씩 집어가며 볼이 미어터질 정도로 욱여넣어 가며 식사를 했다.

누가 본다면 엘프가 아니라 햄스터 수인이 아닌가 의심할 모양새였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감자튀김을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는데 제법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마친 뒤 마리는 감자튀김의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닦지도 않고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맛있는 요리가 나올 거라 믿고 있었다고요!”

어디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거짓말하지 마라. 내가 요리해준다고 하니까 진심으로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면서.”

뭐,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면 됐다.”

지난번 바실리스크 스테이크를 먹였던 소년도 그랬지만 요리를 해준 사람의 입장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요리를 만드는 보람이 된다.

마을의 리저드맨 녀석들은 상하기 직전의 고기를 대충 구워줘도 맛있다고 하는 녀석들이었으니, 이런 리액션이 더더욱 마음에 스며든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감자튀김의 완성은 케첩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뭐, 그래도 몇십 년 만에 먹는 감자튀김의 맛은 각별했으니까.

내 앞에서 체면이고 뭐고 벗어던지며 마지막에는 양손으로 감자튀김을 하나씩 들고 먹었던 마리만큼은 아니었지만, 사실은 나 또한 쉴새 없이 감자튀김을 입으로 옮기기 바빴으니.

“그나저나 그 요리법은 뭐죠! 기름에다 감자를 넣었더니 완전 다른 음식이 되어서 나오다니! 혹시 마법을 배운 건가요!”

“...그냥 감자를 튀긴 것뿐인데?”

“그 튀긴다는 요리법을 처음 들어 보는데요!”

튀김을 모른다고?

아무리 그래도 이 세계에 튀김이라는 조리법이 없다거나 그런 억지스러운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아무리 문명 수준이 낮다 해도 뜨겁게 달군 기름에 음식을 튀긴다는 간단한 요리 방법까지 없으려면 적어도 석기 문명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기름을 대량으로 소모해야 한다는 조리법 때문에 서민들에게 보급된 조리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껏 이 세계에서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었던 참신한 요리 같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

“혹시 진짜로 엘프는 지능이 낮은 편인 건가.”

“또다시 종 차별적인 발언! 그게 아니라 제가 살았던 엘프의 마을에서는 불을 쓰는 요리법 자체가 거의 없었을 뿐이라고요!”

“아. 그런 것인가.”

엘프는 종족 특성상 육식을 ‘하지 못한다.’

엘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엘프가 육식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이라 알려져 있었지만, 그것은 엄연히 말해서 틀린 사실이었다.

물론, 엘프의 대부분은 숲에 거주하는 만큼 일반적인 종족보다 자연을 좋아하기는 하겠지만, 그런 이유로 종족 전체가 채식을 한다면 주 거주지가 숲인 다른 인간종들 또한 모두 채식을 했을 것이다.

엘프의 채식은 기호나 문화, 종교적인 문제가 아닌 그야말로 순수하게 생물학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치 다른 인간종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마수의 고기를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식중독에 걸리듯이, 엘프는 그 거부반응이 마수만이 아니라 단순한 육류와 어류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엘프의 식문화는 철저히 채식을 위주로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육류와는 달리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은 열에 의한 가공을 하지 않아도 소화하거나 맛을 즐기는 데는 큰 영향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서 대부분의 엘프가 세계수라 불리는 나무들을 중심으로 한 숲에 거주하며 생활의 상당 부분을 그 세계수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애초에 문화 자체가 불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음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어쩌다가 간혹 불을 사용하는 조리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삶거나, 찌거나, 스튜를 만드는 정도겠지.

그런 것을 생각해보니 과연 마리가 튀김이라는 조리법에 대해서 무지할 만도 했다.

그렇게 홀로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마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중화 냄비 앞에 서 있었다.

“뭐하냐? 이미 감자튀김은 다 먹고 없는데?”

내 말에 그녀는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는 그대로 감자튀김을 만들었던 기름을 담으려 애쓰며 말했다.

“기름을 챙겨가려고요! 이 기름이 있다면 몇 번이고 감자를 튀길 수 있을 테니!”

“그만둬라. 튀김에 사용한 기름은 며칠만 지나도 맛이 가버려서 요리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니까.”

애초에 튀김이라는 것은 온도 조절이 상당히 중요한 요리법인데 튀김의 존재 자체를 이제 막 알아낸 초보가 제대로 된 요리 도구도 없는 야영지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 그러면 주머니에 넣어 뒀다가 자기 전에 냄새만 맡는 용도로 사용하면…!”

마리는 그렇게 말하며 냄비에 얼굴을 집어넣을 듯 가까이하며 기름의 냄새를 맡았다.

스읍

스읍

아니. 진짜로 엘프의 문화적인 특성이 아니라 엘프라는 종족이 지능이 낮은 건가.

내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마리를 바라보자 그녀는 곧 어색하게 주머니를 내려놓고는 그제야 기름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히잉……. 알았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그런 얼빠진 성격으로 잘도 여행을 나섰군.”

“히히. 어려서부터 세상을 여행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엘프의 삶은 너무 갑갑하다 보니까.”

“하기는 엘프의 문화가 폐쇄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

요리법만 봐도 보통 인간종의 몇 배나 되는 수명을 가졌음에도, 몇 가지 되지 않음을 생각하면 탐구심이나 향상심의 결여는 엘프라는 종족 자체의 성향이라 봐도 될지 모른다.

“그러는 쿠르트 씨는 이 주변에는 어쩐 일인가요?”

“나도 여행 중이다. 오늘 막 시작한 참이지만.”

“여행이요? 엘프로서 이런 말 하는 것도 그렇지만 리저드맨이면 제법 폐쇄적인 종족이 아닌가요? 어째서 여행을?”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나도 너처럼 리저드맨의 마을에만 있기에는 답답했던 것 같군. 뭐,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진 거지.”

“헤에……. 쿠르트 씨도 저랑 같구나. 그렇다면…….””

순간,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리의 눈이 불길한 느낌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 흐름은 뭔가 내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흐름인데.

나는 마리의 말이 이어지기 전에 먼저 말했다.

“싫어.”

“저랑 같이 다니지 않을래요…? 아니. 어째서죠!”

“그냥. 왠지 귀찮을 것 같아서.”

이 녀석에게는 확실하게 민폐의 냄새가 난다.

분명, 이 녀석을 일행으로 받았다가는 웹소설에서 진행이 막힐 때마다 편리하게 사고를 쳐서 에피소드 하나를 날로 먹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처럼 트러블 메이커가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제가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할게요! 밥만 해주세요!”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

“그럼 사냥! 저 이래 보여도 활을 엄청 기가 막히게 쏘거든요!”

“나는 어제까지 전업 사냥꾼이었어. 사냥은 아마 내가 더 잘할걸?”

“으으으…….”

애초에 사냥이라는 건 단순히 활을 잘 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물과 마수가 사는 생태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인내심과 추리력 또한 요구한다.

내 말에 확실히 차마 전업 사냥꾼보다 사냥을 잘한다고 주장할 생각까지는 없는 듯 말을 잃었다.

“그, 그러면 밥동무는 어떤가요! 정말 맛있게 먹을 자신은 있는…. 데요…….”

마리는 스스로도 말해놓고 염치가 없는지 마지막에는 거의 기어가듯이 말했지만, 의외로 그 발언은 내게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몇십 년간 제대로 된 맛도 느낄 줄 모르던 리저드맨 사이에서 살다가 리액션을 마치 자판기처럼 입에 넣을 때마다 맛있다고 감탄사를 내뱉는 사람의 존재는 그 자체로 정신적인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이 밥을 먹어준다고 해서 아무나 무턱대고 일행으로 삼을 수는 없지.

“역시 일행은 사절이다. 여행의 처음에는 혼자 다니고 싶거든.”

“역시 그렇겠죠…….”

“하지만 우연히 가는 길이 겹친다면 길동무는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일행은 아니지만.”

그 정도라면 며칠 같이 행동하는 것 뿐일 테니, 그것까지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내 말에 마리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와! 정말 고마워요!”

“착각하지 마라. 어디까지나 가는 길이 겹칠 뿐인 길동무인 거니까.”

잠깐, 방금 대사 너무 츤데레 같았는데.

그렇게 대충 마을에 갈 때까지만 동행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자 마리는 곧바로 진지한 얼굴을 하며 내게 말을 했다.

“그보다 쿠르트 씨.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뭔데. 갑자기 무게를 잡고.”

“슬슬 점심을 먹는 게 어떨까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막 감자튀김 먹었잖아.”

그러나 마리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제 할 말만 떠들기 시작했다.

“흐흥. 분명 한 번 튀기는데 사용한 기름은 며칠이 지나면 상해버린다고 했죠?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몇 시간 지나지 않은 기름은 다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 저는 점심도 감자튀김이 먹고 싶습니다!”

이게 엘프?

결국, 이날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기름을 사용하여 점심도 저녁도 남아있는 감자를 모두 사용하여 감자튀김을 해 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하루만 더 감자튀김을 먹자고 우겨대는 마리에게 나는 기름의 맛이 가버려서 못 쓴다는 핑계를 들어가며 기름을 모두 버리고 나서야 본격적인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다.

참고로 마리는 내가 기름을 버린 자리에다 진심으로 슬퍼하며 기름의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아. 그냥 혼자 다닐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점심은 햄버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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