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화
감자튀김
“에엑. 요리요?”
쿠르트의 말에 마리는 질색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리저드맨이 만든 요리라니.
마리가 딱히 종족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리저드맨이 만든 요리라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리저드맨이 미각치인 것은 그야말로 종족 특성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엘프가 일반적인 인간종들보다 수명이 긴 것처럼, 트롤의 재생력이 뛰어난 것처럼, 리저드맨의 미각이 거의 퇴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는 유명한 상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리저드맨이 요리한다는 것은 선천적 시각 장애인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소리였다.
“그렇다. 마침 좋은 감자도 있으니 하지 않을 수가 없지.”
“좋은 감자라니…….”
자신이 가져온 감자가?
그 감자는 수분도 부족하고 푸석푸석해서 삶으면 퍽퍽한 데다가 모양이 쉽게 으깨져서 들고 먹기도 불편한데?
그 말을 들은 마리는 역시 미각이라는 감각 자체가 퇴화하기 직전이라 불리는 리저드맨의 감상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풍문으로 들은 리저드맨에 대한 소문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는 괜찮은데…….”
“아니. 사양하지 않아도 좋다. 금방 해주지.”
“하, 하지만…….”
그러나 이미 자신은 쿠르트에게 목숨 하나를 빚진 몸이었다.
이미 심리적으로 커다란 부채를 안고 있는 그녀로서는 쿠르트의 제안을 부담할 수가 없었고 결국 불에 타죽는 것보다는 낫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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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한 나는 그래도 기름을 뱉고 추욱 늘어진 끓는 기름 의태화에 다가갔다.
“어라. 혹시 저 꽃 먹을 수 있는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냐. 식물 주제에 불에 내성을 갖췄을 정도로 마나에 의해 변질된 생물인데 그냥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 먹으려면 중화 단계를 거쳐야 해.”
“그렇게 중화시키면 맛있어지나요?”
“완전히 못 먹을 정도로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또 굳이 수고를 들여가며 중화시킬 정도는 아니야. 차라리 먹는 것 이외에 다른 용도로 쓰는 편이 더욱 유용하지.”
“그러면 그 꽃은 왜 만지고 있는 건가요?”
“볼일이 있는 것은 이 녀석의 ‘기름’이다. 식물 부분은 죄다 마나로 오염되어서 먹을 게 못 되지만 품고 있는 기름은 평범하게 식용할 수 있거든.”
“에엑.”
내 말에 마리는 아니 설마 저 기름을 먹는다고?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당장 바닥에 추욱 늘어진 의태화의 꽃봉오리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에는 고온에 익어버린 벌레의 사체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식용 가능한 기름이라 하더라도 벌레가 온수 목욕을 하던 국물을 먹고 싶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용할 기름은 꽃봉오리에 담겨있던 기름이 아니라 이쪽이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의태화의 뿌리를 뽑았다.
그 뿌리에는 일반적인 꽃의 뿌리 형상 이외에도 마치 고구마 뿌리처럼 중간중간 두껍게 뭉쳐진 부분이 존재했는데 이 부분이 바로 의태화가 평소 기름을 비축해두는 기관이라 할 수 있었다.
“의태화는 평소에는 이 뿌리 부분에다 기름을 생산해서 비축해두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가짜 꽃봉오리에다 기름을 공급하지. 이번 요리에 사용할 기름은 바로 이 부분에서 쓸 거다.”
“과연. 저는 처음부터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처음 알았다는 듯이 신기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천연덕스럽게 말을 내뱉는 것도 재주다.
나는 의태화의 뿌리를 들고 마리가 전날 사용하고 남은 모닥불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 뒤에 등에 짊어지고 있던 중화 냄비를 꺼내 모닥불 위에 적당한 높이 위에 세팅하였다.
“아. 방패가 아니었구나.”
“인간 상인에게 웃돈을 주고 주문 제작한 녀석이지.”
“그래서 이걸로 어떤 요리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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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리저드맨이 요리한다는 것은 불안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렇다면 리저드맨은 평소에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과연 적어도 모험가를 지망하는 사람다운 호기심이었다.
“일단은 의태화의 기름을 사용한다.”
그렇게 말한 쿠르트는 그대로 의태화의 기름 주머니를 반으로 갈라 안에 든 내용물을 냄비에 부어버렸다.
그 기름 주머니 안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기름의 양이 많았기 때문에 냄비는 곧 식용유로 가득 찼다.
“으음. 이정도 양이면 충분하겠네.”
“....”
“왜 그런 눈으로 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설마 냄비 안에다 무식하게 기름을 모두 때려 넣다니. 리저드맨의 미각이 심각하다는 풍문은 들었지만 기름으로 스튜를 끓이겠다는 건가요?’
마리는 애써 웃어 보이면서 떨리는 눈으로 쿠르트의 냄비를 바라보았다.
숲에서 생활하는 데다 채식만 하는 엘프의 특성상 불을 사용해서 요리 문화는 생소했기 때문에 마리는 쿠르트의 조리법을 보고는 그 기름을 통째로 식사에 사용하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 마리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쿠르트는 냄비에 기름을 받아둔 채로 마리가 건네준 감자를 받아서 능숙한 손길로 껍질을 벗겨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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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좋아. 감자 손질은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화르륵
감자 손질을 끝낸 나는 그대로 모닥불에 불을 붙여서 기름 온도를 올렸다.
튀김 요리에서 중요한 것은 기름의 온도.
튀김에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서 적절한 온도는 모두 다르므로 그 식재료에 최적화된 온도를 찾아내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금의 상황은 전생에서와는 달리 불의 세기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가스레인지 같은 도구도 없이 순수하게 모닥불만으로 기름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
가스레인지보다 훨씬 더 온도가 높은 데다, 불안정하고, 심지어 온도계도 없는 상황에서 튀김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보기보다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하지만 전생보다 불리한 점이 있다면 전생보다 유리한 점도 있는 법.
초인의 반열에 들어선 나의 감각은 냄비 안에 손을 집어넣지 않아도 기름 온도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장작을 조절하는 것으로 기름 온도를 맞춘다.
육류를 튀길 때 가장 적절한 온도는 마이야르 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온도인 170도에서 180도 사이가 적당하다.
하지만 감자튀김은 그보다 조금 낮은 온도인 160도 언저리가 이상적.
이 몸으로 감자를 튀기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육류는 몇 번인가 튀겨본 경험이 있으므로 그 경험에 기반하여 온도를 조절한다.
그리고 그 뒤 잘게 썰어둔 감자를 투하.
치이이익
감자가 기름에 빠지는 것과 동시에 자그마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린다.
그리고 동시에 식욕을 자극하는 고소한 향기가 모닥불에서부터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마음속으로 정확하게 3분의 시간을 센 뒤 신속하게 건져 올린다.
뜰채가 있다면 편하겠지만 아무래도 이제 막 마을을 나선 떠돌이의 신분으로 뜰채를 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법.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을 사용하여 잘 튀겨진 감자들을 하나씩 재빠르게 건져낸다.
결국, 튀김이란 신속함이 생명.
모든 동작은 일체의 지연이 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 뒤 튀겨진 감자들의 기름을 한 번씩 털어준 뒤, 소금을 살짝 쳐서 간을 하는 것으로 감자튀김은 완성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케첩까지 있었으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케첩을 창조할 수는 없는 노릇.
“자. 완성이다.”
오늘의 아침 메뉴
소금으로 간을 한 감자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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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가 요리하는 모습에 계속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던 마리였지만 감자가 기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녀는 조마조마해 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 쿠르트의 중화 냄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요리에 능숙해 보이는 쿠르트의 모습도 놀라웠지만 그 이상으로 놀라웠던 것은 그가 한 요리의 과정이었다.
평소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고 불을 이용한 요리는 매우 제한적으로 조금씩 사용하는 엘프 문화에 익숙한 마리에게 무언가가 튀겨지는 소리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작은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엘프의 민감한 청각 때문에 다른 인간종에 비해서 몇 배나 선명하게 들리는 튀김 소리.
그리고 그 뒤에 뒤따라오듯 추격해오는 감자의 고소한 향기.
그것은 이제 막 모험을 나온 신출내기인 마리에게는 더없는 충격이었다.
‘이게 진짜 매일 퍼석퍼석한 삶은 감자로 먹던 그 감자에서 나는 향기라고?’
처음 쿠르트가 밥을 대접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받아서 먹게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접시에 담겨서 나온 그 감자 음식은 평소 그녀가 익숙하게 먹어왔던 감자와는 차원이 다른 음식이었다.
자신의 머릿결과 같은 눈부시게 빛나는 밝은 황금색.
“자. 먹어봐라.”
꿀꺽
생전 처음 보는 감자를 사용한 새로운 음식.
거기다가 리저드맨이 요리했다는 사실까지 더한다면 망설임을 느낄 만도 하건만, 마리는 그런 것은 하나도 느끼지 않고 기대감에 가득 찬 눈으로 감자튀김을 들어 올렸다.
그것은 과연 모험가를 지망한다고 할만한 호기심인가.
아니라면 단순히 감자튀김에서 올라오는 참을 수 없이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 때문인가.
마리는 그 둘을 구분하지 않고 감자튀김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하압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감자의 새로운 지평.
자신이 지금까지 먹었던 것은 감자를 요리 한 것이 아니라 단지 감자를 고문했을 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감자가 도달해야 할 이상.
아니, 궁극이었다.
“이, 이런 건…….”
“…?”
“이런 건 감자가 아니야! 신이다!”
그렇게 마리는 감자튀김을 하나씩 포크로 찍어서 입안으로 옮기다가 종래에는 결국 포크를 사용하는 것도 잊고서 손으로 감자튀김을 쉴새 없이 집어 먹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표지 그렸어요.
이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