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바실리스크 스테이크 간이 정식
치이이이익
충분하게 열이 오른 철판 위에 올려진 바실리스크의 고기는 곧 맛있는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구우우우우
그 냄새에 지금껏 바실리스크에게 쫓기며 허기도 잊고 있었던 테오의 배가 각성하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하하하! 신경 쓰지 마라. 원래 그 나이 때에는 숨만 쉬어도 배고프니까.”
테오는 얼굴을 붉히건 말건 리저드맨은 그저 크게 한 번 웃어넘기고는 고기를 굽는 것에 집중하였다.
.
.
.
고기가 구워지는 치이이익 하는 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식욕을 자극한다.
소리만으로 맛있다는 것은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실제로 내가 대접을 하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내켜 하지 않았던 소년의 얼굴에는 어느새 식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그 소리에 현혹되어서 넋을 놓는 일 없이 고기를 굽는 것에 집중하였다.
고기를 구울 때 중요한 것은 고기 표면의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실리스크의 고기를 재워둘 때 사용하였던 포식수의 과실에서 나온 즙을 다시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어째서 수분을 제거해야 하는가?
고온에 노출된 육류는 그 열에 의해서 육류 내의 당과 단백질의 화학작용으로 인해서 갈변 현상이 일어나며 냄새를 풍기는데 이것을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고기의 풍미가 깊어지며 감칠맛이 폭증하게 된다.
마이야르 반응은 최소 물이 끓는 점 이상인 120도에서부터 일어나며,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온도는 그보다 더욱 높은 170도에서 180도의 사이이다.
그러나 수분은 100도에서 끓어버리기 때문에 고기의 표면에 수분이 있다면 수분이 증발하며 고기가 충분한 열을 전달받지 못한다.
그렇게 세심하게 수분을 제거한 뒤 바실리스크의 고기가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뒤집어가면서 굽는다.
고기를 구울 때 중요한 또 한 가지는 200도가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강한 불에 짧게 구울 것.
지나치게 온도가 높으면 고기가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전에 타버리고 마니까 당연하고.
또 지나치게 길게 구우면 안 되는 이유는 고기를 충분히 굽지 않으면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지만 반대로 너무 길게 굽는다면 고기 내의 수분이 모두 날아가서 퍽퍽하고 질겨지기 때문이다.
애써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포식수의 과실까지 사용했는데 너무 오래 구워서 다시 육질이 질기게 된다면 본말전도나 다름없는 이야기.
나는 적당하게 익은 바실리스크 스테이크를 신속하게 철판에서 꺼냈다.
그 후 바로 접시에 담는 것이 아니라 잠시간 방치.
식객으로 참여한 인간 소년은 이제는 완전히 고기에 눈이 박혀서 언제 먹을 수 있을지만 기대하는 듯해 보였지만 지금 바로 고기를 먹어서는 바실리스크 스테이크의 맛을 100% 끌어낼 수 없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
레스팅(Resting)이다.
고기의 겉면에 남아있는 잔열로 고기의 내부까지 익을 수 있도록 조절하면서 동시에, 열을 가하면서 고기와 분리되었던 수분과 영양소들이 시간이 지나며 다시 고기에 흡수되어서 식감이 살아나는 것이다.
실제로 갓 구운 고기를 먹었을 때 퍽퍽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고기를 지나치게 구워서 수분이 날아간 경우도 있겠지만, 충분한 레스팅을 하지 못해서 고기 내의 단백질과 수분이 분리된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레스팅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기의 두께나 육류의 종류에 따라서 2분에서 10분 정도.
“음. 바실리스크 스테이크 정도면 8분 정도면 될까.”
“8, 8분이라니요?”
“바실리스크 스테이크를 먹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8분이면 고기가 다 식을 텐데…….”
“아니. 동절기면 모를까 지금 같은 계절에는 8분 상온에 둔다고 고기가 식지는 않는다. 식더라도 다시 겉에만 살짝 열을 가하면 그만이고.”
대신 그동안 스테이크와 곁들일 소스를 준비한다.
철판에 남아있는 바실리스크 고기에 기름과 마리네이드를 하고 남은 포식수의 과실을 더 한다.
거기에 물에 뭉치지 않게 풀어 넣은 밀가루를 넣은 뒤 간단하게 조미료를 넣어서 간을 하고 졸인다.
이것만으로 바실리스크의 육즙을 이용한 즉석 그레이비 소스의 완성이다.
그리고 그레이비 소스를 완성할 즈음에는 바실리스크 스테이크의 레스팅도 끝.
그렇게 즉석에서 만든 포식수 베이스의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바실리스크 스테이크와 외뿔 토끼 스튜의 식사가 완성되었다.
여기에 곁들여 먹을 샐러드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야채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샐러드까지 만들기에는 손이 많이 가니 일단은 메뉴 두 개로 완성이다.
여러 가지로 요소는 부족하니 바실리스크 스테이크 정식이라기에는 모자라고…….
바실리스크 간이 정식 정도로 이름 붙일까.
<바실리스크 스테이크 간이 정식>
바실리스크 스테이크
포식수의 과실 소스
훈제한 외뿔 토끼의 고기를 넣은 스튜
나는 완성한 음식을 두 개의 접시에 1인분씩 담아서 소년의 앞에 내주었다.
.
.
.
테오는 얼이 빠진 얼굴로 리저드맨이 내온 음식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진짜 그 바실리스크 고기…?”
처음 리저드맨이 밥을 대접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받아서 먹게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가 받게 된 음식은 시골 작은 마을에 살면서 평생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던 고급스러워 보이는 요리였다.
물론 바실리스크의 고기나 포식수의 과일 같은 건 자신은 평생 구경도 하지 못했던 진귀한 식재료가 맞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요리가 고급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요소는 식재료의 귀함이 아니라 그 식재료들로 만들어낸 요리의 결과물이었다.
바실리스크의 흰색과 붉은색이 섞인 뱀 특유의 빛을 자랑했던 육질이 접시에 담긴 지금에는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졌고 그 위에 뿌려진 소스에서는 과일의 향긋한 산미와 육류 특유의 감칠맛이 섞여서 위장을 강타하는 듯하였다.
또한, 스테이크와는 별개로 그전에 미리 요리해둔 스튜에서는 온갖 향신료의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왔으며 놀랍게도 그 스튜 안에도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솔직히 그다지 유복하지 못한 테오의 가정환경에서는 그 스튜만으로도 충분히 특식이라 할 만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식용으로 기르기 위한 가축이 아닌 야생의 동물을 사냥해서 만든 요리에서는 크든 작든 자연스럽게 고기 특유의 잡내가 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일반적인 가정도 아닌 사냥꾼이 임시로 사용하는 오두막에서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진대.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 바실리스크 스테이크에서도 고기가 듬뿍 들어간 스튜에서도 고기 특유의 잡내 같은 것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테오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 리저드맨을 바라보았다.
특별히 복잡한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저드맨이 음식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서 오랜 연구 끝에 이루어낸 세심한 방법들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단순한 행동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눈에 띄는 기법들.
테오는 눈앞에 담긴 것이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마수의 고기라는 것도 잊고 조용히 침을 삼켰다.
“노려본다고 음식이 저절로 입속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식기 전에 먹어라.”
꿀꺽.
그 테오는 조심스레 나이프로 바실리스크 스테이크를 잘라내었다.
처음으로 느껴진 것은 특별히 큰 힘을 주지 않아도 나이프의 흔들림에 맞추어서 부드럽게 갈라지는 육질이었다.
일반적으로 고기는 그 생물의 운동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하중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질겨지는 경향이 있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근육량이 많아지고 체중이 무거울수록 그 육체를 지탱하기 위해서 근육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 고기는 그 크기만으로 오두막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마수가 아닌가.
당연히 아무리 고기가 부드러워지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하더라도 상당히 질길 거라 예상했다.
어렸을 적 마을의 축제가 있을 때 너무 늙어서 더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소를 잡아서 마을 모두가 나누어 먹은 적이 있었다.
적어도 그때 먹었던 소고기만큼은 질기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마치 씨암탉의 고기처럼 부드러운 이 육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입 크기로 잘라낸 바실리스크의 고기를 포식수의 과실 소스를 듬뿍 묻혀서 눈앞으로 가져다 대니 오두막 안의 불빛들을 반사해서 마치 꿀을 바른 것 같은 광택이 고기 전체에서 돌았다.
“그,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는 홀린 것처럼 바실리스크 스테이크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