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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2화 (3/78)

제 2화

바실리스크 스테이크 간이 정식

“캬. 오늘 스튜 다 뒤졌다.”

훈제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외뿔 토끼의 고기를 한 마리 통째로 넣은 스튜.

임시로 사용하는 오두막에서 대충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먹음직스러운 향기가 스튜에서 솔솔 피어올랐다.

얼마 전에 마을에 들른 상인에게 포도주와 함께 그 포도주를 담았던 빈 오크통을 헐값에 구한 것이 묘수였다.

“크큭. 토끼 고기니까 묘수(妙手)가 아니라 묘수(卯手)인가.”

과실주를 담근 오크통에는 그 과실주 특유의 향취가 물씬 배어있어서 훈연재(燻煙材 : 훈제를 할 때 쓰이는 장작용 목재)로 사용하면 과실주로 숙성한 것 같은 향이 배어들기 때문이다.

베이스가 되는 고기가 맛있으니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스튜의 완성도가 높은 것이다.

거기에 맛을 잡는 또 하나의 숨겨진 요소는 양파.

먼저 고기와 물을 붓기 전에 잘게 썬 양파를 듬뿍 넣어서 갈색빛이 돌 때까지 뭉근하게 볶은 뒤 상인에게 구매한 포도주와 고기, 물을 넣는 것이다.

특별히 단맛을 내기 위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양파에서 나온 채즙만으로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거기에 처음 토끼고기를 훈연할 때 재워둔 향신료들이 냄비 안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면서 특별히 간을 하지 않아도 깊은 맛이 우러나는 스튜가 된다.

사실 스튜만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사냥을 위해서 임시거점으로 만들어둔 오두막이고 하니 이 이상의 메뉴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겠지.

“슬슬 완성된 것 같은데 이제 식기를 준비해볼까.”

물론 먹을 사람이라고는 나 혼자밖에 없으니 준비해둘 식기는 1인분이면 충분하다.

아니, 그것도 아닌가.

식기를 하나 더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국자를 휘저으며 예비용으로 오두막에 처박아두었던 식기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떠올리려고 애를 쓰고 있을 즈음 오두막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명의 소년이 들이닥쳤다.

으음……. 리저드맨으로 환생한 뒤에는 인간들과 별로 엮일 일이 없어서 자신이 별로 없는데.

외모로 보면 십 대 중반인가. 그 나이대의 인간치고는 제법 단련된 몸을 가졌지만 눈에 띄는 흉터 같은 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제 갓 모험을 나온 신출내기로 보였다.

소년은 순간 오두막 안에 있는 나를 보고는 흠칫 놀란 듯 보였다.

아무래도 리저드맨을 보는 것은 처음인가 보지?

그 소년은 무례하게도 멀쩡한 리저드맨을 보고 바실리스크인지 뭔지를 운운하였지만 나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내 나이의 절반도 되지 않는 어린아이의 무례함에 상처받지 않았다.

이럴 때는 어른으로서 관용을 베풀어주는 것이 예의.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밥을 한 끼 먹는 것이 아닐까?

“소년. 밥을 원하는가?”

“아니, 그게 무슨! 그보다 밖에 바실리스크가 있다구요!”

“바실리스크!? 그게 정말이냐?”

“저, 정말이에요!”

바실리스크라면 이 베르데 밀림의 생태계를 지배하는 먹이사슬의 정점이잖아.

그 바실리스크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니?

소년의 말에 나는 허겁지겁 국자를 들고 오두막의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선 나는 소년의 말이 진실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오두막의 코앞까지 거대한 바실리스크가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심했다!”

원래 이 밀림의 지배자 녀석은 자신의 둥지 밖으로 나서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더군다나 이 오두막 근처에는 접근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경계를 느슨하게 한 사이 설마 이렇게나 가까이 접근했을 줄이야.

전적으로 경계를 게을리한 나의 실수였다.

이미 나의 오두막 앞에까지 도착한 녀석은 경계하듯 멈춰서서 가만히 나를 노려다 볼 뿐이었다.

그러나 멈칫한 것은 잠시뿐.

곧 녀석은 자신이 멈칫거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거칠게 포효하였다.

“키에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엑! 오늘 점심은 스테이크다!”

그리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괴성을 지르며 국자를 들고 바실리스크에게 뛰어들었다.

휴우. 하마터면 고기반찬 놓칠 뻔했네.

.

.

.

테오는 콧노래를 부르며 바실리스크의 가죽을 벗기고 있는 리저드맨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솔직히 빈손으로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내가 좀 실망했거든. 아무래도 남의 집에 찾아오는데 빈손으로 들어오는 것은 좀 그렇잖아? 물론 그렇다고 밥 한 끼 안 먹이고 쫒아 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의라는 게 있잖아. 응?”

“네, 네…….”

“이야. 그런데 설마 집들이 선물로 바실리스크 고기를 가지고 올 줄이야. 하하하! 내가 아주 큰 오해를 했어!”

“아, 하하……. 그런 셈이죠.”

물론 테오가 바실리스크를 선물로 들고 온 것은 아니었으나 바로 전에 그 리저드맨이 국자에 오러를 불어넣어서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굳이 입을 열지는 않았다.

분명 같은 조건에서의 리저드맨의 체력이 인간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은 책을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보통 성체 바실리스크를 한 방에 때려죽이나?

“그래. 그보다 밥은 먹을 거지?”

“바, 밥이요?”

“그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밥 한 끼 먹고 가.”

“저, 저는…….”

“저는?”

“주신다면 감사히 먹죠! 하하하…….”

마음 같아서는 밥이고 나발이고 당장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차마 눈앞에 괴물 같은 리저드맨을 상대로 거절의 말을 낼 수는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을 몇 시간 동안 쫓아다닌 바실리스크보다 그 마수를 때려잡은 정체불명의 리저드맨이 더 무서웠다.

그러나 테오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앞의 리저드맨이 말하는 밥이라는 것이 바실리스크의 피를 곁들인 신출내기 모험가 볶음밥 같은 것이 아니기를 빌 뿐이었다.

그리고 테오에게는 다행히도 리저드맨은 테오를 인격체가 아닌 영양분으로 취급할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능숙하게 바실리스크의 가죽을 모두 벗겨낸 리저드맨은 곧 바실리스크의 꼬리를 능숙하게 잘라서 피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설마 바실리스크의 고기를 먹을 생각은 아니겠지?’

기본적으로 마수의 고기는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마수와 동물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체내의 마나를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장기의 존재 여부.

그렇기 때문에 마수들은 크건 작건 간에 모두 어느 정도는 마나에 의해서 신체가 변형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변형된 대부분의 마수의 고기는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장기를 지니지 않은 일반적인 인류종에게는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않는다.

물론 외뿔 토끼 정도로 작은 마수들이나 마나에 변형이 되었어도 섭취 시 인체에 무해한 종류의 마수들은 생으로 먹거나 가열처리를 한다면 사람이 먹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바실리스크는 은 등급이고 마수 중에서도 석화의 마안을 가질 정도로 마나에 의한 신체 변형이 크게 일어난 마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벼워도 배탈, 심할 경우에는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었다.

‘리저드맨들은 신체가 인간보다 튼튼한 만큼 마수 고기를 먹어도 식중독의 위험이 없는 건가?’

하지만 리저드맨은 몰라도 인간은 바실리스크 같은 고등급의 마수 고기를 먹었다가는 100%의 확률로 식중독이었다.

그것을 떠올린 테오는 비록 무섭지만, 용기를 내서 거절의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곧 그와 함께 아인종의 문화 중에서는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중요한 교류 행위로 여기며 이것을 거절했을 때, 적대 행위라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진 아인종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저드맨이 그런 문화를 가진 종족에 속하는 편이었나?

애써 생각해보려 했지만, 책을 읽을 당시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험가에게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며 대충 넘기는 바람에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뭐가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거야!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잖아!’

만약 그때 그 책을 자세히 읽어 뒀다면 자신이 바실리스크는 한 방에 때려잡는 리저드맨에게 바실리스크 고기를 대접받는 미래가 왔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그 미래가 바로 지금인데!

테오가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리저드맨은 바실리스크 꼬리의 피를 모두 제거한 뒤 능숙한 손길로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하였다.

‘어? 생각보다 고기를 손질하는 게 능숙한데?’

인간에 비하면 리저드맨의 문화 수준은 낮다고 알려져서 대충 핏물도 빼지 않은 고기를 아무렇게나 불에 구워서 주리라 생각했는데 고기를 손질하는 모양새가 자신 마을의 유일한 음식점 겸 여관을 하는 조지 아저씨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뒤떨어지지 않기는커녕 오히려 더…….’

그렇게 고기의 육질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뼈와 힘줄, 근막을 모두 제거한 리저드맨은 오두막의 구석에서 무언가 특이하게 생긴 과일을 꺼내왔다.

‘뭐지? 저 과일은? 평범한 과일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테오가 수상하게 생긴 과일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이 리저드맨은 또다시 능숙한 손길로 그 과일을 얇게 잘라서 바실리스크의 고기를 감쌌다.

“아앗! 포식수(飽食樹)의 과실!”

“오오? 알아보겠냐?”

“포식수라고 하면 사람이나 동물에게 최면을 거는 향기를 뿜어서 잡아먹는 위험한 마수잖아요!”

“그래. 이 녀석의 과즙에는 특이한 성분이 있어서 마수의 고기에 있는 독성 성분을 분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거든. 아무래도 동물을 소화할 때 쓰이는 성분이 과실에도 어느 정도 함유된 모양이야. 하지만 이 포식수의 과실이 가지고 있는 효능은 그뿐만이 아니지.”

“그뿐만이 아니라면…?”

“무려 고기의 잡내를 제거하고 육질을 연하게 하는 데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말이다!”

“아. 네.”

“이게 연육 작용이라고 하는 건데 일부 과일들은 같이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지. 지금은 마수 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포식수의 과실을 사용하지만 사실 평범한 배와 같은 과일에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아. 네.”

“음. 이 세계에서도 이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을 마리네이드(marinade : 식재료를 요리하기 전 담가두는 액체. 주로 육질을 연하게 하거나 향을 입히는 용도로 사용)라고하지.”

“이 세계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바실리스크에 이어서 마찬가지로 토벌등급 은에 해당하는 포식수의 과실이라니.

하물며 그 귀한 과일을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서, 그것도 메인이 아니라 고기를 조미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다니.

볼수록 그 끝을 알 수 없는 위험한 리저드맨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테오는 어쩐지 수상할 정도로 요리에 진심인 이 리저드맨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리저드맨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30분 정도가 흘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리저드맨은 곧 다시 고기를 꺼내서 어느새 꺼내온 철판 위에 굽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노벨피아 사이트에서 글을 쓰면서 바로 업로드를 했는데, 두번째 처음으로 한글 프로그램으로 초고를 작성해보았습니다.

한글 프로그램의 맞춤법, 오탈자 검수 기능은 대단하더군요.

헤으응. 인생 절반 손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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