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바실리스크 스테이크 간이 정식
밀림의 공기는 마치 핥는 것처럼 축축하고 또 끈적거렸다.
이따금 불어오는 한 줄기의 미지근한 바람은 그러한 불쾌감을 씻어내리기보다는 역겨운 누군가의 숨결처럼 불쾌감을 부채질하기만 하였다.
“하아……. 바람이 부채질을 하다니. 적절한 비유네.”
테오는 무심코 떠오른 생각을 분위기를 환기할 겸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나 그러한 농담에도 불구하고 실제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달라붙는 끈적한 옷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세상에는 종종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큰 위험도 감수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리고 테오는 그런 사람들에 속한 인간이었다.
우지끈
키에에에엑!
순간 자신의 허리보다도 두꺼운 나무가 쓰러지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그 이상으로 불길한, 소름 끼치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멀리서 힐끔힐끔 보이는 사람 한두 명 정도는 한입에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크기를 가진 마치 바위 같은 비늘을 가진 거대한 뱀의 모습.
“하아……. 하아……. 저 미친 새끼는 지치지도 않는 건가.”
그의 누나가 본다면 나쁜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호통을 칠만한 일이었지만 지금의 테오의 곁에는 누나도 없었고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신경쓸 겨를은 없었다.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현실도피를 하던 테오는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그 괴성의 정체는 이 베르데 밀림 생태계의 최정상에 존재하는 마수인 바실리스크였다.
테오에게는 촌구석에 불과한 자신의 마을을 벗어나 세상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모험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자신이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면 홀로 일을 하며 자신을 먹여 살리는 누나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고, 추후 경제적으로 성공해서 누나를 부양할 수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넓은 세상을 탐험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무언가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도 있는 법,
모험가의 생활은 위험하고 불안정하고 그렇게 위험을 무릅써도 성공하는 것은 겨우 한 줌의 모험가뿐이었으니, 누나는 자신이 모험가를 꿈꾼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결사반대에 들어섰다.
그렇기 때문에 테오는 모험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누나를 설득하기 위해서 그 증거물로 바실리스크의 목을 들고 가려고 했다.
그의 누나가 들었다면 대경실색하였겠지만 사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무모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작은 마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자만하는 법을 몰랐기에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모험가로 필요한 기술과 지식의 습득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재능은 부족하지 않았고, 노력은 충분했으며, 사전 조사 또한 철저한 마쳤다.
실제로 그는 바실리스크 한 마리를 잡는 데 성공하였다.
비록 크기는 성체와 비교하면 부족했고,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물질의 성질을 돌과 같이 변형시키는 석화의 마안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미성숙 개체였지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마수는 베르데 밀림의 지배자로 활동하기에 충분한 괴물이었고 그것을 토벌한 것만으로 동 등급 모험가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는 업적이었다.
아니, 테오가 모험가 경력 하나 없는 열여섯의 소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나이대에 이루기에는 대단한 위업이나 다름없었다.
남은 것은 이대로 바실리스크의 시체를 챙겨가서 누나에게 인정받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테오가 아무리 바실리스크를 잡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지금이 바실리스크들이 번식기에 들어서는 계절이었다는 것과 우연히도 이 베르데 밀림에는 동족을 찾아서 이동한 또 한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망할 소아성애자 자식!”
성도착증 바실리스크로 사회적 매장을 당한 운명을 막아 줬으니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했건만, 이 배은망덕한 바실리스크는 은혜도 모르고 그를 죽이려 할 뿐이었다.
소아성애에 대한 사회적 금기조차도 바실리스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인가. 과연 이것이 베르데 밀림의 지배자!
아. 진짜 지배자는 내가 죽였지.
도망치는 와중에도 테오는 유쾌함을 잃지 않고 농담을 던졌지만, 그런 유쾌한 분위기와는 달리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다리도 없는 파충류 주제에 기어 다니는 속도는 뭐가 그리 빠른 데다 지치지도 않는지.
과연 토벌 난이도 은 등급에 해당하는 마수였다.
토벌 등급 은이라면 제대로 된 경비대가 존재하지 않는 작은 마을 하나 정도는 하룻밤 사이에 지워버릴 수 있는 위험도를 가진 마수였다.
은 등급의 마수를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마찬가지로 은 등급의 모험가가 4명이서 모인 파티가 나서야 안정적으로 토벌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즉, 아무리 재능이 넘친다 해도 아직 모험가 등록도 끝내지 않은 열여섯의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상대였다는 소리였다.
만약 녀석이 순순히 포기해준다면 좋겠지만 단순한 먹잇감이 아니라 자신의 짝짓기 상대(진)을 죽여버린 원수인 자신을 포기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과연 교미에 미친 발정기 바실리스크의 집념은 무서웠다.
벌써 몇 시간이나 도망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바실리스크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페도 죽어!”
하지만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은 자신이었고.
그렇게 쉴새 없이 계속해서 도망을 다니던 테오의 눈앞에 작은 오두막 하나가 보였다.
사람의 거주를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사냥꾼이 숲에서 사냥하면서 물건들을 보관하거나 임시로 휴식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둔 쉼터.
자신의 마을 주변의 숲에도 그런 목적으로 지어진 오두막을 몇 개인가 본 적이 있으므로 그 오두막의 정체를 알아채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물론 조잡하게 나무로 만들어진 오두막에 숨는다고 은 등급 마수를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대신 그 오두막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그 안에 누군가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오두막 안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물론 오두막 안에 있는 사람이 바실리스크를 쓰러트릴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실력자일 확률은 낮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이대로 자신이 도움을 청한다면 십중팔구는 자신 때문에 죄 없는 사냥꾼까지 죽게 될 것이었다.
과연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 때문에 죄 없는 사냥꾼까지 엮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테오는 순간 오두막의 지척까지 달려왔음에도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망설임이 너무 길었던 것이었을까.
제법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실리스크가 나무를 부수며 달려드는 소리가 어느새 바로 지척까지 접근한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테오가 떠올린 것은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이 죽은 뒤 혼자 집에 남아서 자신을 기다릴 누나의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면 누나가 반대하리라 생각해서 말도 없이 집을 나왔는데…….
내가 여기서 죽게 된다면 누나는 평생 나를 기다리겠지. 내가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로.
그것을 떠올린 순간 테오는 반사적으로 오두막의 안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들어오고 난 뒤 아차 했지만, 그때는 이미 그의 몸은 오두막 안으로 완전히 들어선 뒤였다.
그리고 그 오두막의 안에 있었던 것은 그가 생각했던 인간인 사냥꾼이 아니었다.
“…바실리스크?”
순간 당황해서 바실리스크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살펴보니 바실리스크는 아니었다.
그 머리의 형상은 뱀과 같은 파충류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뱀보다는 오히려 소문으로만 들어온 드래곤, 혹은 도마뱀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목 아래에 이르러서는 파충류의 비늘로 뒤덮이기는 했지만, 그 이외에는 인간과 똑같은 사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오히려 파충류의 특성은 부가적이고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모습에 도마뱀의 가죽을 덧씌운 것 같은 외관이었다.
그제야 테오는 오두막 안에 있던 것이 인간이 아닌 리저드맨임을 깨달았다.
그 리저드맨은 테오가 갑작스럽게 들어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솥 안에 정체 모를 무언가의 액체를 휘저을 뿐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죄송하지만 지금 밖에 바실리스크가!”
“그만.”
그러나 그 리저드맨은 테오의 말을 끊고는 그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그 동작은 마치 테오가 자신의 손을 잡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혹은 용사를 유혹하는 마왕의 모습 같기도 했다.
그 모습에 테오는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끼고는 급박한 상황인 것마저도 잊고 말을 멈추었다.
그러자 그 리저드맨은 테오의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한쪽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리고는 말했다.
“소년. 밥을 원하는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과일바구니입니다!
본 작품의 테마는 희귀한 식재료를 찾기 위한 여행, 판타지 세계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특별한 요리들, 정반대로 현실에서도 시도해볼 법한 요리법들, 때로는 실패하고 성공하는 요리와 어쩔 때는 요리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맛있는 음식을 찾기 위한 식도락과 같은,
어떻게 보면 두서없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먹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독자분들에게도 그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매력적이고 유쾌한 동료들까지 포함된다면 더더욱 그 재미가 증가할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