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화 여동생의 복수는 시작된다.
대한민국 A등급 헌터이자 대한민국 4대 길드 중 하나인 십이신장 간부 김하나.
그녀는 현재 같은 십이신장 동료간부인 흑신과 함께 마계 던전 입구 앞에 도착했다.
"긴장되나?"
흑신이 김하나를 바라보았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어서 흑신은 김하나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첫 고등급 게이트 토벌인 만큼 상당히 긴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터를 만나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터라....직접 사냥해본 적은 없군."
"......"
백묘, 그녀는 자신의 오빠를 죽인 몬스터, 이터에 대해 자세히 조사했다.
비록 현재 그녀의 오빠를 죽인 이터는 토벌당했지만, 그녀는 이터라는 종족 자체를 혐오하게 되었다.
그녀가 조사한 수많은 자료에서는 이터를 이렇게 묘사되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탐욕의 괴물, 사냥감의 공포를 즐기는 무자비한 사냥꾼.
이 세상의 모든 악의와 탐욕을 먹이로 성장해 세상에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최상위 포식자.
여태껏 단 한번도 성체로 추정되는 이터가 나타난 적이 없음에도 인류는 극도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 수가 많진 않더라도, 발견될 때마다 매번 던전보스로 나올만큼 그 강력함 또한 입증되었다.
'카니지....'
이번 토벌대가 포획할 이터는 그 어떤 몬스터보다 매우 잔혹한 성정을 지녔으며 상당히 높은 지성을 지닌 녀석이라고 전해들었다.
도심 한가운데에 브레스를 내뿜었으며, 여러 A등급 코서들과 헌터 협회장의 추적마저 따돌리고 인간이 가장 꺼려하는 던전으로 들어간 것이다.
만약 놈이 어중간한 게이트로 몸을 숨겼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헌터들이 모이지 않았어도 됐다.
카니지란 놈이 이런 점까지 계산해서 마계 던전으로 들어간 것이라면 정말 놈의 지능은 단순히 높은 수준이다라고 할 것이 아니었다.
'카니지....네 놈은 대체..'
놈은 아직 준성체로 추정되고 있기에 A등급 몬스터임이 분명했다.
그런 A등급 몬스터를 생포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짓이지만, 한영길을 비롯하여 강력한 A등급 헌터들이 작정하고 준비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놈이 들어간 곳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던전인 "마계".
한영길의 경험에 따르면 수많은 마족들과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가 판을 찬더. 더군다나 검은 숲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 환각, 환청 등 오감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한영길, 그가 마주한 역대 최강의 몬스터이자 마계 던전의 보스로 추정되는 마족, 일명 '검은 마녀'
보라색 날개와 고혹적인 원피스를 입은 여인.
그녀는 그 강하다고 알려진 한영길조차 제대로 된 전투를 치루지 못할 만큼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검은 마녀를 상대하게 된다면 일단 자신의 감각을 믿어서는 안된다.
검은 숲을 거니면서 이상이 생겼던 오감들이 더더욱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움직일 리 없는 식물들이 잎을 날리거나 줄기로 옭아매 공격해오며 검은 나무들이 소름끼치게 웃으며 집중력을 흩뜨린다.
분명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환청 환시 환각, 오감 모두 한꺼번에 겪게 된다면 뇌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판단한다.
결국 전투에 제대로 집중도 하지 못한 채 검은 마녀의 환상에 빠져 내면부터 무너져내린다.
거짓과 환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그것이 거짓이라며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부정하다 결국 자신 스스로마저 부정당하게 되는 곳.
그곳이 검은 마녀가 다스리는 마계, 검은 숲이었다.
때문에 이번 작전에서는 정신계열 강화 마법을 두른 채 빠른 속도로 카니지를 생포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한영길의 설명이 끝나고 천천히 게이트로 입장했다.
게이트로 진입하자 김하나의 눈에 보인 마계는 설명 들었던 것이랑은 너무도 차이가 컸다.
분명 스산한 분위기와 검은 숲이 그들을 맞이한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맹렬한 열기와 붉은 화염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뭐...뭐야?"
"잘못 들어온건가..?"
다수의 헌터들이 크게 당황했지만, 김하나를 비롯한 몇몇 헌터들은 이 상황을 냉철히 분석했다.
'....이곳은 내가 들었던 마계가 맞아.'
붉은 화염과 뿌연 연기 때문에 바로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검은 숲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마계가 이렇게 불 타고 있....?'
김하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소란스러운 쪽을 바라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괴....수?'
그곳에는 엄청난 크기의 날개 달린 뱀과 같은 몬스터와 블랙드래곤이 다수의 붉은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김하나 외 다른 헌터들도 괴수와 블랙드래곤을 발견했는지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탄성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서 있는 한영길을 그들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카니지.."
그리고 그 괴물은 우리를 바라보더니 기괴한 목소리를 울렸다.
"인... ㄱㅏㄴ..들..?"
그 말을 듣자마자 한영길은 재빨리 그들에게 도약할 준비를 하였고, A등급 헌터들도 각자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산성액.
마법 계열 헌터들은 그 즉시 한영길과 A등급 헌터 진형을 보호하는 마법을 펼쳤다.
치이이이이익...
보호막에 가로막혀 튕겨져 나간 산성액들이 바닥을 녹인다.
"....저게...카니지?"
저번에 인터넷으로 본 카니지의 모습보다 2배는 더 커보였다.
옆에 있던 흑신이 단 검 두 자루를 꺼내 전투 준비를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벌써 몇번 진화를 한 듯 하군."
"그게...말이 됩니까?"
아무리 공허의 괴물이라지만 고작 3주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이렇게도 빨리 진화를 할 수 있는 것인가?
"...나도 솔직히 말이 안된다고는 생각하는데...이곳은 마계다. 진화에 필요한 상당한 몬스터들이 즐비하고 있었겠지. 그들을 끊임없이 사냥하며 포식했다면...말이 아예 안되는건 아니지."
"그런...."
"그래서 이터는 위험한거다. 처음에 태어났을 땐 고블린한테도 지는 나약한 녀석들이지. 하지만 놈들에게 성장할 시간과 영양분이 주어진다면....그야말로 겉잡을 수 없는 재앙이 되어버리고 말지."
"....."
"때문에 헌터들은 이터를 찾아낸다면 재빨리 공격대를 편성해 토벌에 나서는거다. 일전에 C등급 게이트에서 준성체 이터가 나왔을 때 많은 A등급 헌터들이 급히 토벌에 나선 것도 그러한 이유지."
"...그렇군요."
김하나, 그녀는 카니지라 불리는 이터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 카니지란 이터는 자기 눈앞에 있는 한영길보다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체능력과 감을 지닌 A등급 헌터.
대상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당연하게도 알아볼 수 있었다.
한영길로 그것을 느꼈는지 카니지에게 소리쳤다.
"한 눈 팔고 있어도 괜찮나?"
한영길 협회장은 어느새 이터의 머리위로 올라 주먹을 내리쳤다.
그러자 이터의 거대한 몸뚱이는 중심을 잃고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곁에 있던 블랙드래곤이 문제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어느새 그 드래곤은 자리를 뜨고 없었다.
"빨리 카니지를 근처의 몬스터로부터 격리해라!"
그리고 우리 A등급 헌터들은 제인의 명령에 따라 한영길과 이터 주변을 둘러싸 그들에게 다가오는 붉은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나는 붉은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카니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저게...이터...!'
이터는 살아온 환경에 따라 신체가 크게 뒤바뀐다. 그것은 성장한 정도에 따라 더욱 도드라진다.
만약 바다에 살았다면, 해룡이나 문어같은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고, 자주 날아야하는 곳에서 살았다면 새나 드래곤같은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다.
놈들은 환경에 맞게 진화하는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그들을 다른 몬스터들과 구분할 수 있는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머리의 형태.
이터들은 특이하게도 하나같이 비슷한 두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개체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모두 각지고 긴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
그것의 재질은 키틴이나 비늘 등 다양했지만 모양만큼은 비슷했다.
때문에 헌터들도 이터를 구분할 때는 머리를 보고 판단했다.
이 카니지란 이터또한 책에서 보았던 다른 이터들과 두상이 확실히 비슷했다.
'카니지....'
자신에게 '대학살'이란 이름을 붙인 이터.
얼마나 오만하고 자신의 강함을 믿으면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녀석은 오늘 우리에게 결국 붙잡혔다.
'네 놈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이터'
그녀는 헌터가 되면서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터를 죽이는 것.
처음엔 단순히 자신의 오빠를 죽인 것에 대한 복수심으로 시작했으나 그들을 알면 알수록 더욱 역겨워졌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들.
본디 다른 몬스터들은 자신의 허기를 위해, 생명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사냥을 하지만 놈들은 달랐다.
끊임없은 탐욕으로 인해 쉬지않고 사냥한다.
그래서 이터가 있는 던전은 다른 던전에 비해 강력한 몬스터가 없고 대부분 숨어살거나 심하면 아예 이터외에는 다른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역겨운 놈들에게 자신의 오빠가 먹혔다고 생각하자 더욱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역겨운 놈들 중 하나인 카니지에게서 한 제안이 들려왔다.
"나도 여기.. .ㄷㅓ.. 있고 싶진... 않ㅇㅡ니... 잠깐..ㄷㅗㅇ안...손을 자ㅂ는ㄱㅔ 어ㄸ..ㅐ?"
'.....'
그리고 이어지는 말
"맹..매ㅇ세하지! 내 부모를... 걸ㄱㅗ..맹세..하겠ㄷㅏ..."
순간 김하나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카니지, 자신은 그렇게도 많은 생명을 벼랑끝으로 몰아넣으며 절망을 선사했으면서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에게는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인가?
흑신은 김하나의 변화를 눈치 챘는지 조용히 그녀 옆에 붙었다.
"백묘, 괜찮나?"
"....네"
결국 잠시동안 마계 던전을 빠져나가기 위해 헌터들은 카니지와 동맹을 맺었다.
카니지는 한영길에게 크게 당해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텐데도 나름 열심히 싸웠다.
끊임없이 브레스를 내뿜으며 적들을 상대했다.
전투가 한창 고조되었을 때, 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배신했다.
콰드드드드드득
미처 피하지 못한 헌터 몇명은 큰 부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무력화되었다.
대부분의 헌터들도 카니지의 배신을 예측했을 테지만 이런 형태의 공격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다들 당황한 눈치였다.
'이럴 줄 알았어.'
그녀는 카니지가 배신할 것을 대비하고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때문에 놈의 공격을 어느 상황에서라도 피할 수 있도록 주의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게는 그 어떠한 공격도 오지 않았다.
마치 내 주변만을 피하게 한 것 처럼.
얼핏 보면 우연찮게 놈의 촉수들이 나를 빗겨나간 것 같았지만, 이런 난잡한 곳에서 이 수많은 촉수들이 우연찮게 내 주변만 공격하지 않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파바바바바
카니지가 급히 땅을 파내 땅굴을 만들고 있었다.
한영길은 촉수의 맹공에 잠시 놈과 거리를 벌린터라 제지할 수 없었다.
나는 전투 준비를 하며 카니지에게 다가갔고, 내게 사념이 전달되었다.
{김하나}
뭐?
순간 저 카니지가 자신에게 사념을 보낸게 맞는지 의심했지만, 놈의 붉은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는 붉은 눈.
저 괴물은 나를 알고있다.
'...어떻게?'
그리고 이어지는 놈의 사념.
{김진현}
순간 김하나의 주변으로 하얀 기운이 터져나왔다.
"네 놈이...어떻게..!"
재빨리 그녀는 재빨리 카니지를 따라갔다.
한영길은 카니지가 파낸 땅굴로 들어갔고, 김하나도 그를 따라 땅굴로 들어갔다.
"백묘...잠시!"
너무도 빠른 속도에 흑신은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
.
.
.
놈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동굴과도 같았다.
비록 상당히 많은 흙이 김하나에게 튀고 있었지만 이정도로는 그녀가 카니지를 쫓는데에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 순간 카니지를 쫓던 김하나의 앞에 거대한 흙무더기가 덮쳐왔다.
놈이 아쿠아 브레스를 내뿜으며 통로를 봉쇄한 것이다.
한영길은 순간 멈칫하며 카니지를 쫓지 못했고, 김하나는 자신이 지닌 특성 '점멸'을 통해 재빨리 흙무더기를 돌파했다.
"카니지! 네 놈이 어떻게 그 이름을 알고 있는지 답해라!"
하지만 카니지는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땅굴을 파내고 있었다.
추격전이 대력 10분간 지속되었다.
아무 방해도 없었다면 진작에 카니지를 붙잡았겠지만, 놈은 끈임없는 방해공작을 통해 김하나의 속도를 줄였다.
"멈춰! 멈추라고!"
그녀는 알아야만 했다.
어떻게 저 괴물놈이 자신과 오빠를 알고 있는지.
분명 오빠를 먹은 이터놈은 죽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나?
하지만 사냥감을 먹었다고 그 사냥감의 정보마저 알 수 있나?
수많은 의문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그 순간
놈이 위를 향해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지상으로 탈출하려는 것이다.
"놓치지 않아!"
그녀는 카니지를 따라 지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검은 숲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카니지였다.
{김하나}
"네 녀석 어떻게 나를 알고 있지? 게다가 우리 오빠도 어떻게 알고 있는.."
{김진현은 내가 죽였다.}
"....뭐...?"
{김진현은 차가운 동굴바닥에서 죽었다. 남은 것은 카니지뿐이다.}
순간 백묘의 머리 속은 새햐얘졌다.
'놈이...오빠를...?'
그리고 그녀는 카니지의 이죽거리는 얼굴을 보고 나서야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너...너!!! 카니지!!!"
백묘는 검을 뽑아들며 카니지를 향해 도약했다.
카니지도 그에 응하듯 입에 산성 브레스를 머금으며 그녀를 응시했다.
{와라...!}
https://image.novelpia.com/imagebox/77/77dd70a6219bb4596653739918741ec7_7364000_ori.file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주일 조금 넘었네요....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