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화 화마(火魔)의 복수
화마(火魔) 파슈다 공작, 마계 서열 9위.
수많은 고위 마족들은 그와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의 뒤끝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 사건이 있었다.
유제트 후작이란 자가 파슈다 공작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적이 있었다.
다른 고위 마족이었다면 똑같이 모욕을 주는 선에서 끝났겠지만, 파슈다 공작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유제트 후작의 영지를 기습했다.
그날로 유제트 후작과 그 가족은 물론 그의 영지는 개미 한 마리 없는 불모지가 되었다.
그 이후 누구도 파슈다 공작과는 척을 지려하지 않았다.
"하...무언가를 하리라곤 예상했지만...이렇게 바로 올 줄은 몰랐는데"
레이븐 공작은 붉은 게이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붉은 게이트는 마치 지옥의 문처럼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물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몸이 불타오르고 있었으며 하나 같이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화마의 군대다."
레이븐은 차가운 표정으로 붉은 게이트를 바라봤다.
카니지와 멜류시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레이븐을 바라봤다.
{파슈다 공작이? 그 가시드래곤의 주인을 말하는 것인가? 그자가 왜...}
{파슈다 공작이라면...들은 적이 있어.}
"아, 네가 가시드래곤을 죽이고 나서 일이 좀 있었지. 아마 그것 때문에 온 것 같은데.."
그녀는 쥐고 있던 파이프 담배를 한 손으로 으스러뜨리더니 입을 열었다.
"감히...날 우습게 봤다 이거지?"
레이븐은 이를 악물고 파슈다 공작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군대와 함께 도착한 파슈다는 레이븐 앞에 섰다.
붉은 화염의 열기가 숲을 가득 메운다.
"아~ 반갑군 레이븐. 그 공허의 괴물놈도 잘 있고 말일세."
그는 레이븐을 보며 이죽거렸다.
"후...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을까나. 응?"
"아니 뭐...이번에 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셨는데 축하도 할 겸 와봤지. 크킄."
"축하를 한다는 놈이....군대를 이끌고 올까?"
"축하는 축하고....받을 건 받아야지?"
파슈다 공작이 나와 레이븐 공작을 번갈아 봤다.
"네놈의 그 잘난 애완동물이 내게 망신을 줬어. 그리고 난 그날 네년에게 머리까지 숙였지. 내가 가만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나?"
"하! 잘못은 네놈이 해 놓고...추잡하구나 화마."
추잡스런다는 말이 상당히 거슬렸던 것인지 파슈다는 눈을 찌푸리며 일순간 표정이 굳었다.
"추잡하다..?"
그는 레이븐에게 천천히 다가가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당장 엎드려서 내 발을 핥고 용서를 구한다면 오늘 일은 없던 것으로 해주지."
"....? 혹시 지금 뭘 잘못 먹기라도 한 것이냐?"
그가 레이븐의 주위를 돌며 비웃기 시작했다.
"글쎄...환마, 상황 파악이 아직 안됬나 보군."
"....."
"내 군대는 준비되어 있고, 자네는 그렇지 않지."
순수한 힘으로 파슈다와 레이븐이 맞붙게 된다면 5위인 레이븐이 당연히 이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정정당당한 대결이 아니라 전쟁하러 온 것이다.
전쟁에 있어서 승리란 무릇 준비된 자의 것.
파슈다는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고, 레이븐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파슈다 공작은 자신이 승리하리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레이븐, 우리가 하루 이틀 보는 그런 사이가 아니지 않나? 해서 내가 자네에게 기회를 줄까 하네."
"기...회?"
파슈다 공작은 음흉한 눈빛으로 레이븐 공작을 바라봤다.
평소라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 할 말을 하며 그는 이 상황을 즐겼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게 양도하고, 내 노예가 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파슈다 공작은 레이븐이 순순히 자기 말을 따랐다 해도 실컷 갖고 논 다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일 생각이었다.
"자 시간이 없네. 내 인내심이..."
콰앙!
그 순간
레이븐의 보라색 기운이 파슈다 공작을 강타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파슈다는 방어하지 못했고, 보라색 기운에 퉁겨져 나가더니 이내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파슈다 공작, 본녀를 얕봐도 너무 얕봤구나. 오늘 그 어리석음의 대가를 받아 낼 것이다."
그녀는 양손의 보라색 기운을 모이더니 이내 거대한 구가 형성되었다.
온 숲의 까마귀가 날아들며 곳곳에서 레이븐 공작의 분신들이 만들어졌다.
{....레이븐 나도 도와야하나?}
"도와 준다면 저 빌어먹을 화마놈의 시체는 너에게 주겠느니라."
공작의 시체. 그것을 먹는다면 분명 카니지는 강력한 특성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카니지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도와주도록 하지.}
"파슈다의 부하들을 맡도록 하여라. 파슈다는 내가 직접 처리한다."
{나도 돕겠다. 카니지.}
{...스왈로우, 새비지. 너희의 첫 전투다. 무작정 녀석들에게 달려들지 말고, 숨어 있다가 약해 보이는 놈과 다친 놈을 기습해라.}
{네 아빠!}
{나쁜 놈들! 혼내줄 거야!}
땅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파슈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우리를 노려봤다.
"네놈들..죽여 버리겠다!!!"
그러자 화마의 등에서 불타오르는 한 쌍의 날개가 펴지더니 막강한 열기가 터져 나왔다.
퐈아아아아아아아!
그의 주위에 있던 검은 나무들은 뽑혀 나가는 동시에 활활 타올랐다.
순식간에 서늘했던 검은 숲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메워졌다.
갑작스러운 온도변화에 나는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열기다!'
그때 레이븐의 저택에서 수많은 마족들이 쏟아져 나왔다. 뒤이어 저 멀리 숲을 헤치며 상당한 양의 마물들과 그것을 탑승한 마족들이 등장했다.
소란을 느끼고 급히 무장한 채 온 듯했다.
"괜찮으십니까 환마님!"
"저희가 왔습니다 레이븐 공작님!"
갑작스러운 소란에 주위에 있던 마족들이 급히 달려왔으나 그 수는 화마의 군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내 두 아이들을 바라보고는 급히 사념을 전했다.
{스왈로우, 새비지. 너희는 환마의 군대에 맨 뒤에 합류하도록 해. 저 빨간 것들이랑 싸우는 상황은 최대한 피해. 알겠지?}
{알겠어 아빠!}
{걱정하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인 채 재빨리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멜류시오도 거대한 날개를 피며 나를 따라왔다.
위에서 내려다본 화마의 군대는 마치 악마를 형상화한 산불과도 같았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활활 타오르는 겁화만이 남았다.
'단단히 준비한 모양인데...레이븐은 정말 괜찮을까?'
나는 레이븐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레이븐 공작은 파슈다 공작과 일기토를 벌이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화마의 부하들은 그의 주인을 도우려했지만, 레이븐의 분신들이 이를 저지했다.
환마의 보라색 기운은 마치 가시덩굴과도 같이 변하며 일대를 뒤덮었고, 화마의 겁화는 이를 태우며 레이븐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레이븐!!! 네년과 그 빌어먹을 공허의 괴물 녀석은 오늘 여기서 재도 못남긴 채 타 죽어갈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파슈다."
언뜻 보기에는 두 마족간의 힘의 차이는 없어 보이는 듯했지만, 자세히 보면 레이븐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괜한 걱정을 했네.}
나는 화마의 군대를 바라봤다.
지금은 레이븐이 잘 싸우고 있다지만, 끝없이 몰려오는 화마의 군대를 혼자서 전부 처리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따라서 나는 후방에서 화마의 군대를 갉아먹는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
{멜류시오. 우리는 후방을 공격한다. 네 몸정도는 스스로 지킬 수 있겠지?}
멜류시오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어 보였다.
{네 걱정이나 하시지, 카니지.}
{멜류시오. 우리가 일 전에 끝을 보지 못했었지? 이참에 그 끝을 맺어볼까?}
{호오...어떤 식으로 말이지?}
{레이븐과 파슈다의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 누가 더 많이 화마의 부하들을 죽였는지 내기하는 거다.}
{나쁘지 않군. 그럼 바로..}
나는 멜류시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적지로 재빨리 날아갔다.
{이익...비겁한!}
멜류시오도 급히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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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모였는지 확인해 봐."
"알겠습니다. 협회장님!"
마계 던전 게이트 앞 수많은 헌터와 그들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 마계 던전을 어디까지 공략하실 생각이십니까?!"
"대한민국 최대 최악의 던전 마계를 다시 공략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수없이 많은 질문과 셔터소리가 들려온다.
대한민국 헌터 협회 협회장 한영길.
그는 오늘 마계던전으로 들어간 이터 '카니지'를 생포하기 위해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강력한 헌터들을 불러 모았다.
대한민국 4대 길드 강철방패, 황금사자, 붉은깃발, 십이신장에 속한 높은 등급의 헌터들과 해외의 유명한 길드들 또한 참여했다.
무엇보다 한영길을 놀라게 한 것은 미국의 S등급 헌터 '제인'.
그녀가 합류했다.
제인은 미국의 단둘 뿐인 S등급 헌터 중 하나로, 마법에 특화된 헌터이다.
그녀가 구사하는 마법은 그야말로 신의 권능과도 같다. 그야말로 '전지전능'
단 한 번도 던전토벌을 실패한 적이 없다.
'제인이 합류했다면 일이 쉽게 풀리겠군.'
한영길은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끝날 것 같다는 생각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이런 최상급 인력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최상급의 보수가 필요하다는 것.
헌터 협회 한영길이 이런 쟁쟁한 길드의 헌터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수로 건 것은 무려 지성이 있고 말을 할 수 있는 이터 '카니지'에 대한 공동 실험 권리와 마계 몬스터의 마정석이었다.
마계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그 등급에 따라 상당한 가치의 마정석을 지니고 있다.
카니지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필시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벌어질 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마정석들을 한영길은 양도하기로 한 것이다.
마정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한영길은 추가적으로 인간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지성을 가진 이터 '카니지'에 대한 소유권을 보상으로 제시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정보가 부족한 몬스터이기도 한 이터가 말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돈으로 그 가치를 메길 수가 없었다.
생포에 성공하여 순조롭게 실험단계까지 거칠 수 있다면 인류는 던전 정복에 한 걸음 더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터가 가진 '특성흡수'를 어떻게든 인간의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헌터계의 혁명이 되리라.
"후우...이 지옥에 다시 발을 들이밀 줄이야."
그는 복잡한 심경을 가진 채 거대한 마계 게이트를 바라봤다.
"협회장님! 인원확인을 끝마쳤습니다.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그는 뒤를 돌아 정렬해 있는 헌터들을 바라봤다.
대략 50명.
2명의 S등급 헌터들을 제외하고 모두 A등급 헌터들로 구성된 최정예였다.
그는 이번 마계던전 토벌의 목적을 강조하며 마계 던전에 들어간 후의 행동요령 및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설명을 마친 한영길은 출발 명령과 함께 던전을 진입하며 지난번 마계던전의 경험을 떠올렸다.
마계 던전의 초입에 위치한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검은 숲과 수많은 마족과 언데드계열 몬스터들.
그리고 숲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모습을 한 강력한 마족.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힘을 느낀 한영길은 더 이상의 전진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었다.
'그때는 나 혼자였지만 지금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싸워볼 만 하겠지'
던전 초입을 지나 마계로 진입하자마자 그가 본 것은 불타고 있는 검은 숲과 거대한 두 괴수, 그리고 전투 중인 수많은 마물들이었다.
스산하고 쌀쌀한 기운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맹렬한 화염과 막강한 열기가 헌터일행을 덮는다.
"..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도 차이 나는 환경에 순간 그는 자신이 다른 던전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들어온 헌터들도 이 상황이 크게 당황스러웠는지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어...던전에 들어오기 전 설명들은 것이랑은 너무 다른 데요..?"
"뭐..뭐야 여기..."
그리고 한영길을 포함한 다수의 헌터들은 거대한 괴수와 눈이 마주쳤다.
"...인ㄱㅏㄴ..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모전이 끝났네요. 비록 본선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연중하거나 그러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연재 요일이나 플러스 신청 관련해서 조금 바빠질 것 같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