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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27화 (27/35)
  • 제 27화 여동생은 오빠의 흔적을 쫓는다.

    콰직 콰직 으직 으지직

    가죽이 찢어지고 내장이 줄줄 흐르며 늘어진다.

    카니지의 양손에는 고깃 덩어리가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가죽과 살점이 눌러붙었다.

    '아...저번 검은촉수 먹을 때도 그랬지만 흙이 너무 많이 들어 있는데..'

    흙과 돌에 파묻혀서 죽은 검은촉수, 땅속을 다니는 데저트 웜.

    이들을 먹을 때 카니지는 모래알이 씹히고 흙맛이 느껴졌을 때 나름 불쾌함을 느꼈었다.

    '맛은 살짝 새우맛이 나는데...거의 아무맛도 안난다고 봐도 되겠는걸.'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데저트웜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 카니지의 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데저트 웜, 듄'을 포식했습니다.

    특성 '두꺼운 가죽'을 흡수합니다.

    특성 '땅굴 발톱'을 흡수합니다.

    특성 '거대한 몸'을 흡수합니다. 준성체 성장률 42%]

    그러자 그 어느 때보다 내 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내 몸의 부피가 커지고 꼬리에 붙은 수많은 가시들의 모습도 살짝 변화되어 땅속을 빠르게 다닐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무엇보다도 특성 '거대한 몸'으로 인해 여태껏 그 어느 때보다도 몸이 커졌다.

    '잠깐....너무 커졌는데....상태를 확인해 볼까'

    [준성체 성장률 42%, 뛰어난 사냥꾼이 된 이터 '카니지'

    보유중인 특성: 검은 촉수, 거대한 몸, 끈적한 점액체, 두꺼운 가죽, 독니, 땅굴 발톱, 사냥꾼의 감각,맹독, 신체 강화, 야간 시야,박쥐 날개,날카로운 공격성 외피,끈질긴 생명력, 뛰어난 근육, 가시 꼬리,성대 85%, 질병의 온상,포식, 촉수 결합 재생능력,발사형 가시, 분사형 기관, 브레스, 불의 힘, 산성, 바람의 힘, 물의 힘, 용신 각성, 강력한 턱, 푸른 화염, 날카로운 발톱, 신체 변환

    체장: 45m 98cm, 체고: 5m 11cm

    특성 '두꺼운 가죽': 가죽을 두껍게 만들어 몸을 부풀립니다. 이 두꺼운 가죽으로 인해 웬만한 공격으로는 당신에게 피해를 주지 못할 것입니다.

    특성 '땅굴 발톱': 땅속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몸을 변화시킵니다.

    특성 '거대한 몸': 체급은 예로부터 전투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거대한 몸 특성은 당신을 상대하는 이들에게 위압감을 느끼게 할 만큼 당신의 몸을 거대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는 새로이 얻은 특성과 변화된 내 몸을 바라봤다.

    '굉장하잖아....'

    나는 엄청나게 커진 내 몸을 보며 생각했다.

    '원래도 컸었는데...이제는 어디 가서 크기로 꿀리는 일은 없겠어.'

    이제는 정말 몸길이가 아파트 하나쯤은 되었다.

    '이 모습으로 던전 밖으로 나가면...정말 사람들이 까무러치겠는데?'

    카니지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피어올랐다.

    나는 내 모습을 보고 공포에 떨며 공황 상태에 빠지는 인간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잔혹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진짜...재미있겠는데.'

    처음부터 카니지가 이렇게 잔혹한 성정은 아니었다.

    처음 이터의 유체가 되었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힘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는 공허의 괴물인 이터에 가깝게 변하고 있었다.

    나는 주변의 관중들을 둘러보았다.

    내 거대해진 몸을 보고 관중들은 눈을 크게 뜨며 술렁거렸다.

    "순식간에 덩치가 커지다니....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진화하는 것은 난생처음봐."

    "굉장하군...."

    나를 우러러보는 시선이, 나를 경외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이게 내 위치고, 이게 내 힘이다!'

    나는 점차 세상에 내 힘을. 내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우리로 돌아갔다.

    점점 과분한 힘에 자신이 잡아먹히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

    .

    .

    백묘, 김하나. 그녀는 지금 한적한 골목길에 팔짱을 낀 채 등을 기대며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의 이름은 박진철, 오빠가 죽었던 당시 함께 던전을 공략했던 토벌대의 리더였다.

    십이신장 길드의 정보특작부에 의뢰해서 오빠와 함께 던전을 토벌했던 인원들의 거주지와 생활 패턴을 전부 건네받았다.

    B등급 헌터 박진철, B등급 헌터 유진하, C등급 헌터 이준, C등급 헌터 김혜린.

    유진하는 그때 당시보다 한 등급 높아졌고 나머지 인원은 그대로 였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강철방패 길드원이라는 것.

    '강철방패....'

    그녀는 자기 오빠를 죽음으로 내몰고 사건을 은폐한 길드의 이름을 되새기며 입술을 짓씹었다.

    '용서하지 않겠다.....'

    그렇게 분노를 삭이는 순간 저 멀리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김하나는 하얀 토끼 가면을 쓴 채 그가 자기 앞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터벅터벅 터벅

    김하나는 조용히 그를 쳐다 봤다.

    피곤에 찌들은 얼굴은 일에 지쳐 퇴근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닮기도 하였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굳센 성격이 잘 드러나 있었고,

    절도 있는 걸음걸이는 그가 오랜 기간 꾸준히 수련을 해왔음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도 옷밖으로 드러난 그의 다부진 몸은 그가 숙련된 헌터라는 것을 짐작게 했다.

    '상당히 숙련된 자야. 오랜 시간 헌터 생활했다는 게 느껴져.'

    A등급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하나일지라도 박진철이 헌터로서 노력한 시간과 사선을 넘나들며 경험한 노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받은 등급은 D등급 상위권. 노력만으로 두 개의 등급을 올리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용케도 해냈네.'

    무엇보다 B급 헌터임데도 그 많은 사냥을 경험하고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헌터로서 그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각에 잠긴 사이 어느새 박진철은 김하나의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박진철 48세 아내는 김미경 45세 아들 하나에 딸 하나."

    김하나를 지나가던 박진철은 눈을 부릅뜨며 하얀 코트와 하얀 가면을 쓴 그녀를 바라봤다.

    "무...무슨..."

    "두 달 전 C등급 던전에서 본인을 포함하여 5명의 인원과 함께 토벌하였지만 실패하고 복귀, 그 과정에서 E등급 헌터 사망."

    박진철은 순식간에 많은 정보들을 읊어대며 자신을 바라보는 하얀 여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넌 누구냐"

    박진철이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백묘 김하나는 품속에서 빠른 속도로 검을 빼내어 그의 목을 겨눴다.

    섬광과도 같은 속도에 박진철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자..잠깐..원하는 게 뭐지? 이러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그녀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터에게 죽었던 E등급 헌터를...기억하고 있나?"

    박진철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입을 열었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분명히 왜소한 체격을 가진 사내였지...근데 그것을 왜 묻는 거지?"

    처억

    김하나는 칼을 더욱 들이밀어 그를 위협했다.

    "질문은 내가한다. 너는 그저 대답만 하면 돼."

    "....알겠네..."

    박진철을 침음을 흘리며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다.

    엄청난 속도와 직접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 그는 이 여자가 A등급 헌터임을 알아차렸다.

    "우선..네가 기억하고 있다는...E등급 헌터의 이름은 알고 있나?"

    "그...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이름도 기억 못 하나? 그 사람은 너에게 딱 그 정도의 존재였나보군. 맞나?"

    "...잠시 시간을 주게. 떠올려 보겠네."

    "아니. 그 정도면 되었다. 너희에게 있어서 그 남자는 그저 쓰다버릴 도구에 불과했겠지."

    그녀가 칼을 고쳐잡으며 그를 베어내려고 하자,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했다.

    '이 여자가 어째서 내게 그 E등급 헌터에 대해서 묻는 거지? 혹시 지인인가?'

    그는 여러 생각하며 한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이 여자에게 있어서 그 E등급 헌터는 꽤 소중한 존재였다. 그를 죽게 내버려 둔 나에게 복수하러 온 거다!'

    생각을 마친 그는 급히 큰 소리로 말했다.

    "미..미안 하다고는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무려  A등급 몬스터였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

    그의 목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던 검은 그의 바로 턱 밑에서 멈춰 섰다.

    주르륵

    검에 살짝 베인 박진철의 목에서 붉은 혈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허억..허억...허억"

    그는 자신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생각하자 숨을 몰아쉬며 몸을 떨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래...우리가 데리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제외하고 모두 말했다.

    '토벌대원 중 한 명이 그를 이터에게 밀어냈다고는 말할 순 없어.'

    만약 이 사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분명 자신을 포함해서 그때 토벌에 참가했던 모든 헌터들을 찾아 죽이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안하다는 놈이...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하나?"

    "....들어 보게."

    박진철은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어떻게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었네."

    ".........."

    "우리는 당연히 C등급 던전이라고 보고 받고 진입한 거니까...근데 A등급 몬스터가 나오리라곤 전혀 몰랐어."

    "......."

    "그리고 난 던전으로부터 나오고 나서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상부에 보고했지만, 길드 간부들은 그저 은폐하기에 급급했네. 당신의 분노는 말단이었던 우리가 아니라 모든 사건의 시초인 강철방패의 간부들을 향해야 하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럼...어째서...?"

    "글쎄...심술이 났을 뿐이다."

    "...무슨..?!"

    그녀는 검을 고쳐잡아 그의 목을 손잡이로 가격했다.

    털썩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진 박진철을 내려다보는 김하나.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도 알고 있어...너희는 잘못한 게 없다는 걸..."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도...우리 오빠가 아니라 너희들이 대신 죽어줬으면...!"

    말도 안 되는 억지라는 것쯤은 안다.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분노와 고통으로 이성이 반쯤 마비된 김하나에게는 정상적인 사고판단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녀는 조금씩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자기 오빠 김진현이 느꼈을 고통을 떠올렸다.

    동료들에게 버림받고 무서운 괴물에게 잡아먹히며 공포에 떨었을 모습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이런 생각은 그만두자."

    그녀는 마음을 미처 진정시키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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