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26화 (26/35)

제 26화 공허의 괴물을 집어삼킨 데저트 웜, 듄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데저트웜이 지나가는 자리는 지축이 솟아나며 땅이 갈라진다.

이곳은 사막이 아니기에 놈의 속도가 비교적 느려보였다.

'원래의 데저트웜이라면 이것보다 훨씬 빠를텐데 말이지.'

나는 서둘러 날개를 펴 지면에서 떠올라 잔뜩 긴장한 채 땅속 숨은 녀석을 주시했다.

놈은 잠시 내가 있던 곳의 주변을 맴돌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온다.'

나는 입에 산성 액을 머금었다.

그 순간

데저트웜 듄이 하늘에 있는 나를 낚아채기 위해 지면으로 솟아났다.

콰아아앙!

그 거대한 덩치가 모습을 드러내자, 지면이 박살 나며 경기장 바닥의 파편들이 이리저리 튀었다.

녀석의 크고 둥근 입에는 무수히 작고 뾰족한 이빨들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마치 하나의 빨판처럼 생기기도 하였다.

나는 재빨리 더 멀리 날아오르며 놈에게 산성 브레스를 내뿜었다.

퐈아아아아아아

데저트웜 듄은 내 산성액 브레스를 직격으로 맞은 탓에 입이 녹아내렸지만 멈추지 않고 내게 달려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몸과 입을 가지고 있군. 한번 삼켜지면 꽤 골치 아프겠는데.'

끝없이 솟아오르는 데저트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크다고?'

데저트웜은 보통 나이가 들 수록 크기가 크다.

그들은 죽기 전까지 커지며, 수명 또한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녀석은 꽤 오래 산 놈이겠군.'

데저트웜 듄의 크기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카니지마저 작게 보일 정도로 거대했다.

나는 더 이상 날아오르는 것을 그만두고 듄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아!

나는 내 팔에 달린 거대한 톱낫을 놈에게 겨누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놈의 몸 옆에 붙는 거다! 잘못 떨어졌다가는 그대로 입속으로 처박히는 거야!'

슈우우우우우웅

듄의 굼뜬 몸은 내가 다가가는 것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로 나는 놈의 몸의 옆에 붙게 되었다.

'반으로 갈라내주마!'

푹! 푹!

나는 녀석에 몸에 한 쌍의 톱 낫을 박아넣고는 그대로 녀석의 몸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윽

녀석의 몸은 내 톱낫을 따라 그대로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

녀석도 자기 몸이 베여나가는 것을 느꼈는지 둔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점점 몸이 기울어져 갔다.

그렇게 경기장 바닥까지 놈의 몸을 베어 가며 내려갔지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째 베는 감각이 이상한데?'

분명 데저트웜의 몸을 찢으면서 내려오고 있긴 하지만...무언가 깊숙이 안까지 파고드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설마...내 톱낫으로는 녀석의 가죽을 온전히 뚫을 수 없는 건가....?'

내가 녀석의 몸을 가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얇게 베인 자국이 있었지만 체액이 나오진 않았다.

'젠장! 녀석의 몸을 완벽하게 가를 순 없었나...?'

현재 카니지의 톱낫은 길이가 대략 2m 가까이 되는 굉장히 긴 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의 톱낫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것은 녀석의 가죽이 엄청나게 두껍다는 뜻이다.

'이런....이렇게까지 두꺼울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거대한 몸을 땅굴로 들이미는 듄을 바라봤다.

'그래...놈은 땅굴로만 이동할 거야. 그곳을 산성액으로 가득 메우면 놈이 이동할 때마다 피해를 입겠지.'

카니지는 듄이 들어간 땅굴로 서둘러 향했다.

이내 입에 산성 액을 머금고, 땅굴을 향해 뿜어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땅굴을 산성액으로 가득 메우려하는 순간 놈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

'하긴, 자기 집을 망치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다시 날개를 펴 하늘로 올랐다.

콰앙!

놈이 고개를 들이밀다가 하늘로 올라간 나를 보고 다시 땅굴로 숨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자 다시 산성 액을 넣어볼까'

나는 놈의 머리가 땅속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다시 구덩이에 산성 액을 뿜어냈다.

콰아아아아아아!

이렇게 하늘로 피하고 놈이 자리를 뜨면 다시 산성 액을 구덩이에 넣는 것을 반복하자 놈의 구덩이는 어느새 노란빛과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자 녀석이 땅굴을 이동할 때마다 무언가가 녹는 소리와 물이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놈이 집처럼 드나들던 땅굴은 산성액으로 가득 찼지...이제부터는 조심해서 이동해야 할 거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경기작 바닥 아래에서 놈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땅굴을 가득 메운 산성액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듯했다.

'좋아...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내가 이긴다.'

데저트웜은 먹이를 낚아챌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지하에만 있는다. 절대 지상으로 다니는 법이 없다.

이는 외부로부터 쉽게 데저트웜을 공격할 수 없게 만들고, 데저트웜이 일방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게끔 해준다.

하지만 여기서 그 데저트웜의 가장 중요한 지하를 산성액으로 가득 메운다면 어떻게 될까?

놈은 이동할 때, 가만히 매복할 때 모든 순간에서 피해를 입는다. 그러니 지상으로 나와 이동해야만 하는데....

이렇게 덩치가 큰 데저트웜의 경우 그 이동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강점이었던 거대한 몸과 입은 순식간에 짐 덩이로 전락하는 것이다.

'자 이제 어쩔테냐....지하는 산성액으로 가득 찼고, 지상은 네놈에게 매우 불리할 테지.'

나는 비릿하게 웃어 보이며 발버둥 치는 듄을 바라봤다.

하지만 승리를 확신한 탓에 너무 방심한 것일까, 나는 어느새 지상과 너무 가까이 날고 있었다.

듄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땅에서 솟아 나와 나를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콰아아아앙!

지면을 박살 내면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탓에 나는 당황하여 제대로 된 대응하지 못했다.

크르르르륵?

나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지만 내 한쪽 날개는 그대로 녀석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뚜둑

날개 한쪽이 그대로 잘려 나가 녀석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크르르륵!

'제기랄! 방심했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땅에 떨어진 나는 서둘러 녀석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브레스로 맞대응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시간을 끌면서 놈이 다 녹을 때까지 도망다녀야 하나?'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듄은 이런 나를 기다려 주지 않겠다는 듯 다시 땅굴로 들어가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놈은 내가 날개를 잃어서 하늘로 날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렇다면 놈은 지금...뭘 하는 거지?'

지금 당장 내게 달려와도 모자랄판에 땅속으로 들어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니....놈의 전략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듄이 땅속으로 들어간지 대략 1분 정도가 지나자 놈을 중심으로 거대한 모래지옥이 형성되었다.

잠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리둥절해하던 나는 이내 상황을 이해하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녀석은 이 일대를 모두 집어삼킬 생각이다!'

쿠구구구구구

경기장 지축이 흔들리면서 점점 놈의 거대한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경기장의 흙이 빠른 속도로 놈의 입속으로 들어가자 나도 덩달아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든 모래지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밖으로 재빨리 이동하려 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안 돼....녀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서둘러 녀석의 쩍 벌어진 아가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결판을 짓는다.'

나는 입속에 산성 액을 가득 머금었다.

'푸른 화염을 쓸 수도 있겠지만....그건 마지막 수단이야.'

푸른 화염의 브레스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압도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엄청난 열기로 인해 카니지도 큰 피해를 입을 뿐 더러, 그 후유증으로 인해 당분간은 제대로 된 브레스를 뿜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푸른 화염은 마지막 수단이야. 지금 내가 준비하는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면....그때 사용하는 거다.'

나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나는 거대한 모래지옥으로 빨려 들어간다.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아귀도의 악마가 현신한 듯한 모습은 아무리 카니지라도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몸이 녀석의 블랙홀 같은 입에 가까이 갔을 때 나는 모아두었던 산성액 브레스를 녀석의 입을 향해 내뿜었다.

퐈아아아아아아

나는 농축된 산성 액을 녀석의 입속으로 뿜어냈다.

쿠구구구구구

'제기랄...놈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녀석의 엄청난 흡입력에 놈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슈우우우우우

수많은 흙과 돌들이 부딪치며 듄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너무 어두운데.'

어떻게든 놈의 몸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생각하던 찰나

치이이이이익

어떤 액체에 닿자 내 몸이 녹고 있었다.

'이건...!'

소화액

놈의 투명하면서도 끈적한 소화액이 내 몸을 녹이고 있었다.

'제기랄! 빨리 나가야 한다!'

나는 놈의 몸속에서 산성액 브레스를 뿜었지만, 별다른 위력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그 산성액들이 튀면서 내가 피해를 입고 있었다.

'안 돼....이곳에서 브레스를 뿜었다간 나까지 피해를 보는다.'

여기서 푸른화염을 썼다간 나까지 덩달아 녹아내릴 것이 분명했다.

'용신각성을 써야 하나...? 하지만 그건 결승전에서 쓸 계획이었는데....'

그 순간 머리를 싸매고 있는 내게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초록색 액체가 듄의 가죽을 뚫고 졸졸 새고 있었다.

그것은 녀석이 땅굴을 지나갈 때 얇게 산성액이 녹아버린 듄의 가죽을 뚫고 들어온 것이었다.

'됐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내 몸의 가시를 장전했다.

'전 경기에서 얻은 가시드래곤의 특성을 좀 사용해볼까?'

그리고 내 몸이 휩쓸려 그 산성액이 새는 부위와 가까워지자 재빨리 수많은 가시를 발사했다.

파바바바바바바

날카로운 가시들이 녀석에게 박히자 나는 재빨리 그곳에 손을 뻗었다.

내 손에서는 수많은 검은촉수들이 뿜어져 나와 그 가시들을 붙잡았다.

'자! 드가자!!'

촉수를 잡아당기자 내 몸은 얇은 가죽 부위로 날아갔다.

쐐애애애애애액

나는 내 팔에 달린 톱낫을 얇은 가죽에 박아 넣었다,

푹! 푹!

그리고 양팔을 벌려 놈의 가죽을 찢으며 밖으로 나왔다.

부우우우욱

쿠우우우우우우우!

데저트웜의 고통이 담긴 신음이 들려왔다.

내 몸은 놈의 소화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으며 몸이 점점 녹아내리다가 회복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놈의 몸에서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거대한 땅굴 안이었다.

'산성액으로 가득 찼군...'

내가 놈의 땅굴에다 수없이 많은 산성 액을 뿜은 탓에 그야말로 이놈의 땅굴은 산성액으로 침수된 상태였다.

'이런...이제는 내가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은데?'

놈을 갉아먹게 하기 위해 뿜어낸 산성액이 내 탈출을 방해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그냥 강행 돌파하는 수밖에...'

나는 재빨리 지상으로 향하는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바바바

산성액체에 잠긴상태라 그런지 손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치이이이익

'크으윽! 빨리 나가야돼! 이러다간 몸이 그대로 분해되겠어!'

나는 몸이 빠르게 녹아내리는 와중에 쉬지 않고 땅굴을 파냈다.

극심한 고통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나는 쉬지 않고 땅을 파냈다.

'크으으윽! 절대..절대 멈춰서는 안 돼! 멈추는 순간 끝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나는 경기장 바닥을 뚫고 지상으로 나왔다.

키아아!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금까지 내가 팠던 땅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무언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언뜻 보였다.

'데저트웜 듄이 움직이고 있다....하지만 그것도 이젠 오래가지 못할 테지.'

놈은 지금 몸에 바람구멍이 난 채로 산성액으로 가득 찬 땅굴을 돌아다니고 있다.

곧 놈의 몸은 산성액으로 가득 차서 바깥쪽과 안쪽이 동시에 녹아내려 죽어 나갈 것이다.

확실히 놈의 이동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계속해서 고통에 젖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쿠우우우우우우!

직감적으로 놈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어느새 회복된 날개를 펼치며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이번엔 자만하지 않고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끊임없이 움직이던 데저트웜의 활동이 어느 순간 멈췄다.

나는 감각 향상을 통해 기감을 펼쳐 데저트웜을 살펴봤다.

확실히 놈의 마력은 느껴지지만 살아 있는 놈의 것이 아니었다.

'끝이군.'

나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놈이 자주 드나들던 땅굴을 바라봤다.

'여기서 직접 들어가서 놈을 끄집어내는 건 비효율적이야.'

판단을 마친 나는 양손에서 수많은 촉수들을 뽑아내어 땅굴 속에 집어넣었다.

촉수는 녹아내리고 재생되는 것을 반복하며 형태를 유지했다.

그러자 촉수 끝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제 끌어당기면 되겠군.'

나는 듄을 옭아매며 천천히 끄집어 올렸다.

촤아아아아....

놈의 거대한 몸집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놈을 전부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자 그 모습은 처참했다.

몸을 보호해주던 두꺼운 가죽은 녹아내려 흐물흐물거리고 있었으며, 내가 뚫고 나온 부위는 상처가 더욱 벌어져 놈의 내장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끔찍한데....'

조금만 더 늦게 꺼냈다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려 그저 노란 고깃덩어리가 되었으리라.

이 상황을 지켜보던 진행자는 경기가 끝났음을 알아차리고 손을 들며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엄청납니다!!! 이번에도 뛰어난 전략으로 상대를 완벽하게 공략한 공허의 괴물!!!! 카니지의 승리입니다!!"

그렇게 마지막 준결승전이 끝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킹고래님 50코인 후원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