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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25화 (25/35)
  • 제 25화 죽음을 내뿜는 블랙드래곤 멜류시오

    레이븐 공작은 카니지가 앞으로 붙게 될 몬스터들을 미리 확인하고 있었다.

    "다음 경기에서 카니지는 데저트 웜과 붙게 되겠군.

    데저트웜은 막강한 몬스터이긴 하지만 지금 카니지의 힘이라면 충분히 싸워볼 만한 상대였다.

    놈은 비대하고 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힘과 덩치로 적을 제압한 후 거대한 입으로 한입에 삼켜 버리는 타입의 몬스터였다.

    하지만 놈은 힘에 비해 지능이 비교적 낮았으며, 원거리나 특수 기술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적은 카니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데저트 웜을 이기고 나서 붙게 될 녀석.

    그녀는 대진표를 보고는 침음을 흘렸다.

    악룡 아지다하카의 후손인 블랙 드래곤 멜류시오.

    아직 이 몬스터가 결승으로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히 이놈이 카니지의 결승 상대가 될 것이다.'

    문득 그녀는 작년 대회 결승전에서 잔인하게 적을 죽이던 멜류시오의 모습을 떠울렸다

    압도적인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다양한 공격이 가능한 파괴적인 기술을 보유한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과연...카니지가 이 녀석을 이길 수 있을지..."

    그녀는 초조한 눈빛으로 그저 대진표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

    .

    그렇게 날이 밝았고, 준결승전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다행히 몸은 다 나았고"

    카니지는 자기 몸 상태를 확인하였다.

    수많은 가시로 인해 송장처럼 구멍이 뚫려 있던 몸은 어느새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비늘과 외피로 회복되어 있었다.

    "좋아... 오늘도 최상의 컨디션이다."

    그렇게 잠깐 기다리자 밖에서 진행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자~! 어느덧 준결승전이 되었습니다! 쟁쟁한 우승 후보들만이 남았는데요! 지금부터는 정말 최고의, 최상의 경기가 펼쳐질 것입니다!"

    나는 감각을 향상시켜 밖에서 철창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시작이군.'

    "그럼 지금 바로 오늘의 첫 번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

    .

    .

    레이븐은 대진표를 확인하며 오늘 첫 번째 경기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흐음...이 둘이로군."

    검은 용과 거대한 바위 몬스터의 싸움.

    검은 용, 블랙 드래곤 멜류시오는 작년의 우승을 한 몬스터였기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바위 몬스터는 올해 경기에서 처음 보는 몬스터였다.

    처음 그 바위 몬스터를 보았을 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저런 몬스터가 있었다니...'

    나중에 진행자의 의해 알게 되었지만, 원래는 거대한 바위 무더기였던 것을 어떤 흑마법사가 악의가 깃든 원혼을 불어넣음으로써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후 그 몬스터의 경기는 단조로웠지만 강렬했다.

    그 어떤 마물도 그 바위 몬스터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지 못한 것이다.

    날카로운 손톱도, 딱딱한 주먹도, 둔탁한 꼬리도 그 어떤 공격도 그 바위 몬스터를 상대로 제대로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그야말로 금강불괴.

    그런 압도적인 맷집을 자랑하는 몬스터의 상대는 반대로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적을 무참히 짓밟는 블랙 드래곤.

    마치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의 대결을 보는 듯했다.

    때문에 관중들은 벌써 내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멜류시오가 이긴다에 금화 다섯 개을 걸겠네."

    "어허! 이 양반아 그 돌덩이의 방어력을 못 봤나? 나는 10개를 그 바위놈이 이긴다에 걸겠네."

    그렇게 도박으로 열띤 관중들을 집중시킨 건 진행자의 외침이었다.

    "자! 시간이 되었으니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두 몬스터가 경기장에 입장할 때 설명이 이어졌다.

    "작년 대회의 우승을 거머쥔 대공 바알의 블랙 드래곤, 멜류시오!"

    "이어서 남작 타툰의 떠오르는 우승후보 바위 몬스터, 굴락!"

    와아아아아아아!

    환호가 이어지고 두 몬스터는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했다.

    팽팽한 긴장감을 뚫고 먼저 공격에 나선 건 바위 몬스터 굴락이었다.

    우오오오오!

    쿵 쿵 쿵 쿵 쿵 쿵

    우렁찬 포효소리와 진동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멜류시오는 날개를 펴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굴락은 갑자기 돌진을 멈추고 경기장 바닥에 주먹을 내리쳤다.

    콰앙!

    순식간에 경기장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굴락은 갈라진 틈에 손을 비집고 파편을 들어 올렸다.

    우오오오오오!

    굴락이 멜류시오를 향해 쪼개진 지면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멜류시오는 그런 투사체를 꼬리로 쳐 내며 부쉈다.

    하지만 그렇게 꼬리로 쳐 내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너무나 많은 돌덩이들이 날아와 공격하니, 멜류시오도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돌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날아오른 멜류시오가 뜨거운 열기를 입에 머금었다.

    멜류시오의 공격을 눈치챘는지 굴락은 몸을 움츠리며 방어에 전념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붉은 화염이 맹렬한 기세로 굴락을 뒤덮었다.

    그렇게 대략 5분간 지속된 브레스는 주변을 연기로 가득 메웠다.

    슈우우우우우

    연기가 걷치고 보인 굴락의 모습은 놀라웠다.

    조금 데워지긴 했지만, 그 외에는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멜류시오는 태양을 등진 채 멀쩡한 굴락을 바라보며 이번엔 입에 검은 무언가를 머금기 시작했다.

    슈오오오오오

    끔찍하고도 불쾌한 기운이 블랙 드래곤의 입에 맴돌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것은!"

    "사기(死氣)다! 놈이 입에 죽음의 기운을 모으고 있어!"

    "벌써 놈이 '그 브레스'를 뿜으려는 거다!"

    그렇게 충분히 사기를 모은 멜류시오는 굴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

    검은 브레스가 굴락을 완전히 뒤덮었고, 그 여파로 주변의 칠흑빛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렇게 잠깐뿐이지만 농축된 죽음이 서린 기운을 뒤집어쓴 굴락.

    그의 투지로 가득 찬 눈은 흐리멍덩해지고 몸이 축 늘어지더니 이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끼이이이...쿵!!

    그리고 멜류시오는 굴락에게 다가가더니 생명을 잃어 그저 단순한 바위로 변해 버린 굴락을 짓밟았다.

    꾸구구구구...콰광!

    거대한 바위를 짓이기자 돌조각이 여기저기 터져 나가며, 남은 몸뚱이들이 모래로 변하기 시작했다.

    파사사사사..

    그 어떤 공격이라도 막아 내며 굳건히 버텨 내던 절대 방어를 보유하고 있던 굴락은 한순간에 쓰러지고 말았다.

    압도적인 격차로 승리를 거머쥔 멜류시오는 고요한 눈빛으로 모래로 변해 버린 굴락을 바라봤다.

    진행자는 너무 빨리 경기가 끝나버린 탓에 크게 당황했다.

    "어..어..예!. 블..블랙 드래곤 멜류시오가...압도적인 격차로 굴락을 이겨 냈습니다!"

    레이븐은 눈을 크게 뜨며 멜류시오를 바라봤다.

    "마..말도 안 돼...작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년 경기에서 멜류시오가 막강한 상대들을 쓰러뜨리며 우승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이 차이는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에 사용한 죽음의 브레스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상대방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지 않은가?

    "그새...이만큼이나 성장한 건가..?"

    '카니지가...이길 수 있을까?'

    아무리 끝없이 진화하는 공허의 괴물이 강하다지만 이 블랙 드래곤을 상대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

    .

    .

    .

    .

    우리 밖에서 경기가 끝났다는 진행자의 말이 들려왔다.

    '이제 내 차례군...'

    사육사가 대기실로 안내하고 나는 그곳에서 기다렸다.

    '이번엔 어떤 녀석이랑 붙게 될지 정말 기대되는군...'

    지금까지 이 경기장에서 카니지는 피가 끓는 전투를 해 왔다.

    물론 죽을 뻔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난 후 카니지는 그런 목숨이 오가는 치열한 전투에 어느새 흠뻑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위험한 순간에서 반격했을 때, 자기 전략으로 상대를 이겨 냈을 때 그 느낌을 카니지는 잊을 수 없었다.

    '어서...어서 싸우고 싶다!!'

    그는 전투의 열광으로 인해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진행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자! 다음 경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두 몬스터 전부 다른 몬스터에 비해 비교적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기에 꽤 보는 맛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가 내 반대편 우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거대한 입과 압도적인 덩치로 적을 무참히 짓밟는 사마(沙魔) 미네르바 공작의 데저트웜, 듄!"

    그러자 저 멀리 철창이 열리고 거대한 무언가가 땅속으로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워낙 큰 덩치의 몬스터가 땅속으로 들어가서인지 거대한 싱크홀 같은 땅굴이 생겨났다.

    쿠구구구구구구

    "다음으로 뛰어난 전략과 다양한 전술로 적을 치밀하게 공략하는 환마 레이븐 공작의 공허의 괴물, 카니지!"

    그리고 나는 입구를 손으로 짚으며 경기장에 입장했다.

    우선 나는데저트웜 듄을 파악하기 위해 기감을 펼쳤다.

    녀석은 현재 땅속에 있었기에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그 크기는 나보다 거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싸움이 시작되면 곧바로 하늘로 올라간다. 데저트웜을 지상에서 싸우는 건 미친짓이니까.'

    데저트웜은 사막의 공포라 불리는 몬스터였다.

    아무리 높은 등급의 헌터라도 땅속에 숨은 데저트웜을 지상에서 싸우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이 데저트웜은 같은 개체중에서도 특출나게 뛰어난 놈일 것이다. 결코 지상에서 놈과 싸워서는 안 돼.'

    그렇게 전략을 구상하는 사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진행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두 괴수의 싸움이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덤벼라! 데저트웜 듄!'

    나는 녀석을 향해 울부짖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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