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20화 (20/35)

제 20화 나는 경기장에 입장했다.

대한민국 4대 길드인 십이신장.

그들은 12간부 체재를 통해 중요한 사안이나 길드의 방향성을 결정할 때 원탁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는 했다.

녹자, 청축, 홍인, 백묘, 적진, 백사, 청오, 벽미, 흑신, 황유, 금술, 청해,

또한 그들은 총 3명씩 한 팀으로 총 4개의 부서를 맡고 있었다.

녹자, 백묘, 흑신은 기습과 암살에 특화된 암살부

청축, 홍인, 청오는 전투에 있어 전사와 탱커에 속한 헌터들을 다루는 전투특화부

적진, 벽미, 백사는 마법과 원거리 공격 등 특수 기술을 보유한  특수전투부

황유, 금술, 청해는 던전, 타 길드, 인물, 몬스터 등 각종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는 정보특작부

이렇게 총 네개의 부서가 균형을 이루며 길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백묘의 죽음으로 암살부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길드 운영에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십이신장은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최근 A등급으로 각성한 김하나를 영입함으로써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당연히 오늘 회의주제는 새로이 영입된 김하나였다.

"그래 흑신, 이번에 새로 데려온 백묘의 등급은 어떻던가?"

"안 그래도 어제 김하나양은 등급심사를 받았네. A등급 중에서도 상위권이더군."

"정확한 순위가 어떻게 되지?"

"순수 마력량으로 따지면 28위다."

"호오....확실히..백묘의 자리를 맡는데 손색이 없겠군."

그 때 녹자가 탁자를 툭툭 치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각성은 어느 쪽으로 되었던가?"

"다행히도 추적과 검술쪽으로 각성을 했더군."

"호오...추적이라...때마침 우리 암살부에 적합한 인재가 왔군."

"그래서 지금 새로운 백묘는 어디있지?"

"안그래도 막 검사를 마치고 배정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

지금 이리로 불러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도록 하지."

잠시 후  김하나가 하얀 코트와 하얀 토끼 가면 안에 어색한 표정을 감춘채 회의실로 들어왔다.

"다시 한번 소개하지. 이번에 암살부의 백묘 자리를 맡게 된 김하나양일세."

짝 짝 짝

백묘를 제외한 십이신장들은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각자 소개를 하려던 그 때 백묘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내 복수를 도와 준다고 했지. 그 약속...꼭 지켜야만 할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당신에게 건네줄 정보는 모두 정리해놨으니"

흑신이 금술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있던 종이들을 꺼냈다.

"백묘, 당신이 원하던 정보일세. 회의가 끝나고 받아가면 되네."

그녀는 오빠의 죽음과 삶에 관한 정보들이 실려있는 종이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자 백묘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끝났으니 차차 서로를 알아가도록 하고, 이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흑신이 백묘의 자리를 안내했다.

"이번에 '마계 던전'에 관해 모집 공고가 왔네. A등급 이상만 출전 가능하다더군."

'마계'라는 이름을 듣자 신장들은 침음을 흘렸다.

"꼭 참가해야만 하는건가?"

"그런건 아니지만...특이조항이 있네."

"무엇이지?"

"카니지...라는 이름의 이터를 잡으면 바로 복귀한다더군."

정보특작부를 맡고 있는 청해가 입을 열었다.

"카니지는 며칠 전 서울을 불태우고 인천에 거대한 싱크홀을 만든 그 이터일세."

"놈이 마계 던전으로 향하는 게이트로 들어갔고, 그 이터를 잡는게 이번 마계던전 탐사의 목적일세."

황유가 백묘, 김하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그리고 백묘, 미리 말하자면 네 오빠를 죽인 몬스터도 이터라더군."

그 순간 백묘의 눈에서 하얀 안광이 일렁거렸다.

"이터....그 마계탐사 나도 가겠어."

신장들이 차가운 눈초리로 김하나를 바라본다.

"백묘, 감정이 너무 앞서가는군. 마계는 그렇게 함부로 가는 곳이 아닐세."

"각성한지 한달도 안되지 않았나.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아니."

김하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지금 당장 가겠어."

상황을 지켜보던 흑신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나도 가도록 하지."

"흑신....자네까지 왜그러나?"

"마계가 어떤 곳인지 알지 않나...거기는 지옥, 그 자체란 말이세."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하던 그 협회장조차도 초입부분에서 토벌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흑신은 여러 신장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굳혔다.

"백묘의 의지는 완고하다. 우리가 막는다면, 혼자서 몰래 가겠지. 그럴바엔 내가 옆에서 같이 있는게 훨씬 낫지 않겠나? 위험한 순간이 오면 곧바로 백묘를 데리고 자리를 뜨도록 하지."

흑신의 의도를 들은 신장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음...그렇다면야..."

"확실히 일리가 있군."

흑신이 씨익 웃어보이며 신장들을 둘러보았다.

"그렇다면 나 이외에 백묘를 따라 마계에 진입할 신장은 있나?"

고요해진 회의장..

"....아무도 없군. 그러면 이번 마계 탐사는 나와 백묘. 이렇게 두 신장이 가는걸로 한다."

그렇게 십이신장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회의를 마쳤다.

모두가 회의장을 나가고 백묘와 흑신만 남게 되었다.

백묘, 김하나가 흑신을 바라보았다.

"왜 저를 도와주신거죠?"

흑신이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그건 나도 겪어 봤기에 잘 안다."

"......"

"내겐 남동생이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였지."

흑신은 가면을 매만졌다.

"그러다가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로 동생을 잃은...뭐 요즘에는 자주 들을 수있는 이야기 중 하나지."

"....그렇군요.."

"흔한 이야기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아니니까."

흑신이 고개를 돌리며 백묘를 바라본다.

"...그렇게 된거다."

흑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나가려 문을 열었다.

"조심해라. 남은 사람들이 있지 않나?"

텅.

그렇게 백묘는 불이 꺼진 회의장에 홀로 남아섰다.

"남은 사람들...."

백묘는 흑신의 말을 곱씹으며 상념에 빠졌다.

.

.

.

.

.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검게 타들어가는 세상, 레이븐 공작의 영토에서 카니지와 두 아이는 지금껏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지친 몸을 편히 쉬었다.

늘어지게 쉬고 있는 카니지를 보며 환마 레이븐이 놀랍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호오....공허의 괴물에게도 휴식의 개념이 있구나..."

{일단 나도 생물이니까.}

"흐음...그렇군...."

{그나저나....대회는 언제쯤이라고 했지}

"내일이다."

{내일...? 그럼 오늘 출발해야 하는건가?}

마계는 굉장히 넓다고 들었다. 때문에 만약 투기장이 먼 곳에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가야만 할 것이다.

"투기장은 다른 세계에 있다. 문을 열고 새로 들어가야 하지."

{다른...세계..?}

"그렇다. 만약 대회를 누군가의 영토에서 진행한다면 그곳에서 무슨 수를 쓸 줄 알고."

{그럼 다른 던전...그러니까 그 세계에 있는 원주민들이나 경관들은 어떻게 되었지?}

"음...?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착각하는게 있나보군."

{무엇을 말이지?}

"투기장이 있는 세계는 위대하신 마왕님께서 직접 만드셨다. 때문에 뭘 번거롭게 치울 필요도 없었지."

{만...들었다고..? 세계를...?}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그 분의 의중은 모르겠지만, 끝없이 세계를 만들고 계시지."

'끝없이 던전을 만든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속에 사는 생명체들을 만든다는 건가?

{잠..잠깐만..그렇다면 마왕은 생명을 창조할 수 있나...?}

나는 당황스러운 이 상황에도 동생이 떠올랐다.

'어쩌면...내 동생도...'

{...의식을 잃은...그러니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생명을 고칠 수도 있나?}

레이븐 공작이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며 답했다.

"소중한 누군가가 쓰러져 있나보지?"

나는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그분이 위대하시다지만, 죽은 생명에 관여하는 것은 못 하실거다."

{....확신을 못하는군.}

{그렇다면...나와 마왕이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줄 수 있겠나?}

"아니 그건 못한다."

{어째서지...?}

"그야 나도....그분을 뵌 적이 없으니까."

{직접  본 적이 없다고..?}

분명 그녀는 마계 서열 5위의 공작이라고 했다. 그런 대단한 위치에 있는 자가 마왕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녀는 쏟아지는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후....우리 공허의 괴물씨는 궁금한게 참 많구나."

{부탁한다...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서 그렇다.}

어쩌면 혼수상태에 빠져 평생을 죽은 사람처럼 지내는 동생을 깨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조급해졌다.

"마왕님께서는....오직 대공과만 대화를 하시지."

{대공....누구지?}

"...대공 '바알', 파멸의 힘을 가진 자."

{그 자와...만나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그녀는 나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핫! 그 대공과 만나려 하는가? 하하핫! 고작 시골촌뜨기 주제에?"

{.....나를 무시하는 건가..?}

"아니 그런게 아니다.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

{진실...?}

그녀는 갑작스레 등을 돌리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대공은 12공작들...그러니까 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있지."

{어째서...?}

"그야 '힘'이 있으니까...웬만한 마족이나 마물들은 말 한마디 섞기 힘들지."

{...그렇군...그래도..혹시 방법이 아예 없나?}

"음...있구나."

{오. 어떻게하면 되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거라. 그럼 나는 대공에게서 상을 받을 것이고, 그 때 자리를 마련해주지."

{...우승이라..대회는 대공 바알이 주최하나보지?}

"그런 것은 아니다. 마왕님께서 직접 여시지. 하지만 모습을 드러내진 않으시고 대공을 통해 뜻을 전달할 뿐."

{이번 대회....꼭 우승해야겠군.}

"좋은 마음가짐이다. 마침 시간도 된 것 같으니 이제 출발해볼까?"

{좋다. 그런데 이 두 아이들도 데려갈 수 있겠나?}

나는 내 옆에 꼭 붙어서 자고 있는 스왈로우와 새비지를 바라봤다.

"그 아이들은 나에게 맡겨라. 내 수하들이 잘 돌봐줄 거다."

{그럼...잠시 동안이지만 부탁한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난건지 두 명의 마족이 나타나 아이들을 데려갔다.

"그럼 바로 문을 열게."

환마 레이븐 공작이 허공에다 알 수 없는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무얼 하는거지?}

"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한 '실'들을 비틀어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하는 중이다."

{어..음..알겠다.}

그렇게 대략 2분 정도가 지나자 공간이 세로로 찢어졌다.

보통 푸른 색을 띠고 있는 게이트와는 다르게 검은 색을 띠고 있었다.

"자. 들어가지. 대회는 내일이지만, 미리 가서 준비해야할 것이 좀 있거든."

{알겠다.}

.

.

.

레이븐 공작이 만든 게이트로 들어서자 엄청나게 넓은 길이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 대회장으로 보이는 엄청난 규모의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보였다.

거대한 경기장은 멀리서 봐도 잘 보일 정도로 많은 장식들이 어우러져 마치 신의 제단과도 같은 모습을 띠고 있었다.

레이븐의 잔소리를 듣는 사이 어느새 경기장 입구에 도착했고 가까이서 본 경기장은 엄청나게 커진 내 몸도 작게 느껴질만큼 거대했다.

아마 아무리 거대한 괴수라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니라. 장난기 많은 레이븐은 내게 위장색 스킬을 사용해 몸을 숨기도록 지시했다.

그렇게 입구에 들어서자, 한 마족이 레이븐 공작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환마 레이븐 공작님 아니십니까? 이번에도 구경만 하시려고 오신건지요?"

비웃음이 담긴 얼굴로 레이븐을 바라봤다.

"아하핫...그럴리가요. 오늘은 저도 좀 참가해보려고 합니다."

"오오! 그렇군요! 그럼 어떤 애완동물을 모셔왔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제 옆에 있지 않습니까?"

"으음?"

그 순간 나는 위장색을 풀어 20m를 넘어선 거대한 몸을 드러내고 얼굴을 마족을 향해 들이밀었다.

나를 쳐다본 마족은 이내 경악했다.

"이..이건...설마...공허의 괴물...?"

"호오...알타리 백작님께서는 맨날 아기자기한 귀여운 놈들만 취급하시는 줄 아셨는데 보는 눈이 꽤 있으신가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바빠서"

알타리 백작이라 불린 사내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뒤에서 벙찐 표정으로 나와 레이븐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레이븐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접수원한테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환마 레이븐 공작이시여."

"그래. 오늘은 나도 참가하는 것이니 이름을 적도록 해라."

"호오...알겠습니다. 그럼 데려오신 애완동물은....설마..."

이 접수원도 꽤나 놀랐던 것일까, 단안경을 고쳐쓰더니 나를 더욱 자세히 바라봤다.

"....공허의 괴물이로군요...."

"꽤나 힘 좀 썼지."

"대단하시군요...알겠습니다. 접수되었습니다."

나와 레이븐 공작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상당히 넓군....}

경기장 내부는 거대한 괴수들의 싸움을 목적으로 지어진 것인지 카니지가 싸우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뭐...드래곤들도 마음껏 날뛰는 곳이니 그렇겠지. 게다가 관중석에는 대공과 공작들이 직접 방어막을 펼친다. 자 이제 네 마음껏 뛰어 놀아라."

{스읍...알겠다.}

나는 침을 뚝뚝 흘리며 내일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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