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18화 (18/35)
  • 제 18화 S급 헌터는 카니지를 쫓는다.

    카니지는 두 헤츨링들을 손에 감싸고 던전 밖으로 나섰다.

    "자...다시 나가자..."

    그는 굳게 마음을 먹으며 외부로 통하는 게이트로 몸을 나섰다.

    그렇게 던전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의 눈에 보인건 한 남자였다.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던 듯했고, 나는 그 통화내용을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아주 잠시뿐이었지만, 분명 전화선 너머로 누군가 격앙된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하고 있었다.

    "야! 너 당장 거기서 나와! 그 던전에서 A등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가 있다고 상부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나와 남자는 눈이 마주쳤다.

    "하....역ㅅㅣ...드ㄹ켰ㄴ..ㅔ.."

    '나를 추격하던 여자가 상부에 보고를 마친 모양이군.'

    나는 재빨리 남자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콰득!

    이내 주변을 둘러보자 꽤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보며 기겁을 하며 굳어있었다.

    "지나...ㄱㅏㄹ..ㄱㅔ...요~"

    나는 주변에 대충 산성 브레스를 뿜었다.

    퐈아아아아

    도심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나는 그 틈을 타 서둘러 거대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하수도로 못다니면 내가 직접 비슷한 굴을 만들면 되지.'

    파바바바바바!

    아스팔트가 뜯어져나가고 흙이 뭉텅이로 주변에 튀기 시작했다.

    이윽고 순식간에 거대한 괴수가 충분히 지나갈만한 땅굴이 완성되었고, 이는 마치 싱크홀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이제 어느정도 기감을 펼쳐서 던전을 찾아볼까?'

    나는 어두컴컴한 땅 속에서 똬리를 튼 채 집중하며 주변에 기를 흩뿌렸다.

    그러자 수없이 많은 마력의 기운 중에서도 저 멀리 짙은 마력의 기운이 3개 정도 느껴졌다.

    헌터와 던전의 기운은 확연히 달랐다.

    인간의 마력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라면 던전의 마력은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야할 곳은 가장 강한 기운을 내뿜는 곳이야.'

    분명 나를 토벌하기 위한 편성될 공격대는 굉장히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헌터들이 나를 잡는데에 방해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난 던전 속 몬스터들을 방패삼아 녀석들을 사냥하는거지.'

    나는 거리는 멀지만 가장 강한 기운을 내뿜는 곳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쿠구구구구구구

    카니지가 지나가는 곳에는 지면이 조금씩 솟아올라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갈라졌다.

    {와! 아빠 엄청 빠르다!}

    {아빠 이빨 사이로 막 흙이 들어와!}

    {오 진짜..엣퉤퉤! 입에 들어갔다!}

    내 입에 들어있는 두 헤츨링들이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이 상황을 나름 괜찮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겁이 없네'

    현재 카니지는 엄청난 속도로 땅을 두 팔로 휘저으며 가고 있었다.

    그의 단단하고도 날카로운 손톱은 아무리 딱딱한 돌이라도 두부처럼 부숴버렸으며, 그의 단단한 외피는 기타 방해물로부터 카니지의 몸을 안전하게 보호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흘러 강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게이트 근처에 도착 했을 때, 무엇인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올 때가 되었지.'

    이 난동을 부렸는데 헌터가 안 올리가 없었다.

    '거의 다 도착했는데...그냥 무시하고 갈까..?'

    속도를 약간 늦추고 기감을 더욱 집중하여 펼쳤다.

    '...! 제기랄 제대로 걸렸다!'

    총 세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한 명은 늪지 던전에서 느꼈던 여인의 것이었고, 나머지 두 기운은 A등급의 것이었다.

    '내가 봤었던 여자는 대략 B등급이었어....그렇다면 A급 둘에 B급 하나?'

    B등급만 있었다면 충분히 무시하고 갈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A등급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S등급 바로 밑에 위치한 이 등급은 정예중의 정예였고,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죽이는데 철저하게 훈련된 전문가들이다.

    '제기랄...아이들도 있어서 싸우기 힘든데...'

    그는 재빨리 입에 넣어뒀던 두 헤츨링들을 뱉어 손으로 감쌌다.

    {아빠가 지금부터 못된 인간들을 혼내줄거야. 그러니 조금 흔들려도 참을 수 있겠지?}

    {네, 아빠!}

    {못된 인간들! 혼내줘!}

    나는 위를 바라보며 입에 산을 머금었다.

    최대한으로 산성을 모으자 입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턱을 따라 끈적하게 흘러내린다.

    이내 헌터들이 바로 위로 도착한 것을 느낀 나는 고농도로 압축된 산성 브레스를 뿜어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땅은 녹아 사라지고 마치 화산이 터지듯 산성을 머금은 돌덩이가 터져나갔다.

    그야말로 도심 속에 나타난 항거할 수 없는 자연재해.

    카니지는 그야말로 하나의 재앙이었다.

    그렇게 대략 30초간 브레스를 쏘아낸 카니지는 이내 한계에 다다른 브레스를 끊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농축된 산성 브레스의 여파는 끔찍했다. 지상을 그야말로 지옥도(地獄道)로 변모시켰다..

    건물들은 처참히 반파되었고, 사람들의 시체가 돌덩이에 깔려 널부러져 있었으며, 산이 튀면서 길바닥은 군데군데 녹아들어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조금은 미안한걸?'

    오직 헌터들을 죽이기 위한 공격. 하지만 이 끔찍한 공격은 민간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힌 것이다.

    '그나저나 헌터놈들은 어디있지..?'

    나는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저 멀리 둥근 보호막 속에서 몸을 숨긴 세 명의 헌터가 보였다.

    놈들은 모두 검은색 코트와 슈트를 입은 상태였다.

    '저번에 그 여자가 입었던 옷들과 똑같아...그럼 협회 소속 추격자인가?'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몇 번 본적있다.

    '코서', 도심에 출몰한 몬스터들을 추격해 사냥하는 자들.

    "카니지! 순순히 잡혀라!"

    '잡혀라? 죽이는게 아니고?'

    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도대체 어떤 헌터가 몬스터를 체포한단 말인가.

    그 순간 조금 키가 작고 단발머리를 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한림아...쟤 진짜 말할 수 있는거 맞지?"

    "그렇다니까요!"

    "하...생포하라는 명령이었는데...저걸 어떻게 생포하냐고....."

    이번엔 조금 차분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고도 잡아야할 만큼 특이개체입니다. 꼭 생포해야만 합니다, 유혜진 코서님. 그리고..."

    "알았어! 알았다고! 우리는 일단 쟤 주의만 끌면 되지? 더 지원 온다고 했잖아."

    "맞습니다. 곧 있으면 S등급 헌터이신 협회장님께서 도착하실 겁니다."

    감각 향상으로 기감을 펼쳐 놈들의 대화를 엿들은 나는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S등급이 온다고?? 대한민국에는 한명뿐인데...그런 대단한 양반이 왜!'

    전세계의 S등급 헌터는 5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중 한명은 대한민국 헌터 협회장 한영길

    그는 일인군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막강한 전투력의 소유자였다.

    '내가 인간이었을 때는 평생 만나보지도 못할 인간이었을텐데...몬스터가 되자 만난다니...기뻐해야 하나?'

    "야! 이터! 여기다! 네 놈의 상대는 나야!"

    유혜진이라 불린 여자가 나를 향해 도발했다.

    "유혜진 코서님, 놈은 인간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 도발에는..."

    "한림아! 그럴 리가 없다니까? 저거 봐. 아무 생각도 없이 도시를 그냥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잖아. 분명 네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똑똑하지 않을거라고."

    '이것들이 날 뭘로보고.'

    저런 같잖은 도발에 넘어갈 거라 생각한건가

    나는 재빨리 몸을돌려 던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S등급 헌터와 A등급 헌터들이 더 올거야...여기서 계속 저 놈들과 상대해주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

    "어....몬스터가...도망..을?"

    "말했잖습니까! 놈의 지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요! 지금 이 상황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게 분명해요!"

    "서둘러 쫓아가야만합니다. 어떻게든 협회장님이 오실 때까지는 붙잡아 둬야 합니다."

    그러자 코서들은 곧바로 카니지를 추격했다.

    .

    .

    .

    그렇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대략 5분간 이어졌고 결국, 카니지는 엄청난 속도로 던전 코 앞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됐어... 이제 저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 순간

    쾅!

    카니지의 앞에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허허...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나?"

    '....'

    협회장 한영길이다.

    '제기랄....바로 저 앞에 있는데....'

    "자네...지성체라고 들었네. 말도 할 줄 안다면서? 어디 한번 해보시게나"

    나는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만 같아 불쾌함을 느꼈다.

    '그냥 브레스를 뿜고 그 틈을 타 게이트로 진입할까...? 아니야....나는 아직 놈의 힘을 잘 모른다.'

    기감을 펼쳐 살펴봤을 때, 그냥 말도 안되게 강하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어떻게 하지..?'

    한영길이 던전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흠...이 게이트를 타고 도망가려고 했었나?"

    "....ㄱ ㅡ래...하ㅈㅣ만..ㅂㅗ기 좋게.. ㅍㅗ위 당했군..."

    동물의 울부짖음처럼 들리지만 누가 들어도 분명한 인간의 언어가 괴물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호오..진짜 말을 할 수 있었군 그래."

    "내ㄱㅏ..좀..트ㄱ별하긴 하ㅈㅣ.."

    카니지는 애써 웃어보이며 한영길을 노려봤다.

    "길을..ㄴㅐ라..."

    "아니. 그건 안되지. 자네는 순순히 잡혀줘야겠어."

    '이건 안 쓰려했는데...'

    그는 입에 푸른 겁화를 머금었다.

    "그럼 어디...잘..자ㅂ아 보시더ㄴ가..."

    신성한 용이라 불리던 거대한 스웜프 드래곤이 자신의 이빨을 녹여가며 뿜어낸 불

    악을 태우는 신의 천벌.

    그 천벌이 인간을 향해 쏘아내려졌다.

    푸화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도심은 뜨겁게 달궜다.

    "쳇! 역시 얌전한 놈은 아니군!"

    한영길은 급히 자리를 피하며 푸른 화염을 피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다른 지원군들은 그대로 녹아 사라졌다.

    "베리어같은 마법따위로 막을 수 있는게 아니다! 당장 경로에서 벗어나라!"

    {우와악! 뜨거워!}

    {아빠! 너무 더워!}

    {미안, 조금만 참아라. 금방 끝난다.}

    카니지는 자신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나간 헌터들을 보고 브레스를 끊었다.

    '됐어! 이제 던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재빨리 꼬리를 휘둘러 게이트를 막고 있는 나머지 헌터들을 처리했다.

    그렇게 몸을 나서려 한 순간!

    "자꾸 어딜 그리 가시나! 난 아직 할 말이 남았네!"

    타오르는 열기 속에서 한영길이 튀어나왔다.

    "끈질..긴 노ㅇㅣㄴ네!!"

    나는 서둘러 다시 브레스를 뿜었다.

    푸른 화염을 쏘아낸 탓에 목구멍이 달궈지고 이빨이 살짝 녹아내려 다시 강력한 브레스를 뿜을 순 없었다.

    '이런걸 연속으로 뿜어내다니...그 드래곤은 얼마나 괴물이었던 거냐...'

    "호오..아까보다 약하군. 이 정도의 열기는 나한테 안 통한다네."

    "너한ㅌㅔㄴ...그렇겠..ㅈㅣ...하지만..뒤에 놈들은..괘찮ㄴㅏ..? 크하하하"

    "!!!"

    한영길은 서둘러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푸른 겁화를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몸 일부분이 녹아내리는 화상을 입은 코서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서둘러...구하지 않으ㅁㅕㄴ..전부 죽을거ㄷㅏ..."

    "이 야비한놈이!!"

    한영길은 급히 몸을 움직여 부상당한 코서들 앞을 막아섰다.

    "그럼...ㅇㅣ만..크하하하"

    나는 재빨리 게이트를 통해 던전으로 들어갔다.

    .

    .

    .

    .

    .

    "죄송합니다 협회장님...저희만 아니었다면..."

    "아니 그런말 할 필요없네."

    협회장은 코서들의 안전을 확인한 후 던전을 바라보았다.

    "후...저기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데 말이야..."

    "저 게이트는...."

    "그래...'마계'던전으로 향하는 곳일세.."

    마계, S등급으로 판정받은 던전으로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던전이다.

    그 강하다는 한영길조차도 던전 초입부만 갔을 뿐이었다.

    "놈이 저곳으로 들어갔다면....아마 살아서 나올 순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하지만 만약..놈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놈은 이터다. 자신한테 패배한 피식자의 모든것을 흡수하는.

    "분명...인류의 종말이 올거다...."

    한영길은 한참을 게이트를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마계로 간다. 지금 당장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상위 헌터들에게 모집공고를 보내라."

    ".....그렇게까지..해야하는 겁니까?"

    "놈은 지금 준성체다. 준성체가 이정도인데..만약 성체나 완성체가 되어서 돌아온다면...어떨 것 같나?"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그리 하겠습니다."

    한영길은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지도 모를 존재가 들어간 게이트를 불안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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