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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16화 (16/35)
  • 제 16화 나는 인간을 놓쳤다.

    '젠장! 놈에게 발각됐다!'

    채한림 코서는 급히 '시험용 귀환 마법석'을 꺼내들었다.

    블러드, 저 이터 놈이 리자드맨들을 쫒을 때의 모습을 지켜봐서 알고있다.

    '내 속도로는 녀석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현재 포로토타입으로 제작된 이 귀환 마법석으로 본부로 순간이동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일회용이긴 하지만 순식간에 공간을 넘나드는 뛰어난 마법 도구.

    이 도구에는 현재 큰 결함이 있었다.

    '바로 몸이 갈갈이 찢겨나갈 수도 있다는 거지....'

    이 마법 도구는 극비리에 10명의 범죄자를 대상으로 실험되었었다.

    실험의 성공율은 70%였고, 실패한 3명 중 한명은 신체의 일부만 전송되었으며 나머지 둘은 전신이 작은 큐브 모양으로 순간이동된 후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물론 이 마법석은 그때보다 조금 더 발전된 물건이지만 부작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진짜 방법이 없어....저 괴물로부터 도망칠....'

    그 순간

    "인..간...ㄴㅓ는 날 쫓아온...추겨ㄱ..대...인가?"

    !!

    몬스터가 말을 하다니! 그녀는 죽음 공포보다 호기심이 앞서며 순간이동을 포기했다.

    몬스터가 인간의 말을 단편적으로 흉내내는 것은 간혹 발견된 경우가 있긴하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한 의미를 내포하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는 여태껏 단 한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

    '이건....가능성이 있다.'

    본디 인간이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는 존재.

    인간에게 '말'이란 곧 무기였다.

    그녀는 자신이 이 괴물을 잘 구슬려서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흠흠...블러..아니 이터...일단 만나서 반갑군."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ㅅ..ㅣ 묻겠..ㄷㅏ...넌 추격...ㄷㅐ..인가?"

    아마 자신이 던전 밖에서 인간을 사냥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 나는 던전 밖에서 최근 인간들을 사냥한 몬스터를 쫓고 있지. 그리고 내 생각엔 그게 너같군."

    그녀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귀환 마법석을 매만졌다.

    '제발....이걸 쓸 일이 없기를...'

    "이터...네 놈은 어째서 던전 밖을 나왔고..인간들을 사냥했지?...그리고 어떻게 말을하지?"

    블러드의 눈이 흔들렸다.

    ".....인ㄱㅏㄴ...궁금한게 많군....네 ㄴㅗㅁ의..목숨은....내 ㅅㅗㄴ...에 ㄷㅏㄹ려있는데...말이지..."

    상당히 불쾌했는지 녀석의 끔찍한 목소리는 더욱 불쾌해졌다.

    '놈은 날 살려둘 생각이 없는건가....'

    "그래....어차피 네 놈이 날 죽일거라는 거 안다...기왕 죽는거 궁금한거나 좀 알려주고 죽여도 되잖아."

    "......."

    블러드의 붉은 눈이 날 고요히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우리는 널 블러드라 부르고 있다. 이름도 없을테지. 그러니 널 블러드라...."

    "카...니지..."

    "음?"

    "내 이...르ㅁ..은.... 카니....지...다..."

    '자신의 이름까지 지었을 줄이야....놈의 지능은 내 상상을 초월해...'

    "그래...카니지....넌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거지?"

    나는 슬쩍 카니지 뒤에 있는 헤츨링 드래곤들을 바라봤다.

    "저 두 아이들을 꽤나 아끼는 모양인데....네 새끼들인가?"

    콰직!

    카니지의 단단한 손톱이 채한림 바로 옆을지나 지면에 박혔다.

    "인간.....궁금한게 너무많군..."

    그녀는 마른 침을 삼키며 귀환 마법석을 꽉 쥐었다.

    '녀석을 자극하고 말았어....더 이상 실수했다 판단하면 곧바로 사용한다!'

    "미..미안하군....난 단지...너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을 뿐이야."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카니지가 입을 열었다.

    "한번...들ㅇㅓ보지.."

    그녀는 씨익 웃어보이며 승리를 자신했다.

    녀석은 인간과의 대화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때문에 놈은 '거짓말'이라는 개념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인간들은 너를 쫓고 있다 카니지. 너보다 훨씬 강하며, 수도 많지. 분명 넌 조만간 우리에게 잡혀서 죽을거다."

    카니지의 손톱이 그녀를 향해 점점 다가왔다.

    "하지만! 날 순순히 보내준다면 너를 추격하는 것을 관두라고 하겠다! 그러면 넌 저 두 헤츨링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지!"

    카니지의 손톱이 우뚝 멈춰섰다.

    '그래....멍청하게 속아넘어갔구나.'

    그렇게 그녀는 이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돌아갈 생각에 기쁨이 차올랐다.

    "ㄱㅓ...짓...말"

    "뭐...뭐라고?"

    "ㄴㅏ는...ㅈㅏㅁ시 너를 갖고 논 것..뿐이다...네 놈들이...포ㄱㅣ하지 않을 거ㄹㅏㄴ건...잘...알고..있지..."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카니지에 대한 위험도를 수정했다.

    '이 자식! 인간의 언어만 아는 것이 아니다! 마치 인간...그래 놈은 인간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재ㅁㅣ..가 식었ㄷㅏ...이ㅈㅔ  그만....ㅈㅜㄱ어라...크헤하하하"

    무표정에 가까웠던 놈의 표정은 순식간에 기이해지더니 잔혹한 웃음소리를 흘러냈다.

    "젠장!"

    그녀의 얼굴에 카니지의 발톱이 스쳤다.

    슈우우우웅!

    시야가 하얗게 물든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곧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것을 알아챈다.

    '아....나 죽었나....'

    그 순간

    슈아아아악!

    텅!

    협회 마법 귀환실에 떨어진 채한림.

    "허억! 허억! 허억!"

    그녀는 서둘러 주위를 둘러봤다.

    매일 출근길 마다 본 익숙한 전등, 벽 너머에서 사람이 달려오는 구두소리와 말 소리.

    성공적으로 복귀한 것이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게 된 채한림.

    '어서....어서 이 사실을 협회장님께 알려야만 해!'

    밖에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문을 박차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채한림 코서?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 시험작을 사용한건가!"

    "...협회장님과 만나게 해주십시요. 꼭 말씀드려야만 할게 있습니다."

    그렇게 카니지의 정체는 점점 밝혀지고 있었다.

    .

    .

    .

    '사라...졌어...?'

    당황한 카니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은신 계열인가? 아니야....그 여자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어...순간이동....? 그런게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도저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카니지는 그저 감각 향상으로 기감을 펼칠 뿐이었다.

    꽤나 집중해서 넓은 범위를 탐색했음에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자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젠장....좀 갖고 놀다가 죽이려했는데...이런 실수를 저지를 줄이야.'

    그는 리자드맨들을 먹고 있는 스왈로우와 새비지를 바라봤다.

    '그 여자는 분명 나와 이 두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할거다. 그럼 추격대의 수준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지겠지.'

    그리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본 결과, 그는 한가지 결론을 도출해냈다.

    '지금 이 던전에서 당장 나가야만 한다.'

    그녀가 무사히 본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토벌대가 편성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던전보스로 추정되는 스웜프 드래곤을 죽여서 나갈 생각이긴 했지만....이젠 정말 시간이 없군.'

    그는 스왈로우와 새비지를 양 어깨에 올리고 말했다.

    {이제 여기서 떠날거다.}

    {여기 우리 집 아니야? 왜 떠나?}

    {나 여기 좋은데 그냥 계속 있으면 안돼?}

    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헤츨링을 향해 설명했다.

    {곧 나쁜 인간들이 올거다. 그 전에 도망가야해. 아빠마저 엄마처럼 죽으면 속상하겠지?}

    엄마처럼 죽을거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두 아이는 강력하게 사념을 보내왔다.

    {안돼! 아빠마저 죽으면 절대 안돼!}

    {맞아! 안돼! 아빠는 가족이잖아! 가족끼리는 서로 떨어지면 안돼!}

    {그래...우린 가족이니까}

    그는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뒤로 한채 던전 게이트로 향했다.

    .

    .

    .

    날개를 지닌 카니지는 빠른 시간내에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나 아이들이 떨어질까봐 두 손에 포옥 감싸고  온 그는 걱정이 앞섰다.

    '내 덩치가 너무 커졌어. 더 이상 은신으로만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다른 던전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몸길이가 20m를 넘어선 카니지는 더 이상 은밀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젠 하수도를 이용할 수도 없지.'

    카니지가 사용하기에 하수도는 이제 너무 작은 쥐구멍이 되어버렸다.

    '또 이 두 아이들은 은신계열 능력도 없을테고 말이야.'

    분명 자신만 위장색을 사용하면 이 두 아이들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리라.

    '정말.....정말 방법이 없나..?'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나는 마력을 탐지할 수 있는 특성인 감각 향상이 있으니까 이를 활용해서 던전을 찾아내는거야.'

    던전은 등급에 따라 뿜어내는 마력량이 다르다.

    당연하게도 상위 던전일수록 그 마력의 농도가 짙다.

    '그럼 문제는 던전을 찾으면서 이동하는 게 문제인데....'

    이 문제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그나마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이게 좋겠구만....'

    그는 다시 오랜만에 던전 밖으로 몸을 나섰다.

    .

    .

    .

    .

    .

    "끄응....왜 이렇게 안와....벌써 며칠이 지났잖아!"

    이번 늪지 던전 탐사에 갔다온다던 9명의 협회 소속 헌터들이 오질 않자 같은 던전토벌 3팀의 B등급 헌터가 한명 파견되었다.

    "이 자식들.....보스는 안잡는다더니....뭐 보스까지 잡나? 아니 그래도 이렇게 늦지는 않는데..."

    그는 장비 점검과 몸상태를 확인한 후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에휴...요 근래 C등급 게이트에서 뭐이리 문제가 많이 나는지....남의 뒷바라지나 하고....나도 어디 대형길드에나 들어가야지."

    대한민국에는 총 10개의 대형길드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가장 강한 길드를 꼽자면 4개의 길드가 거론된다.

    강철방패, 황금사자, 붉은깃발, 십이신장.

    이렇게 총 네개의 길드를 일컬어 사람들은 '대한민국 4대 길드'라고 한다.

    그외에 정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가 있다. 쉽게말해 협회에 소속된 헌터는 공무원이었다.

    협회는 국가에서 운영하는지라 다른 대형길드에 비해 헌터들에게 돈을 굉장히 적게 지급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자신이 속한 대한민국 헌터 협회가 자신에게 박봉을 주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에휴...안정적인 직업을 원해 공무원이 되긴했는데 월급이 너무 짜."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게이트 앞에 섰다.

    "자 그럼 잡생각은 관두고 일을...."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음..? 팀장님?'

    "옙 던전토벌 3팀..."

    "야 너 어디야!"

    "예?"

    "너 지금 어디야!"

    평소 일을하면서 이렇게 격앙된 팀장님을 본 적이 없는터라 남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팀장님이 말씀하신대로 그 늪지 C등급 던전 게이트 앞으로 왔는데..."

    "야 일단 빨리 거기서 떨어져!"

    "네? 무슨 일이길래..."

    "거기에 지금 A등급으로 추정되는 이터가 있다고 상부에서 연락왔다! 너 빨리.."

    툭! 그는 너무 놀라 손에 든 휴대전화를 놓치고 말았다.

    "하.....여ㄱ시...ㄷㅡㄹ켰....ㄴㅔ.."

    영화에서 나올법한 거대한 괴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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