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15화 (15/35)
  • 제 15화 나는 녀석들에게 분노를 심었다.

    우직 으직 까드득 콰직

    용신 각성의 특성이 끝난 나는 엄청난 허기에 시달렸다.

    다행히 나는 나와 덩치가 거의 비슷한 스웜프 드래곤을 먹으며 허기를 진정시켰다.

    딱딱한 비늘이 뜯어지고 탄탄했던 근육들은 결대로 찢어져 내 입속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한참을 먹었을까.

    ['스웜프 드래곤 드라칸'을 포식했습니다.

    특성 '단단한 비늘'을 흡수합니다. 특성 '키틴질 갑옷'과 결합되어 특성 '단단한 공격성 외피'로 전환되었습니다.

    특성 '강력한 턱'을 흡수합니다.

    특성 '날카로운 발톱'을 흡수합니다.

    특성 '푸른 화염'을 흡수합니다.

    특성 '탁월한 수영'을 흡수합니다. 특성 '긴 꼬리'와 결합하여 특성 '가시 꼬리'로 변환됩니다.준성체 성장률 20%]

    순식간에 5개의 특성을 얻었다.

    여러 특성을 흡수한 만큼 내 몸은 빠르게 변화를 맞이했다.

    꼬리에 달려 있던 가시들의 모양이 살짝 변하고 그 개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수영할 때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진화되었다.

    손이 없던 팔은 뼈가 튀어나와 다섯 개의 손가락과 단단한 외피질로 덥혀 있는 손톱이 자라났다.

    턱 또한 강력한 치악력을 지탱하기 위해 턱뼈가 으스러지며 더욱 두껍게 재구성되었다.

    광을 내던 단단한 키틴질 외피에는 어느새 뾰족한 가시들이 나와 있었다.

    '상태창'

    [준성체 성장률 20%. 뛰어난 사냥꾼이 된 이터 '카니지'

    보유중인 특성: 독니,사냥꾼의 감각,맹독,야간 시야,박쥐 날개,단단한 공격성 외피옷,끈질긴 생명력, 뛰어난 근육,가시 꼬리,성대 85%, 질병의 온상,포식, 재생력, 분사형 기관, 브레스, 불의 힘, 산성, 바람의 힘, 물의 힘, 용신 각성, 강력한 턱, 푸른 화염, 날카로운 발톱

    체장: 22m 31cm, 체고 4m 1cm]

    '나는 강해졌다.'

    몸의 상태를 온전히 확인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 겁에 질려 벌벌떠는 리자드맨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런 것들은 이제 시간 낭비다.'

    리자드맨들은 지겹도록 먹었고, 카니지에게 더 이상 그들은 아무런 위협도, 방해도 되지 않았다.

    '새끼가 있다고 했던가.....'

    카니지는 자기 눈앞에 있는 거대한 레어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몸을 움직였다.

    조금 깊이 들어가자 안에 두 마리의 새끼가 서로에게 기댄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나 시끄럽게 싸웠는데도 잘도 자고 있군.'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스웜프 드래곤 해츨링.

    녀석들은 마치 새끼 악어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귀엽긴 하군...'

    그는 새끼들을 향해 사악한 기운을 쏘아붙였다.

    '이건 내 시험이다. 통과하지 못한다면 죽음 뿐.'

    그러자 새끼 악어들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위험한순간 속에서 너희는...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순간 동생을 버리고 도망쳤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자 나의 기운은 더욱 거세졌고, 새끼 드래곤들은 서로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꾸엑! 꾸엑! 꾸엑!

    이내 울음을 터뜨리는 드래곤.

    키아아아악!

    {동생을 버리고 도망가라! 살기 위해! 도망쳐라!}

    나는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녀석들을 더욱 뭉쳐지게 할 뿐이었다.

    .........

    카니지는 순식간에 어두운 기운을 거둬들이고 스웜프 드래곤, 드라칸을 떠올리며 따뜻한 기운을 내뿜었다.

    '너희는 이제....내 가족이다.....'

    부러웠다.

    나도....나도 이랬어야만 했는데....

    올바른 선택을 했어야만 했는데.....

    나는 손으로 그들을 감싸 안았다.

    '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은 없다. 다만....그저...'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온갖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두 마리의 스웜프 드래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꾸엑? 꾸엑?

    새끼 악어와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드래곤들.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나는 너희의 새로운 아버지다.}

    나는 녀석들에게 내 사념을 전달했다.

    {그러니 나와 같은 동족이 되어야만 하겠지.}

    나는 내 몸의 살점을 때어내 녀석들에게 건네주었다.

    {내 살을 먹어서 이터가 되어라. 우리는 같이 진화하는 거다.}

    나는 내 정수를 흘려 넣은 살점을 바라봤다.

    '이렇게 내 정수를 흘려 넣는다고 녀석들이 이터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만약 된다면...나에겐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거야.'

    나는 허기 진 듯 허겁지겁 내 살점을 뜯어먹는 드래곤들을 조용히 바라봤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녀석들의 몸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초록색에 가까웠던 아이들의 몸은 검은색에 가깝게 변질되었고, 덩치가 조금 커졌다.

    '....성공인가...?'

    밀려오는 기쁨과 함께 두 남매 드래곤에게서 사념파가 전달되었다.

    {.....아빠?}

    {오빠! 이 뱀한테서 엄마 냄새나!}

    {맞아! 아빠네! 엄마가 아빠는 언젠가 돌아온다고 했는데!}

    '뱀.....'

    확실히 내 상태를 보니 뱀으로 착각할만 했다.

    {그래....나는 너희의 새로운 아버지다. 존경하도록}

    나는 잔뜩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녀석들을 바라봤다.

    {아빠 잘생겼다! 이빨 커서 너무 멋져!}

    {꼬리 봐! 엄청 두껍고 길어!}

    아직 녀석들에게 존경이란 표현은 이른 듯했다.

    {그래....너희들 이름은 있나?}

    {이름....몰?루}

    {그런 거 없어!}

    아마 드라칸이 녀석들의 이름은 지어줬을 거다. 다만 너무 어려서인지하지 못했을 뿐.

    {그럼 이제부터 내가 너희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겠다.}

    잠시 나는 스웜프 드래곤을 떠올렸다.

    무엇이든 삼키는 거대한 입.

    몸의 2분의 1을 차지하는 꼬리.

    짧은 네 다리.

    녀석들에게 어떤 이름을 줄까 고민한 나는 이내 결정했다.

    {첫째가 누구지}

    {나야 아빠!}

    그러자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꼬리를 번쩍 들었다.

    첫째는 주둥이가 조금 더 긴 수컷 아이였다.

    {너는 앞으로 커서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포식자가 될 거다. 그런 의미에서 넌 '스왈로우'다.}

    {스왈로우! 스왈로우!}

    자기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빠! 나도! 나도 이름줘!}

    꼬리가 조금 더 긴 둘째였다.

    자신도 멋진 이름을 갖고 싶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그 야만적인 꼬리는 적들에게 공포로 각인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넌 '새비지'다.}

    {새비지...? 새비지!!}

    다행히 이름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크르르르르르

    {너희들은 모두 내 가족이 되었고, 우리 가족의 목표는 강해지는 것이다.}

    그러자 둘째, 새비지가 내게 물었다.

    {강해져...? 왜?}

    {그야...약한 것은 죄니까.}

    나는 잠시 뜸을 들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 어머니는....인간에게 죽었다.}

    {.....엄마가...죽어?}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우뚝 멈춰 서며 나를 바라봤다.

    {그래....너희 엄마는 약해서 인간에게 죽었다. 이젠 돌아오지 않아.}

    {엄마는....이제...못 봐?}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두 아이들

    {그래. 돌아오지 않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없다.}

    그러자 아이들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안 돼! 우리 엄마 죽으면 안 돼!}

    한참을 우는 아이들.

    시간이 흘러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더는 나올 눈물이 없는지 통곡을 멈추고 내게 물었다.

    {그....인간 어딨어! 내가 복수할 거야!}

    {우리 엄마 죽인 인간 어딨어!}

    나는 붉은 안광을 태우며 씨익 웃었다.

    {인간들은....도망갔다. 하지만 우리가 강해진다면 분명 복수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다.}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다시 말했다.

    {나약한 것은 죄다. 그리고 우리가 강해진다면, 그 인간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을 거다.}

    내 말을 들은 두 아이는 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강....강해질거야....}

    {힘 세져서....다....혼내줄 거야....}

    {그래....좋은 생각이다.}

    나는 두 아이들을 어깨에 올리고 동굴을 나왔다.

    그리고 서둘러 리자드맨들을 찾아 나섰다.

    '나한텐 쓸모없겠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다.'

    감각 향상으로 기감을 펼쳐 리자드맨들을 찾았다.

    '저기 있군.'

    나는 재빨리 달려가서 도망가는 리자드맨들을 붙잡았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 즉시 나는 한 놈의 목에다 독니를 박아 넣었고 나머지 녀석들은 브레스를 뿜어 통째로 익혀 버렸다.

    키르르르륵!

    케르르르륵!

    고기 익은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나는 아이들을 땅에 내려놓고 말했다.

    {먹어라.}

    아이들은은 순식간에 벌어진 이 상황을 크게 당황할 뿐이었다.

    {...아빠...?}

    {얘들....먹어?}

    {그래. 너희는 먹을 수록 강해진다.}

    나는 동기부여를 위해 드라칸의 죽음을 언급했다.

    {너희의 어머니를 죽인 인간에게.....복수하고 싶지 않나?}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아이들은 죽은 리자드맨들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더니 이내 먹기 시작했다.

    찹 찹 찹 찹

    비록 어린 것들이라 먹는 속도는 굉장히 느릴테지만, 녀석들의 종족은 이제 이터다.

    이터는 끊임없이 먹어 치우는 괴물.

    분명히 이 많은 양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다 먹을 수 있으리라.

    그 순간 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급히 뒤를 돌아보며 인기척의 주인을 찾아냈다.

    "인...ㄱㅏㄴ..?"

    그곳엔 검은 코트와 슈트를 입은 한 여인이 서 있었다.

    .

    .

    .

    .

    .

    나, 채한림은 블러드를 계속 추격해나갔다.

    '녀석은 아직 이 던전 안에 있다.'

    탐지 기술을 약하게나마 보유하는 채한림에게서는 지금 늪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터져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녀석이 다른 몬스터와 싸우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

    원래 상위 몬스터들끼리는 잘 싸우지 않는다.

    목격된 횟수도 극히 적다.

    '하지만 놈은 다르지.'

    지금까지 블러드에 대한 정보를 모아온 그녀하면 알 수 있었다.

    '놈이 어떤 종의 몬스터인지는 몰라도...상당히 지능적이고 호전적이다.'

    녀석의 사나움은 같은 몬스터들끼리에서도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그녀는 강렬한 기운이 터져 나올 때마다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항상 그곳엔 전투의 흔적이 있었다.

    '원래라면 이런 늪지에는 리자드맨들이 서식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여태껏 살아 있는 놈은 한 번도 못 봤군.'

    그나마 찾았던 것도 목이 잘리거나 팔다리가 없는 시체였다.

    '그야말로 대학살(Carnage)을 벌이고 있군.'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흔적을 쫓아 계속 추격한 그녀는 저 멀리 불이 터져 나오고 폭음이 진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녀석이 전투 중이다...당장 저곳으로 가야 한다!'

    그녀는 급히 블러드가 전투 중인 곳으로 향했다.

    .

    .

    .

    '말도 안 돼.....'

    그녀는 블러드로 추정되는 괴물과 어떤 스웜프 드래곤이 전투 중인 것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설마 블러드가.....저 정도일 줄이야...'

    스웜프 드래곤의 덩치도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고, 그것을 상대하는 블러드로 추정되는 무언가는 크기의 거대함과 함께 처음보는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숱한 전투 경험을 지닌 그녀라도 이 광경은 경이롭게 다가왔다.

    '저게 뭐야.....내가 보고받은 녀석은 잘해봐야 B등급이란 말이야....'

    설마 추격하는 사이에 성장했나 라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말이 되질 않았다.

    '적어도 한 등급을 올리려면 몬스터는 수많은 세월을 살아야 한다....하지만 녀석이 고작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강해졌을 리는 없어.'

    혼란스러운 와중에 전투는 끝났다.

    검은색 괴물의 승리로.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그리고 그녀는 보고야 말았다.

    무자비한 검은 괴물의 포식 활동과 그에 따른 '진화'를

    아아....

    '녀석은 이터였어!'

    그녀의 머리에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위험해. 나 혼자서 어찌해볼 녀석이 아니야.'

    곧바로 던전을 나가 상부에 연락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더 무언가를 얻어내고 싶었다.

    '녀석을 조금만 더 관찰해도 늦지 않아....'

    잠시 후 녀석이 스웜프 드래곤을 다 먹고 어떤 동굴로 들어갔다.

    '저 동굴은.....아마도 저 드래곤의 레어겠지.'

    그녀는 재빨리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서둘러 녀석에 대한 것을 찾아 수집한다!'

    분명 놈은 동굴로 들어가서 지친 몸을 쉬고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온갖 전투의 흔적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 순간

    스스스스슥

    뱀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녀석이 동굴에서 나왔다.

    '제기랄!'

    그녀는 급히 근처 나무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블러드는 양 어깨에 무언가를 올린 채 저 멀리 숨어 있던 리자드맨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이내 그 괴물은 헤츨링 스웜프 드래곤들에게 리자드맨들을 먹이기 시작했다.

    '잠깐만....저 헤츨링들...상태가 이상한데...?'

    마치 먹으면 먹을 수록 이터처럼 강해지고 있던 것이다.

    '이건 무조건 보고해야만...'

    "인...ㄱㅏㄴ..?"

    ...!

    나는 블러드와 눈이 마주쳤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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