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화 용과 악마의 전투가 시작된다.
키르르르르르르륵!
{위대하신 드래곤이시여!! 부디 악마로부터 세상을 지켜주소서!!}
봉인된 드래곤 레어의 앞에 위치한 늪지대, '용의 늪'
드래곤이 자신 스스로를 봉인하기 전, 이 늪에서 자주 지냈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드래곤 리자드 족장 드라사는 그 용의 늪, 동굴앞에서 크게 절을 하며 울부짖었다.
키르르르르륵!
{부디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현세에 강림한 악마를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내주소서!}
그러자 봉인되어 있던 드래곤 레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
신비한 기운으로 막혀있던 드래곤 레어의 길이 열렸다.
쿵, 쿵, 쿵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리자드맨들은 침음을 삼켰다.
악마와의 싸움 후 지친 몸을 쉬게하기 위하여 오랜시간 동안 자신을 봉인해두었던 위대하고도 신성한 용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나를 잠에서 깨웠느냐....}
초록색으로 덮힌 딱딱한 비늘, 우람하고도 긴 꼬리, 무엇이든지 집어삼킬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주둥이, 뾰족한 발톱.
마치 악어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준 것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위대하고도 신성한 용의 정체는 바로 스웜프 드래곤.
비록 날개는 없을지라도 거대한 덩치와 압도적인 힘은 적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데에 문제가 없었다.
{감히 편히 자고 있는 나를 깨운 자가 누구느냐 물었다!}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내는 드래곤은 자신의 달콤한 잠을 깨운 이가 누구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키르르르르륵
{위대하신 드래곤의 자손이자, 드래곤님을 섬기는 종복, 저 드라사가 위대하신 분의 도움을 받고자 이렇게 부르게 되었습니다...}
{드라사....그래...내 은신처에 조공을 받치던 놈이 네 놈이로구나...}
세로로 찢어진 흉악한 눈이 드라사를 눈여겨봤다.
평소 음식을 바치며 제사를 지낸 놈이었기에 순식간에 적대감이 풀어졌다.
표정이 풀어진 스웜프 드래곤, '드라칸'은 드라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무슨 일이라고?}
드라사는 침음을 흘리며 지금껏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
.
.
원래 이 던전의 등급은 스웜프 드래곤으로 인해 A로 판명났어야 했다.
하지만 스웜프 드래곤, 드라칸은 스스로를 봉인해 두었고, 그로인해 마력이 현저하게 낮게 측정되어 C등급으로 판명된 것이다.
그리고 그 스웜프 드래곤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 방대한 마력과 힘을 지닌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악마라......그 사악한 놈이 다시 나타났는가....}
키르르르르르....
{이미 다른 리자드맨들은 모두 당한 것으로 예상됩니다....세상을 구해주십시요 위대하신 분이시여!}
{그리 말하지도 않아도 녀석과 붙어야만 할 것 같군.}
키르르?
{예? 그게 무슨...?}
스웜프 드래곤이 하늘을 바라보며 답했다.
{이미 녀석이 이곳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곳엔 태양을 등진 거대한 악마가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
.
.
.
.
'난....강해졌다.'
고치에서 찢고 나온 카니지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 준성체 1%, 뛰어난 사냥꾼이 된 공허의 포식자 이터 '카니지'
보유중인 특성: 독니,사냥꾼의 감각,맹독,야간 시야,박쥐 날개,키틴질 갑옷,끈질긴 생명력, 뛰어난 근육,긴 꼬리,성대 85%,질병의 온상,포식, 재생력, 분사형 기관, 브레스, 불의 힘, 산성, 바람의 힘, 물의 힘, 용신 강림]
체장: 18m 91cm, 체고: 3m 86cm]
20m에 가깝게 불어버린 몸, 이 무거운 몸을 날게 해주는 한 쌍의 거대한 칠흑빛 날개, 다섯 부족의 리자드맨들을 학살하고 얻은 특성.
나는 정말 이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괴수가 되었다.
'나는.....뛰어난 '힘'을 얻었다.'
주체할 수 없는 힘, 꿈틀 거리는 근육, 무엇이든 잘라버릴 것 같은 톱날이 달린 나의 팔.
하지만
'부족해...'
내 눈에서는 여전히 욕망이 가득찬 눈빛이 번들거렸다.
'아직은 세상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을거다.'
준성체 이터라면 저번에 A등급 헌터들로부터 무참히 토벌당하지 않던가.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세상이 공포에 벌벌 떨며 내 발밑을 조아릴만한 압도적인 힘이 필요하다.'
여기서 만족하고 멈출 수 없다.
헤엄치지 않으면 가라앉아 죽는다.
발전하지 못하면 도태되어 먼지로 변한다.
나는
'진화한다.'
굳게 다짐한 카니지는 이 상황을 정리했다.
'내가 이 던전에서 더 얻을 수 있는 특성이 있긴할까?'
온 늪을 뒤지며 발견한 다섯 개의 리자드부족은 모두 먹어치운 지 오래이다.
분명 계속 던전을 탐사하다보면 한두마리의 생물쯤은 그에게 이로운 특성을 주긴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새로운 던전을 탐사하여 그곳에서 빠르게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 순간
카니지의 감각에 불길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지금까지 몬스터로 살면서 이렇게 강대한 기운을 느낀건 딱 두번 뿐이었다.
한번은 몬스터로 태어나 나를 낳은 어미 이터를 보았을 때,
그리고 두번 째는 그 어미 이터를 척살하기 위해 모인 헌터들을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 방금 A급이 출현했다...인가?'
지금까지 리자드맨들을 사냥하면서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 카니지는 생각을 마쳤다.
'....현재 이런 강한 기운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두가지로밖에 생각이 안돼....'
첫 번째
'날 잡으려는 강력한 헌터가 방금 게이트에 진입했거나.'
두 번째
'모종의 이유로 봉인되었거나 깊이 잠들어있던 몬스터가 풀려났거나....'
그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수사망을 잘 피해왔다고 생각했기에 첫 번째의 경우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이렇게 강력한 헌터를 파견할 정도로 내가 던전 밖에서 대놓고 학살을 한적은 없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두 번째에 해당할 경우가 크다고 생각했다.
'어디한번 확인하러 가볼까.'
그는 위장색을 띠고 강대한 기운이 퍼져나오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
.
.
'역시....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
상공에서 지상을 지켜보고 있는 그에게 보이는 것은 한 마리의 거대한 악어를 닮은 용이었다.
'스웜프 드래곤.....'
사실상 늪지 지형에서 등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몬스터였다.
나는 스웜프 드래곤에 대한 지식을 떠올렸다.
'예전에 헌터가 되었을 때, 현장에 나가기 전에 몬스터에 관한 서적을 많이 읽었었지....'
나약했던 그에게 지식이란 살아남을 수단이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다른 헌터들에게도 절대적이지만, 나약하고 재능없던 내게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때문에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몬스터들을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그런 내 지식으로 봤을 때'
카니지는 자신과 거의 몸집이 비슷한 스웜프 드래곤을 바라봤다.
'저 개체는 유독 크고 강하다!'
원래라면 스웜프 드래곤은 B등급 몬스터들 중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정도다.
뛰어난 근육, 악어와도 같이 거대한 주둥이와 그를 받쳐주는 치악력, 상대의 뼈를 분쇄시켜버리는 강력한 꼬리 공격, 날카로운 발톱.
육체의 자체적인 스펙은 그 어떤 드래곤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날개가 없어 하늘을 날지 못하는 것과 지상에서의 이동속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엄청난 단점들이 존재했다.
물론 다른 드래곤에 비해 물속에서 굉장히 빠른 특출난 면이 있긴하지만, 하늘을 나는 것과 비교하면 많이 아쉬운 능력이었다.
때문에 상대의 공격에 노출되기 쉽고, 위험에 처했을 때 근처에 물가라도 없는 이상 도망갈 수도 없다.
명확한 공략법의 존재유무.
이것이 녀석의 강력한 육체스펙에도 불구하고 B등급으로 판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뿜어내는 기운과 덩치는 A등급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거대했다.
'생각해보자....스웜프 드래곤의 공략법은...'
일정 거리를 두어 강력한 꼬리와 물기 공격을 대비, 부레스를 뿜을 경우 보호막을 전개하여 방어.
철저한 원거리 공격으로 깎아나가는 전투방식을 고수할 것.
'좋아 내게는 강력한 브레스와 하늘을 날 수 있는 거대한 날개가 있지. 전적으로 내게 유리하다.'
판단을 마친 카니지는 위장색을 풀어 스웜프 드래곤을 바라봤다.
위장색이 풀리자 드러나는 카니지의 거대한 몸체와 칠흑빛 날개는 밝은 태양을 등져 마치 신화에서의 한 장면 같았다.
악신의 강림.
거대한 악신이 태양을 집어삼킨 채 천천히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나와 스웜프 드래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네 놈은 일전에 내가 상대했던 그 악마가 아니군....}
스웜프 드래곤의 사념이 내게 전달되었다.
......?
'어떻게 사념을 전달하지?'
{지금 내게 사념을 전달하고선 어떻게 전달하냐고 묻는겐가?}
아마도 상대에게 전달하고자하는 의지를 가진 채 생각을 하면 사념이 전달 되는 듯 했다.
{이렇게 대화하는 건 처음이라 잘 몰랐다}
{흥! 말하는 법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애송이 놈이군!}
스웜프 드래곤이 쉬이이익 거리면서 나를 노려봤다.
{그래서 네놈이 내 수하들을 죽였나?}
수하들이란 리자드맨들을 말하는 것을 알아챈 나는 잔인하게 웃어보이며 긍정을 표했다.
{그래....네 놈의 수하들은 끔찍하게 나약했지...하지만 내 영양분이 되는 것으로 죗값을 치뤘다.}
스웜프 드래곤이 눈을 꿈틀거리면서 바라봤다.
{죗값을...치뤘다고? 무슨 죄를 말하는거지?}
카니지는 턱을 치켜올리며 답했다.
{나약한 죄.....그것 말고 더 말할게 있나?}
{나약한 죄라....네 놈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말이군.}
스웜프 드래곤이 매섭게 카니지를 노려봤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에 있어 나약한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무거운 죄다.}
그에 응수하듯 카니지는 붉은 눈에서 안광을 피어냈다.
{그럼 오늘 네놈의 죄 또한 마찬가지 일것이다!! 나보다 약한 네놈은 오늘 내게 죗 값을 치루며 죽는다!!}
이내 스웜프 드래곤은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는지 카니지를 향해 포효했다.
크롸아아아아아!
{이쪽도 바라던바다. 도마뱀 녀석!}
키에에에에에에!
그렇게 용과 악마의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