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12화 (12/35)
  • 제 12화 나는 세상에 분노를 품었다.

    콰드드드득!

    땅에서 가시 꼬리가 지면으로 올라와 리자드맨들을 학살한다.

    케르르르르륵!

    크레에엑!

    콰드드드득 콰드드드득!

    리자드맨들은 카니지를 공격할 수단이 없었다.

    그저 무기력하게 자신의 죽음이 발밑에 당도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좌절하기만 할 뿐.

    '이게 정답이었어.'

    전사에서 사냥꾼으로 돌아온 카니지는 그야말로 자신의 몸을 100% 활용하여 학살을 일으키고 있었다.

    감각 향상으로 땅위의 대상을 인식하고 뱀과도 같은 몸으로 땅 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야말로 땅속의 상어와도 같은 움직임.

    키에에에에에!

    나는 가장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대상을 감지했다.

    '저 녀석이 족장이다. 녀석부터 처리한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엄청난 속도로 녀석에게 접근하여 그 반동으로 땅이 진동한다.

    콰앙!

    녀석에게 도착한 나는 땅을 부수며 튀어나와 녀석의 머리를 물어 뜯으려했다.

    하지만 녀석은 엄청난 순발력으로, 점프하여 내 물기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뿐, 나는 공중에 체공하여 더 이상 피할 길이 없는 녀석에게 침을 내뱉었다.

    투두두두두

    엄청난 속도로 이어지는 연사.

    공중에서 지탱할 것을 잡지 못한 차쿤타는 무방비하게 내 맹독과 질병, 그리고 산성에 노출되었다.

    치이이이익!

    쿠르윽!

    다리가 완전히 녹아버린 녀석은 땅에 제대로 착지도 못하고 철푸덕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승리를 확신하고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카니지의 뚝뚝 떨어지는 침과 늘어진 혀를 바라본 차쿤타의 눈빛에는 절망이 보였다.

    크르르르르르

    {이걸로 끝이다!}

    콰직!

    나는 녀석의 머리를 물어 그대로 찢어발겼다.

    차쿤타의 머리는 순식간에 몸에서 뽑혀나와 척수를 흩뿌리게 되었다.

    그렇게 차쿤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나는 새로이 얻은 특성을 바라봤다.

    ['리자드맨 차쿤타'를 포식했습니다.

    특성 '불의 힘'을 흡수합니다.

    특성 '브레스'를 흡수합니다.

    특성 '많은 양의 근육'을 흡수합니다.

    특성 '많은 양의 근육'과 특성 '유연한 근육'이 결합되어 '뛰어난 근육'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아성체 성장률 79%]

    나는 새로 얻은 브레스 특성을 확인했다.

    [특성 '브레스': 통칭 숨결로도 불리는 이 기술은 소수의 몬스터만이 사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기술입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특성과 결합하여 강력한 원거리 공격수단이 되어줄 것입니다.]

    나는 드디어 최상위권 원거리 공격을 얻었다는 생각에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들어왔다.

    그렇게 새로운 특성을 시험하기 위해 주위에 리자드맨들을 바라봤다.

    '녀석들에게 내 산성 브레스를 한번 보여줘 볼까?'

    이내 브레스를 뿜을 준비를 하자 단전이 부풀어올랐고, 이내 초록색 숨결이 리자드맨 부락을 뒤덮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벌어진 참극.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비명, 고통 속에서 피어난 절규는 카니지의 승리를 알렸다.

    .

    .

    .

    .

    .

    케르르르륵..

    {전설의 악마가 나타났다니....}

    커륵 커륵 커륵

    {액시드와 파이어는 이미 당했겠군....}

    그룸과 파이어 리자드 부족장에게 소식을 전달 받은 워터,윈드,드래곤 리자드 부족은 그 즉시 '용의 늪' 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세 마리의 부족장과 두 마리의 목격자.

    다섯이 모여 이 사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었다.

    케르르륵

    {그 악마는 절대 우리 리자드맨들의 힘으로만 이길 수 없습니다.}

    케르르르륵

    {나도 직접 보았기에 알 수 있다...우리 부족도 지금쯤은 무사하지 못하겠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드래곤 리자드의 부족장 '드라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키르르르륵

    {아무래도 위대하신 '드래곤'님을 불러야겠군.}

    커륵?

    {드래곤님을?!}

    드래곤 리자드의 충격 발언에 놀란 이들은 모두 그를 바라봤다.

    키르르르륵

    {전설에서 악마를 쓰러뜨린 건 그분이셨지....악마는 우리따위가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다른 부족의 족장들은 그들이 굳건히 믿고 있는 전설에 근거하여 주장을 펼친 드라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케르르륵

    {확실히....악마를 이기는건 우리의 힘으로 부족하겠지...}

    모두에게서 동의의 의사를 확인한 드래곤 리자드 족장 드라사는 그 즉시 일어나 제사를 준비했다.

    키르르르륵

    {시간을 오래 끌 순 없다. 녀석은 이미 파이어 리자드 부족을 집어삼키고 다른 부족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굳은 의지를 표하며 그는 제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

    .

    .

    .

    .

    파이어 리자드 부족을 전부 먹어치운 카니지는 대략 반나절동안 온 늪을 이잡듯 뒤지며 윈드, 워터, 드래곤 리자드 부족을 발견하고는 학살을 일으켰다.

    브레스를 얻어서인지 파이어 리자드 부족에서처럼 딱히 힘든 상황이 벌어지지 않은 채 모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좋아....이로써 나는 새로운 속성의 특성을 무려 5개나 얻었어.'

    그렇게 즐겁게 특성을 확인하고 있는 그는 몸이 부풀어 오르며 뒤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케에에에에엑!

    이미 한번 겪어본 적이 있는 고통.

    그렇다. 그는 모든 네 개의 리자드맨 부족을 먹어치우고 아성체 성장률 100%에 도달하여 진화를 위해 고치에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크으윽! 이 고통은 전혀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게 거대한 고치속에 카니지는 잠을 자게 되었다.

    .

    .

    .

    .

    .

    "오빠! 오빠는 커서 뭐가 될거야?"

    "글쎄.....나는...평범한 아버지가 되고싶은데.."

    "그럼 나는 오빠랑 결혼할래!"

    "싫어!"

    '이건.....'

    또 이런 꿈을 꾸는건가.

    과거 어렸을 적 여동생과 지냈던 추억....아니 기억이 하나의 영상처럼 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김하나, 나의 하나뿐이자 인간이었을 적 누구보다 소중했던 나의 여동생.

    보통 남매지간에는 이렇게 친한 경우가 드물다지만, 가정폭력의 같은 피해자로서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두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내 동생과 나는 정말 친구와도 같이 지냈었다.

    헌터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본격적으로 '힘'을 갈망했던 것도 다 그녀 때문이었다.

    집에서는 부모님한테, 학교에서는 내 또래들한테 온갖 멸시을 받았었다.

    정말 죽고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길을 걸을 때마다 심장이 밧줄에 묶인 것처럼 답답하고 쓰렸다.

    잠을 잘 때는 매일같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멸시받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난 내 여동생 앞에서는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

    밝게 웃고 빛나는 그녀에게 내 어두운 우울함과 고통이 묻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녀가 중학생이 되고 난 후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오빠랑 학교에서 헤어져서 힘들었었는데, 다시 초등학생 때처럼 같이 다니겠네?? 헤헤"

    언제나 밝게 빛나는 나의 동생, 하나.

    그리고 그녀는 내가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한테 폭행당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하...하나야!"

    "뭐야! 이쁜데? 니 아는애야?"

    내 동생을 그런 더러운 눈빛으로 보지마라!

    "아니....모르는 애야."

    나는 동생의 시선을 회피하며 애써 모른 척 했다.

    그 이후로 나는 그녀를 피해다녔다.

    내가 그녀의 삶에 방해가 되는 것을 알았기에.

    '미안해...'

    "오빠...왜 요즘 나 피해다녀?"

    내가 집에 밤늦게 돌아오자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그런거 아니야."

    나는 무덤덤하게 대답하고 그대로 내 방으로 들어갔다.

    하나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오빠, 힘든거 아니까...나한테는 이러지마..."

    "......그런거 아니라니까"

    나는 그녀를 떼어내고 문을 닫았다.

    미안해. 내가 못나서.

    시간이 흘러 그녀가 고등학교 처음 입학 했을 때, 나는 애써 기쁜 마음을 숨기고 그녀와 함께 등교했다.

    "이렇게 같이 다니니까, 옛날 생각나고 좋다!"

    "그런가"

    잠시동안의 내 행복이 이어졌다. 아주 잠시동안

    갑자기 게이트가 열리고 그 안에서 몬스터가 나왔다.

    늑대의 모습을 한 녀석은 우리를 노려봤고, 동생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손발이 떨리고, 내 심장 소리에 귀가 멀 것만 같았다.

    나는 그 괴물을 보고 너무 두려운 나머지 내 동생을 두고 집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집으로 도착한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

    나는 동생을 버리고 도망쳤다.

    "병신같은 새끼야!!! 왜 도망가 왜!!!"

    이런 내 자신이 싫었다. 소중한 사람조차 제대로 간수할 수 없는 이 빌어먹을 몸뚱이와 나약한 정신력.

    내가 대신 앞에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대신 죽어줬어야 했는데.

    "멍청하게 거기서 왜 도망을 가!!! 니 동생은!!!!"

    온 집안이 나의 절규소리로 가득찼다.

    그렇게 나는 바닥에 엎드려 울며 빌었다.

    '미안해....미안해.....미안해...제발...'

    지옥같은 시간이 흘러 그녀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그녀는 근처 헌터로 부터 구해졌다. 하지만 신경에 문제가 생겨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온 세상이 미웠다.

    나약하게 태어난 내가 미웠고, 이렇게 나약한 신체와 정신력을 물려준 부모가 미웠고.... 이런 생각을 하며 현실을 도피하는 내 자신이 싫었다.

    이런 쓰레기같은 나를, 나약해빠진 김진현을 버리고 싶었다.

    그 순간 과거의 영상을 보는 내게 어떤 말이 들려왔다.

    [너는 무엇이 부족했지?]

    [....글쎄....모르겠는데...]

    [아니 넌 알고 있다.]

    [.......]

    [너는....'힘'이 부족했다.]

    내 마음속에 비수가 쏟아져 무수한 구멍을 내고 지나간다.

    [힘이 있었다면 무시받지도 않았을 것이고, 너는 소중한 사람도 지킬 수 있었을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다시 한번 묻겠다....너는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원하지?]

    나는.....

    나는....힘을 원한다.

    내 눈에서 붉은 안광이 피어오른다.

    [누구도 내게 대적할 수 없는, 세상에 내 존재를 각인 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 순간 나는 어두웠던 영화관 같은 곳에서 빠져나와 밝은 빛에 휩싸였다.

    .

    .

    .

    .

    .

    키아아아아아아!

    카니지는 고치를 찢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세상에 분노를 품은 악마가 새로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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