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9화 (9/35)

제 9화 나는 대학살을 즐긴다.

['뱀'을 포식했습니다.

특성 '독니'를 흡수합니다. 이미 보유중인 특성입니다. 해당 특성이 강화됩니다.

아성체 성장률 65%]

나는 이곳에서 추적을 따돌릴 겸 새로운 먹이를 찾기 위해 떠돌아 다닌지 하루가 지났다.

아무래도 늪지이기에 벌레와 관련된 몬스터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걔들은 너무 귀찮아...'

당연하게도 벌레과 몬스터들은 최소한의 지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보고도 공격하기 일쑤였다.

'에이 귀찮게 퉷'

어느새 또 내 혓바닥에 붙은 파리를 뱉어냈다.

'아 그냥 삼킬걸 그랬나'

그렇게 벌레에게 시달리고 있던 내게 한 발자국이 보였다.

'음 이건? 한 두마리의 발자국이 아니잖아.'

소규모의 인원이 이곳을 지나간 듯 했다.

'다만 이게 사람 발자국은 아니라는거지.'

카니지는 발걸음을 따라가면서 올라가는 입고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새로운...사냥감! 그것도 지성이 있는!'

여태껏 사냥하면서 느낀거지만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피식자들의 얼굴을 보는 건 항상 즐거웠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겠지.

'이건.....고기냄새?'

냄새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나무로 지어진 마을이 있는 듯했다.

'호오....늪지에 사는 지성이 있는 몬스터라면....리자드맨?'

위장색을 사용한 채 접근하자 그의 예상은 보기좋게 맞아들었다.

나는 근처 부락에서 좀 떨어져서 놀고있는 어린 리자드맨 하나를 낚아챘다.

"아ㄴ..뇨ㅇ..크흐흐하하"

나는 그자리에서 바로 위장색을 풀어 어린 리자드맨을 방패로 삼은 채 부락으로 진입했다.

크르르르르르!

내 가래 끓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리자드맨 전사와 주술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끼르르르륵...."

어린 리자드맨에게서 구슬픈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케르르르륵!"

"크르르르륵!"

리자드맨 전사들은 그저 우물쭈물 내게 창을 겨누는 것 말고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역시 어느 녀석들이나 지들 새끼는 끔찍하게 아낀다니까 크크'

나는 일단 내게 접근하고 있는 리자드맨 전사들을 향해 특성 '분사형 기관'을 통해 독과 질병이 담긴 침을 내뱉었다.

'내가 알기론 녀석들에게 해독과 같은 특성은 없어.'

내 침은 일정 거리이상 날아가면 액체가 아니라 기체형태로 변해 주변에 여러 대상을 노릴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뭉쳐서 내게 접근해오는 리자드맨 전사에게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폭탄먼지벌레의 특성을 받아서인지 내 분사형 기관은 짧은 시간에 여러번 발사할 수 있었다.

투두두두두둑

내 앞은 금새 맹독성 가스로 가득 차게 되었다.

"키르르륵!"

"케르르르륵!"

리자드맨 전사들은 가스를 맡더니 잠시 뒤에 눈물 콧물 다 빠지며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나는 이내 리자드맨 전사들이 무력화되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인질로 삼고 있던 어린 리자드맨의 머리를 물어 뜯고 바닥에 내던졌다.

목을 잃어 부들부들 떨며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어린 리자드맨의 시체를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크르르르르륵

(수고했다. 어린 리자드맨! 내가 너의 몫까지 전부 다 죽여줄게!)

나는 잔혹하게 침을 흘리며 웃고서는 고개를 돌려 리자드맨 주술사들을 바라봤다.

'녀석들은 마법을 쓸 수 있다. 그러니 먹었을 때 내게 어떤 마법과 같은 특성이 생기진 않을까?'

기대에 찬 나는 거침없이 달려나가 낫처럼 생긴 두팔과 가시가 박힌 꼬리들로 대학살을 벌였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엑!

늪지에서는 이 날 포식자의 압도적인 위압감을 자랑하는 울음소리가 울려퍼졌고, 먹잇감들은 그저 자신 앞에 닥친 항거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 속에서 죽어 나자빠졌다.

.

.

.

크르르르르륵

(아빠가 오늘 뭘 가지고 왔게?)

께루루룩?

(뭔데?)

케르르르륵!

(바로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살이 통통 오른 물고기지!)

여느 날처럼 생선과 늪지 몬스터를 사냥하며 지내고 있던 리자드맨 무리

그중에서 리자드맨 전사장 '그룹타'는 운이 좋게 살이 잔뜩 오른 생선을 잡아 자신의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께루루룩

(엄마는 언제와?)

케르르르륵

(엄마는 지금 호숫가에서 나머지 생선을 잡고 있다.)

께르륵

(그럼 엄마오면 그때 같이 먹자)

지금 당장 먹고 싶을텐데 자신의 엄마를 생각해서 나중에 먹자는 아들이 너무나 기특해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케르륵

(그래. 그럼 밖에 나가서 놀고있어. 너무 멀리 가지는말고)

께륵!

(응!)

그렇게 전사장의 아들은 엄마가 올 때까지 바깥에서 놀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내 실수였다. 내가 지키고 있었어야만 했다.

'어째서.....'

아들이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전사들은 부락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나갔지만 아무도 쉽사리 공격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내 아들!!'

전사장은 넋을 잃고 말았다.

녀석은 딱딱한 갑옷같은 것이 몸에 붙어 있었고 칠흑에 가까운 한 쌍의 날개는 접혀있지만서도 그 거대한 크기는 숨길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녀석의 붉은 눈과 숨김없이 드러난 무수히 많은 이빨. 두 개로 나눠져 흉측한 모습을 띠고 있는 아래 턱,

그런 한번도 본 적없는 끔찍한 악마가 자신의 아들을 방패로 삼고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에에에에엑!

악마의 울음소리는 딱딱한 것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기분나쁜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케르르르르륵!

(내 아들을 내려놔라 이 악마!)

전사장은 창을 굳게 잡고 노려봤지만 오히려 그 악마는 그 시선을 즐긴다는 듯 괴이한 소리를 냈다.

그렇게 대치가 조금 이어지고 괴물이 일순간 무언가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둑

'이건...침?'

바닥에 떨어진 초록색 액체는 이내 기분나쁜 가스로 변환되어 우리를 감쌌다.

그러자 전사들은 고통에 빠져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나는 눈을 부릅뜬 채 내 아들에게 손을 뻗었다.

케..르..륵...

(아...아들.아....)

그렇게 부락을 위해 헌신했던 숭고한 전사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

.

으직으적 까드드득 콰직콰직

대학살을 마친 나는 승리의 보상으로 대략 수십마리의 리자드맨을 포식하고 있었다.

['리자드맨'을 포식했습니다. 아성체 성장률....]

['리자드맨'을 포식했습니다. 아성체 성장률....]

['리자드맨'을 포식했습니다. 아성체 성장률....]

......

['리자드맨'을 포식했습니다. 아성체 성장률 76%, 체장 9m 87cm, 체고 2m 51cm]

끝없이 먹어치운 나는 새로운 특성을 확인했다.

[특성 '미약한 산성'을 흡수 했습니다.]

[특성 '미약한 산성'을 흡수 했습니다.]

[특성 '미약한 산성'을 흡수 했습니다.]

......

[다량의 '미약한 산성' 특성이 흡수되어 해당 특성이 '산성'으로 변환되었습니다.]

나는 이 때 목에서 따끔따끔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내 침이 리자드맨 시체위에 떨어지자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녹아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이제 침을 뱉을 때 물리적인 피해도 기대할 수 있겠어.'

카니지의 침을 뱉는 공격은 대상이 침에 맞거나 가스를 맡아 중독되어 쓰러지기 때문에 바로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때문에 대상이 공격에 맞고 무력화 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지'

명중만 한다면 큰 피해를 입히진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대상의 빈틈을 일으킬만한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 나도 꽤나 성가셨을텐데 용캐 사용하지 않았네.'

카니지가 인질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산성 침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이 수법은 앞으로도 계속 써먹어야겠어.'

인간 시절의 김진현이었다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할 작전이었고 사용한 이후에도 엄청난 죄책감이 폭풍처럼 몰아붙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괴물로 전락해버린 카니지에게는 그저 하나의 유희거리에 불과했다.

마을에 있는 모든 리자드맨의 시체를 먹어치운 나는 근처에서 매복하기 시작했다.

'부락에 있는 리자드맨이 끝이 아닐거야...분명 더 있을테지.'

그리고 이 끔찍한 사태를 누군가....예상컨데 다른 부락에 알릴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난 그걸 추적하여 손쉽게 녀석들의 은신처를 알아내고말이야.'

그렇게 나는 나무 그늘에 녹아들어 덫에 걸릴 새로운 사냥감을 기다렸다.

.

.

.

리자드맨 전사장의 아내 '그룸'인 나는 호숫가에서 생선을 낚고 있었다.

'그 이는 통통한 녀석들을 많이 잡았으니 나도 질 순 없지요.'

집중하고 있던 그룸은 이내 물속에 큰 그림자가 지나가자 재빨리 작살을 박아 넣었다.

그룸의 작살에 꽂혀 팔딱거리는 생선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정도면 그 이가 잡은거에도 꿀리지 않아!'

이내 그녀는 바구니 속에 생선을 넣어뒀다.

'음....이제 꽉 찼으니까 돌아가볼까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

.

'아......'

그리고 부락에 도착한 그녀는 그만 손에서 바구니를 놓치고 말았다.

부락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집이 형편없이 파괴되어 잔해가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케르...르륵?

(다들.....어디 있어요?)

그녀는 부락의 사람들이 장난 치는 줄로만 알았다.

아니 그러길 바랬다.

케르르르륵!

(다들 장난인거 아니까 이쯤해요!)

이미 그녀도 내심 알고 있었다. 마을이 습격당했다는 것을, 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순간 맨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마을을 뒤지던 그녀는 그만 '그것'을 보고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저...저건.....아..들?'

비록 머리가 잘려 몸밖에 없지만 수년간 키운 아들의 몸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이럴 순 없어

흐느끼며 바닥에 차게 식어있는 아들의 시체를 안았다.

안고나니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오랜시간 동안 키워온 아이가 맞다는 것을

'아아아아......'

그녀의 눈에서 마른 눈물이 나오고 목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케르르...

(아들아.....)

그녀는 힘없이 늘어져있는 아들을 꼭 안고 고개를 파뭍였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또 운 그녀는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절규했다.

'감히....감히 누가!!!!! 이따위 짓을!!!'

뼈아픈 슬픔은 곧 몸서리치는 분노가 되었고 부락과 자신의 아이를 이따위로 만든 놈을 꼭 찾아내리라고 생각한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다.

케르르르르르르를!

(누구야!!!!!! 누가 감히!!! 이런 짓을!!!! 당장 나오지 못해!!!!)

자식을 잃은 어미의 한맺힌 울음소리가 늪지에 퍼져나갔고 그에 대응하듯 저 멀리 나무의 그림자에서 검은 색 형체를 띤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르

악마.

녀석의 모습은 전설에 내려오는 악마 그자체였다.

압도적인 공포를 일으키는 외형.

저 악마가 부락과 자신의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놈!!'

분노에 찬 어미 리자드맨은 아이를 안고 벌떡 일어났다.

그 악마가 점점 다가오자 어미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알려야만 해! 이 사실을 다른 부족에게 알려야만 해!'

혼자 저 악마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챈 그녀는 서둘러 아이를 안고 뛰어 '파이어 리자드' 부족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그녀는 악마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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