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5화 (5/35)
  • 제 5화 A등급 헌터란 이런것이다.

    "이번 던전 게이트 참사는 강철방패 길드의 측정 오류로 인한 사태입니까??"

    "C등급 게이트에서 A등급으로 추정되는 이터가 나왔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이번 게이트 참사에 희생된 헌터에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C급 게이트 앞에서 대기중인 A급 헌터 11명과 강철방패 길드 간부이자 A등급 헌터인 김태준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세례를 받고 있었다.

    "나 원 참....시끄러워서 뭘 할 수가 없구만."

    A등급 헌터 이승준은 혀를 차며 멀찍이서 어떻게든 건수를 찾겠다는 기자들의 찐득한 눈빛에 기겁했다.

    최근 강철방패 길드는 게이트 측정 오류를 인정하진 않았지만, A등급 헌터 11명과 길드 간부, 총 A등급 12명이서 C등급 게이트를 토벌한다고 하기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기자들은 득달같이 달려와 취재한 것이었다.

    '작전 회의는 던전에 들어가서 해야겠군.'

    간단한 브리핑과 실전에 쓰일 작전 회의는 이미 길드 회의실에서 다 한 상태였지만 실제 지형과 녀석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으니 더욱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던전내에서 상황을 분석한 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출발한다."

    그렇게 강철방패 길드가 엄선한 최정상급 공대원들이 세간에서 악마라 불리는 이터를 잡으러 게이트 속 너머로 진출했다.

    .

    .

    .

    "음...숲이로군요."

    "그래 예상했던 바다."

    이번 던전 토벌대원으로 차출된 A등급 헌터 김은지

    그녀는 처음 헌터로 1년 전 각성했을 때 시작부터 A등급으로 판정받았다.

    그녀의 집안은 상당히 상류층에 속하고 있었기에 이런 위험한 헌터의 일을 하는 것을 만류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고, 던전 속에서 그녀의 재능을 숨김없이 뽐냈다.

    천재.

    그녀는 천재였다. 하늘이 내린 재능.

    그녀의 재능은 다양한 길드에서 그녀를 원하게끔 만들었고, 날때부터 대접 받아온 그녀는 이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일의 연속은 막강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번에도 손쉽게 처리하겠지요.'

    그녀는 자신이 소속된 공대의 헌터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하나같이 최정상급 엘리트

    A등급이란 그런것이다.

    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게끔 만드는 이들.

    한국에 100명도 안되는 적은 숫자의 정예요원들.

    그들이 작정하고 토벌하는 던전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이 불을 뿜는 드래곤이던, 추운 설산에서 모두를 얼려 잔혹하게 죽이는 웬디고들이던, 그들이 지나간 곳에서는 시체는 분해되고 마정석은 뽑혀나간 너저분한 잔해만이 남는다.

    물론 이번 던전의 주요 타겟인 A등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 준성체 이터는 세간에서 좀 다르게 평가되는 바가 있지만, 그녀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성장한다고 하던가? 성장하기 전에 토벌한다. 무엇이든 먹어치운다고 하던가? 먹기전에 토벌한다.

    나름 이 던전에서 주름잡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우리가 나선 이상 그것은 절대 살아나갈 수 없다.

    "김은지 헌터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A등급 마법사 계열 헌터 최한성.

    그는 별볼일 없는 대학생이었다가 갑자기 B급 헌터로 각성해 뼈를 깎는 수련을 통해 A등급으로 재심사 받은 노력파 정예 헌터였다.

    그런 최한성에게도 노력으로 안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연애.....그는 만년 모태솔로였다.

    하지만 이 기회를 빚어 그는 이 지긋지긋한 모태솔로 인생을 벗어나고자 했으니!

    최한성은 은발 적안의 육감적인 몸매와 고운 외모의 소유자인 김은지 헌터를 흠모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그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딱히 크게 반응하진 않았다.

    이런 관심은 익숙하니까.

    "별 생각 안했습니다."

    "아하하하! 그렇시군요. 그럼 이따가 토벌 끝나고 커피나 한잔 어떠...십니까?"

    "죄송합니다. 끝나고 일이 있어서요."

    단호하게 거절한 김은지는 빨리 동굴을 찾아 전투에 임하고 싶었다.

    전투에 임할때야말로 자신의 삶의 진정한 낙이니까.

    "아하하....네...."

    그의 모태솔로 인생은 벗어나지 못할 듯 싶었다.

    .

    .

    .

    '결국 올 것이 왔네.'

    나무에 위장색을 띠며 매복하고 있던 나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뽐내며 비장하게 동굴로 향하는 12명의 헌터를 발견했다.

    '내가 정찰대를 처치해서 저들은 이터의 어미...그러니까 A등급으로 추정되는 이터가 있다고 확실시한 것임이 분명해.'

    저만한 수의 A등급 헌터들이라면 어쩌면...정말 이터가 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난 아직 A등급 헌터가 싸우는 걸 직접 보지 못했으니 실제로 얼마나 쎈지는 자세히 알 수 없어...다만 확실한 건 이번 전투에서 둘 중 어느 누가 이기던간에 큰 피해를 입는다는 건 확실하지.'

    나는 특성 '감각 향상'으로 저들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대충 행색을 보아하니 마법 계열 헌터는 4명 근접 전투 계열 헌터는 3명, 원거리 계열 헌터가 4명, 탐지 계열 헌터가 1명인가.'

    그 순간 탐지 계열 헌터와 눈이 마주쳤다.

    "음?"

    "왜 뭔가 보였나?"

    "아니....분명 우리를 누군가 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져서요."

    "탐지는 해봤어?"

    "지금 해보겠습니다."

    대화를 엿들은 나는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이 거리에서 내 시선을 느꼈다고? 미친 괴물자식들!'

    나는 서둘러 나뭇가지에서 날개를 펴 활공하며 거리를 벌렸다.

    '잡히는 순간 끝이다!'

    나는 위장색을 유지한 채 녀석들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내 시선을 분명 느꼈어. 내가 저들을 감지하면 저들도 나를 감지할거야.'

    착지하고 조심히 내가 있었던 자리를 봤다.

    그곳에는 탐지 계열로 추측되는 헌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 뭔가가 있었나본데요...근데 뭐 흔적을 보아하니 잡몹이었나 봅니다."

    "그래? 우리의 목표는 준성체 이터니까 잡몹은 굳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잡지않고 이동한다. 복귀해!"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긴 나는 생각했다.

    '감각 향상으로 지켜보는 건 높은 등급의 헌터에게서는 자제해야겠어. 아무래도 내 기감을 느낀 듯하네.'

    실제로 감각 향상 특성의 설명에는 자신의 기운을 미약하게 흩뿌려 기운에 감지되는 대상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중에 특성을 더 진화시키면 그때서야 고등급 탐지 계열 헌터한테 써먹을 수 있겠구만.'

    나는 생각을 마치고 그들을 조심스래 관찰했다.

    '아마 오늘 바로 결판을 볼 생각이겠지.'

    그들이 흩뿌리는 매서운 기세는 잡몹들에게 일체 접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듯 싶었다.

    그러한 강렬한 대응은 주변 몬스터들이 겁을 먹으며 자리를 떠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피부가 따까워.....엄청난 기세야....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A등급 헌터들은 훨씬 강력한건가?'

    실제로 본적이 없기에 단순 추측만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자신의 추측이 억측이였다는 것을 직감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이터가 이길 줄 알았는데....이건 이터가 질 것만 같잖아.'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이고 불구경이랬나? 돈 주고도 못볼 경기를 직관하게 될 그들의 전투는 나는 침을 삼키며 흥분에 몸을 적셨다.

    .

    .

    .

    "여기가 그 동굴이군."

    A급 헌터 일행들은 거대하고도 웅장함을 뽐내는 동굴앞에 섰다.

    "안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녀석인게 분명합니다."

    "그래...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 없겠지...다들 해독 관련 마법과 물약 체크하고 돌입한다."

    공대원들은 각자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굳은 의지와 압도적인 장비로 무장한 체 대기했다.

    "우리는 녀석에게 시간을 주면 안돼.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은 이 싸움에 적응하고 진화할거다."

    적응하고 진화한다는 말에 대부분의 대원들은 긴장했다.

    "여기서 이터 상대해본 놈들은 알거야. 녀석들의 진화속도는 그야말로 괴물의 것이다. 그러니 속전속결로 결판낸다."

    이내 길드 간부이자 공대장인 김태준은 마음을 굳히고 그의 대원들과 함께 동굴에 입장했다.

    '생각보다 더 어둡군.'

    내부의 벽을 관찰하니 무언가에 쓸려나간 자국이 많다.

    이 흔적들은 추측컨데 이 안에 사는 괴물이 이동하며 쓸려나간 자국일거다.

    즉 이 거대한 동굴도 녀석에게는 그저 몸만 숨기는 작디작은 은신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오면서 확인했지.'

    녀석의 발자국을.

    마치 언뜻보기에는 호수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발자국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좋아. 녀석에게 동굴이 작다면 움직이는데에 제약이 있겠지.'

    조소를 머금으며 법 계열 대원들에게 지시했다.

    "마법 계열 헌터들은 지금 즉시 광원 마법을 발동하고 녀석을 발견하는 즉시 얼음 계열 마법으로 녀석의 행동에 제약을 가한다."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탁월한 진두지휘.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났을까 이들은 앞에 광을 내고 있는 한 광석을 발견했다.

    "정지!"

    동굴 한복판에 바닥에 붙어있는 광석.... 그것도 잘 깍인 것 처럼 광을 낸다고?

    '여기는 녀석이 지나다니는 길목일텐데 석순같은게 붙어있을리가 없어......이건!'

    상황 판단을 마친 그는 공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저 빛나는 건 광물이 아니다! 저건 녀석의 신체 일부다! 모두 공격 개시!"

    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대열을 짜고 그 즉시 마법과 원거리 공격이 퍼부어졌다.

    콰과과광 퍼버버벙 슈슈슉!

    수많은 마법과 화살이 날아들었다.

    갑작스런 마법과 원거리 공격을 무방비한 상태에서 맞은 준성체 이터는 엎드려 있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단순히 일어났을 뿐인데 그 거대한 덩치는 그 자체로 위협이되고 지형지물에 영향을 끼쳐 진동을 울려퍼지게했다.

    쿠구구구구궁

    엄청난 진동에 천장에 붙어있던 종유석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방어 마법을 전개해!"

    물론 이러한 종유석들은 A등급 헌터 일행들에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크롸아아아아아아!

    거대한 덩치를 앞으로 숙이고 쩍 벌린 아가리는 헌터 일행을 향했고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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