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4화 (4/35)
  • 제 4화 나는 내면도 괴물이 되어간다.

    으적으적 까드득득 콰직콰직

    살을 씹어먹고 뼈를 으깨먹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야영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인간'을 포식했습니다.

    특성 '감각 향상'을 흡수합니다. 아성체 성장률 10%]

    정찰대원을 거의 다 먹고 나니 내 체장길이는 3m를 넘어서고 있었다.

    [체장: 3m 21cm, 체고 1m 13cm]

    그 순간 한 남자의 비명이 들렸다.

    "으악! 씨발 너 뭐야!!"

    '쳇 먹는 소리가 너무 컸나'

    김진현, 아성체 이터는 다시 위장 색을 띈 채 나무 위로 도주했다.

    "허..헉 젠장...야! 너! 빨리 일어나! 습격인데 뭘 처 자빠져 있어!"

    "에..엣! 습격이요?"

    "그래...이미 준우는 당했다."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군데군데 파먹혀 있는 김준우의 시체는 그야말로 끔찍한 비주얼을 보이고 있었다.

    "우..우웁!"

    결국 참다못한 신나연은 그만 그 자리에서 속을 게워내고 말았다.

    "야이...씨... 더럽게! 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 우리 주변에 아직 녀석이 있다!"

    신종택은 자기 주 무기인 창을 꺼내 들어 전투 태세를 취했다.

    신나연은 대충 팔로 쓱 입가를 닦더니 자신이 지급받은 기본적인 무기인 장검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서로 등을 맞대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 반격 태세를 취했다.

    "녀...녀석은 어떻게 생겼었나요?"

    "몰라... 어두워서 잘 안보였는데..."

    그 순간 신나연의 다리를 무언가가 강력하게 타격했다.

    "끄흡!"

    다리에 커다란 가시 구멍이 생기고 붉은색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상처 주변에 녹즙이 흘러내리게 되었다.

    '처음 써 보는 내 꼬리공격...위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성공적이네.'

    꼬리 공격하고 잠시 뒤로 빠져서 상황을 지켜보자 신나연은 주춤거리더니 이내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다는 듯 픽 쓰러지고 말았다.

    "야 너 왜 그래!"

    "다...다리가....우욱!"

    그녀의 다리는 어느새 고름으로 가득 찼고 진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붓기 또한 심상치 않아 매우 심각하게 감염되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야 너 다리가....에이 씨! 잠시만!"

    그는 급히 호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들었다.

    "다리 이리 줘 봐!"

    그가 그녀의 다리에 포션을 뿌리려 하던 찰나

    쐐애애애액!

    챙!

    "뻔하잖아 이 새끼야!"

    그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창을 이용해 꼬리를 막아 냈다.

    녀석은 지능이 뛰어나다. 필시 빈틈을 보이면 공격하리라 생각했던 그의 예상은 보기좋게 맞아들었다.

    "내가 이 귀한 포션을 D급 따위한테 정말 쓸 줄 알았어?"

    그가 창을 빙빙 돌려대며 위장색이 풀려난 나를 노려봤다.

    .

    .

    '위장 색을 사용할 수 있는 최대시간이 있었을 줄이야.'

    제대로 특성을 읽어보고 사용하지 않은 내 불찰이다.

    이제 기습은 할 수 없게 되었다. 남은 건 전투뿐.

    "그 괴물 같은 준성체 이터가 벌써 새끼를 깠을 줄이야.....하여튼간 이터 새끼들은 진짜 모르겠다니까!"

    신종택은 창을 다잡고 순식간에 나를 향해 찔렀다.

    챙!

    '위험했어'

    나는 키틴질 갑옷으로 둘러진 양팔로 창의 궤도를 흘려내긴했지만 녀석의 창은 내 갑옷에 흠집을 냈다.

    '이대로 정면승부는 사거리때문에 불리해.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가 녀석이 빈틈을 보인 그때 접근해야겠어.'

    내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것을 확인한 신종택은 추격하려 했지만, 이내 모닥불에서 멀어지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

    .

    "겁쟁이처럼 숨어서 싸울 생각이냐?"

    물론 저 괴물이 자기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겠지만 한시라도 입을 떠들지 않으면 이 압도적인 공포에 몸을 주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손발이 떨려오고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한밤 중의 공포.

    녀석이 어둠 속에 숨어들었을 때 나는 심잠 소리가 내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까

    툭! 내 앞에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

    무슨 의미인지 몰라 잠시 넋을 놓고 있었는데 그때 내 등에 뭐가 우수수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이건 벌레들?"

    알아차린 순간 내 등에 떨어진 벌레들은 나를 물기 시작했다.

    "끄..끄윽 떨어져!"

    푸두드득

    벌레들을 떨쳐 내고 물린 부위를 만지자 이상한 녹즙이 손에 붙었다.

    '이건.....설마!'

    .

    .

    그 상황을 지켜보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가래 끓는 소리를 내는 괴물, 이터

    '그 벌레들은 내 질병의 온상 특성이 듬뿍 발라진 특제 벌레들이야. 원래라면 독충인지 아닌지 모를 녀석들을 잔뜩 데리고 왔는데...다들 심각한 독충이 되어 버렸지'

    "아...안 돼!"

    힘이 빠져나가고 등의 붓기가 오르는 걸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그는 절망적으로 울부짖었다.

    "ㅇ..이미...ㄴㅡ...ㅈ...어ㅆ...ㅇ..ㅓ.크헤하핰!"

    "몬스터가...말을...?"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이터를 빤히 바라보기만 한 그는 괴물의 팔의 의해 목에 큰 구멍이 뚫리고 나서야 바닥에 맥없이 쓰러졌다.

    .

    .

    .

    나는 내가 사냥한 사냥감들을 보며 잔혹하게 웃었다.

    '더...더 죽이고 싶다!......잠깐...'

    나는 어느새 인간의 자아보다 괴물의 자아가 나 자신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내...내가....내가 아니게 된 것만 같아.'

    부들부들 떨며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내게 단 한마디가 떠올랐다.

    '너는 너 자기 강함을 입증했다.'

    그래....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각인 시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해.

    그의 어릴 적 트라우마와 자라면서 겪어온 힘에 대한 갈망이 그의 내면의 인간적인 면모를 수장시키고 있었다.

    그는 붉게 타오르는 안광을 먹잇감에 둔 채 만찬을 즐겼다.

    ['인간'을 포식했습니다

    특성: '예리한 감각'을(를) 흡수합니다.

    특성 '예리한 감각'이 '뛰어난지능'과 결합하여 '사냥꾼의 감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아성체 성장률 17%]

    두 인간의 온전한 시체와 나머지 먹다 남은 시체를 마저 다 먹고 나니 내가 흡수한 특성과 몸이 불어나며 나의 성장을 인지시켰다.

    특성 '사냥꾼의 감각'을 얻어서인지 전보다 훨씬 사고활동이 빨라지고 교활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으로 나는 한층 더 강해진다.'

    나는 박쥐 날개를 활짝 피며 승리의, 성장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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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아직도 정찰대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벌써 사흘이 지났다. 이틀이면 느긋하게 조사한다 해도 충분히 돌아왔어야 했다.

    강철방패 길드 간부인 김태준은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

    "혹시 몰라 C등급의 전투 센스가 좋은 그 루키까지 넣었는데도 돌아오지 못했다면 확실하군."

    그는 빠르게 상황을 분석하여 더는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일 당장 A급 이상의 출동 가능한 헌터들로 대략 10명 정도 추려서 갑니다. 최소 10명입니다."

    만약 아성체 이터였을 경우 아무리 잘 컸다해도 C등급 헌터 대여섯 명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준성체부터는 말이 달라진다. 긴 성장시간을 거쳐 성적으로 성숙해지는 이터의 준성체는 사실상 일인 군단.

    그런 녀석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는 A등급 헌터들로 반격의 기미를 주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좋다.

    "녀석들은 보통 동굴에서 박쥐를 먹어 질병과 관련된 특성들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고 갑니다."

    한번 준성체에 가까운 아성체 이터를 잡아본 경력이 있는 그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공격대를 꾸리고 있었다.

    "이번에 기자녀석들에게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된통 깨지겠구만....젠장..."

    죽은 길드원보다 자기 안위에 더욱 걱정이 많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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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정찰대를 포식하고 사흘이 지났다.

    나는 지난 전투에서 느꼈던 원거리 공격수단의 부재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 본 결과, 내 질병의 온상과 미약한 독을 안전한 거리에서 내뿜을 수 있는 분사형 신체 기관을 흡수하기 위해 이에 관련된 곤충을 찾아다녔다.

    '안전한 원거리 공격으로는 가스나 분무기같은 것이 좋겠는데 말이지.'

    현재 내 입은 무언가를 뱉기에는 좋지 않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아래턱은 갈라져 두 개의 턱 뼈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언가에 이빨을 박아넣어 고정하고 대상을 빠르게 무력화 시켜 분쇄하는 데에 특화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흡수하려는 녀석은 이 녀석.

    '폭탄먼지벌레'

    녀석의 분사형 공격과 가스 공격의 혼합은 필히 나한테 필요한 무기였다.

    나는 위장 색을 띠고 슬금슬금 다가가 한입에 녀석을 씹어 삼켰다.

    콰직! 으득!

    녀석은 반격조차 못한 채 육편이 되어 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폭탄먼지벌레'를 포식했습니다.

    특성 '분사형 기관'을 흡수합니다.

    특성 '생화학 결합 독소'를 흡수합니다.

    특성 '생화학 결합 독소'와 '미약한 독'이 결합하여 새로운 특성 '맹독'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아성체 성장률 17%]

    매우 작은 녀석을 먹어서인지 성장률은 단 1%도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녀석에게서 얻은 특성은 매우 내게 필요한 터였다.

    특성이 온전히 흡수되자 내 몸은 변이를 일으켰다.

    입천장에 붙어 있던 독 분비샘과 목에 분사형 기관이 결합되었고, 맹독을 보관하는 2개의 주머니가 내 장기 기관 속에 새로이 피어났다.

    이로써 나는 생화학 병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무기를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변이가 너무 조금 일어났어.'

    실제로 새로이 피어난 기관과 결합한 신체 구조는 부실하기 짝이없었다.

    '아마 너무 적은 양을 먹어서이겠지. 더욱 많이 먹어서 확고하게 다져놔야겠어.'

    생각을 마친 나는 폭탄먼지벌레들을 찾아 나무를 이곳저곳 뒤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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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밤이 되고 온동네방네 들쑤시며 폭탄먼지벌레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은 결과 나는 확고하고 튼튼해진 나의 생체기관들을 느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실전에서 써먹지.'

    물론 폭탄 먼지 벌레들만 먹은 것은 아니다. 길가다 조우한 고블린들과 오크를 먹으며 새로이 얻은 특성 '재생력'을 확인했다.

    [특성 '재생력': 교전에 있어서 필요한 전투지속력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이 특성은 당신이 죽음에 가까운 치명상을 입더라도 안전하게 쉴 장소와 재생에 필요한 영양소만 섭취하면 당신을 온전한 상태의 모습으로 탈바꿈 시켜줍니다.]

    지난 전투에서 특성을 제대로 읽지 않아 낭패를 봤었기에 특성의 설명을 꼼꼼이 읽었다.

    '이참에 다른 특성들도 모두 확인해 보자.'

    '상태창'

    [아성체 성장률18%, 사냥에 눈을 뜬 공허의 포식자 '이터'

    체장:4m 32cm, 체고: 1m 31cm

    보유중인 특성: 감각 향상, 독니, 사냥꾼의 감각, 맹 독, 야간 시야,박쥐 날개,키틴질 갑옷,끈질긴 생명력,유연한 근육,긴 꼬리,성대50%,질병의 온상,포식, 재생력, 분사형 기관]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상당히 변한 내 모습과 바뀐 특성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특성들 설명 다 읽으려면 어지럽겠구나....'

    이전에 나태했던 나 자신에게, 내일로 미룬 나 자신이 미워지는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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