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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2화 (2/35)

제 2화 나는 진화한다

어느덧 2주일이 지났다. 사실 2주일인지는 모른다. 내가 잠든 횟수를 세서 대충 가늠했을 뿐.

이 동굴에서는 어미 이터가 있기에 큰 동물은 오지 못한다. 하지만 그 녀석은 뱀이나 거대 박쥐 등 그 외  위험으로부터는 지켜 주지 않았다.

약한 녀석은 도태되라는 의미인듯하다. 벌써 박쥐와 뱀 그리고 쥐들로 인해 죽은 이터만 6마리다.

나머지는

'내가 죽였지.'

어차피 때가 되었을 땐 경쟁자가 되어 싸우게 될 녀석들이다. 위협이 되기 전에 죽이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나는 동굴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특성들을 흡수해 그들을 손쉽게 죽였다.

'상태창'

[유아기 95% 성장중인 공허의 포식자 '이터'

체장: 1m 2cm, 체고: 61cm

보유중인 특성: 독니,뛰어난 두뇌,미약한 독,야간 시야,얇은 벌레 날개,키틴질 갑옷,끈질긴 생명력,유연한 근육,긴 꼬리,성대'50%']

2주 동안 딱히 새로운 특성을 구하진 못했다.

이터 어미는 인간 고기만 주었고, 나는 계속 혼자 바퀴벌레들과 뱀만 사냥해왔으니까.

특히나 이 뱀은 상당히 내 취향이었다.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맛.

물론 인간의 혀와는 구조가 달라 인간이 먹으면 어떤 맛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동굴에서 먹는 것 치곤 꽤 맛있었다.

아마 동굴에서 먹은 먹이 중 가장 많은 건 뱀 계열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제 나는 새로운 먹이와 특성을 얻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특성을 위해 도전해야지'

나는 동굴 천장을 바라봤다.

엄청난 높이, 그 끝에는 무수히 많은 박쥐들이 있었다.

박쥐들의 크기를 대충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였다.

'박쥐들은 무슨 특성을 줄까'

기대에 찬 나는 박쥐들을 어떻게 사냥할지 계획을 세웠다.

'내 날개는 얇고 약해.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체공할 순 없어. 순식간에 채가야만 해.'

나는 날개를 꺼내 들어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내 몸이 날개를 얻었을 때보다 자랐어. 근데 날개는 많이 자라지 못했지...연습해볼까'

어느 정도 체공할 수 있는지 속도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볼 겸 나는 짧게 날았다.

파다다다다다

바퀴벌레의 날개가 커진 상태에서 날았기 때문에 사람이 들었다면 기겁하며 끔찍해 할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속도는 뭐 느리지는 않지만 박쥐를 잡기엔 빠듯하겠어. 체공 시간 또한 길지 않을 것 같고'

잠깐만 날았을 뿐인데도 상당히 힘들었다.

'천장에 온전히 붙어 있는 박쥐를 잡기엔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녀석들이 좀 더 낮은 곳에서 날고 있을 때 잡아야만 해.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눈앞에 돌멩이들이 보였다.

'돌을 던져서? 하지만 던질만한 손이 없어'

다른 신체 부위를 이용해 사냥할 수 있을지 확인했지만, 딱히 무언가를 던질만한 신체 부위는 찾지 못했다.

'아니야. 내가 직접 올라갈 수 있어야 해. 동굴에서 디딜 수 있는 뭔가가 있을까?'

생각을 마치고 동굴 내부를 훑어 봤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이터의 어미.

상당한 몸집으로 인해 누워서 쉬고 있음에도 천장과 거의 맞닿아 있었다.

'등에 올라가서 잡아야 하나...? 하지만'

너무 무서웠다.

녀석은 내게 끔찍하고 잔혹한 죽음을 선사했고 난 그 트라우마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힘을 가지기 위해선 해야만 해.'

마음을 다잡은 나는 쉬고 있는 이터 어미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히 등으로 올랐다.

'무사히 올랐으니 목표를 포착해볼까'

덩치가 큰 녀석을 잡기엔 무리가 있다. 한 번에 죽일 수도 없고 녀석에게 반격당할 경우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작은 녀석 발견'

내 붉게 빛나는 눈이 사냥감을 발견했다.

녀석은 무리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었으며 왜소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약한 녀석들은 무리로부터 버림받기 마련이지'

난 튀어 오르기 위해 날개를 펼치고 몸을 굽혔다.

팍!

일순간 몸이 점멸했다.

사냥감은 자신이 죽기 전에 날개를 펼쳤지만 이미 내 독니가 녀석의 목에 깊숙이 박혔고 송곳같은 팔이 녀석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떨어질 때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네 발로 녀석을 잡고 천천히 활공했다.

'좋아. 처음 녀석은 성공했고'

내 사냥 때문에 놀란 박쥐들이 이리저리 날아들기 시작했다.

빨리 먹고 다음 녀석을 잡자.

나는 게걸스럽게 녀석을 먹어 치웠다.

['박쥐'를 섭취했습니다.

특성 '박쥐 날개'를 흡수합니다.

특성 '흡혈'을 흡수합니다.

특성 '질병의 온상'을 흡수합니다]

나는 등에 통증을 느끼며 바닥에 엎드렸다.

파사사삭 꾸득꾸득 촤아아악!

[특성 '얇은 벌레 날개'가 '박쥐 날개'로 전환됩니다.]

내가 지니고 있던 얇디 얇은 연약한 벌레 날개는 가루처럼 부서지고 내 몸에서 새로운 날개가 돋아났다.

촤악!

한 쌍의 날개는 펼쳤을 때 내 몸길이보다 길었으며 흡사 뱀파이어와 같은 모습을 연상시켰다.

[특성 '흡혈'로 인해 피를 흡수할수록 몸을 회복합니다]

[특성 '질병의 온상'으로 인해 몸에 병원균을 저장하는 생화학 기관이 생성됩니다.]

본디 날카로웠던 내 이빨 들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으며 병균을 내뿜는 목 부분이 두꺼워지고 내 몸에 새로운 기관이 생겨 더욱 두꺼워졌다.

'박쥐 날개도 생겼겠다....이제 본격적으로 사냥해볼까'

내 붉은 눈빛이 더욱 밝게 빛나 천장에 붙은 박쥐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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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를 만큼 녀석들을 먹어 치웠다. 공허의 포식자이자 끊임없이 성장하는 이터가 배가 부르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이 먹었다는 것

'물론 새끼이지만 말이지'

천장에 박쥐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더 사냥하기엔 지친 나는 동굴 구석에 몸을 기댔다.

'이제 좀 쉬어ㅂ...끄으으악!!'

감자기 내 몸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거야!'

당황한 내게 푸른 창이 띄워졌다.

[유아기 성장률 100% 진화를 시작합니다.]

내 몸에서 진득한 액체가 뿜어져 나오고 겉 부분에서는 고체화가 되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고치의 모습을 한 나는 진화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흡수한 특성을 바탕으로 진화를 시작합니다]

[가장 많이 섭취한 먹이 3마리를 추려 진화에 영향을 받도록 합니다. 계산중......'뱀','박쥐','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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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 방?"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아니 이게 꿈인가?

그 순간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싸움소리

"너 때문이잖아! 너가 먼저 다른 남자랑 잤잖아!"

"그러게 누가 그렇게 능력없이 구질구질하게 굴랬어?"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

그래. 이게 내 인생이다.

그때 내 앞에 있던 텔레비전이 켜진다.

"오늘도 게이트에서 토벌을 성공한 A씨! 소감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많이 떨렸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용기내어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걱정 마십시요 시민 여러분!"

게이트 던전 발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저 헌터의 강력한 힘에 매료됐다.

남들에게, 세상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강대한 힘.

"나도....나도 원해......'힘'을..."

이 구질구질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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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아성체 사냥에 눈을 뜬 공허의 포식자 '이터'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특성 '섭취'을(를) 획득합니다. 특성 '섭취'이(가) 특성 '흡혈'과 결합되어 새로운 특성 '포식'으로 변이했습니다]

나는 고치를 뚫고 나와 포효했다.

"키아아아아!"

그렇게 나는 아성체가 되었고, 잠깐 내 과거의 기억을 회상했다.

'약한 것은 도태된다. 오직 "힘"만이 내 존재를 입증할 뿐'

나는 강하게 다짐하고 난 후 팔을 뻗어 나왔다.

전에는 송곳처럼 생겼겠지만 이제는 관절이 하나 더 생겨 무언가를 집을 수 있게 된, 마치 사마귀에 그것과 유사한 팔이 되었다.

'상태창'

[아성체 1%, 사냥에 눈을 뜬 공허의 포식자 '이터'

체장: 2m 87cm, 체고: 1m 2cm

보유한 특성: 독니,뛰어난 두뇌,미약한 독,야간 시야,박쥐 날개,키틴질 갑옷,끈질긴 생명력,유연한 근육,긴 꼬리,성대'50%,질병의 온상,포식]

꽤 길어진 내 상태창과 엄청나게 불어 버린 내 몸을 보며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물론 내 얼굴을 지금 굉장히 흉악할 테니 남들이 보기엔 악마의 비웃음정도로 보일까

고치에서 완전히 나오자 내 몸이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이 갔다.

몸은 마치 뱀 같고....등에는 거대한 날개, 팔은 사냥감을 붙잡는과 동시에 급소를 노릴 수 있도록 더욱 길어져서 무기화가 되었다.

'하지만 오로지 이득만 있는 게 아니야'

나에게 빠른 발걸음을 주었던 두 쌍의 다리는 도태되어 마치 뾰족한 가시처럼 생기게 되었다.

'내 몸은 엄청나게 길어진 것에 비해 다리는 그대로였으니까 오히려 이동에 방해가 되었겠지.'

'다리를 유지하려 했다면 아마 지네와 같이 다리가 많은 생물을 먹어서 흡수했어야만 했어'

동굴에 지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워낙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었고 굳이 먹을 필요를 못 느껴 먹지 않았었다.

'더군다나 난 인간이었을 적에 가장 싫어했던 생물이 지네였다고'

다만 다리가 없어졌다고 해서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다리가 퇴화되어 만들어진 이 가시들은 내가 꼬리를 휘두를 때 무기가 될 수 있겠지.

꼬리를 휘둘러 공격하는 것은 본디 타박상을 요구하지만 내가 지닌 특성인 미약한 독과 질병의 온상으로 인해 출혈과 중독 증세를 모두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내 상태를 점검하고 앞으로 내 신체를 어떻게 쓸 지 확인을 마친 나는 동굴의 입구를 바라봤다.

'이제 이 동굴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다 얻었어.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해'

그렇게 나약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나'는 문을 열고 빛을 탐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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