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1화 (1/35)
  • 제 1화 나는 몬스터가 되었다.

    보잘것없는 인생이었다. 아버지는 술 먹고 폭행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바람피더니 결국 집을 나갔다.

    이런 시궁창 같은 인생에서 나는 헌터를 동경했다.

    '헌터',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이트와 그곳에서 쏟아져나온 몬스터들을 사냥했고,

    지금도 게이트가 나타나는 곳에서는 헌터들의 발자취가 남는다.

    사람들은 그들의 용기를 칭찬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헌터의 '힘'을 동경한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나약한 육체, 무너져 내리는 정신력.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누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나 자신이 싫었다.

    그런 보잘것없는, 쓸모없는 내 인생에서 희미한 빛이 내렸다.

    나도 헌터로 각성하게 된 것이다. 헌터가 되었을 땐 정말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일반인과 다를 바없는 E등급 헌터로 각성한 것이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고 짐꾼과 미끼를 자처한 체 헌터 생활을 이어나갔다.

    포기할 수 없었다. 헌터들 중에서는 수련을 통해 등급을 올린 사례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가치를 입증해야만 했었다.'

    "근데 왜 난...."

    아무리 많은 수련을 해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진현씨! 뭐합니까? 빨리 오세요!"

    잠시 잡생각하는 동안 나는 일행에서 상당히 뒤처진 상태였다.

    "김진현이, 던전에서 딴생각하면 훅가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네, 죄송합니다."

    지금 나에게 주의를 주는 이 중년의 사내는 박진철, 공대장이다.

    E급 1명, C급 3명 B급 1명으로 총 5명으로 이루어진 공대는 현재 C급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게이트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들은 던전 공략 최소인원인 5명을 채우되 보상은 그들이 사실상 독식하기 위해서 E급인 나를 데려왔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지랄할 줄이야.'

    팀의 힐러를 담당하는 유진하, 그녀가 내게 일침을 가했다.

    "제가 맨 후열에 있어야 하는데, 뭐하는 거예요?"

    "내버려 둬~ E등급한테 뭘 바래 그냥 숫자만 채우려고 데려온 거니까 신경 쓰지마."

    '빌어먹을'

    "키에에에엑!"

    광활한 숲에서 고블린들이 튀어나왔다.

    촤악, 공대장 박진철이 고블린들을 썰었다.

    "C등급 게이트라기에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뭐 고블린들밖에 없어"

    피와 살점이 붙은 칼을 털어내며 투덜거리며 나아갔다.

    "공대장님, 이러다 우리 오늘 공치는 거 아닙니까?"

    "에이 그래도 괜히 C등급이겠냐?"

    그렇게 그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어어...저기 큰 동굴이 보입니다."

    일행 앞에 거대한 동굴이 나타났다.

    "저렇게 큰 동굴이라면 뭐라도 나오겠군요."

    "그래.... 저렇게 큰 동굴에는 확실히 뭔가 있겠지."

    동굴로 진입한지 시간이 조금 흘렀다.

    이제는 횃불을 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지자 유진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정말 너무 조용한데요...?"

    "이쯤왔으면 뭔가 있을 법도 한데 말이야."

    그 순간 맨 선두에 서 있던 탱커 이진욱의 앞에 큰 돌이 있었다.

    "반짝반짝한 돌?"

    그것은 횃불의 빛을 반사하여 광을 내고 있었다.

    "틀림없어 값비싼 광물이야! 야 진현아 저거 캐라!"

    김진현은 가방에서 곡괭이를 꺼내 광석을 내리쳤다.

    그 순간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크르르르

    "어...아?

    빛나는 거대한 돌....그것은 다름 아닌 괴물의 손톱이었다.

    딱딱하고도 반들반들한 케라틴질 손톱, 그것을 그들은 광석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일행은 그 괴물의 거대한 덩치와 생김새를 보고 도망쳤다.

    "씨발! 저건 '이터'잖아! 저만한 덩치의 이터면 최소 A등급이라고!"

    공대장은 허겁지겁 도망가며 날 버렸다.

    그 괴물의 손톱을 캐기 위해 가장 앞에 있던 나는 녀석의 손톱에 꿰뚫렸다.

    푸욱!

    거대한 손톱이 내 상반신과 하반신을 갈라놓았다.

    '제기....랄...'

    동료들은 나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기겁하며 뒤돌아본 것을 후회했다.

    "동굴이 이렇게 큰 건 다 이유가 있었어!"

    이 괴물은 이 거대한 동굴도 좁다는 듯이 동굴에 몸을 낑기며 일행을 추격했다.

    나는 날 버리고 도망치는 저들의 모습을 그저 지켜만볼 수밖에 없었다.

    "E등급! 미안하다! 고맙다!"

    고맙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미끼가 되어 줘서 고맙다는 걸까

    그렇게 의식이 희미해진다.

    몬스터에게 당해서 병원에 누워있는 내 여동생도 이렇게 무서웠을까..

    '내게...내게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게 시련만 준 이 세상. 보상은 끝내 주지 않고 날 떠나보내는구나.

    내 마음속에서 삶의 대한 갈망이 들끓어 오른다.

    그렇게 눈을 감으려던찰나

    [재각성을 하였습니다. 특성 '부활'을 얻었습니다...... 부활 가능한 신체가 아닙니다. 근처에 환생 가능한 생물 목록을 찾습니다]

    [....공허의 포식자 "이터"의 유충 12마리를 발견했습니다. 환생을 시작합니다]

    쩌적 쩌적

    알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께룩! 께룩!"

    나는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

    '이....이게 뭐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우왕좌왕 하던 내 앞에 한 푸른 창이 떠올랐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공허의 포식자 "이터"의 유충이 되었습니다.]

    '뭐?'

    내 눈앞에 보이는 이 푸른 창은 마치 게임에서 나오는 그것과도 같았다.

    혼란스러운 내 앞에 진정할 시간을 주지 않은 체 시스템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당신은 던전 속 몬스터가 되었습니다. 살아남아 최상위 포식자가 되십시오]

    알 수 없는 이 상황을 애써 이해하기 위해 나는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난 이터에게 죽었고 그 괴물의 새끼로 다시 태어난 건가? 몬스터 사이에서는 나름 금수저이긴 한데...'

    이터, 현재 나타난 괴물속에서 무한에 가까운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 괴물이다. 이 괴물의 특징은 자신이 먹어 치운 사냥감의

    특성들을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며 끊임없이 성장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흡수하지 못한 이터는 몬스터들 중에서 최약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난 지금, 이제 막 태어나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 이터다.

    '젠장....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눈이 없는 건가?'

    그렇다 이터는 태어날 때 오직 섭식 활동을 위한 단단한 이빨과 입, 4개의 다리와 2개의 팔 그리고 짤막한 꼬리뿐이었다.

    '입이 있으니 말은 할 수 있으려나'

    "께룩"

    입에서 귀엽다면 귀엽다고도 할 수 있는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께룩 께룩"

    그러자 멀리서 쿵쿵거리며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만한 크기의 발걸음 소리라면 이 동굴에 단 한 존재밖에 없을 것이다.

    '날 죽인 그 괴물...이터이자 이젠 내 엄마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인가'

    그 괴물이 바로 내 코앞까지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순간

    툭!

    무언가 내 앞에 떨어졌다.

    '맛있는 냄새'

    나는 너무나도 배고픈 나머지 내 앞에 있는 고기들을 먹어 치웠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다시 시스템 창이 띄워졌다.

    ['인간' 섭취, 특성을 흡수합니다.

    특성 '시각'을 흡수합니다.

    특성 '성대'를 흡수합니다.

    특성 '성대'가 현 신체 구조와 맞지 않아 50%만 발휘됩니다.

    특성 '뛰어난 두뇌'를 흡수합니다. 유아기 성장률 20%]

    '나...인육을 먹은 건가? 그나저나 성대가 생겼다고?'

    "나..아는...ㄱ..기.ㅁ..지이힌...혀..ㄱ"

    목소리가 쩍쩍 갈라지고 끼기긱 거리는 듯하여 상당히 괴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만두자. 겨우 내 이름만 말했을 뿐인데 목도 너무 아파'

    또 다른 건 없나 특성을 확인하던 차에 새로운 특성이 눈에 띄였다.

    '시각?'

    그 순간 눈에 감각이 생기는 걸 느겼다.

    꾸득꾸득꾸득

    찐득한 느낌의 괴이한 소리가 느껴지더니 이내 난 눈이 생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온통 칠흑뿐이었다.

    '아 나 지금 동굴 깊숙한 곳에 있었지.'

    그렇게 난 고기를 마저 다 먹고 동굴을 조금이나마 탐사하고자 돌아다녔다.

    아직 태어난 이터의 새끼는 나뿐인가?

    샤아아아아

    어디선가 뱀 소리가 났다.

    '바로 옆?'

    고개를 돌리자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뱀이 보였다.

    얼추 보기엔 나랑 눈높이가 비슷해 보였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터라 정확한 길이나 크기는 알 수 없었지만

    녀석의 세로로 찢어진 눈빛을 보고 얼추 짐작할 뿐이었다.

    '이터는 태어날때부터 사냥꾼이지...'

    나는 손은 없지만 뾰족한 두 팔을 들어 마치 사마귀의 공격자세와 같은 포즈를 취했다.

    녀석도 내가 공격의사를 확인했는지 금방이라도 반격할 준비를 하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인간일 적에 항상싸움에서 먼저 치는 놈이 유리하다는 걸 몸소 느꼈었기에

    녀석보다 더 먼저 공격에 나섰다.

    푹!

    내 오른팔이 녀석의 목을 찔렀고 녀석은 내 팔을 물었다.

    [미약한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뭐야 독사였어?'

    놀라는 것도 잠시 어서 녀석을 먹어 이 독에 대한 특성을 흡수해 내 것으로 만들고 중독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나는 왼팔로 녀석의 머리를 관통해 그대로 입을 벌려 녀석을 먹어 치웠다.

    ['독사'를 섭취했습니다.

    특성 '독니'를 흡수합니다.

    특성 '긴 꼬리'를 흡수합니다.

    특성 '미약한 독'을 흡수합니다.

    특성 '야간 시야'를 흡수합니다. 특성 '시야'가 야간 시야로 전환됩니다. 유아기 성장률 25%]

    그러자 내 눈의 동공이 세로로 찢어지며 주변이 밝아졌다.

    이빨은 좀 더 날카로워졌으며 독 분비샘이 입천장에 자라나고 있었다.

    또한 내 몸의 짤막했던 꼬리가 길어짐에 따라 내 몸통의 2분의1을 차지하게 되었다.

    ['미약한 독'을 흡수하여 중독 상태에서 벗어납니다.]

    그렇게 나의 첫 사냥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분명히 먹었는데도....계속 배고파....'

    끝없이 성장하는 공허의 포식자 '이터'

    이터(Eater)라는 이름값을 하겠다는 듯 내 허기진 배는 끝없이 먹이를 갈망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작은 벌레무리들.

    동굴에 사는 바퀴벌레 무리가 내 눈앞에 띄였다.

    '아무리 지금은 이터라지만 바퀴벌레는.....'

    라고 하기엔 너무 배고팠다.

    .

    .

    .

    .

    .

    [특성 '키틴질 갑옷'을 흡수합니다.

    특성 '얇은 벌레 날개'를 흡수합니다

    특성 '끈질긴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특성 '유연한 근육'을 획득합니다. 유아기 성장률 40%]

    그 많던 바퀴벌레 무리들을 거의 다 먹어 치우고나니 허기가 조금 가라앉고 내 눈앞엔 무려 4개나 되는 특성을 흡수했다며

    알림이 뜨고 있었다.

    '내가 흡수한 특성과 상태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순간 마치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 시스템은 내 상태창을 띄웠다.

    [유아기 40% 성장중인 공허의 포식자 '이터'

    보유중인 특성: 독니,뛰어난 두뇌,미약한 독,야간 시야,얇은 벌레 날개,키틴질 갑옷,끈질긴 생명력,유연한 근육,긴 꼬리,성대'50%']

    특성을 확인한 나는 확신했다.

    '좋아 이 정도라면 이제 어느 정도 작은 동물들과는 붙어도 다치지 않고도 쉽게 이기겠어'

    어서 성장해서 빌어먹을 이 세상에 내 존재를 각인시킬거다.

    그리고 도망간 그 네 명도 곧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

    다짐한 나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동굴에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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