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3 화
“흣-”
습기를 머금은 입술이 야릇하게 비벼졌다. 그의 입술이 닿자, 키안 역시 자신이 그를 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까 했던 말, 진심이다. 이젠 참는 게 고역일 정도로 너에게 미쳐 있는 모양이다.”
입술을 쓸던 그의 혀가 진득하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카이우스가 자신의 침실에 뛰어들어, 함께 잠을 잤던 게 컸던 모양이었다. 밤새 생으로 고문을 한 격이었으니까.
그 후 각자 일이 바빠,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셀서스 궁에 있는 동안 자신 역시 황궁의 정원을 지나는 세이란과 우연이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싶어 주위를 살피고 또 살폈던 것이다.
“흡-”
“더 벌려봐. 안을 좀 더 맛봐야겠다.”
그의 명령대로 입술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뜨겁고 말캉한 혀가 안으로 들어왔다. 여린 살을 건드리며, 예민한 점막을 핥자 키안의 입술 새로 나른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읏- 으음.”
키안이 열기를 억누르지 못하고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러자 두 사람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며 키스가 깊어졌다.
젖은 입술이 떨어졌다, 다급하게 서로를 찾아 맞닿았다. 그러자 하나처럼 얽힌 입술이 녹아내릴 듯 서로를 삼켰다. 그 순간 드레스 앞섶에 그의 손이 닿았다.
“읏, 잠깐만. 안 됩니다.”
당장에라도 드레스 앞섶을 끌어내려 가슴을 맛보려는 그의 행동에 놀라, 키안이 밀어냈다. 세이란이 입술을 떼며 말했다.
“왜 안 된다는 거지?”
“분명 키스만이라고 하셨습니다.”
키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순진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맞아. 키스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에 할 것인지는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 대체 뭐라고 하시는 거야? 입술 말고 키스할 때가 또 어디에 있다고.
다음 순간 키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가 대답했다.
“나와 그렇게 몸을 나눠놓고도 아직도 키스할 곳이 입술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난 네 몸 중에 입술 다음으로 키스하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다.”
세이란이 키안의 팔을 밀어내고는 드레스 앞섶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그러곤 실크 속옷을 끌어내린 후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뽀얀 가슴을 혀로 쓸어내렸다.
키안은 멍하니 그의 붉은 혀가 자신의 말캉한 가슴을 핥는 걸 지켜보았다. 꼿꼿이 선 붉은 유두를 혀로 찌르며 핥는 모습이 너무도 색스러워 온몸이 뜨거워졌다.
“흐음, 전하…….”
그의 입술이 붉은 유두를 삼키곤 힘껏 빨아 당기자, 키안은 눈을 질끈 감고는 야릇한 열기를 견뎠다.
등줄기를 타고 발끝까지 관통하는 짜릿한 열감에 저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가슴을 핥고 빨아 당기며 유린하던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러곤 열기로 가득한 눈을 들어 키안을 올려다보며 그가 속삭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따로 있다.”
믿을 수 없게도 그의 손이 드레스 자락 안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키안은 그가 말하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전하, 거긴 안 됩니다.”
키안이 다리를 꼭 오므리며 고갤 가로저었다. 하지만 세이란은 멈출 생각이 없는지 집요하게 꽉 다물어진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이미 애액으로 젖은 여린 속살을 문질렀다. 그의 손이 야릇하게 움직일 때마다 그곳에선 질척질척 젖은 소리가 났다.
“하읏- 싫습니다.”
아릿한 쾌락에 자신도 모르게 키안이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가 키안의 귓불을 핥으며 유혹하듯 말했다.
“정말 싫은 것이냐? 여긴 말과는 다른 말은 하는데?”
“이건 그러니까……. 흠-”
키안이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또다시 나른하게 목덜미를 핥으며 속삭였다.
“아무도 모를 거야.”
“하아, 전하와 제가 알고 있습니다. 흐응, 하아-”
여기서 세이란과 사랑을 나눌 순 없었다. 아무리 보는 이가 없다고 해도, 너무 뻔뻔스러웠다.
“쳇. 그럼 지금 당장, 오두막으로 가야겠다. 오늘 밤 널 안지 못한다면 미쳐 버릴 것 같거든.”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듯 세이란이 거친 숨을 내쉬며, 키안의 목덜미를 핥았다. 더운 숨결이 느껴지자, 키안은 몸을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여전히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밀부를 헤집고 있었다.
애가 탈 정도로 그의 손가락이 밀부의 입구를 드나들었다. 규칙적인 리듬으로 집요하게 그곳을 공격하는 그의 손길에 키안 역시 인내심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읏, 제발……. 하흣-”
키안은 안으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감각에 눈을 질끈 감으며, 숨을 삼켰다. 본능적으로 밀부의 입구가 파르르 떨리며, 그의 손끝을 꽉 조였다.
“제발 뭐지? 네가 원하는 걸 말해봐. 그것이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까.”
키안은 입술을 꼭 깨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입을 연 순간, 참고 있는 신음이 밖으로 새어 나올까 두려웠다. 잠시 후, 가까스로 열기를 삼킨 키안이 말했다.
“분명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로열페이퍼에……. 으음!”
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푹! 하고 밀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쾌감에 키안은 말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이미 로열페이퍼엔 너와 내 얘기로 도배된 지 오래다.”
그러니 이제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꽉 오므리고 있던 키안의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러자 너무도 손쉽게 그의 손가락이 밀부의 안쪽까지 파고들며, 내벽의 주름을 긁듯이 문질렀다.
“흐음-”
또다시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인내심만큼이나 키안의 의지 역시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질척질척 젖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키안은 민망해 죽을 것 같았다.
그의 손가락을 물고 좋아 죽겠다는 듯 몸을 비트는 자신이 너무 음란하게 느껴졌다.
특히 이곳은 파티가 열리는 캐슬리스 후작가였다.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흥분한 듯 평소보다 더 빨리 안쪽이 젖어들었다.
그때 세이란이 밀부에서 손을 빼내더니 입고 있던 속옷을 끌어 내리려 했다.
“전하?”
“네가 선택해. 여기서 빨리 끝내던지, 아니면 오두막으로 가던지.”
열기로 짙어진 녹색 눈동자에 다급한 욕망이 느껴졌다. 아마 자신의 눈동자에도 똑같은 감정이 서려 있을 게 분명했다.
망설이는 사이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레이스로 된 속옷이 찢어졌다.
“벗는 것보단, 이러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
자신에게 선택하라고 하더니, 이미 여기서 사랑을 나누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바지의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자 무섭도록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여기서…….”
“저기 침대가 있는 것 같은데, 갈까?”
세이란이 턱으로 방 안쪽에 놓여 있는 침대를 가리켰다. 이제 보니, 이곳은 손님용 방인 모양이었다.
“아니요, 아닙니다.”
키안이 고갤 가로저었다.
“훗, 넌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편한 침대보단, 벽이 좋다니. 어쩌면 이런 자극적인 상황이 너를 더 흥분시키는 모양이야. 평소의 서늘한 얼굴과는…….”
키안이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았다.
“그런 게 아니라, 주인의 허락도 없이 침대를 사용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러는 것뿐입니다.”
분명 침대에서 사랑을 나눈다면, 반듯하게 정리된 침대의 시트가 구겨질 터였다. 키안은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눈 흔적을 누군가 본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상관없다. 널 안을 수 있다면, 그게 어디든지.”
세이란이 키안의 드레스를 밀어 올렸다. 그러곤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받치곤, 위로 들어 올렸다.
키안은 본능적으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하아- 으음!”
순식간에 벽과 그의 몸 사이에 낀 채, 내벽이 꿰뚫렸다.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그의 단단한 남성이 찢어진 속옷을 뚫고 젖은 밀부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에 등줄기가 오싹해질 정도로 짙은 쾌감이 느껴졌다.
“읏, 잠깐……. 하읏!”
움찔움찔 내벽이 떨리며 그의 남성을 삼켰다. 순식간에 단단히 맞물린 젖은 속살이 그의 남성을 미친 듯이 조였다.
“윽, 키안, 힘을 빼. 넣자마자, 그렇게 조이면…….”
가버릴 것만 같았다. 삽입만으로 지독한 쾌락을 느끼다니, 정말 미친 게 분명했다.
거기다 언제 들킬지도 모르는 곳에서 키안을 안다니. 평소의 자신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너와 있으면, 언제나 이래. 난 생각이라곤 없는 것처럼 너만 보인다.”
그가 허릴 움직여 더욱 깊숙이 내벽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애액으로 젖은 내벽이 힘없이 열리며 그의 남성을 끝까지 받아들였다.
“흣- 세이란 님!”
흠칫흠칫, 어깨가 떨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남성을 문 아랫배가 파르르 떨리며 꽉 조여들었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짙은 열감이 폭발하듯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발끝까지 저릿한 쾌락이 느껴지자, 키안은 본능적으로 다릴 들어 그의 허리에 단단히 휘감았다.
“저도 그렇습니다. 부끄러움도 예의도 벗어던질 만큼, 전하만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두렵습니다.”
키안 역시 무서웠다.
“하아, 넌 정말……. 날 미치게 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알아.”
세이란이 억눌린 목소리로 속삭인 후, 허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음- 아읏!”
키안은 입술을 깨문 채 신음을 삼켰다. 감당할 수 없는 쾌락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순식간에 찾아든 격정이 두 사람을 삼켰다. 그가 허기진 맹수처럼 욕망을 채우기 위해 거칠게 허릴 움직였다. 질척하게 젖은 밀부의 내벽을 파고들자, 키안의 내벽이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남성을 미친 듯이 조였다.
단단하게 결합된 밀부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아교가 되어 두 사람의 몸이 하나처럼 들러붙었다.
“흐음, 하아……. 읏!”
신음을 참으려 했지만 도무지 억누를 수가 없었다. 분명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두 사람이 뭘 하는지 똑똑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젖은 소리였다.
“여기가 미치도록 좋다.”
잔뜩 쉰 채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에 키안이 고갤 들었다. 그러자 그의 녹색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자세,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벽과 그의 몸에 기대 균형을 잡는 게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세이란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흥분이 됐다.
“넌 이 자세가 좋은 모양이군. 평소보다 더 흥분해서 날 미친 듯이 조이는 게 느껴져.”
키안이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려 하자, 그가 손을 뻗어 키안의 턱을 붙잡곤 깊숙이 입술을 겹쳐 왔다.
위와 아래를 동시에 얽는 그 느낌이 묘하게 색스러웠다. 습기를 머금은 더운 숨결이 하나처럼 녹아내렸다.
“하아, 도저히 안 되겠어.”
그 역시 인내심의 끈이 끊긴 듯 입술을 떼고는 키안의 엉덩이를 받치곤 벽에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곤 격정적으로 몸을 부딪쳐 왔다.
그의 거친 행위에 키안의 몸이 야릇하게 흔들렸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이 농밀하게 얽혀 흔들리는 두 사람을 비췄다. 팽팽하게 날 선 성적 긴장감이 방 안의 공기를 덥혔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지독한 욕망을 몸을 떨며, 뜨겁게 녹아내렸다.
황제의 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