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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독사과-100화 (100/139)

제 100 화

순식간에 키안의 몸이 침대에 눕혀졌다. 그러곤 그의 몸이 그녀의 몸을 내리누르며, 야릇하게 몸을 비벼왔다.

“흐음-”

아랫배를 내리누르는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뭔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키안의 몸 역시 뭉근한 열기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키스가 점점 농밀해졌다. 그의 손이 어느새 키안의 셔츠의 단추를 천천히 풀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몇 개 풀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손길이 멈췄다.

여전히 키안의 가슴은 붕대로 단단히 감겨 있었다. 그래서 셔츠를 벗겨도 그녀의 가슴을 만질 수 없었다.

“불편하지 않아? 이렇게 큰 걸 숨기려면 말이다.”

그의 말에 키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한 번도 자신의 가슴이 크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큰 겁니까?”

“다른 가슴은 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 없지만, 내 기준에선 아주 크다.”

세이란이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그러곤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듯 붕대를 끌어 내렸다.

“이게 왜 풀리지 않는지 모르겠군.”

단단히 묶여 있어 쉽게 풀어지지 않자, 세이란이 성급하게 붕대의 결을 따라 위아래로 넓게 벌렸다. 그러자 붕대 사이로 그녀의 가슴이 삐쭉 고갤 내밀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키안이 그의 손을 밀어내려 하자, 세이란이 고갤 가로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그러곤 뜨거운 혀로 가슴을 핥더니 단단해진 유두를 힘껏 빨았다.

“흣-”

키안이 뜨거운 열기를 삼키며 어깨를 떨었다. 세이란은 키안의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채 벗겨지지 않은 셔츠 아래로 새하얀 가슴을 내보이며, 잔뜩 흐트러져 있는 키안은 미칠 만큼 매혹적이었다. 당장에라도 그녀의 다리 사이에 단단하게 일어선 남성을 박아 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굉장히 퇴폐적인 모습이야. 다 드러낸 것보다, 이 모습이…….”

세이란이 다시 키안의 가슴을 입술로 삼키며, 아이처럼 빨았다. 그러자 키안의 허리가 위험스럽게 비틀리며 신음을 삼키는 게 보였다.

똑똑.

그 순간, 방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키안의 가슴을 입에 문 채로 그가 눈을 들었다.

“헝님, 카이우스입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카이우스의 목소리에 키안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다음 순간 정신이 든 얼굴로 키안이 몸을 일으키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

“쉿, 가만있으면 갈 거야.”

세이란이 입에 물고 있던 붉은 유두를 힘껏 빨았다. 그러자 나른한 열기가 순식간에 짙은 쾌락으로 바뀌었다.

키안은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똑똑.

“헝님, 접미다.”

또다시 들려온 카이우스의 목소리에 키안은 결국 그를 밀어내며, 붕대를 서둘러 끌어내렸다.

“방문을 잠그지 못했습니다. 일어나야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세이란이 키안의 몸 위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쳇, 얄미운 방해꾼 녀석.”

침대에서 내려서며, 키안은 풀린 단추를 떨리는 손으로 채웠다.

세이란 역시 몸을 일으키며, 침대 등받이 기대앉았다. 그러곤 열기로 단단해진 남성을 이불로 숨겼다.

“자는 것 아니었어?”

키안이 욕망으로 꽉 잠긴 목소리로 말하며 문을 열자, 잠옷 바람의 카이우스와 은빛 안개가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침대에 앉아 있는 세이란을 발견하곤, 카이우스가 불퉁한 얼굴을 했다.

“전하께서 또 놀러 오신 겁미까?”

“어, 그러셨어.”

그때 은빛안개가 세이란을 만나 반가운 듯 재빨리 침대 위로 뛰어올라 가는 게 보였다.

“그런데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야? 에리스는?”

“그게 제가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이 녀석이 헝님 방으로 가겠다고 문을 발톱으로 잔뜩 긁어서요.”

그래서 카이우스는 은빛안개가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었고, 그 길로 자신의 방에 함께 온 모양이었다.

‘설마 은빛안개가 세이란 님의 발자국 소릴 듣고 내 방으로 온 건가?’

키안은 침대 위에서 세이란의 손을 핥고 있는 은빛안개를 보자,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그럼, 넌 왜 온 것이냐? 잠이나 잘 것이지.”

세이란의 지적에 카이우스가 키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는 전하께선 왜 오신 겁미까? 전하께서도 늦은 시각이니, 주무셔야 하는 것 아닙미까?”

카이우스의 지적에 세이란이 가소롭다는 듯 쏘아보며 말했다.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난 황태자다. 어디든 내가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넌 어서 네 방으로 돌아가도록 해. 아이는 빨리 자야 하는 법이니까.”

세이란이 불퉁한 목소리로 말하자, 키안은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도대체 왜 카이우스에게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경쟁자라도 된 듯 카이우스에게 질투를…….

‘질투였던 것이야.’

키안은 놀랐다. 지금까지 세이란이 보였던 행동이 질투 때문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저도 어디든 갈 수 있습미다. 여긴 저희 집이니까요. 그렇죠, 헝님?”

카이우스가 커다란 눈을 빛내며 키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렇지.”

“그럼, 저도 헝님과 함께 자도 되는 것이지요?”

“안 돼. 절대 안 된다. 내가 허락하지 않겠다.”

키안을 대신해 세이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카이우스의 커다란 눈동자에 눈물이 어리더니 입술을 삐죽였다.

“우는 척해도 소용없다, 카이우스. 이젠 안 속는다.”

세이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사실 저 눈물은 키안을 홀리는 무기였다. 저 영악한 꼬맹이는 키안을 흔드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헝님, 정말 안 되는 겁미까? 카이우스는 무섭습미다. 혼자 자기 싫습미다.”

카이우스가 키안에게 매달리며 어리광을 피웠다.

‘미치겠군. 저러다 또, 넘어가겠어.’

세이란은 눈을 가늘게 뜨곤 카이우스를 쏘아보았다.

“전하, 그래도 되겠습니까?”

대답하기 전, 키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세이란을 돌아보며 그의 의중을 물어왔다. 마음 같아선, 당장 내쫓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사실 지금도 다리 사이가 욱신거릴 정도로 단단해 미칠 것 같았다. 욕망을 참아내는 게 힘이 들었다. 그래서 저 꼬맹이가 가고 나면, 밤새 푹신한 침대에서 키안을 안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부탁을 해오는 키안을 보자, 세이란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키안이 카이우스에게 약하듯, 자신은 키안의 저 표정에 약했다.

‘쳇, 레녹스가의 사람들에겐 너무 관대하다니까.’

결국 세이란은 마지못해 고갤 끄덕였다. 그러자 카이우스가 침대로 뛰어들어 오더니, 가운데에 떡하니 자릴 잡고 누웠다.

“야, 꼬맹이. 네 자린 저쪽 끝이다.”

“밤엔 너무 춥습미다. 저는 가운데서 자겠습미다.”

윽, 이 꼬맹이를…….

세이란은 키안을 쏘아보며, 당장 이 꼬맹이를 저 끝으로 보내라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키안은 그의 시선을 외면한 채, 침대로 올라왔다.

“오늘은 이렇게 자는 게 좋겠습니다. 카이우스, 똑바로 누워. 이불을 덮어줄게.”

키안의 명령에 카이우스가 편하게 눕더니, 세이란에게 혀를 내밀었다.

“쳇! 좋아하려고 해도, 좋아할 수가 없다니까. 키안 레녹스, 오늘 빚은 다음에 배로 받겠다.”

어쩔 수 없이 세이란이 옆으로 자릴 옮기며, 잠잘 준비를 했다. 그러자 세이란의 옆에 있던 은빛안개가 침대로 내려가 그의 신발 위에 자릴 잡았다.

마치 그가 돌아가지 못하도록 신발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키안이 피식 웃으며, 카이우스 옆에 누웠다.

“헝님, 졸립습미다.”

“그래, 걱정 말고 어서 자렴.”

키안이 카이우스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주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쌩쌩하던 카이우스가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이불을 끌어다 카이우스에게 덮어주던 키안이 그의 시선을 느끼곤 고갤 들었다.

열기로 젖은 녹색 눈동자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었다.

“널 닮았으면 좋겠다.”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은빛 머리카락에 하늘빛 눈동자를 가지면, 아주 예쁠 것 같거든.”

순식간에 키안의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의 아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의 손이 뜨거워진 자신의 뺨에 닿았다.

“설마 그렇게나 몸을 겹쳐 놓고,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겠지?”

키안이 고갤 숙여 표정을 숨겼다. 그 모습에 세이란은 키안이 두 사람의 행위로 인해 아이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 둔하다니까.”

키안이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녀의 어머니께선 임신이 힘든 몸이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레녹스 공작부인이 된 후, 5년이나 지나서야 첫 아이들을 낳았고, 카이우스를 낳은 것 역시 첫 출산 후 15년이나 지난 후였다.

키안의 뺨을 만지던 그의 손이 그녀의 입술을 건드렸다. 그러자 고갤 숙이고 있던 그녀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에 입술이 범해지고 있었다. 그의 손끝 역시 느릿느릿 입술을 어루만졌다.

온몸이 뜨거웠다.

몸을 겹치진 않았지만, 이미 그것과 똑같은 열기가 온몸에 퍼져 있었다.

오늘 밤 역시, 두 사람에겐 괴롭고도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

챙, 채챙!

이른 아침부터 기사단의 연병장 안에 날카로운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헉, 헉-”

“괜찮나, 스텐호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무엘을 보며, 키안은 검을 거둬들였다.

“아, 네. 괜찮습니다. 좀 더 연습을…….”

“아니, 오늘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 갑자기 무리했다간, 근육이 상할 수도 있거든.”

키안은 검을 든 사무엘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보며 말했다.

“단장님께선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벌써 세 시간이 넘게 훈련을 하셨는데 말입니다.”

사무엘이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키안을 보며, 신기한 듯 말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훈련했거든, 체력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키안이 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키안의 얼굴엔 이제 그늘 한 점 없었다. 약하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날 선 분위기 역시 사라졌다. 그 모습에 사무엘은 묘하게 기뻤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살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가능할까요?”

“당연히 가능하지. 한 10년 동안만 아침저녁으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내 발뒤꿈치 정도는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키안의 농담에 사무엘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 단장님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려면요. 아, 그리고 당분간 용병 경매는 열리지 않을 모양입니다. 곧 열릴 검술 대회에 용병들이 대거 출전할 계획이라 시합에 나서는 자가 없다고 하더군요. 들리는 소문엔, 타국에서도 용병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타국에서까지 용병들이 검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오다니. 규모가 아주 커지겠군.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드레이크 경에게 말해야겠어.”

“블랙이 직접 참가한다면, 어마어마한 대회가 될 겁니다.”

사무엘은 용병 블랙이 검술 시합에 참가할 것이라 확신하는 눈치였다.

‘블랙이 황태자 전하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겠군.’

키안은 사무엘이 진실을 알았을 때의 표정이 상상되자, 입매가 부드러워졌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시는 겁니까?”

키안이 고갤 들자, 사무엘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거지?”

“웃고 계셔서요.”

“내가?”

“네.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사무엘이 진귀한 것이라도 본 듯 눈을 빛냈다. 키안은 자신이 웃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때 사무엘에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말했다.

“앞으로 더 웃으십시오. 보기 좋습니다.”

황제의 독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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