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 화
에드윈 리치문트는 심각한 얼굴로 컨스터블 소속의 감독관과 조사원을 쏘아보았다.
“그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군. 유스타나 제국의 관습법 때문에 제 자식을 죽이고, 자살하다니. 그 여인의 남편은 어떻게 됐지?”
“수소문 중입니다. 무슨 연유인지 종적을 감춘 후라.”
“그럼 사건의 전말은 어떻게 알게 됐지? 남편이 도망쳤다면 말이야.”
“아, 그게 저택 하인들의 증언을 통해서입니다.”
감독관의 말에 에드윈이 책상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말은,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군. 그럼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남편을 찾는 것밖에 없겠군.”
“하지만 사실일 겁니다. 유스타나 제국에서 쌍둥이가 출생한 경우, 나머지 아이를 갖다 버리거나, 방치해 죽이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조사원은 자신하듯 말했다. 에드윈 역시 알고 있었다. 유스타나 제국의 관습법 상 쌍둥이가 태어난 직후, 동생의 경우 수도원에 보내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였다.
그런데 죽은 아이는 갓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다섯 살 정도의 사내아이였다. 그런데 이제 와 아이를 죽이다니…….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대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친 자를 찾아야 한다.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알겠습니다, 공작님.”
“그만 나가봐도 좋다.”
감독관과 조사원이 사무실을 나가자, 에드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벽에 설치된 책장으로 걸어가 오래된 사건 기록과 관습법이 적힌 서적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유스타나 제국에 태어난 쌍둥이라……. 지금까지 어떤 처벌이 내려졌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똑똑! 노크 소리에 에드윈이 서적에서 눈을 뗐다.
“공작님, 황태자 전하와 레녹스 공작님께서 오셨습니다.”
밖에서 들려온 하드윅 백작의 목소리에 에드윈이 재빨리 문으로 걸어갔다. 그러곤 문을 열고 옆쪽으로 비켜섰다.
“전하, 오셨습니까.”
“컨스터블의 감독관과 조사관은 어디에 있지? 벌써 돌아간 건가?”
세이란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에드윈 혼자뿐임을 확인하곤 아쉬운 듯 물었다.
“조금 전 돌아갔습니다. 레녹스 공작도 함께 왔군.”
“저와 아키텐 공작부인께서 이 사건의 목격자였습니다. 그래서 도움이 될까 하고 전하와 함께 왔습니다.”
“아키텐 공작부인께도 사체를 봤다는 건가?”
“저보다 먼저 보셨습니다. 굉장히 놀랐고, 무서워하셨습니다.”
키안이 일부러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까지 덧붙여 말했다. 그러자 에드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건 뭐지? 사건 자료 같은데.”
“아, 조금 전 왔다 간 감독관과 조사관이 이번 사건이 관습법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살펴보던 참이었습니다.”
“관습법?”
“네, 전하. 아직 죽은 여인의 남편 되는 자를 찾지 못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 집에서 일했던 하인들을 통해 5년 전 그 부부에게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에드윈의 말에 세이란의 시선이 자연히 키안에게 향했다. 다행히 키안의 얼굴엔 그 어떤 동요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세이란은 안도하며, 고갤 끄덕였다.
“그럼 남편 되는 자를 붙잡아야, 사건의 정확한 내막을 알게 되겠군.”
“그럴 것이라 판단해, 감독관과 조사관에게 남편 되는 자를 꼭 찾으라 조치했습니다.”
“그럼 기다리면 되겠군. 그나저나, 이제 말해보겠나? 그대의 심장을 움켜 쥔 레이디가 누군지 말이다.”
세이란의 말에 이번엔 에드윈이 키안의 눈치를 살피며, 그런 일 없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뭔가 잘못 아신 모양입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이미 법무부 건물을 비롯해 셀서스 궁에 소문이 파다하니까. 그대가 상사병에 걸려, 책상에 놓여 있던 잉크를 엎질러 쓰지 못하고 버린 종이가 한 수레는 될 것이라고 했거든.”
세이란의 지적에 에드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건 실수였습니다. 업무가 많아 손이 떨려서.”
에드윈의 비루한 변명에 세이란의 입가에 냉소로 비틀렸다.
“레이디가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잠을 못 자 그런 게 아니고? 난 그런 줄 알았거든.”
본격적으로 놀리기 시작하는 세이란을 보며, 에드윈이 고갤 들었다. 그러곤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전하보다야 더하겠습니까? 전하께선 파티에 참석하지도 않는 그분께 정조를 지키신다며, 레이디들과 춤도 추지 않으시겠다고…….”
“에드윈 리치문트, 요즘도 결투는 새벽 시간에 이뤄지는 건가?”
세이란의 서늘한 목소리에 에드윈이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결투라고요?”
“그래, 딸꾹질한 것에 대한 대가가 갑자기 받고 싶어져서.”
당황한 에드윈이 재빨리 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어, 제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전하. 전하께선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겁니다.”
“그렇지. 그대가 잘못 판단한 것이다.”
세이란이 에드윈에게 입막음하듯 한 번 더 쏘아보곤, 키안을 향해 돌아섰다.
“레녹스 공작, 볼일은 끝난 것 같으니 돌아가는 게 좋겠다.”
세이란이 재빨리 사무실을 나가자, 키안이 사색이 된 얼굴로 서 있는 에드윈을 향해 말했다.
“증인이 필요하시면, 절 불러주십시오.”
사무실을 나오며, 키안은 조금 전 에드윈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정조라니. 정말 전하께서 나에게 신의를 지키기 위해 춤도 추지 않으셨다는 건가?’
그 순간 앞서가던 세이란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웃지 마. 그리고 조금 전 에드윈이 했던 미친 소린, 못 들은 것으로 하는 게 좋겠다.”
키안이 고갤 들자, 그가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여전히 서늘한 표정이라 그가 민망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화가 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귀가 빨개.’
키안은 그제야 그가 속마음을 들켜 민망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제가 없는 곳에서도 순결을 지켜줘서.”
“수, 순결이라니…….”
“아, 제가 잘못 말했습니다. 리치문트 공작님께선 정조라고 하셨는데 말입니다. 저는 순결이란 말과 정조라는 말이 똑같은 말처럼 들려서…….”
“키안 레녹스!”
음산하기까지 한 세이란의 목소리에 키안이 허릴 세웠다. 그러곤 입가에 어린 미소를 싹 지우곤,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전하. 제가 지금 바로 연병장에 가야 해서.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에게 붙잡힐세라 키안이 재빨리 자릴 떴다. 멀어져 가는 키안의 뒷모습을 보며, 세이란은 피식 웃었다.
에드윈 때문에 속마음을 들켜서, 민망하긴 했다. 하지만 눈을 빛내며 기뻐하던 키안을 떠올리자, 묘하게 심장이 들썩였다.
“값을 받아내야겠군. 날 놀린 대가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눈치니. 그나저나, 마음에 담진 않았을 테지?”
세이란은 조금 전 에드윈이 모자 살인 사건에 대해 설명했을 때, 키안의 표정을 살폈다.
특별히 마음 쓰는 눈빛은 아니었다. 하지만 키안은 감정을 숨기는 것엔 능숙했다. 그러니 표정만 갖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순 없었다.
“내가 직접 사건에 관여해야겠어. 이번이 유스타나의 관습법을 바꿀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까.”
세이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가 본 미래에는 없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하군.’
**
“헬로이즈 공주님, 이렇게 직접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벨라는 마차에서 내리는 헬로이즈를 향해 고갤 숙였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아키텐 공작부인. 갑작스러운 방문 요청일 텐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사실 좀 놀라긴 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움보단, 반가움이 더 컸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벨라는 솔직하게 헬로이즈의 방문 요청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그러자 헬로이즈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아키텐 공작부인께선 솔직한 분이시군요. 다른 레이디들과는 달리 말입니다.”
“그런 쪽으론 진저리가 나서. 무엇보다 고마운 분껜,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라. 어서 들어오십시오. 궁보단 누추하지만, 제가 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벨라와 함께 아키텐 공작저의 티룸으로 들어간 헬로이즈는 고급스럽고 섬세하게 꾸며놓은 저택을 보며, 감탄했다.
“안목이 대단하시군요. 공작부인의 빼어난 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집입니다.”
헬로이즈는 유리문 밖으로 보이는 정원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솜씨 좋은 정원사들이 만들어놓은 토피어리들이 정원에 생동감을 더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헬로이즈 공주님. 앉으십시오.”
벨라가 권하는 의자에 앉은 헬로이즈는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레이디 프로필리아께선 보이지 않군요. 혹시 사냥터에서 다치신 건가요?”
의외였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릴리스에 대해 물어올 것이라곤 생각했다. 하지만 앉자마자, 말을 꺼내다니.
‘솔직한 성격인 걸까? 아니면, 조급한 걸까?’
벨라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숨긴 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릴리스가 걱정되어서 찾아오신 모양이군요.”
“아키텐 공작부인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무도회에 참석 중이니, 경쟁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걱정되어 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런 일을 겪었으니까요.”
벨라는 우아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차분하게 얘길 하는 헬로이즈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하는 듯했지만, 보랏빛 눈동자가 묘하게 차가웠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릴리스는 맹수에게 등을 긁히긴 했지만, 황태자 전하께서 구해준 덕분에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쉬며, 안정을 취하는 중입니다.”
벨라는 릴리스가 티타임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이 시각이면 릴리스는, 키안 레녹스 공작의 모습으로 황실 기사단에서 훈련하고 있을 터였다.
“그랬군요. 다행입니다.”
헬로이즈가 눈에 띄게 안심하는 게 느껴졌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한 모양이었다.
대체 뭐지? 이 묘한 이질감은? 착한 것 같기도 하고, 차가운 것 같기도 하고.
벨라는 이런 이중적인 면모에 헬로이즈가 어떤 인물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때 하녀장이 차 쟁반을 들고 티룸 안으로 들어왔다. 벨라가 고갤 끄덕이자, 하녀장이 천천히 두 사람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
“드십시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차입니다.”
벨라의 권유에 헬로이즈가 천천히 차를 마셨다.
“이번 사냥 대회에서 보니 공작부인께선 황실 기사단의 단장님과 친하신 모양이더군요.”
“레녹스 공작님 말씀이시군요. 어렸을 적부터 친분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격의가 없지요. 세간에선 우리 두 사람을 연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망인이라서요.”
벨라의 말에 헬로이즈가 소문 따위 믿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굉장히 반듯하신 분 같더군요, 레녹스 공작님 말입니다. 무엇보다 전하에 대한 충성심 외엔 다른 것엔 관심도 없는 눈치였습니다.”
“맞아요. 하지만 사교계의 귀부인들은 가십과 같은 스캔들에 관심이 많죠. 특히 불륜에.”
“알고 있습니다. 테란국의 사교계도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레이디 베로니카께선 레녹스 공작님을 마음에 두신 모양이더군요. 아버님이신 렌스터 공작님께서 아신다면, 놀라실 텐데. 문득 걱정되더군요.”
헬로이즈의 말에 벨라 역시 동의했다. 황실 사냥터에서 키안에게 눈을 떼지 못하던 베로니카를 보며, 벨라 역시 놀랐다.
베로니카 렌스터가 마음에 품고 있던 상대가 황태자인 세이란이 아니라, 키안 레녹스였다니.
“의외긴 했습니다. 레이디 베로니카의 취향이 꽃미남이신 줄을 몰랐거든요. 소문도 있고 해서, 당연히 황태자 전하께 마음이 있다고만 생각했지 뭡니까.”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소문은 소문일 뿐,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입니다.”
찻잔을 들어 올리는 헬로이즈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분명 뭔가를 알고 있고, 그걸 떠보려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게 대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벨라는 헬로이즈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깨달았다.
‘가면이야.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어. 그리고 날 찾아온 이유가 따로 있어. 누굴까? 릴리스 프로필리아 때문일까, 아니면, 키안 레녹스 공작 때문일까?’
벨라는 헬로이즈의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걸린 것과는 정반대로 감정 한 조각 실려 있지 않은 보랏빛 눈동자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벨라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공주님께선 유스타나에선 지낼 만하신가요? 타국이라 힘드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돕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얼마 뒤에 유스타나에서 검술 대회가 열린다더군요.”
“검술 대회라니, 흥미진진하겠네요. 검술 대회가 열린다고 하니, 봐야겠네요.”
“그럼,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함께 구경할 분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저야 환영입니다. 낯선 타국에서 친구가 생기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헬로이즈가 고갤 끄덕였다.
똑똑!
“마님,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방문객이 오셔서.”
문밖에서 들려온 집사의 목소리에 벨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문객? 헬로이즈 공주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공작부인. 저도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차, 잘 마셨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헬로이즈가 돌아갈 차비를 서둘렀다.
“현관까지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벨라는 헬로이즈와 함께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다 홀 중앙에 서 있던 에드윈 리치문트를 발견하곤 눈을 가늘게 떴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공작부인.”
“조심히 가십시오, 헬로이즈 공주님.”
헬로이즈가 현관을 나가며, 에드윈 리치문트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문이 닫히고, 홀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벨라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리치문트 공작님?”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벨라는 황실 사냥터의 막사에서 키스했던 일이 떠오르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괜찮으십니까? 레녹스 공작에게 들었습니다. 며칠 전 로체 거리에서 사건을 목격하셨다고.”
“아, 네.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설마, 키안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아직 근무 중에 내가 걱정돼 찾아온 건가?
벨라는 고갤 들어 그의 안색을 살폈다. 안경 너머 보이는 예리한 눈동자가 짙어져 있었다.
“어, 차라도 대접을…….”
“아닙니다. 괜찮은 모습을 봤으니, 가보겠습니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아서 다시 돌아가 봐야 합니다.”
에드윈이 서둘러 나가려 하자, 벨라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어, 그게…….”
두 사람 모두 당황했다. 벨라가 재빨리 그의 팔을 놓고는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치문트 공작님. 만약 목격자의 증언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협조하겠습니다.”
벨라의 말에 에드윈이 고갤 끄덕였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팔을 붙잡은 순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 오늘 파티에 참석하십니까?”
“아니요. 저는 릴리스와 함께 내일 캐슬리스 후작가의 파티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저 역시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캐슬리스 후작은 귀족회의의 일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를 설득하기 위해선 파티에 꼭 참석해야 했다.
에드윈이 다시 한 번 고갤 숙여 묵례하곤, 현관을 나갔다. 벨라는 뺨이 붉어지는 걸 느끼며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말에 오른 에드윈이 공작저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를 만나기 위해 가는 게 아니야. 귀족회의의 투표권 때문인 거지.”
벨라는 손바닥으로 가슴을 꼭 누르며, 혼잣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심장이 무섭게 뛰고 있었다.
황제의 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