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5 화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키안을 안고 바위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몸이 이어진 채라 그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키안의 허리가 움찔움찔 떨리며 그의 남성을 조였다.
지독한 쾌락은 고문과도 같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처음으로 경험했다.
“키안, 엉덩이를 움직여 봐.”
세이란이 계곡 안쪽에 자릴 잡고 앉았다. 따뜻한 물이 두 사람의 가슴께까지 감싸고 있어 춥진 않았다.
“시, 싫습니다.”
키안이 고갤 가로저었다.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지만, 달빛 아래 얼굴을 마주한 채 몸을 섞고 있자 너무도 부끄러웠다. 서로의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리였다.
“그럼 괴로운 건 너일 텐데?”
세이란의 입술이 젖은 셔츠 위로 도드라진 그녀의 가슴을 덥석 물었다. 그러곤 혀끝으로 희롱하며 야릇하게 빨았다.
“흣-”
예민해진 가슴을 혀와 입술로 집요하게 공격했다. 키안은 열기를 참지 못하곤 허릴 비틀었다. 그러자 단단하게 일어선 그의 남성이 애액으로 젖은 내벽을 꿰뚫을 듯 더욱 깊이 들어와 박혔다.
“하아, 흐음-”
키안이 쾌락을 삼키며 신음을 뱉어냈다. 그의 말처럼 괴로워 미칠 것 같았다. 채워지지 않은 갈증으로 인해 자꾸만 허리가 움찔거리며, 그의 남성을 조였다.
“키안, 움직여 봐. 말을 타듯이 천천히. 분명 좋을 거야.”
세이란이 키안의 팔을 그의 목에 감게 했다.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단단히 받쳐 그녀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그의 손이 셔츠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와 결합되어 있는 여린 속살을 건드렸다.
“하흑-”
키안의 허리가 관능적으로 비틀리며 본능적으로 그의 허리에 감고 있는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두 사람의 결합이 더욱 깊어졌다.
“읏, 하앗!”
“물속이라 더 자극이 되는 모양이군. 혹시 너, 날 상상하며 목욕하다 이곳을 만진 적이 있어?”
그의 색스러운 음담패설에 키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있었다. 딱 한 번. 그때도 갈증에 허덕이며, 신음을 삼켰었다. 그녀가 얼굴을 붉히는 걸 보며, 세이란은 의외라는 듯 픽 하고 웃었다.
“설마 너, 그런 적이 있었던 거야? 날 생각하며 여길…….”
키안이 손을 뻗어 재빨리 그의 입을 막았다. 그러자 그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진짜인 모양이었다.
“너, 굉장히 야해. 기대 이상이야.”
세이란의 놀림에 키안이 얼굴은 물론 몸까지 새빨개졌다.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힌 키안을 보자, 세이란의 하체에 순식간에 피가 몰렸다.
“하아, 미치는 건 언제나 나라니까.”
키안이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자, 세이란이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곤 천천히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닫혀 있던 내벽이 흠칫흠칫 떨리며, 그의 남성을 깊숙이 삼켰다.
찰박, 찰박. 그에 의해 키안의 엉덩이가 아래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물결 역시 두 사람의 맨살을 할퀴며, 야릇한 열기를 일으켰다.
“흐읏, 잠깐만 천천히……. 하윽-”
결국 키안 역시 참지 못하고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규칙적인 리듬으로 엉덩이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다급히 허릴 내려 그의 남성을 욕심껏 삼키길 반복했다.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짙은 열기가 온몸을 간질였다. 아랫배 안쪽이 욱신거렸다. 그를 뿌리 끝까지 삼켰다가, 밀부의 입구까지 뱉어낸 순간 키안은 상실감에 입술을 깨물며 거칠게 엉덩이를 내려 그의 남성을 삼키고 또 삼켰다. 그 아릿한 감각에 키안의 허리가 위험스럽게 휘며 찰박찰박 물살을 만들어냈다.
“윽, 키안…….”
그녀의 관능적인 움직임에 세이란 역시 더운 숨을 뱉어내며, 키안이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러곤 달빛에 드러난 가슴을 입으로 물고는 야릇하게 빨아 당겼다.
꼭 다문 키안의 입술이 열기로 파르르 떨렸다. 단단해진 붉은 유두가 그의 손에 야릇하게 비틀리며, 유린당했다.
“하아, 좀 더……. 으읏-”
두 사람의 몸이 물살처럼 흔들렸다. 키안의 풍만한 가슴이 그녀가 허릴 비틀며 등을 휠 때마다 나른하게 흔들렸다.
“널 어쩌면 좋지? 이제 한계야.”
눈으로 보는 키안의 색스러움에 그녀의 내벽 안을 찔러대는 그의 남성이 더욱 단단해졌다.
“으읏- 하아, 읏!”
키안이 허릴 비틀며, 몸을 떠는 게 느껴졌다. 벌써 그녀는 쾌락의 정점에 다다른 것이다.
하지만 세이란은 턱없이 부족했다. 벌써 두 번이나 키안을 안았다. 지독한 열감에 온몸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격정에 몸을 떤 게 바로 몇십 분 전이었다.
그런데 또 원하고 있었다. 키안을 안으며 안을수록 갈증은 더욱 강해져 그녀의 안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목욕은 다음에 해야겠다.”
그 말과 함께 세이란이 키안을 끌어안은 채, 물속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결합을 풀지 않은 상태로 그녀를 안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맨몸이었지만 동굴의 따뜻한 공기가 두 사람을 감싸, 춥지 않았다.
세이란이 재빨리 키안을 자신의 외투 외에 그녀를 눕혔다. 그러곤 강한 힘으로 키안의 내벽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흑-”
키안이 경련을 하듯 몸을 떨었다. 이미 쾌락으로 예민해진 몸은 그의 거친 삽입에 또다시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하흑- 무섭습니다. 읏-”
키안은 그의 어깨를 꼭 붙들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쾌락이 두려웠다. 그리고 독에 중독되듯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무서웠다.
“키안, 나도 그래. 이 지독한 열기가 나를 삼킬 것 같아 무섭다.”
이미 소유하는 충족감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키안을 다시 잃을까 두려웠다. 자신은 이미, 그녀를 한 번 잃었던 적이 있다.
꿈을 통해 본 미래였지만, 그녀가 없는 그의 삶은 어둠처럼 고요했고, 지독히도 공허했다.
모든 걸 다 가진 그에게 단 하나, 키안이란 존재가 없다는 것만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더 집착하는지도 몰랐다. 그 고통이 얼마나 잔혹한지 알기에 이렇게 필사적인지도 몰랐다.
“키안, 넌 내 것이다. 내 허락 없인 내 곁을 떠날 수도, 함부로 죽을 수도 없다.”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들끓는 지독한 소유욕이 자신조차도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키안에게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만약 알게 된다고 해도, 절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흣, 세이란……. 하읏-”
세이란이 강한 힘으로 키안의 내벽을 꿰뚫듯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집요한 공격에 키안은 잔뜩 쉰 목소리로 신음을 흘렸다. 농밀하게 몸을 겹쳐 오는 행위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 기뻐도…….’
키안은 불안했다.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와 몸을 겹치는 동안에도 키안은 자신이 그에게 이런 넘치는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에 두려웠다.
깨어나면 모든 게 사라져 버릴 신기루 같아서 더욱 필사적으로 그에게 매달렸다.
“세이란 님, 원합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더 강하게…….”
키안이 그의 귓불을 핥으며 낮게 속삭였다. 자신을 따라 다니던 지긋지긋한 어둠이 발목을 붙잡기 전에 키안은 세이란에게 매달렸다.
“하아, 너는 정말 날 미치게 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그의 신음 소리에 키안은 그의 허리에 다릴 휘감았다. 그러곤 그의 격렬한 허리짓에 몸이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진퇴를 거듭할 때마다 키안의 허리가 위험스럽게 비틀렸다. 부드럽고 탐스러운 가슴이 관능적으로 흔들리자, 세이란이 참지 못하고 입술로 욕심껏 삼키며 빨아 당겼다.
“흣-”
키안이 숨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흥분으로 키안의 턱이 들리고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또다시 찾아온 느른한 쾌락에 그녀는 몸을 떨며 전율했다.
“하읏, 흐흑-”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가 주는 쾌락은 숨이 멎을 정도로 잔혹했다. 온몸을 할퀴는 날 선 감각에 키안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멀어지는 의식 사이로, 키안은 어제 꾸었던 꿈의 내용을 떠올렸다. 언제나 꾸는 꿈이라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달랐던 것도 같았다. 아주 미묘했지만, 변해 있었다.
‘그래, 변했어. 기억과 달라졌어.’
그 순간 뜨겁고 단단한 세이란의 남성이 키안의 내벽에 들어와 박히는 게 느껴졌다. 모든 게 폭발하듯 새하얗게 변했다. 하루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세 번이나 그와 격렬한 정사를 나누느라 이미 그녀의 체력은 한계까지 써버린 후였다.
세이란이 마지막으로 그녀의 내벽을 가르며 절정에 다다랐을 때, 키안은 정신을 잃었다.
세이란은 그의 품속에 있는 키안을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물과 땀으로 젖은 두 사람의 몸이 하나처럼 엉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하아, 키안.”
세이란은 잠든 키안의 얼굴에 무수히 입맞춤을 했다. 그러곤 잠에서 깨어나면 사라질까 봐 두려운 듯 그녀를 꽉 끌어안고는 그 역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테란국의 국왕이 유폐되어 있다는 신전 안은 적막했다. 마치 신전에서 일하는 비복조차 자릴 비운 듯 개미 새끼 한 마디 보이지 않았다.
블랙 기사단의 기사인 카일은 일주일 동안 사람들의 통행이 전혀 없는 신전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이상해. 아무리 유폐라지만, 한 나라의 국왕이 있는 곳인데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 있다니.’
테란국에 도착하자마자 카일은 황태자인 세이란의 명령대로 대신전으로 향했다. 운 좋게도 그가 대신전을 감시하기 시작한 날, 테란국의 국왕이 대신전으로 끌려와 지하 감옥에 갇히는 걸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동안 지켜본 대신전은 묘하게 이질적인 분위기였다.
“설마 국왕의 유폐는 뭔가를 숨기기 위한 눈속임인 건가?”
카일은 유스타나 제국을 떠나오기 전 세이란이 했던 당부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에게 테란국의 신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 마디도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하라고 했었다. 그 말은 세간에 떠도는 소문과는 달리, 테란국에선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전하의 말씀처럼 헬로이즈 공주가 거짓말을 한 걸까?’
만약 황태자의 추측이 맞는다면 국왕은 유폐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대신전에 머물고 있는 게 분명했다.
“대체 이유가 뭐지?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때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신전에 인기척이 들렸다. 카일은 그림자처럼 움직여, 건물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신관인 건가? 하지만 이상해.’
남자는 신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묘하게 힘이 넘쳤다. 걸음걸이 역시 단호했고, 풍기는 분위기 역시 서늘했다.
‘신관 복장을 한 기사야.’
카일은 남자가 걸을 때마다 들썩이는 신관 복의 흰 천을 눈여겨봤다. 그러다 슬쩍 드러난 흙이 묻은 가죽 부츠를 확인하곤, 눈살을 찌푸렸다. 저 신발은 테란국의 국경을 넘어오던 중 본 보초병이 신고 있던 부츠와 똑같았다.
쳇, 변복하면서 신발을 갈아 신을 여유 같은 건 없었던 모양이다.
카일은 남자가 기사인 것을 확인하곤 재빨리 그곳에서 벗었다.
유스타나 제국으로 돌아가기 전, 또 하나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로렌스 루틴 공작이라고 했었어.’
카일은 황태자인 세이란이 알아오라고 했던 귀족의 이름을 떠올렸다. 귀족이자, 기사였던 자의 정보를 쉽게 알아내려면 기사들이 많이 가는 술집으로 가는 게 가장 빨랐다. 카일은 루시타니아 상단의 정보원을 통해 알아놓은 술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황제의 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