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4 화
황실 기사단의 기사들과 에드윈, 그리고 렌스터 공작가의 기사들이 막사로 돌아왔다. 초조한 얼굴로 막사에 남아 황태자 일행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던 귀족들이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황태자 전하는 어떻게 되셨나?”
렌스터 공작이 초조한 얼굴로 황실 기사단의 기사인 드레이크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드레이크가 한쪽으로 비켜섰고, 뒤따르던 가사들이 뭔가를 바닥에 던져 놓았다.
옆에 서 있던 귀족이 그것이 뭔지 확인하려는 듯 횃불을 들어 바닥을 비추자, 검과 화살로 심장을 꿰뚫려 죽은 호랑이가 놓여 있었다. 죽은 호랑이를 보며, 여기저기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렌스터 공작의 물음에 드레이크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땐, 이미 황태자 전하께서 사냥을 마치신 후였습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귀족들의 안도와 탄성이 한꺼번에 새어 나왔다. 1년 전엔 수십 명의 기사가 사냥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황태자 혼자 호랑이를 잡았다니, 모두 놀란 눈치였다.
“그럼, 전하께선 어디에 계신 겁니까? 그리고 릴리스는 어디에 있죠?”
벨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드레이크를 보며 물어왔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레이디 릴리스께서 놀라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하께선 레이디 릴리스께서 안정이 되신 후 돌아오겠다고 하셨습니다.”
드레이크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벨라가 기절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직접 뵈었나요? 드레이크 경께서 직접 릴리스의 상태를 확인한 겁니까?”
벨라의 여전히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번엔 옆에 서 있던 에드윈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진정하십시오, 아키텐 공작부인. 두 분 다 무사합니다. 우린 그렇게 연락을 받았고, 여기서 기다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벨라는 에드윈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나중에 얘기해 주겠다는 듯 고갤 끄덕여 보이자, 벨라는 더는 묻지 않았다. 뭔가 귀족들이 들어선 안 되는 얘기가 있는 듯했다.
“그럼 저흰 전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면 되겠군.”
렌스터 공작의 말에 드레이크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아닙니다, 렌스터 공작님. 전하께선 기사단만 남고 나머지 귀족들은 각자 돌아가셔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돌아가도 된다고요? 하지만 황태자 전하의 상태를 눈으로 직접 봐야 안심할 것 같군요.”
언제 나왔는지 제임스 에버콘 공작이 이곳에 남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 모습에 드레이크를 비롯해 에드윈이 눈살을 찌푸렸다.
“전하께선 무탈하십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에버콘 공작님.”
드레이크가 단호한 태도로 세이란에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얘기했다. 한마디로 그 말은 지금 황태자인 세이란은 릴리스란 레이디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이번 사냥대회는 이쯤 해서 마무리를 해야겠군요. 저흰 당장 돌아가겠습니다.”
눈치 빠르게 렌스터 공작이 막사로 향했다. 그러자 헤링턴 백작과 알렉산더 스텐호프 백작 역시 렌스터 공작의 뒤를 따라 키엘체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귀족들은 어둠 속에서 또 다른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낼까 잔뜩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남아 있던 귀족들 역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막사로 향하자, 테란국의 공주인 헬로이즈가 벨라에게 다가왔다.
“아키텐 공작부인께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저와 함께 가셔도 좋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헬로이즈 공주님. 하지만 전 릴리스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 남아 있을 생각입니다. 저택을 돌아가도, 걱정돼 잠이 오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저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헬로이즈가 막사로 돌아가려 하자, 벨라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헬로이즈 공주님, 조만간 제 저택에 초대하고 싶은데…….”
말끝을 흐리며, 헬로이즈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저야 기쁩니다, 아키텐 공작부인. 초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헬로이즈가 고갤 끄덕인 후 이고르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에드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벌써 헬로이즈 공주와 친해진 모양이군요.”
“막사에 혼자 있는 절 위해 헬로이즈 공주와 레이디 베로니카께서 와주셨습니다.”
벨라는 오늘 본 헬로이즈 공주의 모습만으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보여준 친절에 대한 보답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정말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에드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벨라를 보며, 물었다.
“혹시 릴리스에게 피치 못한 일이 있는 건가요?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을 당했다거나…….”
“아무 일 없습니다. 그저 걱정돼, 물어본 것뿐입니다.”
그가 날 걱정을 한다고? 벨라가 의외라는 듯 에드윈을 보며 물었다.
“제가 걱정이 되시나요?”
“그러면 안 되는 겁니까?”
에드윈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서로를 걱정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리치문트 공작님께서 절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고 느꼈답니다.”
벨라가 솔직하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얘기했다.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건, 공작부인 아니셨습니까? 저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요?”
에드윈이 마치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 에드윈을 보며, 벨라는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을 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오해하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리치문트 공작님께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그저 친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서로 너무 다른 데다가, 처지 역시 달라 서로에게 폐가 될 겁니다.”
벨라가 더는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곤 에드윈을 향해 고갤 숙였다.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는 너무 지치는군요. 막사에 들어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벨라가 인사를 한 후, 자신의 막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유를 모르겠어. 말빨로는 전혀 밀리지 않는 내가, 저 여인에게만은 당할 수가 없다니 말이야.”
혼자 남겨진 에드윈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당연히 벨라 아키텐의 말이 맞았다. 두 사람은 너무 달랐고, 함께 있으면 서로에게 이상한 소문 거리만 될 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드윈은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에드윈의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였다.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벨라가 막사로 막 들어선 순간, 에드인 역시 그녀의 막사로 들어가 벨라의 팔을 붙잡곤 돌려 세웠다.
“뭐, 뭐죠?”
갑자기 자신의 막사로 들어온 에드윈을 벨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올려다보았다.
“이제부터 생각해 보십시오. 저는 그대와 친해지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체 그런 결정을 왜 리치문트 공작님께서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저는…….”
그가 한 발짝 다가오자, 당황한 벨라가 입을 다물고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뭐, 뭡니까?”
“뭐긴요? 키스하려는 겁니다, 이렇게 친해질 작정이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고갤 숙여왔다. 그러곤 벨라의 턱을 붙잡곤 키스를 해왔다. 처음엔 너무 놀라 거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뛰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뜨거워졌다. 그와 더 키스를 나누고 싶을 만큼.
‘미쳤나 봐. 드레이크 경이 아니라, 이 남자에게 성적인 욕구를 느끼다니.’
망설이던 벨라가 눈을 감고는 입술을 벌렸다. 그러자 에드윈이 낮은 신음을 뱉어내며, 그녀를 막사의 벽으로 밀어붙였다.
“흣-”
벨라의 입술을 새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당연히 거부할 것이라 생각했던 벨라가 그를 밀어내는 대신 입술을 열자, 에드윈은 깊숙이 혀를 얽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생각지도 못한 뜨거움에 두 사람은 속절없이 서로의 입술을 삼키며 키스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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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주십시오.”
“얌전히 있어. 다리가 후들거려 걷지도 못하잖아.”
그의 지적에 키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러곤 불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전하께서…….”
“맞아. 그러니 내가 책임질 수 있게 기회를 줘.”
세이란이 키안의 귓가에 낮게 속삭인 다음 혀끝으로 귓불을 건드렸다.
“흣-”
야릇한 쾌감에 키안이 놀라 손으로 귓불을 가렸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얼굴을 붉힌 채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키안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떨어지지 않게 꽉 붙들어. 밖으로 나가 목욕을 할 생각이니까.”
키안이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러자 세이란이 그녀를 품에 안고 동굴을 빠져나와 계곡으로 향했다. 폭포가 떨어지는 곳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릴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동굴 안에서 흘러나온 온천수와 폭포가 적당히 섞여 물은 따뜻했다.
두 번이나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눈 후라 두 사람의 몸은 땀과 체액으로 젖어 끈적했다.
“하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두 사람은 동시에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씻을 건데, 옷은 입을 필요 없다니까.”
세이란은 그의 셔츠를 입고 있는 키안을 나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그가 자신의 등에 난 상처를 보아버린 후였지만, 대놓고 밖으로 드러내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그의 셔츠라도 걸치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것이다.
“옷을 입지 않은 게 더 이상한 겁니다.”
키안이 그의 품에서 벗어나 물에 몸을 담갔다. 그러자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일부러 그러는 것이냐? 날 미치게 하려고 말이야.”
“네?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키안이 말끝을 흐리며,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갤 숙였다. 그러자 물에 젖은 셔츠가 몸에 착 달라붙어 가슴의 곡선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붉은 유두가 셔츠 위로 유혹하듯 솟아올라 있었다. 당황한 키안이 얼굴을 붉히며, 두 팔로 가슴을 가렸다.
“그런 게 아니라…….”
“알아. 하지만 결과적으론 날 더 자극하는 꼴이라서.”
당연히 키안이 자신의 셔츠를 입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젖은 셔츠 아래 드러난 그녀의 가슴을 보자, 또다시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보지 마십시오.”
키안이 손을 들어 그의 눈을 가렸다. 그러자 그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지 않을 테니 안심해. 하지만 만지는 건 상관없겠지?”
“네? 그것도 안……. 흣!”
세이란이 손을 뻗어 키안의 팔을 붙잡곤 끌어당겼다. 놀란 키안이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하지만 그의 팔이 키안의 허릴 재빠르게 휘감더니, 그의 품 안에 가둬 버렸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몸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닿았다.
“세이란 님.”
그와 몸이 닿은 순간 키안이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열기로 단단하게 일어선 그의 남성이 또다시 그녀의 아랫배를 꾹꾹 찌르고 있었다. 그녀가 입은 셔츠가 없었다면, 순식간에 그녀의 밀부를 꿰뚫고 안으로 들어왔을 기세였다.
두 번이나 이뤄진 격정적인 정사로 인해 키안의 밀부가 아릿했다.
만약 여기서 더 몸을 섞기라도 한다면 걷는 것조차 힘들 것 같았다.
“안 됩니다.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놀란 키안이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다. 하지만 물속이라 키안의 몸짓은 더디기만 했고, 생각과는 달리 도망가려던 그녀의 행동은 오히려 단단하게 일어선 그의 남성에 자신의 몸을 비비는 결과를 초래했다.
“흑, 키안, 제발 움직이지 마. 지금도 미칠 것 같으니까.”
키안은 맞닿을 때마다 커지는 그의 남성을 느끼며,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당황한 키안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러자 세이란이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미 그의 눈동자는 열기로 인해 붉게 변해 있었다.
“그것도 알아. 하지만 결과적으로 날 유혹한 꼴이지.”
세이란이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받쳐 들고는 그의 다리 위로 끌어 올렸다. 어느새 키안은 그의 아랫배를 타고 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잠깐, 기다려……. 흣!”
그가 몸을 움직여 자신의 남성을 수풀 속에 숨겨진 밀부를 찾아 꾹꾹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린 속살이 나른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르르 떨리며 입구를 열었다.
“하아, 으읏-”
순식간에 그의 남성이 내벽을 가르며 들어오자, 키안의 허리가 뒤로 위험스럽게 휘었다. 그러자 세이란이 키안의 다릴 그의 허리에 단단히 감아 떨어지지 않게 했다.
그가 허릴 움직여 그의 남성을 안으로 밀어 넣자, 키안이 입술을 깨물며 등줄기를 관통하는 쾌락을 삼켰다.
“흣,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두 번이나 몸을 섞었다. 그것도 세이란은 키안의 사정 따위 봐주지 않고 그녀가 지쳐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때까지 몰아붙였었다.
그런데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의 내벽을 또다시 강한 힘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으음, 흣-”
키안이 입술을 깨물며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또다시 찾아든 야릇한 감각에 그녀의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세이란……. 하읏!”
그가 허릴 움직이자 두 사람을 감싼 물이 찰랑거렸다. 키안은 신음을 삼키며 그의 품에 매달렸다. 그는 지치지 않는 늪 같았다. 그녀를 지독한 쾌락에 몸을 떨게 하며, 한계 끝까지 몰아붙여 울게 만들었다.
그가 말했었다. 만약 울게 된다면, 자신이 주는 쾌락 때문에 울게 할 것이라고. 그는 언제나 약속을 지키는 사내였다. 키안은 열락에 몸을 떨며, 울음을 삼켰다.
“너 때문이다, 키안. 너와 있으면, 난 항상 이 상태다. 그동안 참고 견디느라 미치는 줄 알았다는 것만 기억해.”
황제의 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