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독사과-88화 (88/139)

제 88 화

사냥 대회의 두 번째 날이었다. 날이 밝자마자 세이란은 황실 기사단과 함께 북쪽 숲으로 떠났다. 북쪽 숲은 산세가 험하긴 했지만, 맹수인 호랑이의 서식처가 있는 곳이었다. 잘만 한다면, 호랑이를 잡아 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맹수인 호랑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냥감도 많았던 것이다.

“함께 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는 거야?”

막사 맞은편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던 벨라가 찻잔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키안을 보며 넌지시 물어왔다.

“휴우-”

키안은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새벽, 사냥에 함께 가기 위해 세이란의 막사로 향했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따라오지 마. 북쪽 숲은 위험해. 그리고 그 모습일 땐, 함께 갈 수 없다."

순간 키안은 자신이 입고 있는 여성용 승마복을 내려다보았다. 전쟁터는 물론, 그 어떤 위험한 곳이라도 황태자 세이란이 가는 곳이라면 그 옆에 키안 레녹스가 있었다.

하지만 여인의 옷을 입은 순간, 키안은 그와 함께 갈 수 없는 곳이 생겼다.

“기분이 이상해서.”

“전하께서 널 걱정하셔서 그런 거잖아.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닐까?”

벨라는 별걱정을 다 한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벨라의 말이 맞았다. 별걱정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레이디로 대접받는 게 키안은 그리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스타나 제국에서 레이디로 산다는 건, 할 수 없는 것들이 산더미처럼 생긴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그 첫 번째 예로 드레스를 입은 것만으로 자신은 북쪽 숲으로 가는 황태자 일행과 함께할 수 없었다.

“전쟁터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날 걱정하지 않으셨던 분이 바로 전하셔. 그곳에 비해 북쪽 숲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키안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하자, 벨라가 찻잔을 내려놓은 후 자신의 팔에 손을 올려놓았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야. 너에겐 얘기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말이야.”

“특별한 이유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드레스를 입은 자신이 방해될 것이란 것 외엔.

“이유야 전하께서 돌아오시면 물으면 될 일이고. 그러지 말고 우리 산책이라도 할까? 저녁까지 막사에 있을 순 없잖아.”

벨라의 제안에 키안이 고갤 끄덕였다.

“그게 좋겠어. 너무 답답했거든.”

두 사람이 막사를 나오자, 만찬이 열렸던 중앙 막사엔 이미 귀부인들과 레이디들이 나와 티타임을 갖고 있었다. 그곳엔 헬로이즈와 베로니카도 있었다.

“아키텐 공작부인, 이쪽입니다.”

어젯밤 함께 차를 마시는 동안 얘길 나눠서인지 테란국의 공주인 헬로이즈가 벨라에게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자릴 권했다.

“감사합니다, 공주님.”

벨라가 키안과 함께 헬로이즈가 있는 테이블에 자릴 잡고 앉았다. 그러자 귀부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그쪽 테이블로 향했다.

벨라는 귀부인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살갑게 말을 걸었다.

“헬로이즈 공주님, 어젠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정식으로 인사를 못했네요. 여긴 제 친척인 릴리스 프로필리아입니다. 릴리스, 너도 알지? 헬로이즈 공주님이셔.”

“헬로이즈입니다. 얼굴은 세 번째 뵙는데, 이야기는 처음 나누어보는군요. 두 번 다, 같은 분이 솔개처럼 채가신 게 이유였고요.”

헬로이즈가 웃으며 말했지만, 말속엔 뼈가 있었다. 두 번이나 만났지만, 세이란이 키안을 독점하고 있어 얘길 나눌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꼬집고 있었다.

“릴리스 프로필리아입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공주님께서 저와 담소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당황한 기색도 없이 침착하게 말하는 키안을 보며, 헬로이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담소라니.’

연약하게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강단은 있는 모양이었다. 신분이 낮은 귀족가의 영애가 테란국의 공주인 자신과 마주 앉아 있는데도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 없는 걸 보면.

“보이는 것만큼 여린 분은 아니시군요. 저는 전하께서 하도 싸고도셔서, 불면 날아가실 줄 알았거든요.”

쿡쿡쿡! 주변에서 귀부인들이 입을 가리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같은 마음인 모양이었다. 자신을 창피하게 만들어 자릴 뜨게 하는 것.

아니, 신분이 낮은 자작가의 영애는 아무리 황태자가 총애한다고 하더라고, 절대 그들 세계로 받아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헬로이즈 공주는 영악한 사람이었어. 나를 적으로 돌려, 유스타나의 귀부인들에 환심을 사다니.’

사실 타국인인 헬로이즈 역시 유스타나 제국의 사교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공격으로 귀부인들과 공통의 적이 생긴 것이다.

적이 같다는 건, 한패라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시다니, 테란국의 사람들은 경솔한 모양이군요. 저희 유스타나 제국과는 달리 말입니다.”

순간 헬로이즈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키안을 비웃으며 웃던 귀부인들 역시 서둘러 입가에 미소를 지웠다.

키안의 지적으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감히 타국인이 유스타나 제국의 사람을 평가하다니. 그건 릴리스 프로필리아를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의 감정이었다.

키안은 유스타나 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제국과 황실에 대한 자부심을 건드린 것이다.

“제가 잘못 판단한 모양이군요. 그럼 보여주시겠어요? 레이디 릴리스가 보이는 것과는 다른 사람이란 걸 말입니다. 증명해 보이시면, 제 경솔함에 대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헬로이즈가 도전적인 얼굴로 키안을 보았다. 키안 역시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당당하게 마주 쏘아보았다.

팽팽하게 날 선 긴장감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그 모습에 귀부인들 역시 덩달아 긴장한 듯 숨을 죽이는 게 보였다.

갈색 머리카락에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테란국의 공주와 벌꿀 빛의 금발에 투명한 하늘빛 눈동자를 한 자작가의 영애.

신분 면에서 본다면, 당연히 테란국의 공주가 우위에 서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가난한 귀족가의 영애인 릴리스가 훨씬 고귀해 보였다.

그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때문인 듯했다. 두 사람 다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릴리스 프로필리아에겐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점이었다.

‘말도 안 돼. 한미한 가문의 여식에게서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지다니.’

헬로이즈는 얼음처럼 차가운 하늘빛 눈동자를 보며, 주먹을 꼭 쥐었다. 순간 두려웠다. 마치 황태자 세이란의 녹색 눈동자와 마주했을 때처럼 등줄기가 서늘했다.

“뭘 해야 제가 다른 사람이란 걸 증명할 수 있는지, 공주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침착한 목소리엔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더 두려웠다.

“사냥은 어떠십니까?”

“공주님과 제가 시합을 해야 하는 겁니까? 그런 것이라면 좋습니다.”

키안의 대답에 헬로이즈가 더는 망설일 것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시작하죠. 그렇지 않아도 사냥에 따라가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거든요. 목표물은 같을 걸로 하죠. 그래야 경쟁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좋습니다.”

키안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귀부인들과 레이디들 역시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따라 일어섰다.

“그런데 우린 누굴 응원해야 하는 겁니까?”

두 사람을 따라가며, 귀부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야 당연히…… 지켜만 보는 거죠. 그러다 둘 다 한 마리도 못 잡고 망신을 당하면, 더할 나위 없고요.”

그 말에 동의하듯 모두 고갤 끄덕였다. 순식간에 조용하던 막사는 때아닌 내기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

“전하, 뭔가 이상합니다.”

북쪽 숲에 도착해 사냥하던 드레이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주위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너무 조용합니다.”

사실 세이란 역시 북쪽 숲으로 들어설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 역시 사냥을 하며, 그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도통 알 수가 없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에드윈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끼어들었다.

“그게 북쪽 숲은 산세가 험한 대신에 사냥감들이 숨을 만한 곳이 많아 동물이 서식하기에 딱 좋은 곳이란 건 아실 겁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사냥의 목적지를 이곳으로 선택한 것이니까. 거기다 이곳엔 맹수인 호랑이가 있으니 운만 좋다면…….”

“그래서 이상하다는 말입니다, 리치문트 공작님. 사실 오늘 새벽에 에버콘 공작께서 전하께 새로운 제안을 해오셨거든요. 이번 사냥 대회의 우승자를 호랑이 사냥에 성공한 자로 하기로.”

드레이크의 설명에 에드윈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럼 에버콘 공작 일행은 어디에……? 설마 지금, 함정이란 말을 하는 건가?”

에드윈이 말하던 도중 깨달았는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드레이크와 세이란을 바라보았다. 세이란의 심각한 표정을 보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드레이크, 이끼가 있는 습한 곳에 뭔가 있는지 찾아봐.”

세이란의 명령에 재빨리 드레이크가 말에서 내려 이끼가 많은 습한 곳을 찾아 움직였다. 그가 보이지 않자, 에드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전하.”

“렌스터가는 독을 제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약제를 만들지. 그중 하나가 바로 맹수를 흥분시키는 약이다. 그 약으로 맹수를 조종하는 거지.”

렌스터가가 만든 일종의 흥분제인 그 약은 사람에겐 무해했지만, 고양잇과 동물이 먹었을 경우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만약 그것을 호랑이가 먹었다면, 지금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란 뜻이기도 했다.

“큰일이군요. 만약 흥분제를 먹은 맹수와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아니, 더 큰 문제는 우리가 그 맹수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게 무슨?”

세이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다. 숲은 기묘하리만치 조용했다. 그 침묵이 세이란에겐 불길함으로 다가왔다.

“제발, 내 걱정이 기우이길…….”

그때 숲으로 사라졌던 드레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됐지?”

“예상대로 이끼의 색이 변해 있었습니다.”

드레이크의 보고에 세이란의 눈빛에 살기가 서렸다.

“죽여 버리겠다, 감히 이런 일을 꾸미다니. 드레이크, 말머리를 막사 쪽으로 돌린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 해.”

“알겠습니다, 전하. 말머리를 남쪽으로 돌린다.”

드레이크의 명령이 떨어지자, 일사불란하게 기사단의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드윈만이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서 있었다.

“리치문트 공작, 서둘러. 북쪽 숲엔 호랑이가 없다.”

“호랑이 서식처에 호랑이가 없다니…….”

“북쪽에 있는 사냥감들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이 숲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거야. 그렇다는 건 북쪽에 서식처를 둔 호랑이 역시 사냥을 위해 이동했을 것이란 뜻이다.”

평소라면 절대 호랑이들은 자신들의 서식처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흥분제를 먹어 본능만이 남은 상태일 게 뻔했다.

“제발 막사가 있는 남쪽이 아니기를 빌어야겠군.”

제임스 에버콘이 호랑이를 사냥하자는 제안을 해왔을 때부터 의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렌스터 공작까지 합세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대담하고 위험한 일에 가담하다니. 1년 사이 렌스터 공작의 성격이 변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제임스 에버콘이 렌스터 공작의 발목을 묶기 위해 공작가의 독을 일부러 풀었을지도 모르지.’

사정이 어찌 되었든 상관없었다. 이젠 명분이 생겼다. 그들을 공격하고, 목줄을 쥘 수 있는 빌미가.

‘오늘 이 행동을 후회하도록 만들어주지, 제임스 에버콘.’

하지만 지금은 흥분제를 먹어 미쳐 날뛰는 호랑이가 키안이 있는 남쪽으로 가지 않았기만을 간절히 빌 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이동해야 한다. 정말 위험해질 수 있거든.”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에드윈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렇게 황태자 일행은 말머리를 돌려, 서둘러 남쪽 숲을 향해 힘껏 내달리기 시작했다. 각자 지킬 것이 있는 자들의 움직임은 빠르고도 정확했다.

**

쌩하고 날아간 화살이 꿩의 날개에 박혔다.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꿩이 푸드덕거리더니, 바닥으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세상에, 또 명중이네요. 이게 대체 몇 마리째입니까?”

렌스터 공작가의 하녀인 젬마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에 서서 구경하고 있던 귀부인과 레이디들 역시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활을 들고 서 있는 릴리스 프로필리아를 바라보았다.

“놀랍네요.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가? 제법 솜씨가 좋군요.”

제법이라고 하기엔 날아가는 화살마다 정확히 사냥감에 박혔다.

“실력이 대단하네요, 레이디 릴리스.”

헬로이즈 역시 놀란 눈빛으로 키안을 바라보았다.

“자란 곳이 국경 지역이라. 공주님께서도 활을 잘 쏘시는군요.”

왕실의 여인이 화살이라니. 조금 의외긴 했다.

“사냥엔 흥미가 있어서. 그럼 서로의 실력을 확인해 봤으니, 좀 더 안쪽으로 이동할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겨뤄봤으면 해서.”

헬로이즈의 제안에 키안 역시 고갤 끄덕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저희는 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귀부인들께선 위험하실 수 있으니, 막사로 돌아가 계십시오.”

키안의 말에 귀부인들이 고갤 끄덕이며 하나둘 자릴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로니카와 젬마, 그리고 벨라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저희는 함께 가겠습니다.”

베로니카의 말에 키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제 이 근방에서 사냥을 해본 결과 그렇게 위험한 요소가 없긴 했다.

“공주님의 호위기사도 함께 갔으면 합니다.”

키안의 제안에 헬로이즈가 고갤 끄덕였다.

“이고르, 너도 준비해.”

“말을 가져오겠습니다, 공주님.”

이고르가 임시 마구간으로 향하자, 벨라가 키안에게 다가왔다.

“괜찮겠어?”

“뭐가?”

“그러니까 숲에서 갑자기 맹수라도 나타나면 위험할 것 같아서.”

벨라의 말에 키안이 그녀가 뭘 걱정하는지 깨달았다.

“걱정 마. 호랑이는 북쪽 숲을 떠나지 않아. 그래서 전하께서 북쪽 숲으로 가신 것이고.”

“알긴 하는데, 갑자기 불안해져서.”

벨라가 유난히 고요한 숲을 둘러보며, 소름이 돋는지 몸을 떨었다.

“걱정할 것 없어. 내가 누군지 잊은 건 아니지?”

키안의 말에 살짝 굳어 있던 벨라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러곤 키안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정말 난 바보 같다니까. 네가 누군지 잊고 있었다니 말이야.”

벨라가 안심한 듯 몸을 바로 했다.

‘정말 바보 같은 걱정이었어. 맹수를 길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는 레녹스 공작가의 수장이 내 옆에 있는데. 잊고 있었다니.’

그때 이고르가 여섯 마리의 말을 끌고 나타났다.

“감사합니다.”

말고삐를 건네받으며 레이디들이 이고르를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닙니다.”

이고르는 서늘한 표정으로 대답하곤, 백마를 끌고 헬로이즈에게 향했다.

“수고했다, 이고르. 뒤에서 엄호해 줘. 이럇!”

헬로이즈가 말에 오르자마자, 바로 말을 달려 숲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일행도 서둘러 말에 오른 다음 헬로이즈의 뒤를 따라 숲으로 향했다.

황제의 독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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