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독사과-78화 (78/139)

제 78 화

“레녹스 공작님!”

키안이 고갤 들었다. 자신을 응시하고 있던 은백색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이상했다. 조금 전과는 달리 은백색의 눈동자가 신비로운 빛을 띠며 빛나고 있었다.

“공작님께도 반려의 별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위험을 나타내는 별 역시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아마 그 별은 공작님 앞을 막아설 겁니다. 그러니 조심하십시오. 은빛 늑대의 목에…….”

순간 도미니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 선명하던 키안의 미래가 갑자기 흐려졌다.

‘뭐였지? 분명 은빛 늑대의 목에 뭔가가…….’

눈을 질끈 감고는 자신이 본 미래를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이미 희뿌연 회색 안개에 가려, 더는 보이지 않았다.

“아,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전까진 분명히 보였었는데. 죄송합니다, 레녹스 공작님. 제가 해드릴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도미니크가 안타까운 듯 키안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은빛안개라고 부르십시오.”

“혹시 제가 데려온 늑대를 두고 이르는 말씀이십니까?”

“네. 늑대는 충성심이 강한 동물이니, 언제나 은빛안개와 동행하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대신관님.”

“나가시는 길은 이쪽입니다. 아, 그리고 셀서스 궁에 가시거든 황제궁의 시녀에게 이것을 전해주십시오. 황제 폐하께 도움이 되는 향입니다.”

도미니크가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키안에게 건넸다. 상자를 받아 든 키안은 고갤 끄덕였다.

“가까운 시일 안에 꼭 전하겠습니다.”

그 후 키안은 도미니크를 따라 대신전을 나왔다.

“마차를 타고 가십시오, 레녹스 공작님. 댁까지 모셔다 드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대신관님.”

키안이 마차에 오르자마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어져 가는 마차를 보며, 도미니크의 은백색의 눈동자가 슬픈 듯 흐려졌다.

자신이 신탁의 내용을 말했을 때, 키안의 떨리던 손이 떠올랐다.

“이를 어쩐다?”

한참을 그렇게 서서 고민하던 도미니크는 이젠 보이지 않는 마차를 응시했다. 주르륵, 이유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미니크는 재빨리 손등으로 눈가를 훔친 후, 대신전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약속했으니, 당분간은 비밀로 해야겠군.”

**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대신전에서 돌아온 키안은 내내 서재를 서성였다. 카이우스와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머릿속엔 온통 도미니크 대신관이 말했던 신탁의 내용으로 가득했다.

‘내가, 내가…….’

차마 신탁이 가리킨 황태자비가 자신이란 걸, 마음속으로 되뇌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졸음이 밀려오는지 카이우스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방으로 돌아온 키안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오늘이 세이란과 만나기로 한 일주일 후 자정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의미에서 심장이 뛰었다.

혼란스러웠다. 그가 신탁이 정한 자신의 반려라는 사실이 심장이 뛰는 한편, 그 신탁으로 인해 레녹스 공작가의 비밀이 밝혀진다고 생각하자 마음에 무거웠다.

키안은 초조한 듯 방 안을 서성였다. 하지만 결국, 방을 나와 그가 기다리고 있는 오두막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세이란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 당장, 위험이 나를 덮친다고 해도 그를 만나고 싶어.’

못 견딜 정도로, 심장이 몸이 뜨거웠다.

**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게 심장이 뛰고 미친 듯이 설렌다는 사실을 세이란은 새삼 깨닫는 중이었다.

만약 그가 미래를 바꾸지 않았다면, 절대 느껴볼 수 없는 감정이기에 더욱 간절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다. 마지막 전투에서 키안이 죽게 내버려 두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세이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숲은 고요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심장 소리만이 유독 크게 들렸다.

“오두막에서 기다리는 대신, 여기에 앉아 있길 잘했군.”

세이란이 눈을 떠 어두운 숲을 응시했다. 키안이 오고 있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숲을 달려오고 있었다.

“단단히 미친 모양이야. 이런 사소한 것에 기쁘다니.”

오두막 벽에 기대 서 있던 그가 몸을 바로 했다. 이젠 가면을 쓴 키안의 얼굴만 봐도,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처럼 잔뜩 들떠 있어. 숨이 차는 걸 보니, 날 만나기 위해 미친 듯이 말을 몰고 온 모양이야.’

세이란은 말에서 내리는 키안의 손목을 붙잡고는 다짜고짜 말했다.

“오늘은 쉽게 보내지 않겠다. 너무 오래 기다렸거든.”

일주일이, 하루가, 아니, 한 시간이 1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길었다. 그래서 미치는 줄 알았다.

바로 눈앞에 있는 데도 안지도, 가질 수도 없다니. 정말 고문이 아닐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선언에 가죽 가면 아래 키안의 하늘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까지 불만이셨던 겁니까? 제가 일찍 돌아가서?”

“이제야 안 모양이군.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말이다. 그러니 각오 단단히 해. 오늘은 싫다고 밀어내도 내가 원하는 만큼 널 가질 테니까.”

두려워야 했다. 전쟁터에서 몇 날 며칠을 싸워도 멀쩡하던 그였으니까. 아마 그가 원하는 만큼 욕심을 채운다면, 자신은 걸어서 오두막을 나가지 못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주책없게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몸은 그가 가져다줄 쾌락에 떨리고 있었다.

“이상합니다, 두려움보단 설레는 쪽이라니.”

처음엔 키안이 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입술 새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넌, 항상 날 놀라게 하는군. 아니, 미치게 만들어.”

그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열기였다. 온몸을 태울 듯한 뜨거운 격정.

그가 붙잡은 손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그 뜨거움에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그럼, 공평하군요. 저 역시 매 순간 미쳐 있거든요.”

강한 힘에 이끌려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급한지 그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빨랐다.

“잠깐만, 너무 빠릅……. 어엇-”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그와 보폭을 맞추기가 힘이 들었다. 결국 키안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자, 그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곤 급기야 키안을 두 팔로 번쩍 안아 들고는 오두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셔츠를 벗어 바닥에 떨어뜨리는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키안은 손을 뻗어 그의 단단한 가슴 근육을 만져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황태자의 허락 없이 그의 몸에 손을 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져 봐도 좋다.”

키안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의 서늘한 입가에 피식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고 싶은 눈빛이라서.”

키안이 손을 뻗어 손끝으로 그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철처럼 단단했다. 하지만 차가운 강철과는 달리 그의 몸은 뜨거웠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내 몸에 자부심을 느껴보긴 처음이다.”

키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자, 세이란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여기도 마음에 드는지 만져 봐.”

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죽 벨트를 풀고는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벗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곤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던 키안의 손을 붙잡곤, 단단하게 발기한 그의 남성에 가져다 댔다.

“자, 잠깐…….”

당혹감에 키안이 재빨리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세이란은 키안의 손목을 붙잡곤 더 단단히 쥐게 했다.

“긴장할 것 없어. 널 해치지 않으니까.”

순간 키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당연히 해치지 않았다. 오히려 짙은 쾌락에 몸을 떨게 했으니까. 키안은 용기를 내, 손끝으로 천천히 그의 남성을 쓸었다.

“헉-”

그의 입술 새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마치 고통을 참는 것 같기도 하고, 지독한 쾌락을 참는 것 같기도 한 나른한 목소리였다.

“아프십니까?”

“아니, 머리가 어떻게 될 만큼 좋아.”

그러니 더 만지라는 것처럼 들렸다. 그의 말에 키안이 좀 더 적극적으로 그의 남성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신의 손 안에서 그의 남성이 몸집을 부풀리며 더욱 단단하고 뜨거워지는 것을 보며, 신기한 듯 말했다.

“커졌습니다.”

“네 안에 들어가면, 더 커질 거야. 지금 나는 네 안에 들어가고 싶은 걸 참느라 미칠 지경이거든.”

거침없이 자신의 욕망을 토로하는 그를 보며, 키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야한 분이셨습니까?”

순간 세이란의 입술 새로 픽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곤 키안 쪽으로 고갤 숙이더니, 사랑스럽다는 듯 입술을 비벼왔다.

“너와 있으면 야해지지. 더 야해질 작정이고.”

“흐읏-”

그의 남성을 양손으로 붙잡은 채, 그에게 키스를 당하자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헉-”

순간 그가 등을 경직시키더니, 짙은 쾌락을 견디듯 몸을 떨었다. 키안의 손안에 있던 그의 남성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여린 손바닥을 꾹꾹 누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남성이 손바닥을 찔러댈 때마다, 질척질척 젖은 소리가 났다.

“여기서도 물이 나옵니다.”

키안의 속삭임에 세이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자신이 뭘 참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목소리였다. 그러곤 신기한 듯 그의 남성을 밀가루 반죽하듯 주무르고 있었다.

“그, 그만…….”

세이란이 서둘러 그의 남성에서 키안의 손을 떼어냈다. 조금만 더 주물렀다간, 키안의 손바닥에 파정할 것 같아서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느낌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세이란이 키안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곤 열에 들뜬 입술을 여린 살에 비비며 낮게 웅얼거렸다.

“아픈 게 아니야.”

뜨거운 숨결이 예민한 살에 닿아 문질러지자, 키안은 몸을 떨며 신음을 삼켰다.

그가 손을 뻗어 드레스의 앞섶을 끌어 내렸다. 그러곤 농익은 듯 부풀어 오른 붉은 유두를 손가락으로 비틀었다.

“하읏-”

아픔과 함께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쾌락에 키안의 턱이 야릇하게 들렸다.

“이것과 같은 느낌이다.”

세이란이 고갤 숙여 손끝으로 비틀었던 붉은 유두를 입술로 쓸었다. 그의 더운 숨결이 가슴에 닿자 키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 순간 그의 뜨거운 혀가 가슴을 핥아 내렸다. 진득하게 들러붙는 농밀함에 아랫배 안쪽이 뜨거워졌다.

“아흣- 기분이 이상합니다.”

발끝까지 저릿한 쾌락과 함께 다리 사이에 뜨거운 액체가 울컥 흘러내렸다. 그가 말캉한 가슴을 손으로 꽉 그러쥐었다. 커다란 손이 상아처럼 투명한 가슴을 쥐곤 유린하는 모습이 굉장히 퇴폐적이었다.

“예뻐. 다 먹어치우고 싶을 만큼.”

그의 혀가 단단해진 붉은 유두를 삼켰다. 그러곤 집요하게 혀로 핥으며 힘껏 빨아 당겼다. 아릿한 아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흐음- 으윽­”

허벅지 안쪽이 간질거려, 자신도 모르게 단단하게 일어선 그의 남성에 대고 야릇하게 문질렸다. 하지만 간질거림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짙은 열감에 사로잡혔다.

“하아, 제발 그만 괴롭히고…….”

더는 참을 수 없어 키안이 그를 불렀다. 그러자 그가 가슴에 입술을 떼더니,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부탁해 봐, 넣어달라고.”

그의 명령에 키안은 차마 말하지 못한 채 입술만 달싹였다.

“안 돼. 이번엔 꼭 들어야겠다.”

그가 손을 뻗어 드레스 자락을 위로 밀어 올렸다. 그러곤 여성용 속옷을 벗겨낸 후 침대 아래로 떨어뜨렸다.

“듣고 싶다. 그러니 어서 말해봐.”

키안이 입술을 깨물자, 그가 짓궂게 웃더니 손을 뻗어 다리 사이의 수풀 속을 나른하게 헤집었다.

“흣-”

애액으로 젖은 속살이 그의 손에 의해 집요하게 열렸다. 순간 키안은 그 아득한 희열에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기분 좋은 모양이군.”

그가 좀 더 깊이 손가락을 안으로 찔러 넣었다. 그러곤 질척질척한 내벽의 주름을 손으로 느릿느릿 훑어 내렸다. 그 관능적인 움직임에 키안의 허리가 위험스럽게 휘었다. 하지만 입술을 꼭 깨물 뿐, 넣어달라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고집이 세다니까. 좋아, 얼마나 견디는지 볼까?”

세이란이 이번엔 내벽 안쪽의 여린 살을 꾹꾹 눌렀다. 그러자 키안이 자지러질 듯 몸을 떨며, 신음을 삼키는 게 보였다.

“여긴 모양이군.”

키안이 느끼는 지점을 알게 된 그가 더욱 집요하게 그곳을 문질렀다. 그의 손가락이 좁은 입구를 드나들 때마다 질척질척 소리가 났다.

“하흑, 흐음- 그만, 아읏-”

쾌락으로 젖은 신음 소리가 연신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키안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라 있었다. 결국 흐느낌을 삼키며, 들뜬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발, 넣어주세요.”

“뭐라고?”

키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마주친 상태도 다시 말하는 건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키안은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러곤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원합니다. 그러니…….”

“이제야, 들었군.”

그 말이 대체 뭐라고, 이리 기분이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역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단단히 일어선 남성을 애액으로 젖은 밀부의 입구로 가져갔다.

황제의 독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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