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화
“하흑-”
날카로운 쾌락이 등줄기를 타고 녹아내렸다. 아랫배 역시 짙은 열감에 움찔움찔 수축하며, 그의 남성을 미친 듯이 조였다. 키안은 가죽 가면을 쓴 얼굴을 베개에 묻은 채, 거친 숨을 삼켰다. 온몸이 뜨거운 열기로 부들부들 떨렸다. 시트를 쥔 키안의 손이 야릇하게 비틀렸다.
그의 숨결이 바로 귓가에서 들려왔다. 뒤에서 키안을 안은 상태로 그와 몸을 잇고 있었다. 마치 동물의 교미를 연상케 하는 그 적나라함에 키안은 얼굴이 붉어졌다.
“하흣- 하아!”
내벽 깊숙이 들어왔던 그의 남성이 입구까지 밀려 나갔다. 아릿한 상실감에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강한 힘으로 그의 남성이 젖은 내벽을 가르며 깊이 들어와 박혔다.
키안은 헐떡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이 귓불을 핥고 빨기 시작하자, 밭은 숨을 내쉬며 움찔움찔 아랫배를 조였다.
“윽- 제길, 힘을 빼. 이러다간 미쳐 버리겠어.”
열기로 젖은 세이란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숨소리 역시 거칠어져 있었다.
키안은 아랫배에 힘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야릇한 열기는 멈추려 해도 멈춰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있는 힘껏 조이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제길.”
또다시 욕설을 뱉어낸 세이란이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질 때마다 그의 남성을 조이는 내벽에선 질척한 소리와 함께 진득한 애액이 흘러내렸다.
키안은 눈을 질끈 감고는 그가 주는 쾌락을 견디느라 안간힘을 썼다. 이성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짙은 열기에 키안은 몸서리를 쳤다.
‘이상해. 몸이…….’
키안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몸을 섞고 숨결을 나누는 행위일 뿐이었는데, 자꾸만 가슴이 아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왜 울지?”
키안의 내벽을 꿰뚫듯 거칠게 파고들던 세이란이 놀라 움직임을 멈췄다. 키안의 어깨가 쾌락이 아닌 흐느낌으로 떨리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왜 우는 거지? 내가 싫은 건가?”
세이란은 걱정이 됐다. 키안이 왜 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말해줘, 왜 우는 건지.”
키안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세이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사실 한 번도 키안이 자신을 거부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전쟁터에서 죽을 운명이던 키안을 되살리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그랬다.
그리고 이 모든 계획을 세우는 동안에도 키안이 자신을 원치 않으리란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우는 키안을 보자 처음으로 불안감이 생겼다. 아팠다. 키안이 울음을 삼키며, 어깨를 떠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워 세이란은 키안을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정말 내가 싫은 것이냐?”
세이란의 물음에 키안이 고갤 가로저었다. 그의 물음에 답할 생각은 없었지만, 엄밀히 말해 싫은 게 아니라 좋았다.
“저 때문입니다.”
“너 때문이라고?”
“그렇습니다.”
세이란은 여전히 어깨를 떨며 울음을 삼키는 키안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가? 내 욕심 때문에…….’
그때 키안이 고갤 들었다. 그러자 세이란이 몸을 일으켰고, 엎드려 있던 키안의 몸을 돌리자 자연스럽게 그와 마주 보는 자세가 되었다.
“흣-”
몸을 이은 채로 움직이자, 단단히 결합된 부분이 스치며 야릇한 열기를 만들어냈다. 키안이 손을 뻗어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러곤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해주세요. 울음이 멈추게 해주세요.”
키안이 재촉하듯 세이란의 허리에 다릴 감았다. 그러곤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윽- 정말 괜찮은 거야?”
키안이 고갤 끄덕였다. 그러곤 떨리는 목소리로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이상합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사실이었다. 키안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널 숨길 필요가 없기 때문인 거지. 내가 널 모르고, 너 역시 날 모르니까. 우린 어둠 속에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그러니 내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네 거울 앞에서 그런 거야. 그러니 억누를 필요 없다.”
세이란의 말에 키안은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하읏-”
세이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젖은 내벽을 가르곤 깊숙이 여린 속살을 그의 단단한 남성으로 찔러왔다. 그 선연한 느낌에 키안은 허릴 비틀며, 숨을 삼켰다.
“말이 많군.”
“어떻게 록시에……. 하흑!”
또다시 깊게 찔러오는 그의 남성을 받아내며, 키안이 움찔 아랫배를 조였다.
“호기심 때문이라고 해두지. 그 초대장을 갖고 있던 사내가 술에 떡이 되어 정신을 잃었거든.”
“하아, 하악- 그 말은 하흣-”
밀부의 입구까지 빠져나갔던 그의 남성이 순식간에 내벽 깊숙이 박혀들었다.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 왔다가, 널 만난 거지. 난 이것이 어쩌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운명이라고? 정말 그런 걸까? 만약 아니라고 해도, 키안은 믿고 싶었다. 블랙이, 아니, 세이란 님이 자신 앞에 나타난 건, 키안 역시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운명이라면, 좋겠습니다.”
키안의 그 한마디에 세이란이 키안의 허릴 단단히 붙잡곤 깊숙이 파고들었다. 애액으로 젖은 내벽이 강하게 수축하며, 그의 남성을 꽉 붙들었다.
세이란은 자신의 남성을 깊숙이 받아들이며, 운명이길 원한다는 키안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뭐,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었지만 세이란은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키안의 말처럼 운명이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바꾸어 버린 운명. 그리고 세이란은 그 운명의 길에서 절대 키안의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하아, 하흣-”
그의 거친 움직임에 키안 역시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쾌락이란 건 한계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와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자신의 내벽이 더욱 집요하게 그의 남성을 조였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그의 남성을 삼킨 채, 한 치의 틈도 없이 달라붙었다.
“헉!”
빠르게 허릴 움직이던 세이란의 입술 새로 거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더운 숨결이 키안의 귓불을 건드렸다. 그 야릇한 열기에 키안이 몸을 떨며, 허릴 비틀었다.
“윽- 제길! 날 죽일 작정이군.”
더운 숨을 뱉어내며, 몸을 떨었다.
세이란은 온몸으로 퍼지는 열감에 몸을 떨며, 강한 힘으로 키안의 좁고 여린 속살을 파고들었다. 은밀하고 여린 살에 비벼지고 찔러질 때마다 두 사람의 숨결이 하나처럼 녹아내렸다.
결합이 깊어질수록 키안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려왔다. 한계까지 열린 내벽 역시 경련하듯 바르르 떨렸다. 집요하게 키안의 내벽을 파고들던 세이란의 남성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그 역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하흑-”
“헉!”
너무도 깊었다. 내벽 끝까지 닿을 정도의 깊은 삽입에 키안의 허리가 위험스럽게 비틀렸다. 세이란 역시 참고 있던 욕망을 쏟아내며 몸을 떨었다. 세이란이 키안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서로를 품은 채 쾌락의 여운에 몸을 떨었다.
“하흣-”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아직 욕망의 반도 채우지 못한 세이란의 남성이 또다시 기운을 차리곤, 키안의 내벽을 꾹꾹 찔러대기 시작한 것이다.
“하흣 그만. 시간이 늦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블랙.”
키안이 일부러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밀어냈다. 지금 이 상태로 그의 품에 또다시 안긴다면, 자신의 두 발로 걸어서 저택까지 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자 세이란이 어렵사리 몸을 일으켰다. 몸을 내리누르던 무게가 사라지자, 키안이 서둘러 침대로 내려섰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속옷을 손으로 더듬어 집어 들고는 서둘러 다리를 밀어 넣었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 자꾸만 손이 미끄러졌다.
“일주일 후, 자정이다. 그땐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망토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오두막을 막 나가려는 순간 세이란이 말했다.
키안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고갤 끄덕여 보인 다음, 서둘러 오두막을 나왔다.
6장. 테란국에서 온 손님
이른 아침, 황실 기사단의 기사들이 셀서스 궁 앞에 모였다. 키안을 비롯해 드레이크는 테란국에서 오는 사신단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레녹스 공작, 벌써 나와 있었군.”
뒤를 돌아보자, 에드윈 리치문트가 서 있었다. 법무대신인 에드윈이 나와 사신단을 맞다니, 사신단 안에 중요한 인물이 함께 있는 모양이었다.
“누가 오는 겁니까?”
키안의 질문에 에드윈이 어떻게 알았냐는 얼굴을 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모양이군.”
“아닙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는 사신단을 공작님께서 맞이하기 위해 나오신 걸 보고 짐작한 것뿐입니다.”
“전하와 똑같은 말을 하는군. 전하께서 그러시더군. 레녹스 공작은 정세를 읽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말이야. 사실이었던 모양이야.”
“전하께서 혹시 다른 말씀도 하셨습니까?”
키안의 질문에 에드윈은 뭘 묻는지 바로 알아채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러자 키안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큰일이군요. 이제 막 전쟁이 끝났는데, 테란국은 내란에 휩싸이다니. 혹시 오늘 도착하는 사신단의 일행 중에 왕족이 포함되어 있습니까?”
“맞아. 테란국의 두 번째 공주인 헬로이즈라고 하더군.”
“테란국의 공주군요, 사신단에 포함된 왕족이.”
키안은 고갤 들어 도로 쪽으로 고갤 돌렸다. 이제 막 새벽의 여명이 사라지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늦군요.”
“그런 모양이야.”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되자, 키안은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다른 화제를 꺼냈다.
“훈련은 어떠십니까?”
키안의 질문에 에드윈이 뒤에 서 있는 드레이크를 보았다.
“굉장히 깐깐한 스승이더군. 봐주는 게 없어. 융통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따라가느라 죽을 것 같다고 해두지.”
“융통성이 없는 건, 공작님이십니다. 기사단의 기사들처럼 모든 훈련을 하실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도 부득불 끝까지 하신 건, 공작님이셨습니다.”
드레이크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드레이크 경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니요. 공작님이시니, 봐드리는 겁니다.”
키안의 말에 에드윈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도 죽을 지경인데, 그게 봐준 거라니.
“저기, 테란국의 깃발입니다. 사신단이 도착한 모양입니다.”
아레오의 말에 키안과 에드윈이 동시에 고갤 돌렸다. 그러자 테란국의 깃발을 든 사신단이 광장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키안과 에드윈이 몸을 바로하곤 사신단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러고 보니 사신단 맨 앞에서 말을 달리고 있는 사람은 여인이었다.
“저분이 테란국의 공주인 모양이군.”
에드윈의 말에 키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테란국의 공주를 바라보았다. 허리까지 오는 갈색 머리카락의 공주는 멀리서 봐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아름답군.”
“테란국의 국왕이 총애하던 공주라고 했으니, 아름다운 외모 말고도 다른 걸 갖고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저 아름답고 연약해 보이는 얼굴에 속지 말라는 뜻이군.”
에드윈이 공감한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사실 요즘 들어 레이디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더군. 책에 나와 있는 화법과는 전혀 다른 화법을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키안이 눈을 가늘게 뜨곤 에드윈을 보았다. 정말 난감한 표정이었다.
“사랑에 빠진 남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뭔 줄 아십니까? 바로, ‘레이디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겠다’였습니다.”
키안의 지적에 에드윈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입이 걸고, 아랫도리의 욕망에 충실한 기사들이 내뱉은 말이니까요.”
“풋, 아랫도리 욕망이라니. 그런 말도 쓸 줄 알았나, 레녹스 공작?”
“기사들과 한 달만 지내보십시오. 곧 공작님께서도 똑같은 말을 사용하실 겁니다.”
그때 테란국의 사신단이 궁 앞에 도착했다. 키안은 테란국의 기사 복장을 한 아름다운 공주의 외모에 또 한 번 놀랐다. 보랏빛 눈동자였다. 바이올렛 꽃을 닮은.
“저는 테란국의 공주 헬로이즈입니다. 황태자 전하를 뵐 수 있을까요?”
“저는 유스타나의 법무대신 에드윈 리치문트 공작입니다. 그리고 여기 제 옆에 있는 분은 황실 기사단의 단장인 키안 레녹스 공작이고요. 저희가 편히 쉬실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사실 지금 전하께서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밀려, 집무실에 계십니다.”
한마디로 일이 아주 바빠서, 테란국의 공주에게 할애할 시간 따위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이것을 황태자 전하께 전해주십시오.”
헬로이즈가 망토 안에서 테란국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에드윈에게 내밀었다. 그러곤 확신이 찬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곧, 전하께서 절 부르실 테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황제의 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