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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독사과-49화 (49/139)

제 49 화

느릿느릿 입술을 핥는 그의 혀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마치 키안의 허락을 구하듯 입술만 건드리는 바람에 애가 탈 지경이었다.

꼭 다물어져 있는 키안의 입술이 슬쩍 열렸다. 그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농밀하게 혀를 얽어왔다. 그의 숨결이 달게 느껴졌다. 이젠 그와 혀를 얽고 키스하는 것 역시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하아-”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했다. 블랙이 세이란이란 사실을 안 것뿐인데, 이런 반응이라니.

바스락, 바스락. 세이란이 상체를 일으켜 깊숙이 혀를 묻어오자 바닥에 깔린 건초 더미가 나른한 소릴 내며 부서졌다.

순간 키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혀를 얽고 느릿느릿 서로의 숨결을 섞는 행위에 순식간에 온몸이 뜨거워졌다. 어젯밤 목욕통 안에서도 사라지지 않던 열기가, 다시 온몸을 관통했다.

키안은 욱신거리는 아랫배를 그에게 비비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주먹을 꼭 쥐어야 했다.

“하아-”

키안이 억눌린 신음을 내뱉는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집시들의 연주 역시 멈춰 있었다.

놀란 세이란이 입술을 뗐다. 그러곤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살폈다.

“제길, 벗어나야겠다.”

세이란이 손을 뻗어 키안을 일으켰다. 그러곤 바닥에 깔아둔 외투를 들고는 빠르게 건초 더미에서 뛰어내렸다. 키안 역시 그를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 두 사람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그와 함께 걷는 동안 키안은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유스타나의 황태자가 건초 더미에서 키스하다 도망치는 모습이라니.’

세이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키안의 눈동자가 그윽해졌다. 심장 역시 자꾸만 간질거렸다.

“왜 웃는 거지?”

말이 매어진 헛간에 도착한 세이란이 웃음을 참고 있는 키안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 도망칠 때, 우리가 도둑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도둑?”

“물건을 훔친 건 아니지만, 남의 물건을 허락도 없이 사용한 건 맞으니까요.”

“쳇,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좋았을 걸.”

세이란의 말에 키안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말은 좀 더 자신과 키스하고 싶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제때 왔다고 생각합니다.”

“왜? 넌 내가 거기서 널 안기라도 했을까 봐, 걱정이었던 것이냐?”

“네? 아닙니다.”

키안이 고개까지 가로저으며, 재빨리 부정했다. 그러자 세이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키안을 바라보았다.

“나도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너와 입술을 맞대고 있으면, 네가 사내란 사실을 잊어버리거든.”

세이란이 손을 뻗어 키안의 턱을 붙잡고는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달빛에 키안의 얼굴이 드러났다.

은빛 머리카락에 감싸인 아름다운 하늘빛 눈동자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입술 역시 조금 전 키스로 인해 살짝 부풀어 올라, 묘하게 섹시했다.

“남자치곤, 너무 예뻐. 그래서 자꾸 착각하는 모양이야.”

세이란이 아쉽다는 듯 키안의 턱을 놓았다. 마치 갖고 싶은 보물을 어쩔 수 없이 놓아주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얼굴에 잉크라도 바를까요?”

“뭐? 진심이냐?”

세이란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자, 키안이 안심한 듯 고갤 가로저었다.

“농담입니다. 그랬다간 웃음거리가 될 테니까요.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각입니다.”

키안이 나무 기둥에 매어놓았던 말고삐를 풀기 시작했다.

“벌써 돌아가게?”

“자정이 다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있어도 되잖아.”

키안이 가죽으로 된 고삐를 풀다 말고, 세이란을 돌아보았다. 더 있고 싶다고 조르는 그를 보자, 키안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럼, 아주 조금입니다.”

“좋아. 그럼 뭘 할까? 그때 바레나 거리에서처럼 뭐라도 좀 먹을까?”

세이란의 제안에 키안이 고갤 가로저었다. 키안에게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춤은 어떻습니까?”

“춤?”

“네. 마침 음악도 나오는 것 같으니, 여기서 춤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거기다 여긴 인적도 없는 헛간이기도 하고요.”

세이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키안이 그의 안색을 살피며 작아진 목소리로 다시 덧붙였다.

“그러니까, 춤 연습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게 마땅찮은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렇다고 연습을 하지 않았다가 귀족들 앞에서 전하의 발을 밟기라도 한다면…….”

“좋다.”

“네?”

“좋다고. 너랑 춤을 춰보고 싶어. 어떻게 하면 되지?”

사실 키안 역시 파티나 무도회에 참석하지 않는 편이라 춤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거기다 로열 아카데미에서 받은 댄스 수업은 남자 스텝이었다.

“이렇게 하면 될까?”

세이란이 키안에게 다가오더니, 한쪽 팔로 키안의 허리를 확 끌어당겼다. 그러곤 반대쪽 손을 맞잡고는 서로 마주 보며 섰다.

순식간에 서로 몸을 맞댄 채 서 있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강렬한 분위기가 두 사람을 감쌌다.

“발은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과는 반대 방향이다.”

세이란의 지적에 키안이 고갤 끄덕였다. 세이란의 리드로 두 사람의 몸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장에서도 춤을 추는지, 두 사람이 서 있는 곳까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잘하는데?”

키안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마치 예전부터 함께 춤을 춰왔던 것처럼,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세이란은 자신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키안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자신과 똑같은 남자 옷을 입고 있었지만, 키안에게선 숨길 수 없는 우아함이 느껴졌다.

세이란의 눈엔 집시 여인의 관능적인 춤보다, 키안의 움직임이 더 섹시했다.

“춤을 잘 추는군.”

“검술과 비슷한 스텝이라, 어렵지 않게 느껴집니다.”

세이란의 녹색 눈동자가 짙어졌다. 춤을 검술 연습과 비교하는 키안의 생각이 너무도 사랑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타고난 기사니, 춤에도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키안. 이 춤 굉장히 야한 것 같지 않냐?”

“야하다고요?”

키안이 고갤 들어 세이란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너무 가까워.’

아니,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아랫배부터 시작해 두 사람의 하체가 떡하니 닿아 있었다.

거기다 두 사람이 음악에 맞춰 움직일 때마다, 서로의 몸을 스치며 나른하게 얽혀들었다. 마치 남녀가 사랑을 나누듯 닿았다 떨어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외설스럽게 느껴졌다.

키안이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고 있어서인지,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양이었다.

“그, 그렇군요.”

키안이 얼굴을 붉히며, 세이란의 손을 놓고 한 발짝 물러섰다. 그의 다리 사이에 자리한 남성이 딱딱하게 변해 크기를 부풀리고 있던 것이다.

“왜 귀족들이 춤에 열광하는지 알겠군. 춤은 다른 의미로 몸을 나누는 행위였던 거였어.”

세이란이 코트 자락으로 자신의 남성을 가리며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돌아가야겠습니다.”

키안이 고갤 들지도 못한 채, 말했다. 그러자 이번엔 세이란 역시 동의했다.

“그래, 돌아가는 게 좋겠다.”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세이란은 키안을 이 헛간의 건초 더미에 쓰러뜨린 채 뜨겁고 촉촉한 속살 안에 자신의 남성을 밀어 넣을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짙은 열기에 세이란은 키안의 시선을 피해 더운 숨을 삼켜야 했다.

두 사람은 한껏 달아오른 뜨거운 열기를 외면한 채, 각자 말을 타고 헛간을 떠났다.

**

‘그가 오늘 밤 오두막으로 올까?’

키안은 말에서 내리며, 어두운 오두막을 응시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라, 숲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달빛조차도 구름에 가려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키안은 주변의 어둠을 보며 안도했다.

“얼굴을 가릴 가면을 어디다 두었더라?”

키안이 망토의 주머니에서 가죽으로 된 가면을 꺼내 들었다. 가면무도회에 참석할 때 쓰는 화려한 가면보단, 검은색 가죽 가면이 눈에 덜 띌 것 같아 오던 길에 좌판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블랙이 세이란이란 사실을 알고 난 후, 좀 더 확실히 자신의 얼굴을 숨겨야 할 것 같아서였다. 키안은 가면을 쓰곤, 천천히 오두막으로 향했다.

사박, 사박.

고요하고 어두운 숲에 자신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리고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 역시.

마침내 오두막의 입구에 다다른 키안은 잠시 망설였다. 이렇게 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어쩌면 이 선택이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 안전하게 비밀을 지키며, 자신의 소원대로 카이우스에게 작위를 물려주려는 계획 역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딱 한 번이야.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를……. 세이란 님을 갖고 싶어.’

세이란의 가짜 약혼녀로서의 역할이 끝나면, 키안은 그를 떠날 생각이었다. 계획대로 자신은 유스타나 제국에서 사라지고, 카이우스가 레녹스 공작의 정식 후계자로 작위를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만이야. 모든 연극이 끝날 때까지만…….’

키안이 결심을 하곤, 오두막의 문손잡이를 돌렸다.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키안이 안도하며, 호흡을 고르려는 그 순간 키안의 손목을 누군가 붙잡았다.

“헙-”

놀란 키안이 숨을 삼켰다. 그에게 붙잡힌 손목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왔군.”

낮게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키안의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끌어당기는 강한 힘에 키안의 몸이 오두막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내 문이 닫히고, 순식간에 그의 입술이 키안의 입술을 삼켰다. 격정으로 떨리는 입맞춤은 너무도 농밀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둠이 두 사람을 감쌌고, 키안은 입술을 열어 그의 혀를 깊숙이 받아들였다.

혀를 얽고 입술을 비비는 것뿐이었지만, 키안의 밀부가 나른한 기대감에 촉촉이 젖어들었다. 떨리는 손을 들어 세이란의 목에 팔을 감았다.

“하아-”

세이란이 더운 숨을 뱉어내며 더욱 집요하게 키안의 입술을 쓸었다. 그의 팔이 키안의 허리를 감아왔다. 이내 몸이 들리는가 싶더니 어디론가 옮겨지는 게 느껴졌다.

출렁, 침대가 두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흔들렸다.

“이번에도 옷을 벗지 않을 건가?”

세이란이 입술을 떼곤 키안의 입술 위로 속삭였다. 대답이 없자, 세이란은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곤, 키안의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더니 엎드리게 했다.

“잠깐, 지금 뭐하는…….”

“내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 그것이 규칙 아니었나?”

키안이 고갤 끄덕이자, 세이란이 드레스를 위로 밀어 올리곤 입고 있는 속옷을 끌어 내렸다.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실크 속옷의 느낌에 키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침대에 반쯤 엎드린 채, 속옷만 벗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자 부끄러움에 온몸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다행스러운 건, 오두막이 칠흑처럼 어두워 세이란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흣-”

밀부에 닿는 그의 손길에 키안은 흠칫 몸을 떨었다. 느릿느릿 엉덩이를 쓸던 손이 순식간에 엉덩이 골 아래 촉촉이 젖은 밀부의 입구를 문질렀다.

그의 손끝이 수풀 속에 숨어 있는 속살을 쓸어내릴 때마다 질척질척 젖은 소리 소리가 났다.

“여기, 굉장히 뜨거워. 뜨겁게 날 삼키고 있어.”

“하아- 흣!”

그의 손가락이 젖은 밀부의 입구를 찌르며 안으로 들어왔다. 키안의 젖은 입구가 그의 손가락을 삼키며 꽉 조였다. 그 생생한 느낌에 키안은 흐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세이란 역시 거친 숨을 내쉬며 더욱 깊숙이 손가락을 밀어 넣고는 내벽의 안쪽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하흑-”

참을 수 없는 열기에 키안의 허리가 야릇하게 비틀렸다.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자신의 손가락을 삼키는 농밀한 감각에 세이란의 남성이 욱신거렸다.

“흠뻑 젖었군. 설마 사흘 내내 이 상태였던 건 아니겠지? 음란하게 여길 적신 채로 말이야.”

세이란의 끈적끈적한 농담에 키안의 얼굴이 붉어졌다. 서늘한 목소리로 음담패설을 뱉어내는 그의 목소리에 키안의 아랫배가 움찔움찔 반응했다.

쿡 하고 그가 웃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정숙한 레이디가 아니라, 요부였군. 마음에 들어.”

세이란이 입고 있던 바지의 끈을 풀었다. 그러곤 침대 아래로 내려와 있는 키안의 다리 한쪽을 침대 위로 밀어 올렸다. 그러자 엉덩이가 살짝 들리며, 밀부의 입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치는 줄……. 알았다.”

열기로 젖은 세이란의 목소리가 키안의 귓가를 울렸다. 그 순간 단단하게 일어선 그의 남성이 밀부의 입구를 열곤 단숨에 끝까지 들어왔다.

황제의 독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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