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화
“하흑- 하아, 앤톤. 하흣-”
침대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자신의 남성을 물고 몸을 떠는 샤론은 너무도 관능적이었다. 앤톤 데칸은 샤론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며, 자신의 남성을 젖은 내벽 안으로 힘껏 찔러 넣었다.
“흣-”
그의 손길에 낭창낭창한 여인의 허리가 요염하게 비틀리더니, 그의 남성을 힘껏 조였다. 눅진한 열감이 아랫배를 강타하자, 앤톤 데칸은 허릴 움직여 샤론의 내벽에 자신의 남성을 깊이 박아 넣었다. 두 사람의 몸이 부딪힐 때마다 찰박찰박 젖은 소리가 났다.
“하아- 하흑!”
“아침부터 이렇게 음란하게 내 것을 물다니. 밤새 몸이 달았던 모양이야.”
앤톤의 질탕한 농담에 샤론이 요염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땀과 애액으로 젖은 그녀의 밀부와는 달리 샤론의 얼굴과 머리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했다.
“그거야, 하흑- 밤이 너무 긴 탓이죠.”
“어젯밤, 그대의 방에 몰래 찾아들지 않아 화가 난 모양이군.”
샤론의 질투에 기분이 좋아진 앤톤 데칸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샤론은 더욱 기분이 상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사이 다른 년의 다리 사이에 이것을 박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샤론이 앤톤 데칸의 남성을 끊어놓을 듯 힘껏 조였다.
“헉!”
“다신 다른 년은 생각지도 못하게 만들어 드리죠.”
샤론의 달콤한 협박에 앤톤 데칸은 몸을 떨었다. 여자 같은 없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이후, 매일같이 몸을 섞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른 아침부터 자신의 침대에 들어와 있는 샤론이었다.
“다른 여자 같은 건…… 하아- 없다는 걸 알면서.”
앤톤이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제야 샤론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곤 붉은 입술을 혀로 쓸며, 유혹하듯 몸을 돌려 앤톤 데칸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날씬한 다리로 앤톤 데칸의 허릴 단단히 휘감곤 뱀처럼 그에게 달라붙었다.
“키스하면 안 되는 건가?”
“잠시 후 티타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움직여요. 중요한 티타임이라 늦으면 안 되거든요.”
샤론은 보상을 원하듯 나른하게 허릴 움직였다. 그녀의 자극적인 움직임에 풍만한 가슴이 유혹적으로 흔들렸다. 유스타나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혈족이라 알려진 구스타프 가문의 피가 흐르는 샤론은 마치 요부처럼 관능적이었다.
“하아, 제길.”
앤톤 데칸이 욕설을 뱉어내며, 뜨겁게 달아오른 남성을 샤론의 밀부 안으로 깊숙이 박아 넣었다. 그러자 물기로 젖은 샤론의 밀부가 자신의 남성을 삼킬 듯 빨아 당겼다.
늪처럼 질척한 샤론의 밀부 안에 붙잡힌 앤톤 데칸은 지독한 쾌락에 허우적거렸다. 이른 아침 때아닌 열기에 방 안의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한동안 한 덩어리처럼 얽혀 흔들리던 두 사람의 몸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며, 샤론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앤톤 데칸에게서 떨어졌다. 달콤한 크림을 잔뜩 머금은 고양이처럼 샤론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 보였다.
“내가 씻겨줄까?”
자신의 체액과 그녀가 흘린 애액으로 흥건히 젖은 밀부를 바라보며, 앤톤 데칸이 나른하게 물었다. 그러자 샤론은 나른하게 웃으며 옆에 놓여 있는 수건을 물에 적셨다.
“당신이 내 목욕시중을 들겠다는 건가요?”
“안 될까? 난 좋은데. 당신이 싫다고 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샤론은 결혼 생활 내내 에버콘 공작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래서 그녀는 하루에 몇 번씩 몸을 씻을 정도였다.
그런데 앤톤 데칸과는 달랐다. 섹스의 상성이 맞아서인지 그와 정사를 나누고 씻지 않고 함께 잠들어도 전혀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귀족으로서 지켜야 할 규율을 어겼다는 배덕에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당신이니, 허락할게요. 하지만 다음에요. 오늘은 시간이 없거든요.”
샤론은 젖은 수건으로 땀과 체액으로 흥건한 자신의 다리 사이를 닦아냈다.
언제부터 자신의 마음속에 욕심의 씨앗을 품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샤론의 마음속은 언제나 삐뚤어지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마음이 존재했다. 그래서 앤톤 데칸 후작의 손을 놓고 에버콘 공작과 결혼까지 한 것이다.
“오늘은 무슨 모임이지?”
앤톤 데칸이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그러자 샤론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마녀들의 모임이랍니다.”
앤톤 데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분명 샤론이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돌아올 때까지 쉬고 있어요, 앤톤.”
옷을 갖춰 입은 샤론은 완벽할 정도로 우아한 모습으로 침대 위를 돌아보았다. 대답이 없는 걸로 보아 앤톤 데칸은 벌써 잠이 든 모양이었다. 샤론은 그를 남겨둔 채, 천천히 방을 빠져나왔다.
**
펑, 퍼펑!
낮 동안은 물품을 사기 위해 귀족가의 사람들이 북적였다면, 로체 거리의 밤은 구경 나온 제국민으로 채워졌다.
낮 동안 꺼내놓은 물품들 중 귀족들에게 팔리지 않은 물건들을 싼값에 제국민에게 파는 것 역시 밤의 외출을 즐겁게 하는 요소였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제국민을 위한 상단들의 배려이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그러게요. 저도 처음이라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키안이 세이란 옆에 서며 로체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 사이에 섞여들면,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을 것도 같군.”
세이란의 말에 키안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보았다.
“진심이십니까?”
“당연하지.”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면, 눈에 띄지 않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오히려 그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질 게 분명했다.
유스타나 제국에서 태양 빛을 닮은 금발에 녹색 눈동자를 지닌 조각처럼 완벽한 외모의 사내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아마 어디에 있든 눈에 띌 게 분명했다.
만약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화가들이 앞다투어 그리고 싶어 하는 완벽에 가깝다는 세이란의 얼굴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변장한다며 평범한 귀족들처럼 입긴 했지만, 세이란에게선 숨길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얼굴에 가면이라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제국민은 모르겠지만, 귀족들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세이란은 호위기사도 없이 궁을 나온 상태였다.
“문제 될 것 없다. 황실 기사단의 단장인 너와 함께 있으니까.”
세이란은 너와 함께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듯 말했다.
“너와 꼭 보고 싶은 게 있다.”
“저와요?”
“그래. 저쪽 광장에 집시들의 공연이 있다고 들었다. 거긴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야. 그러니 어서 가자.”
세이란이 키안의 손을 잡고 끌었다. 순식간에 그와 손이 맞잡은 모양새가 된 키안이 당황해 손을 빼냈다.
“쳇, 깐깐하긴. 알았으니, 얼른 와. 사람들이 많아지면 구경조차 할 수 없을 테니까.”
세이란이 앞서 걷자, 키안 역시 그를 따라 걸었다. 다행히 광장까지 가는 길은 키안의 걱정과는 달리 한산했다. 남은 물건을 사기 위해 제국민은 모두 로체 거리에 있는 모양이었다.
“서둘러. 벌써 공연이 시작되었나 봐.”
세이란이 뒤를 돌아보며, 키안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러곤 잘 보이는 장소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광장 구석에 놓여 있는 건초 더미가 실린 마차를 발견하곤 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올라가.”
“여길 말입니까?”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된다며? 여기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고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을 거야.”
키안이 머뭇거리자, 세이란이 먼저 건초 더미 위로 올라갔다. 그러곤 키안에게 손을 뻗었다.
“괜찮습니다. 혼자 올라갈 수 있습니다.”
키안이 세이란의 도움을 거절하고 건초 더미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깐깐하긴.”
하지만 세이란 역시 더 권유하지 않았다. 대신 집시들의 공연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릴 잡고는 키안을 돌아보았다.
“어때?”
“생각보다 잘 보입니다.”
건초 더미 위로 올라간 키안은 광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광경에 놀랐다. 무엇보다 마차가 불빛이 닿지 않는 구석에 놓여 있어, 두 사람이 이곳에 있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았다.
“어서 앉아.”
세이란이 입고 있던 외투를 건초 위에 깐 다음, 키안을 잡아당겼다.
그의 외투 위에 풀썩 주저앉자, 마른 풀 냄새가 났다. 기분이 좋아졌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키안은 황태자인 세이란이 건초 더미 위에 앉아 집시들의 공연을 구경한다고 생각하자, 괜스레 걱정이 됐다.
“당연히 괜찮지. 셀서스 궁에서도 이 정도로 전망 좋은 방은 없거든. 자, 이것도 한 번 마셔봐.”
세이란이 주머니에서 음료가 든 작은 병을 꺼내 키안에게 건넸다.
대체 이건 또 언제 사신 거지?
“너랑 만나기 직전에 샀다. 네가 좋아 할 것 같아서.”
뚜껑을 열자, 달콤한 레몬향이 났다. 레몬과 꿀을 섞어 만든 음료인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키안이 유리병을 들곤 아까워 마시지 못하자, 세이란이 병을 들어 키안의 입에 대주었다.
“마셔. 어렸을 때처럼 아끼다가 버리지 말고.”
세이란의 놀림에 키안이 피식 웃었다. 생각해 보니, 로열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세이란이 가져다준 귀한 과자며 음료를 아끼다가 버렸던 적이 종종 있었던 것이다. 키안이 한 모금 음료를 마셨다.
“맛있습니다. 전하께서도 드셔보세요.”
“난 단 음식을 싫어한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부터 세이란은 단것이라면 질색을 했었다. 키안이 음료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상큼한 레몬향과 달콤한 꿀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키안은 입안에 가득한 레몬향을 음미했다. 사실 레몬을 꿀에 저민 이 음료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걸 기억하고 사 온 것이다.
“기억하고 계셨네요.”
“입 짧은 네가 그건 몇 잔이나 마셨으니까.”
세이란이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키안의 심장은 향긋하고 달콤한 음료보다 더 달달한 향을 품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키안, 집시 여인의 춤이 시작되었다.”
키안이 광장 중앙 쪽으로 고갤 돌렸다. 그러자 흥겨운 음악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집시 무희가 관능적인 춤을 선보이고 있었다. 열정적인 무희의 춤동작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육감적이었다.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보니, 너도 사내였군?”
“네?”
“침이나 닦아. 네가 여인을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보는 건 처음이라서 하는 말이다.”
“아, 그게 아니라. 성별을 떠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열적이고, 또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키안의 말에 세이란이 건초 더미 위에 드러누웠다. 그러곤 더는 집시 무희의 공연엔 관심이 없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도 누워봐.”
“네? 하지만 여긴…….”
“주인이 오려면 멀었어. 이 마차의 주인 역시 집시 무희의 춤에 푹 빠졌을 거야.”
세이란이 키안의 팔을 당겨, 자신의 옆에 눕게 했다.
“키안, 자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이게 자유지.”
세이란이 검은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 사이, 은빛으로 흩뿌려진 은하수가 강을 만들어 흐르고 있었다.
키안 역시 긴장을 풀고, 천천히 하늘을 바라봤다. 건초 더미에서 나는 풀향 때문이지, 마치 언덕에 누워 있는 느낌이었다. 집시들의 음악이 아니었다면, 이곳이 키엘체의 로체 거리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세이란이 팔을 뻗어 키안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당황한 키안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
“움직이지 마, 떨어지고 싶지 않으면.”
그러고 보니 이곳은 마차 위에 쌓아 올린 건초 더미 위였다. 자칫했다간 세이란의 말처럼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키안은 고갤 끄덕이며 그의 옆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그러자 세이란이 픽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떨어지면 다칠 것 같아서입니다.”
키안이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변명을 했다.
“맞아.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세이란이 키안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이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것도, 그리고 집시 무희의 춤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키안의 귓가에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건초 향과 세이란의 체향이 뒤섞여 짙은 향이 콧속으로 스몄다.
쪽 소리와 함께 이마에 뜨겁고 촉촉한 것이 닿았다. 세이란의 입술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키안이 고갤 들자, 기다렸다는 듯 그가 입술을 겹쳐 왔다.
“흣-”
황제의 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