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화
“하아-”
뜨거운 혀가 은빛 수풀 속에 있는 꽃잎을 훑어 내렸다. 흠칫 어깨가 떨려왔다. 아니, 아랫배에서 시작된 짙은 열감이 순식간에 발가락 끝까지 퍼져 나가, 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수풀 속을 핥아 내리던 그의 혀가 이번엔 애액을 물고 있는 여린 속살을 건드렸다. 그러자 힘없이 입구가 열리며 쾌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르르 떨렸다.
“하아, 하흣-”
그의 혀가 입구 안쪽으로 들어오자, 키안의 몸이 들썩였다. 나른하게 비틀리며, 허벅지 안에 얼굴을 묻은 그를 밀어내지도 안으로 더 끌어당기지도 못한 채 몸을 떨었다.
“널, 가질 거야.”
밀부에서 입술을 뗀 그가 다시 키안의 귓불을 빨며 낮게 속삭였다. 열기로 짙어진 사내의 목소리는 모두가 똑같은 모양이었다. 잔뜩 쉰 목소리마저도 키안에겐 세이란의 것처럼 느껴졌다.
사락, 사락. 그가 바지의 끈을 푸는 소리가 들렸다. 이젠 들리는 소리만으로 그가 뭘 하는지 느낄 수 있다니, 신기할 정도였다.
“여기에 흔적을 남겨두지. 이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널 다시 안을 생각이거든.”
그 말과 함께 뜨겁고 딱딱한 것이 키안의 밀부의 입구를 쓸어내렸다. 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감각이었다. 눈을 감고 있어서인지 밀부의 입구를 짓이기듯 열고 들어오려는 남성이 두렷하게 느껴졌다.
“하아- 하흑-”
욕망으로 젖은 농밀한 신음이 키안의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애액으로 젖은 질척한 내벽이 불기둥처럼 단단한 남성으로 인해 서서히 열렸다. 미끄러지듯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느낌에 키안의 허리가 위험스럽게 비틀렸다. 마치 거대한 꼬챙이에 꿰인 듯 키안은 몸을 비틀며 아랫배를 힘껏 조였다.
“헉 제발 힘을 빼.”
세이란이 거친 신음을 뱉어내며, 몸을 떨었다. 젖은 내벽을 꿰뚫고 들어간 것만으로 미칠 것 같은데, 키안의 내벽이 미친 듯이 그의 남성을 조였다. 뜨겁고 말캉한 속살 안에 있는 수만 개의 주름이 그의 남성을 조이는 느낌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하앙- 흐흣!”
키안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자신의 남성을 삼킨 채 몸을 떠는 모습이 너무도 관능적이었다. 세이란이 고갤 숙여 키안의 입술 깊숙이 혀를 묻었다. 날카로운 쾌락을 키안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게 입술이든, 아니면 입술을 닮은 밀부든 상관없었다. 몸을 겹치고 있는 모든 순간, 세이란은 키안이 뱉어내는 숨결까지도 모두 느끼고 싶었다.
혀를 얽고 강하게 빨아 당기는 아릿함에 키안의 아랫배가 또다시 움찔움찔 수축했다. 세이란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그 쾌락에 몸을 떨며 허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흣-”
키안은 입술을 깨물며, 쾌락을 삼켰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참지 마. 나와 몸을 섞을 땐, 넌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주는 쾌락이 몸을 떠는 여인일 뿐이다.”
세이란이 다시 입술을 겹치며, 키안의 입안에 남아 있는 피를 모두 삼켜 버렸다. 그러곤 강한 힘으로 키안의 내벽을 열고는 깊숙이 몸을 묻어왔다.
가장 깊은 곳을 할퀴듯 들어왔던 남성이 이번엔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갔다. 키안은 참을 수 없는 상실감에 그의 남성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강하게 조였다. 그러자 다시 크고 단단한 남성이 질척하게 젖은 내벽을 가르며 더 깊숙이 들어와 박혔다.
그의 남성이 꽉 다물린 내벽을 열고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키안은 농밀한 신음을 뱉어냈다. 육체의 쾌락을 아는 키안의 내벽은 욕심이 많았다. 평소 서늘한 분위기와는 달리 키안은 사랑을 나누는 행위에 있어서 매우 뜨거웠다.
부끄러운 듯 몸을 비틀며, 온몸이 붉게 물든 중임에도 키안의 내벽은 모범생답게 착실하게 세이란의 남성을 삼켰다.
“헉!”
세이란이 거친 숨을 내쉬며, 지독한 열기에 질끈 눈을 감았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날카로운 쾌감에 그의 표정이 색스럽게 변했다. 세이란은 짙은 열감을 참지 못하고 욕망을 쫓아 키안의 내벽을 갈랐다.
“하읏 하아!”
키안이 흐느끼며 입술을 깨무는 게 보였다. 이미 쾌락의 절정에 오른 키안이 그를 조이며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세이란은 아직 부족했다. 몸속에 들끓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선, 키안의 모든 것을 삼켜야 했다.
“하아- 하읏!”
그가 다시 내벽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뭉툭한 남성의 끝으로 내벽의 주름을 긁어내리자, 키안이 참지 못하고 비음 섞인 신음을 뱉어냈다.
세이란이 열기에 몸을 떨고 있는 키안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 뭘 하는……. 하흑-”
키안은 말을 끝까지 뱉어내지 못한 채 몸을 떨었다. 마치 말을 타듯 그의 다리를 타고 앉은 모양새 그대로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움직여 봐, 말을 타듯이.”
세이란이 누운 채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러자 키안이 헙! 하고 숨을 삼키며 몸을 긴장시켰다.
옷도 채 벗지 않은 상태에서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키안은 그의 거웃에 젖은 밀부가 스치며 짓이겨질 때마마 입술을 깨물며 허릴 비틀어야 했다.
“나에게 온몸을 맡기고 움직여 봐. 네가 원하는 걸 느껴봐.”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라고? 키안은 그가 시키는 대로 허벅지에 힘을 주고는 그의 몸 위에서 균형을 잡았다. 그러곤 엉덩이를 천천히 아래로 내리자, 조금 전보다 더욱 깊숙이 그의 남성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흑-”
질척한 소리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땀과 애액으로 젖은 밀부가 세이란의 남성을 삼킬 때마다 낯 뜨거운 소릴 냈다. 키안은 마치 그 소리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듯 느껴져 더욱 부끄러웠다.
“더 움직여.”
그의 요구에 키안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분명 조금 전에 쾌락의 정점에 도달해 기쁨을 느끼며 흐느꼈었다. 하지만 또다시 아랫배 안쪽에서 짙은 열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격정적으로 변할수록 하나로 얽힌 그곳이 녹아내렸다. 흘러내린 질척한 애액은 그의 남성을 적셨고, 두 사람의 육체가 마찰하며 얽혀들 때마다 진득한 열감을 만들어냈다.
“하아, 하아- 하흣-”
빛도 들어오지 않는 오두막은 욕망으로 젖은 남녀의 신음 소리로 가득했다. 질척질척한 마찰음과 남녀의 몸이 한 덩어리로 얽혀드는 야릇한 움직임이 너무도 농밀해 달빛마저도 얼굴을 숨긴 채였다.
날선 신음 소리와 함께 또다시 남녀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러곤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세이란이 키안의 허릴 붙잡곤 내벽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애액으로 흠뻑 젖은 밀부가 세이란의 남성을 삼키며 파르르 떨렸다. 진저리 쳐질 정도로 지독한 쾌락에 손수건으로 가린 키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흑, 하아- 하흣!”
집요하게 내벽을 꿰뚫던 남성이 질척하게 젖은 속살을 거칠게 문질렀다. 키안은 짙은 열감에 전율하며 헐떡였다. 저릿한 감각에 온몸이 폭발할 듯 뜨거웠다.
“하아, 제길.”
세이란은 욕망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욕설을 뱉어냈다. 애액으로 젖어 미끌거리는 내벽을 드나드는 느낌이 미칠 만큼 좋았다. 거칠게 속살을 찌르듯 파고드는 행위가 더욱 집요해졌다. 그럴 때마다 키안의 내벽은 그의 남성을 꽉 조이며 힘껏 안으로 빨아 당겼다.
“헉-”
거친 숨을 내쉬며, 격렬하게 허리 짓을 하던 그가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세이란은 눈을 질끈 감으며, 쾌락을 만끽했다. 자신을 조이는 이 감각이 너무도 좋았다.
마음 같아선, 몇 날 며칠을 침대에서 키안을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겐 밤은 너무 짧았다.
곧, 키안을 놓아줘야 했다.
“잠깐, 더는……. 하흑!”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자신의 안에서 크기를 줄였던 그의 남성이 순식간에 크기를 부풀리며 내벽을 또다시 가득 채웠다.
거듭되는 격정으로 키안은 지쳤다. 그래서인지 노곤해지며, 잠이 몰려왔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며 다시 내벽을 꿰뚫는 남성으로 인해 키안의 몸은 또다시 반응하며 바들바들 떨렸다. 14년 동안 검술 훈련을 한 덕분에 키안은 쉽게 지치지 않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키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속으로 기절한 척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키안의 내벽이 욕심껏 그의 남성을 삼키고 있었다.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음란한 몸이야. 그런데……. 정말 이상해. 낯설지 않아, 이 느낌. 내 몸이 착각이라도 한 걸까?’
키안은 눈을 가리고 있어서인지 자꾸만 블랙이 세이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기 암시인 걸까? 너무 간절히 세이란 님을 원해서……. 그래서…….’
키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혼란스럽던 키안의 머릿속은 깊숙이 파고드는 느른한 감각에 새하얗게 변했다. 그렇게 키안은 그가 주는 지독한 쾌락에 한참이나 몸을 떨어야 했다.
**
“단장님께선 오늘 비번이십니까?”
아레오의 질문에 드레이크가 고갤 끄덕였다.
“조금 전 전하를 뵙고 오던 길에 들었다. 단장님께서 몸이 다시 아프신 모양이야.”
“아프시다구요? 그것참, 이상합니다. 전쟁터에서도 감기 몸살 한 번 앓으신 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통 기운을 차리시지 못하시는 걸 보면 말입니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레오의 말에 드레이크가 고갤 끄덕였다.
“아무래도 레녹스 공작님 댁으로 양고기라도 보내 드려야 할 것 같군.”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단장님께선 입이 짧으시긴 하지만, 양고기 스튜가 나오면 꼭 두 그릇은 비우셨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또 뭐가?”
“요즘 전하께선 얼굴이 확 피신 것 같으니 하는 말입니다. 대체 두 분께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아레오의 말에 드레이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괜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레녹스 공작가로 질 좋은 양고기나 보내기나 해.”
드레이크의 지적에 아레오가 재빨리 키엘체의 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 최고급 양고기가 레녹스 공작가로 배달되었다.
**
벨라는 지루함을 참아내느라, 죽을 맛이었다.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파티에 참석하는 게 고역이었다. 너무 지루했던 것이다. 벨라는 들고 있던 부채로 얼굴을 가린 후 하품을 했다.
그러다 고갤 든 순간, 자신을 쏘아보고 있던 에드윈 리치문트와 눈이 마주쳤다.
‘하필, 저 남자와 눈이 마주치다니.’
그의 표정으로 보건데, 자신이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하품을 한 걸 본 것 같았다.
‘이상해. 요즘 부쩍 자주 마주치는 것 같단 말이야.’
벨라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부채를 내리며 에드윈에게 눈인사를 했다. 그러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상하게도 에드윈 리치문트 공작은 껄끄러웠다. 그가 사과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경 너머 보이는 그의 푸른 눈동자가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불편했다. 벨라는 테라스로 나와 난간에 기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제가 불편해서 자릴 피하시는 겁니까?”
순간 벨라의 어깨가 굳어졌다. 쳇, 자신이 그를 피해 밖으로 나온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런 줄 알았으면, 가만있을 것이지. 따라오기까지 하다니.’
벨라는 그가 일부러 자신의 속을 뒤집으려고 쫓아왔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어머나, 리치문트 공작님? 요즘 파티에 자주 참석하시는 모양이네요. 전 공작님께선 책과 대화하는 걸 즐기신다고 하셔서, 공작가의 도서관에만 계시는 줄 알았거든요.”
“최근에 책 외에 흥밋거리가 생겼거든요. 그런데 제 도서관에 대한 소문을 들으신 모양이군요. 만약 필요하시다면, 아키텐 공작부인을 위해 기꺼이 도서관의 문을 열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벨라는 그의 의중을 읽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떴다.
‘농담으로 건넨 말이었는데, 진심으로 받아넘기는 남자라니.’
벨라는 그에게 섣불리 농담도 건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전 책만 읽으면 머리가 아프고 잠이 와서.”
“그럼 불면증이 있으실 때 말씀해 주십시오. 최고의 수면제가 될 테니 말입니다. 하하, 하하하!”
설마 지금 나에게 농담을 하는 건 아니겠지?
“제 농담이 재미있지 않았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벨라의 표정에 에드윈이 어색한 얼굴로 사과했다.
“아, 아닙니다. 너무 고차원적인 농담이라 제가 알아듣지 못한 것뿐입니다.”
벨라는 예의상 아니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에드윈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제가 책과 친하긴 하지만, 눈치가 없진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그리 재미있는 농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말 역시 진심이었습니다. 저는 재미없지만, 다른 레이디들은 분명 좋아할 겁니다.”
사실 다른 레이디들은 에드윈 리치문트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즐거울 게 분명했다. 조금 전 벨라가 테라스로 나오는 동안에도 파티 장에 있던 레이디들의 시선이 일제히 에드윈에게 향했던 걸 똑똑히 보았다.
“파티가 지루하신 모양이더군요.”
“모든 파티를 즐기는 편은 아니거든요. 특히 요즘은 황태자 전하께서 사교 시즌 동안 황태자비를 맞아들이시겠다고 공표하시는 바람에 미망인인 전,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레이디들을 에스코트하는 샤프롱 신세가 되었답니다.”
“샤프롱이라니. 그 정도로 나이가 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꼬리를 흐리며 자신을 유심히 살피는 에드윈을 보자, 벨라는 자존심이 상했다. 사실 미망인이긴 하지만, 아직 스물한 살밖에 되지 않았다. 샤프롱을 할 나이는 아니었다.
“미망인이란 신분이 절 그렇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불만은 없습니다. 레이디로 살았을 때보다, 주어지는 자유가 더 많거든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리치문트 공작님께서도 앞으론 절 알은체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유스타나 제국에서 잘생기고 매력적인 귀족이 미망인 곁에 있다간, 이상한 소문이 돌 테니까요.”
벨라가 에드윈에게 살짝 무릎을 굽혀 인사를 한 후 테라스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에드윈이 재빨리 벨라의 팔을 붙잡았다. 놀란 벨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상한 소문이란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말씀해 주시지 않는 것 같아서 붙잡았습니다.”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닐 테지? 벨라의 눈썹이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갔다.
“모르신다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제 팔을 붙잡으신다면, 사람들은 절 리치문트 공작님의 애인이로 생각할 겁니다. 그 말은 좋은 신붓감을 찾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벨라는 이제 알았으면, 그만 팔을 놓으라는 듯 그를 올려다보았다.
“전 신붓감 따위 찾지 않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저 역시, 애인 따위 찾지 않아서.”
벨라가 에드윈의 손을 떼어냈다. 그러곤 다시 한 번 예를 갖춘 후,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에드윈은 멀어져 가는 벨라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떼어낸 손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이상한 여인이었다. 어쩔 땐 닳고 닳은 요부처럼 행동하다가도, 어쩔 때 보면 손을 뻗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얼굴을 했다.
그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인지 자꾸만 에드윈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군. 애인이 필요 없다면, 혹시 남편감을 찾는다는 건가?”
황제의 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