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독사과-24화 (24/139)

제 24 화

손님이 돌아간 후, 진은 서둘러 가게 문을 닫았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실로 향하려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대체 이 새벽에 누가 온 거야?”

진은 입고 있던 잠 옷 위에 두꺼운 가운을 걸쳤다. 하지만 진이 2층 침실에서 계단을 내려올 때까지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대체 어떤 새끼야? 열 테니까, 그만 두드려. 그러다 문이라도 부서지면 다 죽여 버릴 거야.”

계단을 다 내려온 진은 화가 난 표정으로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밖에 서 있는 사람에게 욕설을 하려던 진은 그대로 굳어졌다.

‘세상에, 사람 맞아?’

진은 믿을 수 없게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보며,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꿈을 꾸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남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곤, 자신을 쏘아보기까지 했다.

‘세상에 화가 난 모습도 멋있어. 심장이 멎을 것 같아.’

잠깐, 화가 났다고? 문득 든 생각에 진이 정신을 차렸다. 그때 어둠 속에 서 있던 패트리샤가 모습을 드러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진, 잘 있었어?”

“패트리샤?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그리고 이분은 누구시고?”

진의 물음에 패트리샤는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곤 옆에 서 있는 세이란의 눈치를 살핀 다음, 진에게 말했다.

“진, 안에 들어가서 얘기해도 될까?”

“안에? 그거야 뭐, 상관없지만. 혹시 이분도 함께인 거야?”

“응, 네가 괜찮다면 그랬으면 좋겠어.”

패트리샤의 말에 진이 다시 한 번 잘생긴 남자 쪽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 있었지만, 그는 귀족인 게 분명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들어와. 누추한 곳이지만, 들어오십시오.”

진이 옆으로 비켜서며, 두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했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패트리샤가 옆에 서 있는 세이란에게 들어가길 권했다. 그러자 세이란이 진에게 양해를 구하듯 고갤 끄덕인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진은 세이란이 옆을 지나치는 동안 숨도 쉬지 못했다. 잘생긴 얼굴을 물론이거니와 장신의 키에 근육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을 황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윽-”

순간 옆구리를 꼬집는 패트리샤로 인해 진은 신음을 삼켰다. 대체 왜 그러냐고 묻기 위해 고갤 든 순간, 패트리샤는 평소와 달리 화가 난 표정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진은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패트리샤는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그녀가 화를 낸다면, 분명 상대가 뭔가를 잘못을 했을 때뿐이었다.

“제발 입 좀 조심해, 진.”

패트리사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곤 세이란의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이 현관문을 닫고는 두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차를 내올까요?”

“아니, 필요 없다. 그런데 물건들은 어디에 있지?”

“네?”

“귀부인들에게 내놓는 물건 말이다.”

세이란의 지적에 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대부분 레이들에겐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물건을 팔아왔지만,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노골적으로 물건에 대해 말하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죄송하지만, 남자 분들께는 보여 드릴 수 없습니다. 굉장히 불쾌하실 겁니다.”

진의 말에 세이란이 고갤 끄덕였다.

“그럼 오늘 뭘 보고 갔는지 말해봐.”

“네? 누굴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제 고객들 중 나리께서 아시는 분이 계시는 겁니까?”

세이란이 눈살을 찌푸리자 진이 눈치를 살폈다. 그의 시선이 너무도 차가워 몸에 있는 털은 물론, 솜털까지 바짝 선 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금 전에 다녀갔던 레이디 말이야, 금발에 하늘색 눈동자를 한.”

“아, 그분이라면 기억이 납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분이셨거든요. 금단의 사랑을 하시는 중이라고 하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 흡!”

순간 진이 놀라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 고객의 비밀을 누설하다니, 이건 정말 엄청난 실수였다.

“금단의 사랑이라고?”

세이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진을 쏘아보았다.

“아, 그게 고객의 사생활은 비밀입니다. 죄송합니다.”

“고객이라면, 물건을 산 건가?”

“아니요, 두 분 모두 사시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곳은 처음이셨는지 잔뜩 긴장하신 것 같았거든요. 다음에 또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흠, 물건을 사진 않았으니 엄밀히 고객은 아니군. 그렇다면 이제 네가 말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그거야 그렇지만…….”

진이 망설이는 사이, 세이란은 여주인의 말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또 방문한다니. 굉장히 음란해졌어.”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혼잣말을 했다. 세이란의 혼잣말에 진은 슬쩍 고갤 들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그를 훔쳐보았다. 다시 봐도 잘생겼다. 차가운 분위기 하며, 몸에 배어 있는 기품까지. 조금 전 보았던 레이디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혹시 그분과 어떤 사이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내 사람이다. 하지만 그 아인, 그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지.”

진의 물음에 세이란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내 사람이라면…….”

“말 그대로야. 아무리 눈치를 줘도 알아채지 못하는 게 흠이지. 머리도 굉장히 좋고 영민한데, 이쪽으론 완전 젬병이거든.”

그래서 세이란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중이었다.

“아아- 그렇게 된 것이군요. 사실 그분께선 짝사랑 중이신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같은 마음이셨다니. 당장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겁니다.”

진이 뭐가 문제냐는 듯 세이란을 보며,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세이란의 표정은 목소리만큼이나 단호했다. 그의 태도에 진은 두 사람 사이에 말하지 못할 복잡한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안타까웠다. 이렇게 잘생기고 아름다운 두 분이 서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괴로워하다니.

“제가 도움을 드릴 수가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사실 하늘빛 눈동자의 그 레이디께선 굉장히 엉뚱한 분이셨지만, 저 같은 미천한 신분의 사람에게 존대를 해주신 유일한 분이셨거든요.”

진은 시종일관 자신에게 예를 갖추던 키안을 떠올렸다. 아마 그건, 교육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몸에 밴 습관 같았다. 타고난 품성 자체가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분 주위에 은빛 오라가 반짝였어.’

진은 그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빛은 처음 보았다. 사실 남들에겐 숨기고 있었지만, 진은 영매였다.

제국법에서 마녀의 힘을 가진 여인은 중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유스타나에선 마녀나 주술의 힘을 사용하는 건 엄격히 금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진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숨긴 채 살아왔다.

“방법은 있다.”

“네? 제가 도울 방법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진이 놀라 고갤 들었다. 세이란의 녹색 눈동자가 자신에게 향해 있자,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눈동자에 특별한 감정 따윈 없었다. 아니, 감정이 담기지 않은 녹색 눈동자는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런데도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자, 얼굴이 붉어졌다.

“패트리샤가 그러더군, 네가 귀부인들에게 펫을 주선한다고.”

펫이란 말에 진의 얼굴이 붉다 못해 새빨갛게 변했다. 사실 펫은 성적으로 만족을 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귀부인들에게 젊은 애인을 소개해 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남성 전용 클럽에서 창녀를 귀족들에게 연결시켜 주는 것과 같았다. 한마디로 이건 중대한 범죄였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진이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이마가 땅에 닿을 때까지 엎드렸다.

“네 죄를 추궁하려는 게 아니니, 일어나.”

사실 처음에 패트리샤에게 펫에 대해 듣게 되었을 땐, 진을 잡아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 키안에게 다른 사내를 소개하다니. 온몸이 분노로 떨렸다. 그러다 문득 좋은 방법이 하나가 생각났다.

“내가 펫이 될 생각이다, 그 아이만을 위한 전용 펫이.”

**

“주인님, 일어나셨습니까?”

키안은 하녀장인 페니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곤 상체를 일으켜, 침대의 헤드 부분에 몸을 기대앉았다.

“커튼을 열까요?”

“부탁할게, 페니. 그런데 몇 시나 됐어?”

“10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페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답한 후, 커튼을 열기 위해 유리창으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 10시라니. 피곤해 늦잠을 자버린 모양이었다.

“늦잠을 자다니. 이런 적은 없었는데 말이야.”

“그거야 몸이 편찮으시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황태자 전하께서도 휴가기간 동안 침실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라는 전갈을 보내오셨을 정도면 말 다했죠.”

“전하께서 그런 전갈을 보냈어?”

“네. 그 전갈을 받고 난 후에 집사이신 가브리엘 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른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가장 신임하시고 아끼시는 분이 주인님이라고 레녹스가에 있는 모든 고용인에게 떠들고 다니셨거든요. 아마, 조금 전 우유를 배달하러 온 아이에게도 말했을 겁니다.”

페니의 말에 키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가브리엘의 행동이 눈에 보이듯 선해서였다.

“아침은 어떻게 할까요? 피곤하시면, 제가 직접 가지고 올라오겠습니다.”

“아니야, 준비하고 내려갈게. 그나저나 카이우스는 뭐해? 수업 중이겠지?”

침대에서 내려오며 키안은 카이우스에 대해 물었다.

“지금 승마 수업을 받고 계실 겁니다.”

“승마 수업? 한 번 가봐야겠군. 얼마나 잘 타는지 확인도 할 겸.”

“주인님께서 가시면 기뻐하실 겁니다. 사실 아침 내내 카이우스 도련님께서 주인님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셨거든요.”

키안이 옷을 갈아입기 위해 옷장 문을 열다 말고는 페니를 돌아보았다.

“카이우스가?”

“네. 하지만 승마 수업 시간이 다 되어서, 에리스님께 붙잡혀 나가셔야 했습니다. 가는 내내 입이 요만큼 나와 계셨습니다.”

페니의 말에 키안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휴가를 받았으니, 그동안 카이우스와 시간을 보내야겠어.”

세이란이 키안에게 사흘간의 휴가를 주었다. 하지만 주말까지 합치면 휴가는 5일이나 됐다.

“도련님께서 아주 기뻐하시겠어요. 내려가서 아침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페니가 나가자, 키안은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갔다.

“그래, 휴가 동안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 다 잊고 카이우스와 신나게 놀면 되는 거야.”

하지만 키안은 1층에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셀서스 궁으로 가야 했다. 레녹스 공작 앞으로 황실에서 보낸 초대장이 와 있었던 것이다.

**

유스타나 제국의 시작은 천 년 전 일어난 전쟁을 치르면서부터였다. 특별한 힘을 가진 다섯 가문이 구스타프 가문을 중심으로 힘을 규합하면서,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 위에 질서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구스타프 가문을 주군으로 섬긴 다섯 가문은 맹수를 부리는 레녹스 가문과 독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렌스터 가문. 그리고 검을 다루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아센 가문과 현자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리치문트 가문. 마지막으로 지금은 사용이 금지된 흑마술을 사용했던 에버콘 가문이었다.

유스타나 제국의 첫 번째 황제가 된 구스타프 1세는 자신을 도운 다섯 개가 개국 공신 가문을 중심으로 귀족회의를 구성해 제국을 정비해 나갔다.

한마디로 귀족회의는 유스타나 제국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하, 이제 모두 모인 것 같습니다.”

에드윈의 말에 세이란은 셀서스 궁의 티룸에 앉아 떨떠름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는 열 명의 귀족을 바라보았다. 초기의 귀족회의는 다섯 개의 개국 공신 가문만이 참석했지만, 100년 전 제국법의 개정으로 인해 귀족회의를 구성하는 인원은 모두 열 명이 되었다.

권력의 올바른 배분이란 명목이긴 했지만, 티룸에 앉아 있는 귀족들은 이미 올바른 배분과는 상관없이 각 가문의 이익에 의해 편을 나눈 상태였다.

‘렌스터 공작은 해링턴 백작과 어울리는 모양이군.’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에드윈의 보고에 따르면 서쪽의 국경 지역에 터를 잡고 있는 해링턴 백작이 국경수비를 핑계로 용병을 대거 채용했다고 했다.

“준비한 차와 음료가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군. 경들이 내 초대에 모두 응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세이란의 말에 티타임을 즐기고 있던 대부분의 귀족들이 고갤 들었다. 하지만 제임스 에버콘 공작만이 여전히 데칸 후작과 얘길 나누고 있었다.

‘로열 아카데미를 졸업한 지 5년이나 지났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감정을 숨기는 법도 배우지 못하다니 말이야.’

세이란은 인내심을 갖고 제임스 에버콘이 고갤 들길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제임스 에버콘이 데칸 후작과의 얘기가 끝나지 않자,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렌스터 공작이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줬다.

“흠, 흠!”

그제야 제임스 에버콘이 고갤 들었다. 세이란을 비롯해 티룸에 있는 귀족들의 시선이 자신에 향해 있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일부러 사람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려 무례한 행동을 한 모양이었다.

세이란은 거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제임스 에버콘을 보자,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가 로열 아카데미의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벌인 잔혹한 사건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 일을 처음으로 목격한 건, 키안이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 그 일을 공론화시킨 건 바로 자신이었다.

그 일로 제임스 에버콘은 졸업장은 물론 학위 취득 자격 역시 상실했었다. 유스타나 제국의 귀족으로서 불명예 졸업을 한 것이다. 그는 그때 그 일을 모두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세이란은 제임스를 지나쳐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데칸 후작을 보았다.

‘제임스 에버콘과 대상인이 데칸 후작가의 조우라… 1년 동안 많은 게 변했군.’

세이란은 오늘 모임을 통해 귀족들의 파벌을 한눈에 파악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귀족들은 알아채지 못한 듯 보였다.

“전하, 레녹스 공작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에드윈이 티룸 안을 다시 한 번 살피더니, 넌지시 말했다.

“레녹스 공작은 오늘 참석하지 않을 거야. 몸이 좋지 않거든.”

세이란의 대답에 에드윈은 며칠 전부터 셀서스 궁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을 떠올렸다. 처음엔 그 소문을 듣고, 헛소문이라고 치부했다. 세이란이 누군가를 안고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니. 인간미라곤 전혀 없는 냉혹한 그가 절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문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부풀려졌다. 세이란이 시녀들과 의사까지 물리고 직접 간호까지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까지 돌았던 것이다.

‘만약 그 상대가 키안 레녹스였다면야.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에드윈은 어쩌면 그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란에게 키안은 언제나 예외적인 존재였으니까.

‘그럼, 열을 내리기 위해 키안을 금원으로 데려갔다는 말 역시 사실이겠군.’

만약 그렇다면, 정말 놀랄 일이었다. 금원은 황족 외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곳에 키안을 데리고 들어가다니.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레녹스 공작이 아픈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공작가로 병문안을 가야겠습니다.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니. 어어, 저건……. 레녹스 공작이 아닙니까? 아픈 것 아니었습니까?”

에드윈의 말에 세이란의 고개가 입구 쪽으로 향했다. 눈을 가늘게 뜨곤 안으로 들어오는 키안을 쏘아보았다.

“그러게, 분명 집에서 꼼짝도 하지 말라고 했건만.”

세이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문득, 시종장인 아이크에게 키안 레녹스 공작가엔 초대장을 보내지 말라는 말을 전하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제길,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세이란이 키안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말하려는 순간, 제임스 에버콘이 키안을 발견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녹스 공작, 이쪽입니다. 여기 자리가 있으니 앉으십시오.”

황제의 독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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