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독사과-11화 (11/139)

제 11 화

집무실에 앉아 있는 세이란은 지금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턱이 미묘하게 굳어지고 눈빛은 서늘하게 변한 지 오래였지만, 앞에 앉아 있는 아센 공작은 세이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떠들고 있었다.

‘제길, 너무 끈질겨.’

하지만 아센 공작은 아버지의 유일한 친구이자, 자신에겐 유일한 아군이 되어줄 자였다. 황제가 자릴 비운 상황에서 세이란에겐 아센 공작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전하, 귀족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전하께서 매번 귀족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시니, 귀족들의 불만이 큽니다.”

“아센 공작, 귀족회의는 황실의 견제 기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황태자인 제가 귀족회의에 참석하는 게 의무가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세이란의 싸늘한 목소리에 일흔이 넘은 아센 공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베테랑 정치인답게 재빨리 감정을 숨긴 채 침착한 얼굴을 했다.

“전하, 저희 아센 가문은 유스타나 제국이 개국한 이래 충성을 맹세해 왔습니다. 천 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아센 공작가는 폐하와 유스타나 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껏 아센 공작의 충성심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소신의 뜻대로 귀족회의에 참석해 주십시오. 황태자비를 간택하는 건 유스타나 제국의 미래를 위한 결정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귀족회의에서 추천한 귀족가의 영애들 중 한 명을 선택해 정략혼을 치르란 뜻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혹시 후보가 결정되어 있는 겁니까?”

세이란의 물음에 아센 공작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황후가 되실 분입니다. 당연히 명문가의 영애 중에서 후보를 골라놓았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세이란이 걱정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문제는 귀족회의에서 고른 후보들 중 한 명과 세이란이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키안 레녹스 공작과 결혼한다고 하면, 까무러치겠군.’

세이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누구의 반대도 없이 키안을 황태자비로 맞아들일 방법이 필요했다.

“전하, 서둘러 귀족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아센 공작의 말에 세이란이 고갤 들었다. 아센 공작의 말을 듣다 보니,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귀족회의는 황실 티룸에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진심이십니까?”

아센 공작이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물었다.

“귀족들에게 전해주십시오. 다음 귀족회의에서 국혼에 대한 얘길 끝내겠다고요.”

아센 공작은 갑자기 생각을 바꾼 세이란의 의중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귀족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세이란의 의도가 더 알고 싶었다.

“혹시 이 초대를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전하?”

“일단은 그렇습니다. 귀족들의 요청대로 황태자비는 맞아들일 생각이거든요.”

세이란의 대답에 아센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세이란에게 고갤 숙였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전하.”

“아센 공작, 대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제 편이 되어주십시오.”

순간 아센 공작의 눈빛이 놀란 듯 흔들렸다. 지금껏 아센 공작은 수많은 인재를 보아왔다.

하지만 세이란 만큼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천재는 없었다. 한마디로 그는 유스타나 제국의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가 될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젠 노쇠해 힘이 빠지려는 자신에게 그의 편이 되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있었다.

아센 공작은 그런 세이란을 보자, 뭔가 심장이 뭉클해졌다.

“당연히 전하의 편입니다. 유스타나 제국의 시작부터 항상 그래 왔듯 아센 공작가는 제국의 영광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센 공작.”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시종장인 아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레녹스 공작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레녹스 공작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전해.”

“아닙니다, 전하. 소신은 이 길로 대신전으로 가보겠습니다. 대신관에게 국혼에 대한 신탁을 받은 게 없는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좋은 생각이군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센 공작.”

아센 공작이 집무실을 나갔다. 그러자 세이란은 한숨을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를 것 없다. 바람도 쏘일 겸, 내가 직접 가는 게 좋겠어.”

그러곤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집무실을 나서며 말했다.

**

찻잔을 내려놓는 세이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 모습에 키안은 긴장감을 숨기기 위해 천천히 숨을 골랐다.

“지금 뭐라고 했지, 레녹스 공작?”

세이란의 목소리는 차분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는 화가 난 상황에서 더욱 냉정해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이란은 지금 자신을 키안이 아니라, 레녹스 공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말은 그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다는 뜻이었다.

“황실 기사단을 그만두겠습니다.”

“이유는?”

“이유는 전하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세이란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분명 오두막을 나오기 전 키안의 기억을 봉인시켰다. 특별히 황실 기사단을 그만둘 이유는 없었다.

“나는 전혀 모르겠군, 레녹스 공작.”

“여장 취미가 있습니다. 황실 기사단의 기사로서 불명예입니다.”

순간 세이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곤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선심이라도 쓰는 듯 거만하게 말했다.

“눈감아주겠다. 어차피 그건 유행하는 내기의 벌칙일 뿐이었으니까.”

세이란의 거절에 키안은 마른침을 삼켰다. 사실 여장을 한 걸 들킨 건 핑계였다. 그보다 더 걱정인 건, 여장을 한 것을 계기로 그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 더 걱정이었다.

특히 자신이 수면제에 취해 정신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벌칙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껏 숨겨왔을 뿐, 황실 기사단으로서는 가져서는 안 될 변태적 취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명예롭게 기사단을 그만둘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의 입가가 냉소로 비틀렸다.

‘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군.’

세이란은 쉽지 않을 것이라곤 생각했다. 키안이 갖고 있는 비밀은 자신뿐만 아니라, 레녹스 공작가의 존폐와도 관련된 일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곁을 떠나도 좋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상관없다. 귀족들 중 그런 취미 생활을 갖고 있는 게 너 하나는 아닐 테니까.”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키안은 끝까지 그만두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세이란 역시 적당한 시기가 되면 키안을 황실 기사단을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자신과 결혼하면 기사단을 계속 다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넌 계속 고집을 피울 생각인 것이군,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도망이란 말에 키안은 긴장했다. 세이란의 태도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죄송합니다.”

키안은 일부러 풀 죽은 얼굴로 고갤 숙였다. 사실 이런 얍삽한 방법을 쓰는 건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런 모습에 약했다.

세이란은 인정머리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냉정했지만, 키안에겐 가끔 통했다. 예상대로 서늘하던 세이란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좋다, 키안 레녹스 공작. 돌아가서 기다리도록 해. 나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전하, 저는…….”

세이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오늘은 그만. 네가 보태지 않아도 지금 내 머리는 터져 버리기 일보 직전이거든. 자칫했다간 얼굴도 모르는 여인을 아내로 삼게 생겼거든.”

아내라는 말에 키안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귀족회의에서 국혼을 서두르는 모양이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정말 날 도울 수 있겠어? 날 도울 방법은 네가 나와 결혼을 하는 건데 말이야.”

겨, 결혼이라고? 키안이 그의 농담에 정색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순간 세이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네가 남자라서?”

“그렇습니다.”

“그럼 네가 여자라면 가능하다는 건가?”

“네? 그게 무슨…….”

“말 그대로다. 네가 만약 여인이라면, 나와 결혼할 만큼 내가 괜찮아 보이는지 묻는 거야.”

“아, 네. 제가 만약 여인이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전하께선 유스타나 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남편감 후보니까요.”

“나중에 딴말이나 하지 마.”

세이란이 접견실을 나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키안을 돌아보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기사단에 들러 새로 선출된 기사들의 실력을 점검해 줬으면 해. 너밖엔 믿을 사람이 없거든.”

“그렇게 하겠습니다.”

키안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대답했다. 그러자 접견실을 나가려던 그가 자신의 목덜미 쪽을 유심히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어…….”

키안은 본능적으로 벌레가 물린 곳을 손으로 가렸다. 이상하게 그의 시선이 목에 닿자, 이유도 없이 얼굴이 붉어졌다.

“벌레에게 물린 모양입니다.”

“패트리샤에게 들었다. 네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널 자신의 오두막으로 데려갔다고 하더군.”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

“혹시 패트리샤와 밤을 보낸 건 아닐 테지? 문득 네 목에 생긴 흔적이 벌레가 아니라, 키스마크란 생각이 들었거든.”

키, 키스마크라니. 절대 아니었다.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패트리샤는 제가 여장한 모습을 봐서인지, 저를 여인으로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억울한 모양이군, 패트리샤와 밤을 보내지 못한 게.”

그의 집요한 질문에 키안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그런 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세이란의 시선을 받자 온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조금 불편했다.

마치 패트리샤와 자신의 관계를 의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전하께선 패트리샤란 여인에게 마음이 있으신 걸까? 이름을 부르는 사이인 걸 보면, 무척이나 가까운 건 분명해.’

그런 생각이 들자 키안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여인에겐 관심 없습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앞으론 이성에게 관심을 갖도록 해. 수도승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

그 말만 남겨둔 채 세이란이 접견실을 나갔다. 혼자 남겨진 키안은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을 곱씹었다.

‘내가 방해가 된다는 건가? 여인을 만나야 하는데, 내가 주구장창 붙어 있어서?’

당연한 것이었다. 혈기왕성한 사내가 여인에게 관심을 갖는 건. 하지만 지금까지 여인에겐 관심도 없던 세이란이 그런 말을 하자 이유도 없이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 감정은 질투인 건가? 가장 소중한 친구를 빼앗겨서?”

**

같은 시각, 집무실로 가던 세이란이 걸음을 멈췄다. 조금 전 키안과의 대화를 떠올리자 세이란의 잘생긴 미간이 구겨졌다.

‘끝까지 나에게 비밀을 말하지 않을 작정인 거야. 거기다 도망까지 치시겠다?’

어느 정도 키안의 행동을 예상하긴 했지만, 자신만 초조하게 미쳐 날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대해야 건, 냉정하고 경계심이 많은 레녹스 공작이란 사실을 잊고 있었군.’

세이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의 키안은 미약 때문에 이성을 잃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금단의 열매에 손을 댄 느낌이었다.

키안이 아무리 서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밀어내도 아무 소용없었다. 키안이 자신의 품에 안겨 기뻐하는 모습을 이미 봐버려서인지 심장은 터질 것처럼 뛰었다.

“앞으로 어떻게 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뒤에 서 있던 아이크가 고갤 들었다. 하지만 세이란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이크 역시 그 사실을 눈치채곤, 재빨리 뒤돌아서서 시녀와 시종들을 뒤로 물렸다.

그러곤 자신 역시 세이란과 적당한 거릴 유지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세이란은 또다시 혼잣말을 했다.

“차분하게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불가능하겠어.”

자신이 인내심 하나는 끝내주게 강하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키안을 한 번 안고 나자, 매 순간 안고 싶었다. 그리고 그 증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한다?”

고민하던 그의 입가에 어느새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가당착이란 말이 딱이군.”

세이란은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키안이 자신의 제안을 듣고 어떤 표정을 할지 상상을 하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

키안은 세이란의 명령으로 황실 기사단이 있는 별궁으로 향했다. 기사단의 훈련장에 도착하자, 새로 들어온 기사들이 훈련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작님, 오셨습니까?”

드레이크가 키안을 먼저 알아보곤 서둘러 다가왔다.

“전하께서 신입 기사들이 들어왔다고 가보라고 하셨다. 기량은 어때? 쓸 만은 할 것 같나?”

키안의 물음에 드레이크가 훈련을 받고 있는 기사들 중 한 명을 가리켰다.

“그중에서 스텐호프의 실력이 가장 출중합니다. 한 번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키안은 드레이크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갤 돌렸다. 그러자 상반신을 벗고 검술 훈련 중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남자의 실력이 함께 훈련받는 자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창보단 검이 좋겠지?”

키안의 말에 드레이크가 아레오에게 검을 가져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검을 들고 재빨리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살살하십시오, 단장님. 일주일도 되지 않아 줄행랑을 치면 큰일이니까요.”

아레오의 농담에 키안이 피식 웃었다. 사실 전쟁터로 나가기 전 신입 기사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들의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한 사람씩 검술 대련을 했었다. 하지만 그 대련이 끝나고 나면, 새로 뽑힌 기사들 중 절반이 황실 기사단을 그만두었다.

“버틸 수 있는 자만 남는 게 황실 기사단이다.”

키안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 그대로 황실 기사단은 전쟁터에서 최전방에서 제국을 위해 싸우는 최정예부대였다. 목숨을 거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할 수 없었다.

키안이 겉옷을 벗어 아레오에게 건네고 훈련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때까지 훈련하고 있던 기사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이분은 황실 기사단의 단장인 키안 레녹스 공작님이시다.”

드레이크의 소개에 기사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내리곤 키안에게 예를 갖췄다.

“정식으로 기사단의 임명식을 받지 않은 상황이니, 오늘은 지원자를 받겠다. 나와 검술 시합을 하고 싶은 자는 앞으로 나오도록 해.”

키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사들이 고갤 들어, 키안을 보았다. 기사 단장이란 말에 잔뜩 긴장했던 기사들이 키안의 아름답고 여리여리한 외모를 보자 안도하는 게 보였다. 분명 상대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때 한 기사가 앞으로 나왔다. 자세히 보니 드레이크가 검술 실력이 굉장히 출중하다고 했던 그 남자였다. 이름이…….

“사무엘 스텐호프입니다.”

황제의 독사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