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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폐하의 이혼사유-150화 (150/170)

#150화, 정말 탐이 나는군.

인위적으로 만든 마수기에, 다른 마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마력을 강제로 불어넣은 것이니, 다른 마수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개체일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맞았다. 조금의 상처를 입어도 금세 상처 부위가 부풀어 올라 터져버렸다. 그리고 터져버린 잔해가 모여서 다시 모습을 갖추고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점은 진짜 마수와 매우 흡사했다.

“마수의 심장을 파괴하고, 다시 살아나지 못하도록 불태워 없애라!”

강렬한 피비린내에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마수는 끝도 없이 나왔고, 부상당하는 기사들은 점점 늘어났다. 기사들을 보호하면서 마법으로 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다 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네스 영지를 통째로 폭발시켜서 없애버릴까.

이곳 자체를 아예……흔적도 없이 없앤다면 다시 황궁으로 복귀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여기는 가넷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항구야, 큰 타격이 올뿐더러 시신들을 수습하는 것도 불가능해지겠지.’

꽤 오래 걸리더라도 마수를 일일이 처리하고 그 심장을 파괴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칼라일은 기사들에게 모두 뒤로 물러나라 지시한 다음 바닥에 네스 영지를 모두 뒤덮을 거대한 마법진을 띄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아 마수들을 몸체를 감싸 바닥으로 처박았다.

몸에 불이 붙은 마수들은 기괴한 소리를 내었고, 점점 살점이 녹아내리고 그 사이 심장이 드러났다.

주먹을 꽉 움켜쥐자 마수의 몸을 태웠던 불길은 심장을 휘감고 그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칼라일의 입 밖으로 피가 쏟아졌다.

“마력연구관님! 뒤로 물러나세요, 심장은 저희가 파괴하겠습니다!”

기사들은 칼라일은 부축했고, 아직 다 파괴하지 못한 심장을 검으로 부수기 시작했다.

‘젠장, 몸에 무리가…….’

바올 노예시장 사건 후, 마법을 사용함으로서 몸에 무리가 오는 일은 현저히 적어졌다. 애초에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던 마력을 한 번에 모아 분출했고, 마력연구관이 된 이후 몸에 무리가 오는 현상을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아마 여기서 방금과 같은 다량의 마력이 요구되는 마법을 쓴다면……예전과 똑같은 상태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후퇴를 하거나 물러날 수는 없었다.

마수가 수도로 향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네스 영지는 수도와 직결된 영지였고, 여기서 마수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아마 수도도 뚫릴 게 뻔했다.

“아아아악!”

그 순간 골목 안쪽에서 거대한 마수가 튀어나와 기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부 없앤 게 아니었나, 칼라일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수에게로 손을 뻗은 순간 확보하지 못한 시야 때문이지 휘청거렸다.

그 순간 기사들을 앞발로 찍어 누르던 마수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마치 쇠사슬에 묶인 것 마냥 몸을 덜덜 떨며 옴짝달싹 못 하던 마수는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세뇌마법이었다. 누가 마법을 쓴 거지? 그때 허공에 떠오른 마법진 뒤로 샤를로테가 나타났다.

“내가 그랬잖아……세뇌마법만큼은 너보다 더 뛰어나다고.”

샤를로테의 몸에는 거대한 마력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수의 마력, 마법사의 마력……누구의 것인지 모를 것들을 모두 흡수한 샤를로테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네가 왜 여기에…….”

도망친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왜 여기로 온 거지?

샤를로테는 피투성이가 된 누군가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알아본 칼라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루치아노?”

루치아노가 왜, 왜 저렇게 다친 거지? 황궁에 있는 게 아니었나? 목덜미가 순식간에 서늘해졌다. 마치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에 옷이 전부 피로 물든 모습을 보며 가슴 안쪽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엉키던 순간, 샤를로테가 입을 열었다.

“모든 지 할게.”

“……뭐?”

“죗값을 받으라면 받고, 죽으라면 죽고, 마수를 막고 있으라면 막을 게. 그러니 부탁이야…….”

샤를로테는 루치아노를 더 꽉 끌어안은 채 처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치아노를 살려줘…….”

***

워프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왜 워프가 되지 않지? 도대체 왜?

주먹을 꽉 쥔 채 마법진을 세게 내려쳤지만 그대로 튕겨질 뿐이었다. 네스 영지에 갈 수 없었다. 칼라일이 있는 네스 영지에, 세뇌당한 로웬이 향하고 있는 네스 영지에…….

손목이 욱신거렸다. 몇 번이나 시도했음에도 워프는 불가능했다. 미엘르도 그 원인을 모르는 듯했다. 바르셀민 백작도, 마력연구원들도, 네스 영지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네스 영지로 직접 가는 것.

……말을 타고 간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겠지. 하지만 방을 나가려는 순간 트리벨 단장이 나를 막아섰다.

“트리벨 경,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죄송합니다, 각하. 각하를 네스 영지로 가지 못하게 하라는 폐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네스 영지로 가야 한다는 것을 너도 잘 알지 않나, 트리벨 경?”

트리벨 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비켜라. 제국을 수호하는 것이 바로 네 임무다.”

“폐하의 명을 따르는 것 또한 제 일입니다.”

“로웬 경이 세뇌마법에 걸렸다. 워프 마법도 통하지 않아, 트리벨 경! 명령이다, 당장 비켜라!”

“못 가십니다, 마수가 모두 네스 영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가시면 위험합니다.”

마수가 모두 네스 영지로 향하고 있다니……?

“도대체 언제부터, 왜 나에게 알리지 않았지?”

“미엘르 안케도니아가 취조실로 이동되고, 워프 마법이 통하지 않자 그 원인을 알아내려 급하게 연구소로 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마수들이 네스 영지로 향하고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칼라일은 마수를 충분히 이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실력이 출중하다. 하지만 그 많은 양의 마수가 한꺼번에 네스 영지로 향했다고? 게다가 로웬과 군사들도 네스 영지에…….

“다행히도 현재 이뤄진 방어 체계가 마수들의 공격을 대응하는데 있어서 나름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물러난 게 아닌가……각하, 각하?”

갑자기 수도를 향해 퍼붓던 공격을 멈추고 칼라일이 있는 네스 영지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현재 이루어진 방어 체계는 쉽게 뚫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마수를 막아내는데 버거울 수 있어. 하지만 레이몬드 제국은 군사강대국, 마수에 대한 정보를 전해 받은 지금, 그렇게 쉽사리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칼라일이 있는 네스 영지보다는 공격당하기 쉬운 곳이었다. 그런데 왜 칼라일을? 왜…….

‘설마.’

일부러 칼라일을 네스 영지에 보내도록 상황을 만들고, 그곳에 발을 묶어두기 위해?

마수가 네스 영지로 가면서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트리벨 경, 지금 당장 군사들을 모두 소집하라. 어서!”

하지만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쾅!

커다란 굉음이 황궁을 뒤흔들었다.

“트리벨 단장님, 각하! 지금 수도에 베논 제국의 기사가 나타났다는 전보가 왔습니다! 그리고…….”

“……이카니엘 대공도 나타났나?”

역시, 마수를 네스 영지로 모두 보낸 것은 눈속임이었어. 정말 노리는 건 황궁이었어. 칼라일이 없고, 마수의 공격을 막느라 힘이 빠진 지금, 마수가 네스 영지로 물러나면서 경계가 풀어진 지금이 바로 공격할 때였던 거야. 하필 수도 한 가운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피신시킨 제국민들을 모두 지하궁으로 옮겨라.”

“각하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총 아홉 명의 마법사가 군사들 틈에 섞여있다. 그들은 내가 상대하겠다.”

분명 훈련이 된 마법사들로 데려왔을 게 분명했다. 상대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잘 모른다. 실력 차이가 크게 난다면, 죽을 정도의 부상을 입을지도 모르겠지. 칼라일은 다른 상위급 마법사만큼,나의 마력 컨트롤이 좋아졌다고 말했지만……실전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곧장 군사들을 데리고 수도로 가려다 아벨리와 아네트. 그리고 카렐리아가 있는 방 앞에 걸음이 멈췄다.

“아네트, 아벨리. 카렐리아!”

아벨리와 아네트를 돌보고 있는 카렐리아.

“언니. 밖이 소란스러워요, 아네트와 아벨리가 깰 것 같아요.”

“그렇지? 괜찮단다. 곧 진정될 테니까. 카렐리아 말대로 아이들이 깰지도 모르니 자리를 옮기도록 할까?”

미소를 지어주며 세 아이를 품에 안아들었다. 곧장 전장으로 가야 해서 지켜줄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을 모두 지하궁으로 데려가라. 절대 다치지 않게 해.”

시녀들 품에 아이들을 넘겨주며 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진동에 마른침을 삼켰다. 황궁마저 뚫리게 둘 수는 없다.

“폐하는 어디 계시지?”

“수도로 출발하셨습니다. 현재 베논 제국의 기사들과 대치 중이라고 합니다.”

“군사들은 모두 소집했나?”

“황궁 밖으로 대기 중입니다.”

트리벨 경이 전하는 상황을 들으며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손끝으로 반지가 만져졌다. 보석에 자잘한 흠집이 나있는 반지……칼라일은 어떻게 되었을까. 네스 영지는? 마수들을 모두 제압했을까, 로웬은 어떻게 되었을까? 당장이라도 네스 영지로 가고 싶다. 하지만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네스 영지가 아니라 수도였다. 그리고 마주해야 할 것은, 칼라일이 아니라 베논 제국 기사의 검이었고.

“각하!”

현재 수도에 배치된 인원으로는 베논 제국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대규모 군사를 한꺼번에 수도로 워프시키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돌겠군.’

루치아노가 그때 기사들을 한꺼번에 워프를 시켰을 당시, 왜 그리 욕을 해댔는지 잘 알겠다.

숨쉬기조차 버겁다.

속은 울렁거리고, 눈가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져.

지금 달려든 기사의 검 하나 제대로 쳐내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떨린다.

워프 도중 극심한 통증과 함께 마력 컨트롤이 흔들린 탓에 집결지가 아닌, 전장 한가운데로 워프를 시켜버렸다. 다행인 것은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한 이들이 베논 제국의 기사들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는 점일까.

“각하, 눈동자가……!”

눈동자?

‘마력을 얼마나 쓴 거지?’

그 순간 검에 비친 내 눈동자 한쪽이 은빛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반 정도를 사용한 건가? 아니야,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아있어. 내 몸에 돌고 있는 마력으로 과연 몇 명이나 상대할 수 있을까.

“마법사들은 내가 상대하겠다. 다른 이들은 기사들을 막아라, 수도에서 벗어나도록 밀어붙여라!”

그 순간 검은 인영이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마법사들 셋에게 둘러싸였다. 트리벨 경이 내 쪽으로 오려고 했지만, 다른 기사들에 의해 막혔다.

지금 이곳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총 아홉. 그중 한 명은 이카니엘 대공이겠지.

그리고 아홉 중, 셋. 모두 상당한 마력을 지닌 마법사지만, 루치아노보다는 아니야.

마법사들 중 한 명의 목을 움켜쥔 채 그대로 마력을 흘려보냈다. 내가 알고 있는 공격마법은 극히 적다. 하지만 루치아노가 알려준 것이라면…….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법사의 머리가 뜨거운 불꽃과 함께 터져버렸다.

분명 루치아노가 말했다. 이 마법을 사용하면 손에 잡힌 대상이 무엇이든, 순식간에 불길과 함께 없애버릴 수 있다고. 대상을 확실히 처리할 수 있지만,

‘윽!’

나에게도 반동이 온다고.

얼굴 위로 튄 피가 마치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 불쾌한 감촉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손을 멈출 수는 없었다. 죽은 마법사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남은 두 마법사가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곧장 다리에 힘을 줘 몸을 지탱하고는 바닥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검은 가시로 마법사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마법으로 사람을 죽인 적은 없다. 워프를 썼을 때보다 더, 끔찍하고도 괴로운 감각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루치아노가 말한 반동 때문에 왼쪽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전의 마법 때문인지 왼쪽 팔은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마법사 셋을 처리하기조차 버겁다. 하지만 다섯 명을 마법사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카니엘 대공은?

그 순간 트리벨 경이 날카롭게 외치며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다섯 명의 마법사가 동시에 나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다섯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법을 쓰기도 전에 나에게 달려들던 마법사들의 움직임이 동시에 멈췄다.

마법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 순간 다섯 명의 마법사들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졌다.

“마법을 얼마 배우지 않았음에도 상급 마법사들과 대치할 정도라니…….”

그리고 죽은 마법사들 뒤로, 이카니엘 대공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죽은 마법사들을 향해 비소를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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