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비의 대역으로 살아남기-126화 (126/126)

epilogue(II). Happily ever after.

2018.08.30.

오랜만에 세이와 황궁 밖을 나왔다. 세이가 우리 이쁜 막둥이를 임신하고 한창 내가 입덧 중일 때 나오고 처음이었다.

나는 입덧 중이라 아무것도 못 먹는데 세이는 당시에 먹고 싶은 것이 많았다. 특히나 황궁 밖의 각종 길거리 음식을 어찌나 좋아하던지...

나는 냄새 때문에 돌아다니는 것도 고역이었는데. 뭐, 그래서 귀여운 딸내미가 생겼으니 만족하고 있다.

"세이, 이 인형 너무 예쁘지 않아? 베로니카가 좋아하겠지?"

"벨에게는 당신이 이미 사다 준 인형들만으로도 충분해요. 인형으로 방 하나를 가득 채워 놓고는?"

아니 프리케 그놈이 딸에게 보석 달린 인형 선물했다고 자랑했단 말이지. 우리 딸은 그것보다 더 좋은 인형을 가져야 한다고!

"카일, 당신 프리케랑 경쟁하는 것 그만둬요. 도대체가 3년 전 자랑을 가지고 이제 와서 뭐 하는 짓이에요?"

세이와 함께한 지 10년을 넘기고부터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속을 전부 들키게 되었다. 무서운 부인!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

"네, 부인."

사실 오늘은 둘이서 빈민가와 고아원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이고.

그런데 여기저기 가게마다 어쩌면 저리도 우리 딸에게 주고 싶은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은지. 다음에 세이 몰래 나와서 한 번 상점가를 휩쓸어야...

"몰래 나와서 살 궁리도 하지 마요."

"헉, 세이, 이제 네가 무서워질 지경이야."

"당신도 그러면서, 뭘 그래요? 새삼스럽게."

그건, 뭐, 그렇지. 하지만 세이가 나보다 더 족집게가 된 것 같다.

상점가 구경 후 빈민가로 갔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나온 시찰이었다. 호위도 거의 없었다.

내가 여전히 능력 있는 소드마스터이기도 하지만, 세이가 정령의 여왕임을 자각한 후 최고의 호위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잘한 놈을 잡는데 정령왕을 부를 수는 없지.

"손 떼지?"

"어머!"

"쳇, 이거 놔!!"

조그마한 남자아이가 세이의 돈주머니를 훔치려다가 내 눈에 띄었다. 내게 손을 잡힌 소년은 팔을 휘두르며 거칠게 저항했다.

우리 레길루스만 한 나이일까? 고작해야 15살 정도의 아이가 어째서 범죄의 길에... 내가 나라를 잘못 다스렸나?

이런.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세이가 짐짓 화난 표정으로 엄하게 물었다.

"어째서긴? 돈이 없으니까 돈 많아 보이는 귀족들 주머니를 터는 거지!"

"그런데 너 왜 반말이야?"

"왜? 귀족 나리들에게는 무조건 존댓말을 해야 하는 법이라도 있어?"

아쭈구리 이 쪼끄마한 놈이 계속 세이에게 반말하네? 이놈 혼 좀 낼까?

내가 눈에 힘을 주려는데 세이가 막았다.

"몇 살이야?"

"15살이다. 왜?"

"우리가 귀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는 존중의 의미로 존댓말을 해야 하는 거야."

"나이만 많으면 어른인가? 나쁜 놈들이 무슨 어른이야."

"우리가 네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잖아. 오히려 네가 내게 해를 끼치려고 했지."

세이는 차근차근 소년에게 설명을 했다. 저것은 날뛰는 두 망나니 황자들을 차분하게 만드는 기술! 세이는 레길루스나 페레스를 대하듯 다정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한참이 걸린 세이의 야단에 소년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래, 우리 레길루스도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찌 버티겠느냐.

"흐어어엉, 잘못했어요."

엉엉 울던 아이는 세이의 설득에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베로니카의 탄생을 기념하며 만든 고아원에서 살았다. 그런데...

"죽일 놈들이군."

"어쩜, 아이들을 학대하다니... 용서할 수 없네요."

"아저씨, 아줌마가 우리 구해 줄 수 있어요? 훌쩍, 여동생을 데리고 나와야 하는데, 방을 얻을 돈도 없고, 흐윽."

"물론이지. 우리가 해결해 줄게."

아이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우리를 믿고 따르기로 했다. 소년이 앞장서서 걷는 동안 나는 조금 기가 죽은 채 세이에게 말했다.

"나름 열심히 감찰한다고 했는데."

"예산이 잘 쓰이고 있는지 얼마나 열심히 체크한지 알아요. 그리고, 세상 곳곳에는 나쁜 사람들도, 불쌍한 사람들도 계속 생기잖아요."

"내가 일을 잘 못하는 황제인 걸까?"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황제는 없어요. 대신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도움 주려는 노력을 하는 황제는 당신 밖에 없을 거예요. 그것을 백성들도 알고 있구요."

"응."

세이는 언제나 날 위로해주는 재주가 있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날 기운 나게 만드는 존재이지. 그녀와 함께한 인생은 내 인생의 절반이 아직 되지 않았지만, 세이가 없었던 시절보다 훨씬 가치 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 원장님, 고위 귀족이라던데, 진짜 믿어도 돼요?"

"이 아저씨를 믿으렴."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아원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테오? 이 버러지가 왜 돌아온 거냐?"

"데이지를 찾으러 왔어. 내 동생 돌려줘."

"허! 이 미친놈이. 내가 왜 내 돈줄을 네게 주냐?"

"황제 폐하가 주시는 지원금은 우리를 위해 쓰라고 주신 거지 당신 같은 악당을 위한 것이 아니야!"

"웃기네. 너희는 그냥 제 아내한테 잘 보이려는 팔불출이 뿌리는 돈을 받아내는 구실일 뿐이다. 그리고 여기 고아원의 황제는 나야."

호오, 저 고아 원장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군.

"왜요? 안에 무슨 일 있어요?"

잘 듣지 못하는 세이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나는 세이를 보고 활짝 웃었다.

"아내한테 잘 보이려는 팔불출이 활약할 시간이 된 것 같아."

나는 당장 고아원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쥐새끼같이 생긴 원장이 막 테오라는 소년을 때리려 손을 든 순간이었다.

"누구야?"

"팔불출이다. 왜?"

고위 귀족이라더니 내 얼굴도 모르네? 자, 이제 팔불출 황제의 무서움을 보여줄까?

원장은 나와 같이 들어온 세이의 생김새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급 허리를 굽신거리며 인사했다.

"후원하러 오셨나 보군요. 어이쿠, 제가 몰라뵙고."

"후원은 계속하고 있었는데, 이제 지원금을 끊고 여기 폐쇄할 거야."

"무슨 소립니까? 여기는 황제 폐하께서 직접 설립한 고아원으로."

"그니까 폐쇄한다고. 덤으로 너는 황족 모독죄로 즉결 처분이야. 알리페르!"

소드마스터가 된 처남은 호위가 필요 없다는데도 혹시나 하고 늘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수행했다.

"예, 폐하."

"잡아가. 그리고, 여기 서류들도 샅샅이 챙겨."

"비밀 서고가 어딘지 제가 알아요. 봤어요!"

테오라는 소년이 번쩍 손을 들며 외쳤다. 고아 원장은 겁에 질린 얼굴로 그대로 끌려가서 곧 도착한 근위대에 의해 압송되었다.

"테오. 내가 고아원을 만들기만 하고 잘 관리하지 못해서 너희를 고통스럽게 만들었구나. 대신, 너희를 괴롭힌 고아 원장을 엄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철저히 관리 하마."

"감사합니다. 폐하."

"그리고 손이 빠른 편이던데 검술을 배워보지 않겠니?"

내 말에 세이가 손뼉을 쳤다.

"어머, 카일 좋은 생각이네요. 비스 기사 아카데미에 시험 쳐 볼래? 기사단에 들어가면 종기사의 신분이 돼서 주급도 나와."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근성만 있으면 할 수 있어. 그렇죠, 카일? 여동생은 좀 더 안전한 고아원이나 비스 공작가에서 돌봐줄 수 있을 거야."

장인, 장모께서 아이들을 후원하면서 뒤늦게 아이 키우는 재미에 빠지셨다. 그래서 아마 잘 봐주실 것이다.

사실 손만 빠르다고 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으로 이 소년에게는 충분하겠지.

행정적인 부분을 마무리 지은 뒤 세이와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황궁으로 돌아갔다.

"제국의 황제라는 것은 많이 어려운 길인 것 같아."

"충분히 잘하고 있잖아요."

"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오늘 같이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도 있고."

"우리가 모든 이들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겠죠? 그런 면에서 당신은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려고 늘 노력하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제국민에게는 힘이 될 거예요. 힘들어도 언젠가는 우리가 그들을 구해준다는 희망이 되는 거잖아요."

세이는 내가 18살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언제나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내가 살아갈 길을 비춰주고, 내 손을 잡아끌어주는 나의 소중한 빛.

"내가 다른 사람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은 네가 늘 곁에 있어줘서야."

"내 희망도 당신이었는걸요."

세이의 미소가 노을과 함께 붉게 빛났다. 그래. 내 빛이야. 그것은 내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겠지.

"아바마마."

여기 또 있네. 나의 빛, 나의 꼬마 숙녀.

세이를 쏙 빼닮은 적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나의 공주님이 치맛자락을 잡고 내게 인사했다.

언제 저렇게 예법을 배웠을까? 제 오라버니들의 8살 때와는 달리 베로니카는 벌써부터 공부에 열심히였다. 그게 안타까웠다. 조금은 더 어리광을 부려야 하는데.

"베로니카. 이리 오렴."

내가 팔을 활짝 펴고 베로니카를 안아들 준비를 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뿐사뿐 걸어와서는 눈앞에 섰다.

"너무해,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내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더니."

"숙녀는 그러는 것 아니랬어요."

고개를 살짝 들고 도도하게 말하는 우리 황녀님의 목소리는 귀여움 그 자체였다.

"그럼 여기, 아빠한테 뽀뽀는 해줄 거지?"

"그건 물론 해드릴게요."

베로니카가 내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하는 순간 나는 내 꼬마 숙녀를 들어안았다.

"아바마마. 벨은 이제 꼬마가 아니라 숙녀라고요."

"아직은 좀 더 어려도 돼. 그치 세이?"

세이는 이런 날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이런 우리 부녀의 모습을 질투하고 달려오는 두 망나니들이 있었다.

"아바마마, 반칙입니다. 벨 내가 안아주는 것은 이제 거부하더니 아바마마께는 안긴 거야?"

"벨, 내가 책 읽어 주기로 했잖아. 얼른 아바마마에게서 내려와."

동생 태어나는 것 싫다던 놈들이 계속 나의 공주님들을 노렸다. 이놈들, 워이. 원래 딸들은 오빠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벨, 아빠가 책 읽어주고 정령왕들 불러줄게. 아빠랑 놀자."

"어마마마랑 꽃 구경 할 거예요."

한 번씩 단호한 면까지 제 어머니를 닮았구나. 두 황자들은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황궁에 세이를 이길 사람은 없지.

결국 세이와 베로니카가 손을 잡고 유리온실로 갔다. 베로니카의 남은 한 쪽 손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 싸움은 결국 내 승리로 끝났다.

"벨, 오늘 예법 수업 외에 뭐 했어?"

"왈츠 추는 것을 배웠어요."

"뭐?"

"어떤 놈이 우리 벨의 손을 잡았어?"

내가 할말을 두 황자들이 대신해줬다. 내가 우리 딸 첫 춤을 가르치려고 했는데.

"아르센 오라버니요."

그놈이라면 테일러 녀석의 장남이었던가? 왜 그놈이 황궁까지 와서 춤 선생 노릇을 한 건데? 다시는 황궁에 못 오게 해야지.

"아르센 오라버니는 힘도 세고, 매너도 좋고 멋진 것 같아요."

"내가 더 힘 세."

"대련하면 페레스도, 아르센도 다 나한테 지거든?"

"이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힘이 강하단다."

세이와 베로니카가 우리를 쳐다보다가 피식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모녀가 웃는 것도 똑같네. 참 이뻐. 헤헤헤. 누구 아내인지, 누구 딸인지 참 예쁘구나.

"아바마마, 입 다무시죠."

"너도 마찬가지구나. 레길루스."

"아무리 그래도 페레스보다는 낫습니다."

"닥쳐, 형."

나를 닮은 내 아들들은 요즘 한창 서열 싸움 중이었다.

"페레스, 말버릇이 그게 뭐니?"

세이의 잔소리에 페레스는 당장 꼬리를 말았다.

"어마마마. 이 꽃이 마거레트죠? 꽃이 피면 향이 정말 예쁠 텐데."

"벨이 피워볼래?"

"웅, 아직 잘은 못하지만 해볼래요."

우리의 꼬마 숙녀는 끙끙거리며 힘을 주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걸렸지만 곧 향기로운 꽃이 피어났다.

"우리 벨, 최고구나. 아빠는 눈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아."

"벨, 멋져! 오빠가 반했어!"

"형보다 내가 먼저 반했어."

베로니카는 내 칭찬도 제 오라버니들의 칭찬도 들리지 않았다.

"어마마마. 저도 나중에 정령수를 키울 수 있어요?"

"그럼, 너는 정령왕들이 인정한 정령들의 공주인 걸."

"저도 어마마마처럼 정령들과 사이좋게 지낼래요."

나와 세이는 잠시 서로 쳐다보았다. 우리는 아마 같은 존재를 잠시 떠올린 것이겠지.

"그래. 그렇게 하렴."

"그래도 이 아빠와 제일 많이 놀아야 해."

"그 다음은 나야."

"쳇, 그 다음은 나야, 찜!"

아마 역사서에는 팔불출 황제와 황자들이 정령의 여왕, 그리고 공주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기록되겠지?

세이가 힘든 상황에서도 황태자비의 대역으로 들어와 주었던 것은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해야겠다.

사랑해... 나의 빛, 아르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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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18.08.30.

안녕하세요 드림아뜰리에입니다.

드디어 완결이네요. 완결이 이렇게 후련한 것인줄 몰랐습니다^^

막판에 코난님들이 다수 출동하셔서 이미 완결까지 쓴 원고를 틀어버릴까 정말 고민했다는ㅋㅋㅋ 특히 넬님의 119 화의 댓글은 진짜 제 온몸에 소오름!! 알비가 기억의 조각(이나 다름없는 봉인이지만ㅋ)이었다는 것까지 알아내시다니! ㄷㄷㄷ

떡밥을 뿌린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제 오늘 신작포함 거의 8편을 퇴고하고 올리고하느라 잠도 설치고 많이 피곤하네요. 솔직히 마지막에는 얼른 완결하고 싶어서 마구 올렸어요.

홀가분하면서도 허한게... 임시저장함에 남은 회차가 없는게 낯설어요ㅎ

사실, 스토리를 짜내는 것은 자신이 있는데 심리묘사나 감정선을 세밀하고,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지 몰랐어요.

실력보다 과분한 사랑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공모전 본선 이후, 결선에 올라가지 못했을 때 여러가지 감정에 많이 힘들었어요. 남들과 비교하게되는 나를 발견하게되고, 왜 이것 밖에 못하나 자책도 하게되고...

사람의 욕심이라는게 참 많은 것을 힘들게 하더군요^^

그래서 끝까지 정연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출판제의도 다 거절하고 완결까지 왔는데, 네이버는 끝내 제 짝사랑을 외면하셨습니다ㅋㅋㅋㅋ

아마 그때 출판제의를 승낙하고 포텐업 도전을 포기했어도 후회했을 것이기 때문에 미련이나 후회는 없어요.

음 중간 과정을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첫 제의를 준 출판사에게는 서운한 마음도 있었어요.

기다려주지도 않겠다 하는 걸 보니 내 작품이 그렇게 탐나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구요. 거절해도 불이익 없다해놓고 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첫 출판사 덕에 다른 출판사랑 플랫폼도 다 거절했네요ㅎㅎ

저, 세이보다 뒤끝도 많고 땅꿀도 잘파는데ㅋㅋㅋㅋ

덕분에 슬럼프와 우울증 비스므리한 것을 좀 지독히 겪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참, 큰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그래도 연재중에는 티 안났죠??

ㅎㅎ 그랬다면 저는 잘해냈다고 생각 될 것 같아요ㅎ 내용이 작가 닮아 우울해 질까봐 걱정됐었거든요^^

사실 여러분이 댓글달아주시는 것에 글쓰며 울다가 웃기도...(조울증인가;;;) 다행히 내 엉덩이는 멀쩡해요ㅋㅋ

여러분들이 아니었으면 완결까지 못썼을 거예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글내림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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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네이버에 대가 없이 공짜로 트래픽 늘려주는것 하기 싫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 나의 피와 땀과 눈물이니까요. (하지만 미약하게 트래픽 보탬되라고 또 신작을 팠지. 본업이나 잘하자고 절필도 고민했는데 말이죠ㅋ)

일단은 열흘 정도는 오픈해 둘 생각입니다. 늦게 시작하신분들도 그 즈음이면 다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출간 예정이 없기에 그대로 둬도 된다는 고민도 오래했는데요ㅎㅎ 마냥 오픈해 놓기에는 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이딴걸 소설이라고 썼단 말이야? 하고 이불킥 할 것 같습니다ㅋㅋ

9월 10일 오후 10시에 에필로그를 제외한 본편은 내릴 예정이니 그 사이 정주행 하실분들 열심히 해주세요^

아침까지 마음이 반반이었는데, 소문으로 듣고 예상은 했지만 완결도장 박힌 후 우수수 떨어지는 관작을 보니 끝까지 나둬도 다시 안읽을 분도 많겠구나 싶어서 아침에 결심했어요ㅎㅎ 다시 조금 회복은 됐지만 마지막 에필로그가 올라가면 또 떨어지겠죠?

(내심 관작3000은 넘겨보고 싶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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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글내림에 대한 다 한 때의 생각이었습니다. 글내림 취소 되었으니 마음껏 읽으세요ㅎㅎ 네이버님!! 미미한 트래픽이라도 다 가져가슈!>>

그리고 댓글로 많은 외전 요청하신 것 봤는데요. 얼마전 완결 시점 공지때 말씀드린대로 외전은 에필로그 2편 올린 것 외에는 현재 생각이 없습니다.

신작에 집중하고 싶어서요.

나중에 신작쓰다가 카일♡세이가 그리우면 조금씩 써 보겠지만, 그게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작가도 모릅니다ㅎ

그리고 음, 신작...

초반에 별테를 회차당 2~3번씩 당해서 너덜해졌네요ㅋ별테에 마음이 상하거나 상처 입지는 않지만 기운이 많이 떨어지긴 해요ㅎ 집요하게 괴롭히는 것을 보니, 저 단단히 미움받나봐요. 아님, 이번 신작이 재미없나...? 더 노력해야겠군요...ㅋ 개드립과 심쿵, 러브러브를 팍팍 쳐넣어야ㅋ

하지만 많이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저는 * 왕녀님이 제국 길들이는 법 * 으로 계속 찾아뵙겠습니다.(제목이 바꼈어요~~)

감사했고,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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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외전)) 베로니카의 외출. (+ 글내림 취소 공지)

2018.09.10.

제국 데피니토르의 유일한 황녀 베로니카는 요즘 불만이 많았다.

"젠장. 내가 뭐 대단한 것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정령들이랑 세상구경을 하겠다는데!!! 왜 막는 거야 도대체!"

"화, 황녀님!"

어느새 훌쩍자라 15살이 된 베로니카는 아직 황궁 밖을 혼자 나가 본 적이 없었다. 나가려고 하면 호위 기사를 자처하는 남자들이 줄줄이 붙어서 나가는 의미가 없었다.

"뭐, 왜?"

"우리 황녀님 말투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어. 흑."

베로니카의 친구이자 시녀인 슈리에는 지독한 사춘기를 보내는 베로니카를 보며 걱정했다. 어린 시절 언제나 반듯하게 시키는 것만 하던 예쁜 소녀는 어느 순간부터 황궁을 지독히도 싫어하게 되었다.

"내가 험악한 것은 오라버니들 탓이거든?"

어린 시절 망나니로 불리던 두 황자 레길루스와 페레스는 어느새 듬직한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

형인 레길루스가 황태자 자리에 올랐고, 형의 능력을 인정하고 깔끔하게 승복한 페레스는 요즘 재상 자리를 노리고 열심히 행정을 공부하고 있었다.

형제끼리 우애가 남달라 카일룸과 아르세이아 두 황제 부부는 걱정이 없었다. 요즘 문제는 금지옥엽 막내딸일 뿐이었다.

"왜요? 황태자 전하도 2황자님도 황녀님께 얼마나 애틋하신데."

"그게 문제라고!! 도무지 감시가 너무 심해서 놀 수가 없잖아."

"노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귀족 영식들을 만나시려고..."

슈리에는 노려보는 베로니카 때문에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그, 그러면 정령계를 이용해 나가시는 건 어때요?"

"응?"

"그, 황후 폐하요, 예전에 황궁에 난리가 났을 때 정령계를 통해서 안전하게 탈출하셨다잖아요."

"그래!! 그 방법이 있구나. 슈리에 고마워."

베로니카는 예쁘게 찡긋 웃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슈리에는 뭔가 잘못 내뱉은 것 같아서 불안했다. 설마 진짜 나갈 건가?

"벨! 황태자 오라버니 왔다!"

"황태자보다 더 멋진 둘째 오라버니도 왔지."

갑작스러운 두 오빠의 난입에 베로니카의 두 눈은 찡그려지고 말았다.

"아니! 이 고운 우리 동생의 미간에 주름을 잡은 것은 누구냐? 이 황태자님이 용서하지 않겠다."

"형님이겠죠. 그치 벨. 둘째 오라버니가 왔으니 그만 미소를 지어주지 않겠니?"

"둘 다 꺼져!! 숙녀의 방에 왜 맨날 허락 없이 들어 오는데? 나가!"

"벨!!"

두 황자는 베로니카의 손에 쫓겨나고 말았다.

"우리의 베로니카가 많이 예민해졌네."

"그, 달거리 날이라도 된 걸까요? 어마마마가 아직 어려서 그 즈음에 더 예민해질 거라고 했는데."

"어릴 때는 언제나 방긋방긋 웃어줬는데."

"그게 다 아르센 자식 때문입니다."

"맞아. 베로니카가 우리한테 처음으로 짜증을 낸 것이 그때부터였지."

베로니카는 황녀이기에 아직 사교계에 정식 데뷔하지 않았음에도 종종 연회에 불려가곤 했다. 그건 예쁜 딸을 사방팔방 자랑하고 싶었던 황제의 영향이 컸다.

문제는 지난여름 반딧불이 파티 때였다.

이것은 황제가 정령의 여왕인 황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려고 만든 파티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황제는 황후를 에스코트해야 하기에 두 황자는 베로니카의 에스코트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덕분에 사교계의 무수히 많은 꽃들은 찬밥 신세가 되기도 했었다.

아무튼, 두 형제가 여동생의 선택을 기다리는 사이, 여동생을 가로챈 나쁜 놈이 있었다.

그 일로 두 형제는 아르센과 대련을 신청했고, 아르센을 혹사시켜 쓰러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안 여동생은 두 오라버니에게 꼴도 보기 싫다며 화를 냈었다.

"아르센 클리페울룸 자식!! 우리의 소중한 동생을 흑화 시켰어!"

"오늘 그놈이랑 대련 한 판 해서 짓밟아 놓는 것 어떻겠습니까?"

"좋다. 아우여. 가자! 감히 벨의 첫 춤조차 가로챈 악당을 처단하자."

이미 20대가 되었음에도 여동생 문제에서는 여전히 철이 없는 형제였다.

한편 오라버니들이 사라지고 혼자 남은 베로니카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가벼운 옷과 약간의 돈.

"저기, 황녀님, 진짜 나가려고요?"

"네가 방법도 알려줬는데 꼭 나가야지. 아무렴."

"허억!!"

슬금슬금 밖으로 나가려는 슈리에를 베로니카가 불렀다.

"너!! 어마마마나 아바마마에게 이르기만 해 봐! 절교할 거야!"

"황녀님, 힝."

만찬 시간이 되었다. 일단 밤늦게 나갈 생각이었기에 얌전히 만찬장으로 내려갔다.

황후 아르세이아가 다른 것은 몰라도 저녁은 다 함께 먹어야 한다고 해서 지켜야 했다.

"베로니카, 어서 오렴."

아르세이아는 언제나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로 자식들을 맞이했다. 정령왕들의 보살핌 때문일까? 황제도 황후도 40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한 미모와 젊음을 뽐냈다.

"어마마마."

베로니카는 자신의 어머니를 꼬옥, 껴안았다. 정령의 여왕에게서만 나는 숲의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베로니카는 그 향이 좋았다. 닮고 싶었다.

"벨, 이 아빠도 안아주지 않겠니?"

옆에서 황제 카일룸이 아르세이아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베로니카의 아버지는 제 오빠들 못지않게 자신을 과보호했다. 하지만 철없는 오빠들과 달리 아버지는 밉지 않았다. 조금 바보스러울 때도 있지만.

"아바마마, 물론 해드려야죠."

베로니카는 황제를 안아 주었다. 뒤늦게 나타난 두 황자들은 난리였다.

"벨, 우리는?"

"아바마마 치사하십니다."

"흥!"

하지만 아르센 사건으로 단단히 미움 털이 박힌 형제에게는 그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벨, 아직도 두 사람에게 화가 덜 풀린 거야?"

"아직 저 두 사람이 아르센 오라버니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걸요."

"너희 그게 사실이니?"

"그, 그게..."

오늘 대련을 핑계로 더 때려주고 왔다.

"테일러가 그러는데 이놈들이랑 대련하고 와서 녹초가 되어 있다더군."

카일룸이 아르세이아에게 일러바치자 두 망나니가 사색이 되었다.

"오라버니들!!"

"두 사람, 아르센에게 왜들 그러는 거니? 적당히들 하렴."

"그, 그게..."

"이러다 우리 베로니카 나중에 시집 못 가겠네. 제국의 영식들은 전부 너희가 극성맞은 것을 알고 있으니..."

"응? 우리 벨 시집보내야 해? 평생 내가 끼고 살랬는데."

카일룸의 철없는 말에 두 형제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베로니카는 살짝 질린 표정이었다. 잊고 있었다. 제 아버지도 제 오라버니들 못지않은 과보호쟁이라는 것을.

"카일, 당신 그러면 벨이 싫어할 거예요."

"어? 어?!"

"정말 당신이 믿고 맡길 수 있으면서, 베로니카가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찾아줘야죠."

"저는, 아바마마처럼 평생 어마마마만 바라보고 사랑해 주는 그런 운명적인 남자 만나고 싶어요. 한 눈도 안 팔고, 능력도 있고, 또 아바마마처럼 잘생기고, 그런 사람이오."

카일룸의 입이 헤 벌어졌다.

"벨, 그런데, 이 아빠 닮은 완벽한 남자는 세상에 또 없을 텐데... 어쩌지?"

가족끼리 화목한 저녁 만찬이 끝난 뒤, 베로니카는 열심히 제 방으로 돌아가 밤이 되길 기다렸다.

"황녀님, 진짜 나갈 거예요?"

"너, 그거 알아? 어마마마가 12살 때 운명적인 상대인 아바마마를 만났대. 나는 벌써 15살이라고. 여기서 과보호쟁이들에 둘러싸이면 평생 운명의 남자는 만나보지도 못하고 늙을 거야."

밖에 나가서 놀고 싶은 것은 사실 두 번째 이유였다. 제 진짜 운명의 짝을 찾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결국 한밤중, 베로니카는 제방을 몰래 빠져나왔다. 그리고 온실에 연결된 정령계로 갔다.

"다들, 내 부탁 좀 들어줘요."

"우리는... 네 어머니에게 혼나고 싶지 않다..."

아르도르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르세이아에게 혼나는 것은 정령왕들도 무섭다.

"게다가 이 시간에 나가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딸이여."

"세상 구경만 하고 바로 들어올게요. 다들 나 지켜줄 거잖아. 위험하지 않을 거야."

"여왕이 알면 경을 칠 거다."

"그럼, 하룻밤만요. 네? 계속 거절하면 다음 대의 정령의 여왕 따위 안 할 거야!"

베로니카의 생떼에 정령왕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럼 해가 뜨기 전에는 돌아가는 것으로 하자."

"네!!"

"어디로 보내 줄까? 딸이여."

"음, 황성의 번화가! 이 시간에도 사람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닌댔어요."

정령왕들이 그쪽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나간 쪽으로 돌아오면 다시 문을 연결해주마. 해뜨기 전까지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에우루스의 바람이 널 강제로 이동시킬 것이다."

"알았어요. 다녀올게요."

베로니카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문을 통과했다. 준비했던 옷은 두고 돈만 챙겨갔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설레었다.

"여왕. 이러면 된 것인가?"

"응. 고마워, 모두들. 카일도, 아들들도 너무 싸고 돌아서, 호호. 베로니카에게도 자유를 줘야지. 숨이 막힐 거야."

"시간이 너무 늦지 않았나?"

"아르센이 대기하고 있으니 뒤에 따라다니면서 잘 지킬 거야. 너희도 주시하고 있다가 언제든지 튀어 나갈 거잖아."

"그래. 그렇게 하마."

아르세이아는 베로니카가 나간 문을 다정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베로니카는 처음 보는 광경에 혼이 팔렸다. 화려한 야시장과 불빛들은 그것들을 처음 보는 베로니카의 마음을 훔쳐 갔다.

"이거, 얼마에요?"

"동화 네 개요."

그녀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냈다. 하지만 동으로 만든 동전은 없었다.

"거슬러 줘요."

"어이쿠, 아가씨, 저는 이런 금화를 거슬러 줄 돈이 없습니다."

"힝... 먹고 싶은데."

거스름돈을 포기하기에는 주변에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리고 가지고 나온 금화의 개수는 정해져 있었다.

"어휴, 예쁜 아가씨. 잔돈이 없나보네. 저기 우리 점포로 가면 바꿀 수 있는데 잠시 따라가시겠소?"

턱 보기에도 나 범죄자요 하고 생긴 남자가 베로니카에게 접근했다. 세상 물정은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은 타고난 베로니카는 그 남자를 무시했다.

그러자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한 남자가 곁으로 다가와 베로니카의 손을 잡아챘다.

"당신 뭐야?"

숨어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르센이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그 손 떼지?"

검은 머리의 20살 즘 되어 보이는 청년이 건달의 손을 꽉 잡았다. 남자는 저항하려고 팔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런데 건달의 얼굴이 붉어질 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얼른 놓고, 아리따운 레이디의 손을 함부로 잡아챈 사과를 하지그래?"

"으, 윽. 죄, 죄송합니다."

풀려난 남자는 부리나케 뛰어 사라졌다. 뛰어가는 남자의 팔에는 진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고맙습니다."

"이 시간에 어린 영애가 혼자 다니니 이런 일에 휘말리지요. 호위는 데리고 오지 않은 겁니까?"

"어, 부르면 나타나기는 할 건데, 사람들 앞이고 해서 아직 못 불렀어요."

"호위가 미리미리 이런 일을 차단해야 하는데, 쓸모가 없군요."

뒤에서 아르센이 이를 악물었다. 남자의 정체를 알아 본 아르센은 당장 제 아버지에게 달려가 고해바치고 싶은 것을 참았다.

"저기, 그런데, 음, 제가 잔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잔돈 있으시면 바꿔 주실래요? 여기저기 처음 보는 음식도 많고 장난감도 많아서 갖고 싶어서요."

"아, 그런가요. 처음 와봤나 보군요. 얼마든지요. 괜찮으시면 제가 에스코트해도 될까요?"

검은 머리의 청년은 키도 크고 훤칠했다. 오라버니, 황제, 호위인 아르센 외의 남자를 본적 없는 베로니카는 심장이 나대는 소리에 얼굴이 붉어졌다.

낯선 남자에게 처음으로 에스코트를 받는 것이었다.

"네, 좋아요."

남자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줬다.

"우와, 이 머리핀 예쁘다."

"잘 어울리네요. 제가 꽂아 드리죠."

남자는 베로니카의 머리를 살짝 잡고 핀을 꽂아 주었다.

"능숙하시네요. 여자분들과 많이 사귀어 보셨나 봐요."

약간 뾰로통하게 답이 나갔다.

"한 살 위의 누님이 절 이런 일에 많이 부려 먹으셔서요."

"아... 누나가 있어요?"

"네. 여장부인 누님 덕에 가문은 맡겨두고 저는 마음 편히 이렇게 세상 구경을 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답니다."

"혹시, 북부 왕국의 사람이세요?"

"네."

베로니카와 그 남자는 야시장이 파하기 전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하하, 그러니까 과보호하는 오라버니들 때문에 가출한 겁니까?"

"네. 이러다가는 평생 대문 밖을 못 넘겠더라고요."

"그래도 혼자서 이렇게 밖에 나오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는데... 운명의 남자를 만날 기회도 찾고 싶고, 아, 방금 것은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남자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흠, 그럼 내일은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다시 나오시죠? 운명의 남자분을 찾는 것을 제가 도와드리죠."

"네? 어, 장담은 못 하지만..."

"자, 늦었으니 바래다 드리죠."

베로니카는 정령들과 약속한 장소 근처로 갔다.

"저,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

"내일 달이 뜨기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중하게 손등에 키스를 하는 남자에게 결국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베로니카는 마구 뛰어서 골목 사이로 사라졌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베로니카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났다. 서로의 이름도, 신분도 몰랐지만 베로니카는 그 남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남자가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기다리다 지친 베로니카는 더 이상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제 방에 틀어박혀 울고만 있었다.

"베로니카."

"흐아아앙. 어마마마."

아르세이아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등만 토닥여주었다. 아르센에게 전말을 전해 들은 아르세이아는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우리 딸, 잘 크고 있네."

* * *

다음 달 베로니카가 16이 되는 생일 연회가 열렸다. 베로니카는 짧고 굵었던 첫사랑의 추억 때문에 조금은 야위었다. 하지만 마냥 소녀 같은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러 귀족 영식들이 입에 흐르는 침도 채 닦지 못하고 쳐다보고 있었다.

"저것들이 감히 우리의 소중한 여동생에게 음흉한 눈길을 보내는군."

"형님, 얼굴을 잘 기억해 두시죠."

두 망나니는 여전히 여동생이 왜 자신들을 싫어하는지 몰랐다.

베로니카는 황제에게 아주 예쁜 정원이 있는 별장을 선물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아바마마와의 첫 춤을 끝내고 여러 남자들이 춤을 청했지만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영애들과 담소만 나누었다.

"어, 저 영식은 누구예요? 처음 보는데. 와, 잘생겼다."

갑자기 등장한 남자에 어린 소녀들이 설렘에 얼굴을 붉혔지만 베로니카는 쳐다볼 생각도 없었다.

"어머, 왜 이쪽으로 오지? 황녀님에게 도전하는 새로운 용자인가? 호호호."

베로니카는 영애들의 웃음소리에 콧방귀를 뀌며 음식이나 주워 먹었다.

"베로니카 황녀님. 제게 춤을 함께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됐으니까 저리... 응?"

낯익은 목소리에 베로니카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손으로 입을 막아 버렸다.

"아름다운 레이디, 집안 사정으로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부모님께 허락을 받느라고요. 루피넬리아의 1왕자, 페이트라고 합니다."

베로니카가 그 남자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카일룸과 아르세이아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하필, 저놈이야?"

"인연은, 어떤 방해에도 찾아가게 되어 있거든요. 당신과 나처럼?"

"흠... 아름다운 황후. 저와 함께 춤을 추시겠습니까?"

"설마 쟤들 방해하려는 것은 아니겠죠?"

뜨끔하는 카일룸이었다. 하지만 아르세이아와 함께 춤을 추며 둘을 살피는데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하지만 북부 왕국에 시집보내긴 싫은데."

"거긴 장녀가 여왕이 될 것 같던데요? 인재니까 제국으로 페이트 왕자를 영입하는 것은 어때요?"

"그게 낫겠군."

제 부모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모르는 베로니카는 그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제 운명의 남자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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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드림아뜰리에입니다. 갑자기 새글 떠서 놀라셨죠??

사실 후기에 남겨놓은 독자님들의 따뜻한 댓글을 보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다는게, 이렇게 벅찬 일인줄 미처 몰랐답니다...

출간하면 소장하고 싶다는 몇몇 댓글과, 아직까지 관작을 유지해 주시는 2500여분의 독자님들 보면서...

뭔가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글내림하지 않기로 했어요^^

연재중 거절을 워낙 많이해서인지 완결 후에는 컨텍도 없고(오류인지 장르별 인기작 순위에 잠시 머무르다 사라진 것도 원인인것 같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거절한 분들께 다시 출간할게요 라고 말하는 것도 염치 없는 짓이라 생각하기에, 소장의 꿈은 이뤄드리지 못할 것 같거든요ㅎ

그래서 그냥, 언제든지, 가끔 카일♡세이의 위로가 필요하실 때 보시라고 그냥... 글 내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이걸 출간한다고 다시 수정하라고 하면 못할짓...

출간하시는 작가님들 정말 존경해요.

아무튼 즐겨주세요^^

그리고, 오늘 곧, 신작이 베스트리그에 올라올 것 같아요ㅎ 네이버님이 일을 안하시는지 아직 업뎃이 안 됐던데...

신작 올라오면 반갑게 맞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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