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비스 기사단의 두 기사. (1)
2018.05.05.
여름 몬테 공작령을 괴롭히던 전염병은 서늘한 가을이 오면서 완전히 해결되었다.
인근의 황실 직할령에서는 피해가 전무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귀족들에게 카일은 나의 대책을 알려줬다.
바위에서 자라는 특성상 흙집이 많은 빈민가에서는 구하기 힘든 오로스타키스이기에 욕심 많은 귀족들이 이를 독점할까 걱정되었다.
돈도 안 들이고 키워서 건강에도 좋다니 이것으로 사업을 한다고 나설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루카스가 직할령 내의 돌산에서 오로스타키스의 자생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황실에서 직접 농장으로 개발하여 채취하고 빈민들에게 나눠주는 관청 오로스타를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오로스타키스의 상업적 거래는 그 이익의 5할이 세금인데 그 금액의 반만큼 오로스타에 기부하면 세금도 감면해주기로 했다.
거기에 내가 그에게 정령의 축복이 담긴 물을 조금씩 생산하여 저장해 두었던 선견지명까지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제국의 가장 약한 이들에게 황태자비 아르세이아의 이름은 황태자만큼이나 기적적인 존재가 되었다.
"좀 부끄럽네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원래 언론플레이란 이렇게 하는 겁니다."
루카스의 말에 배시시 웃어주자 옆에서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딴 남자한테 웃지 마."
"카일, 나한테 남자는 당신뿐이라니까요. 루카스는 내게 남자로 안 보여요."
부창부수가 되어 낯부끄러운 말도 막 하게 되었다.
뭐 사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 아닌가? 카일이 하는 말에 비하면야.
"저기, 비 전하. 왜 두 분의 연애사업에 제가 상처받는 거죠?"
"어머, 루카스님, 얼른 결혼하세요. 그럼 저희가 왜 이러는지 이해되실 거니까요."
"세이의 말이 옳다. 아무렴."
윽, 진짜 상처받은 얼굴.
"쳇. 저도 연애결혼 할 겁니다. 두 분보다 더 운명적인 사랑으로."
운명이라. 확실히 내겐 카일이 운명적인 사랑이긴 하지. 하지만 카일의 운명의 실은 누구랑 연결된 걸까? 잠시 내가 운명의 실을 가로채 중간에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로챈 거면, 뭐 어때?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임자지 뭐. 안 그래?
... 나 많이 뻔뻔해진 거 맞구나.
"음, 그럼 우리 시녀들 중에 괜찮은 아이 소개해 드릴까요?"
"오. 비 전하. 그럼. 저는 유베르 영애로 소개해주시면 안됩니까?"
"에이린이요?? 어. 그건."
에이린은 테일러가 좋다 했는데 어쩌지?
"혹시 연인이 계신 겁니까?"
"아뇨, 그건 아닌데."
"제가 그분께 부족해 보입니까?"
"그것도 아닌데."
카일이 곤란해하는 날 보고 정리를 해버렸다.
"야. 네가 왜 계속 나의 세이랑 대화를 독점하는데? 더 이상 보고할 거 없음 꺼지든가."
"윽, 치사하. 아니 아니 남았습니다. 비 전하께서 일주일 후에 평민 주거지랑 고아원 시찰 나가실 때 호위 문제는 어쩔까요?"
나의 첫 평민 지구 시찰이 잡혔다. 큰일은 아니었기에 걱정은 없었다.
"내가 가고 싶은데!"
"카일! 당신은 대귀족 회의에 신경 써야죠."
내 시찰이 예정된 날은 전국의 흩어진 황실이 내린 작위를 가진 모든 귀족들이 모여서 기나긴 회의를 하는 대귀족 회의 이틀째 날이었다.
가을걷이의 규모를 보고하고, 내년의 큰 규모의 예산 책정에 대해서 논의하는 회의.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해야 하는 회의였다.
그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사람에게 내 호위를 맡길 순 없잖아?
"나도 카일이랑 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참아요!"
카일의 입이 삐죽이 나왔다. 이긍, 우리 남편 삐졌어요? 나중에 뽀뽀해주면서 달래야지.
"테일러라도 데리고 가라니까."
"싫다고 했죠?"
테일러경이 싫은 게 아니었다. 얼마나 요즘 내게 호의적인 사람인데?
"몬테 공작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요. 황후도 그렇고, 제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당신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고요. 테일러가 곁에 있어야 나두 맘이 편해요."
"그래도오!"
"어허, 남편이 이래서야!! 아내가 어찌 맘 놓고 일해요? 혼난다?"
혼난다의 의미는 뭐, 각방이지. 역시 척하면 알아들으시네.
"전하, 이건 어떻습니까? 비스 후작이 비스 기사단이 호위를 해도 되겠냐고 요청이 왔습니다. 부단장과 최정예로 꾸리겠답니다."
어...? 눈이 살짝 떨렸다. 괜스레 긴장됐다.
"세이? 괜찮겠어?"
"뭐, 출가는 했지만, 그래도 비스가의 레이디였으니까, 절 잘 지켜주겠죠?"
어쨌든 나는 대외적으로는 비스가의 고명딸이니까, 괘, 괜찮겠지?
기시단은, 그래도, 어, 후작 부인의 마수가 닫지 않는 기사도로 무장되어 있을 테니까.
"일단 내일 기사단에서 사람이 온다니까 만나보고, 비 전하께서 불안하시면 근위 기사단을 어떡하든 차출해보죠?"
"그래요."
그래서 지금 내가 비스 기사단의 두 기사와 만나고 있었다. 아니, 근데 왜 하필...
"알리페르? 프리케?"
아르세이아의 쌍둥이 남동생이랑, 내 친구였던 견습 기사 프리케냐고. 믿어도 되는 조합인가? 내 안전 맡겨도 되나? 지금이라도 근위 기사단을 부탁해야 하나?
"밤하늘을 비추는 작은 별, 황태자비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일어나세요. 에이린, 차랑 다과 부탁할게."
침묵... 어색하다.
후작님을 닮은 초록색 눈동자와 밝은 금발머리를 가진 아르세이아의 쌍둥이 동생과는 거의 말을 나눠 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쟤를 만나기라도 했을 때면 후작부인이...
"잘 지내셨습니까? 누님?"
소오름. 처음 들어봤어, 쟤 입으로 날 누나라 부르는 거!!
"그럼요. 비스 소후작."
어, 눈썹이 왜 치켜올라가? 역시 쟤도 제 엄마처럼 날 싫어하는 건가? 아르세이아는 멋대로였어도 나 좋아해줬는데, 시무룩...
"오랜만에 만난 남매의 호칭으로는 너무 먼 것 같습니다만."
"에?"
"소후작님, 시찰 예정지와 일정입니다."
중간에 끼어들어 준 에이린의 도움으로 어색한 상황은 넘겼다. 엉엉, 난 이래서 네가 좋아 에이린.
나는 혼자서 조용히 찻잔을 기울였고 두 기사는 조용히 서류를 검토했다.
하필, 알리페르가 오다니. 다른 기사들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게다가 저 프리케는 뭔데?
분명히 나랑 함께 지냈던 5년 동안, 매번 기사 시험에서 떨어져서 견습 기사랬잖아. 내가 비스가의 목장에서 떠난 지 약 5개월 만에, 비스 기사단의 부단장이랑 같이 날 호위하겠다고 온 거야?
뭐야. 날 호위할 마음이 있는 거야?
"비. 전. 하."
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누님이라더니 왜 직함을, 그것도 저렇게나 강조해 가면서 읽어?
"네? 소후작?"
"비 전하께서 공적인 일로 저를 대하시니 저도 우선은 공적인 호칭을 담겠습니다."
"아, 네."
그러시든지요. 제가, 어찌, 감히, 비스가의 후계자의 말에 토를 달겠나요. 그랬다간, 후작부인이. 휴우...
"시찰 경로를 보니, 빠른 길은 숲이 너무 많습니다. 이 길들은 매복의 가능성이 많아서 위험합니다."
"절, 노리는 자가 있을까요?"
"황태자 전하의 가장 큰 약점이 되셨으니까요. 그분이 연모하시는 분이 되시지 않으셨습니까?"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그건, 이 아이의 진짜 누나가 가졌어야 할 자리인데.
"설마, 그런 이유로요? 전하와 몇 번 황궁 밖을 나가 봤지만, 특별히, 위험한 적도 없었는데..."
"클리페울룸경이 폼으로 따라다닌 것이 아닙니다."
아, 그건 그렇지. 게다가 카일도 내 보호에 크게 신경썼었긴 해. 밖에선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었어.
"그래서, 조금 멀더라도 이쪽, 이쪽 더 넓은 대로로 돌아가려 합니다."
"아, 네. 소후작의 뜻대로 하세요. 믿겠습니다."
어?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제가, 제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어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덜컹, 심장이 내려앉았다. 잊고 있었다. 내 눈앞의 남자는 내 여동생의 쌍둥이이기도 했지만, 비스 후작부인의 아들이었다.
"호, 혹시, 그, 그 아이가 돌아온 건가요?"
그래서 이제 날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서 아들을 보낸 거야? 아, 프리케가 따라온 이유도 그건가? 내 친우에게 내 구출을 맡긴 뒤 결국엔 둘이 같이 처리되는 걸까?
"에이!! 부단장님! 렌이 놀랐잖습니까?"
"프리케 말 조심해라. 아르세이아 황태자비 전하 이시다."
아, 프리케도 역시 내가 대역을 맡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구나.
내 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는 것은, 정말 정말로. 나를…?
"비 전하, 진심으로 제게 모든 것을 맡기 실 생각입니까?"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나를 시험하는 건가? 아니면 진짜 아르세이아가 돌아오는 건가??
"제가 피하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비스 기사단이 아닌 황태자 근위대의 호위를 받으면 됩니다. 나는, 비스 기사단이 예전과 같이 황실에 충성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내 말에 알리페르가 빙그레 웃었다. 나, 정답... 맞춘 건가?
"누님, 장차 이 나라를 이끌 황후가 되려면, 무엇이든 의심하고, 확인하려는 습관을 키우셔야 합니다. 그것이 혈육이라고 하더라도요."
네? 황후?? 혈육? 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제 친누나가 황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냐?
그리고 우리가 혈육이라고? 갑자기 왜 또 누님 타령인데?
내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자 알리페르가 다시 빙긋 웃었다.
"그래도, 충분히 훌륭하셨습니다.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 기사의 충성을 얻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끔벅끔벅. 모르겠어. 저 아이를!!
"저기 소후작?"
"우선, 호위 계획에 대해 마무리 짓고 다시 이야기하지요. 비 전하."
아, 뭐야? 일단, 제 어미처럼 날 적대하는 것 같진 않은데, 게다가 아르세이아는 돌아왔다는 거야? 아니란 거야?
한참이나 내 동선을 조정하고, 호위를 맡을 기사단을 배분하고 하다 보니 점심때가 되어 버렸다.
"저기, 두 분, 돌아가시기 전에 같이 식사라도 할 건가요?"
"네, 영광입니다."
불편함과 어색함이 내 심장을 천근만근 눌러왔지만, 가문의 기사들을, 그것도 대외적으로는 내 쌍둥이 남동생을 그냥 보낼 순 없었다.
그리고 나는 확인해야 했다. 진짜로 아르세이아가 돌아 온 것은 아닌지.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많이들 들어요."
음. 우리 황궁 요리사들의 요리 솜씨야 최고이지만, 까다로운 비스가의 후계자의 입맛에 맞을지 걱정됐다.
"훌륭합니다. 누님."
또 누님이래. 미치겠네. 불안해. 먹다가 체할라.
"프리케 경의 입에는 맞나요?"
"아, 물론이야가 아니라 물론입니다. 비 전하."
미안, 프리케. 예전처럼 웃으면서 추억을 나눌 장소는 못될 것 같네. 소후작이 저리도 째려봐서야.
"어째서 누님께서는 잘 드시지 못합니까?"
"아, 속이 안 좋아서..."
너 같으면 잘 먹겠니?
"혹시, 회... 임 하셨습니까?"
"뭐라고요?? 아니에요 절대로!!"
난, 카일과 아주 퓨어 한 사이라고. 절대 거기까진 안 갔어!!
"아쉽네요. 누님과 황태자 전하를 닮은 제 조카를 얼른 만나고 싶었는데."
에에? 도대체 얘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설마, 얘가 날 지 쌍둥이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 테고, 뭐지?
"저기, 소후작?"
"이제 공적인 일도 끝났는데 언제까지 절 소후작이라고 부르실 겁니까?"
"아니, 저기, 그럼... 알리페르?"
"네, 누님. 펠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도대체 이 상황은 뭐지? 내가 프리케를 계속 쳐다봐도 프리케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야. 얘 왜 이래? 누가 좀 설명해줘.
"그, 그, 그러면, 저기, 펠?"
"네, 누님 훨씬 듣기 좋네요."
아, 진짜, 소오름. 막, 예전에 카일이 치근덕 댈 때보다 더 부담스럽다?
"펠이 여기 온 것을, 어, 어머니께서 알고 있나요?"
"네. 누님."
"별, 말씀 없으시던가요?"
조금 목소리가 떨렸다. 카일이 그때 막아준 이후로 다신 만난 적 없었지만, 그녀가 나타나면 왠지 카일이 짠하고 나타나서 날 구해주겠지만...
그래도 무서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동정하는 눈으로 보는 프리케의 시선이 느껴졌다. 프리케, 나,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 걱정 마.
------------------------------
5월 7일~ 15일 까지 매일 연재 합니다^^
2018.05.06.
우리 독자님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내일 출근해요ㅠ.ㅠ
다름이 아니라 15일까지 매일 연재를 할 예정이라서 안내드려요^^
화, 목, 토는 평소처럼 자정에 업로드 될거구요.
월,수,금은 제가 일어나서 눈 뜨자 마자 올라갈 겁니다ㅋ
연재 시작하고 거의 매번 6시에 눈이 떠지니. 그때엔 올라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ㅎ (수면장애인가;;)
일요일 연재는 아직 확답을 못드리겠어요ㅎ 아시다시피 저는 직장인이라서 주말이 아니면 비축분 쌓기가 힘들어서요ㅠ.ㅠ
15일까지 매일 연재하는 이유는... 15일이 공모전 등록 마감일이거든요ㅎ
그 이후부터 예선 심사인데... 아직 꼭 보여주고 싶은 회차가 되려면 많이 남아서요.
우리 세이렌의 활약상까지는 연재 해야 할 것 같아 매일 연재 하기로 했습니다^^
15일 이후 연재분도 심사에 포함된다고는 하지만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ㅋㅋ
단지, 15일 이후에는 비축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당분 간 연참 못하고 연재일에만 연재할지도 몰라요ㅎㅎ
하아, 그나저나ㅠ.ㅜ
요즘 주말 연참은 다들 바쁘신지 조회수도 안오르고ㅠㅠ
다들 중간고사는 잘 끝나셨나요??
사실 기다리시는 분들 생각해서 연재일 자정에 똭 업로드 했더니... 요즘 메인에 노출도 잘안되고 고민이 많네요.
저... 사실 30회차 이상 비축분을 갈아업고 다시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비축분이 많이 줄었습니다.
스토리라인은 변함없지만, 밝고 명랑한 세이렌의 모습이 많이 준 것 같아 사건 배치를 아예 바꿔버렸거든요ㅎ
게다가 어째서 네이버 공모전은 전령가인가;;; 사라진 분량이.... 흐윽! 하지만 초등학교다니는 독자님들도 계시니까^^ 야사시한것보단 귀여운 커플로가기로 했습니다ㅎ
원래 세이렌은 암울한 아이인데 밝은 척하려니 작가도 힘듭니다ㅋㅋㅋ 그러나 밝은 세이렌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얼른 악의 축들을 제거해야겠어요.ㅋㅋ(응? 빨리 제거하면 완결이 당겨지는거 아닌가??)
최대한 카일룸이랑 알콩달콩한 모습도 많이 들어갈테니 귀여운 우리 주인공들 응원많이 해주세요~^^
오늘은 비축분 모아야해서 연재분이 없어요ㅎ 내일 일어나면 바로 올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