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화
Jingle Jangle Jingle. (1)
[Yippie yay~~~
There'll be not wedding bells for today!
'Cause I got spurs! that jingle, jangle, jingle~]
"진짜 그거 할 거야?"
단테는 자신 옆에 서 있는 베아트리체에게 물었다.
지금 그들 앞에는 옛 지하철 역과 그와 연결된 방공호의 입구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붉은 피를 페인트 삼아 그린 위험한 그림들과 문자열들이 마구 휘갈겨 적혀 있었다.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라든지, 아니면 '여기는 총잡이들의 구역.'이라든지, 들어가는 순간 전신에 총알이 꽂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치안을 자랑하는 이곳은 다름 아닌 '로그'들의 본거지였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레드 그레이브 황무지의 가장 최대 골칫덩이라고 하면 주로 세 개를 꼽는다. 첫 번째는 밤이다 밤이면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괴물인 '섀도'이다.
인간형을 띈 이 괴물은 밤이 찾아오고 어둠이 드리우는 그 순간 다른 동물들이나 식물에게는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는 주제에, 지독하게 '인간'과 '악마'에 달라붙어 집어 삼키려 한다.
그런 주제에 현재 통용되는 그 어떤 냉병기와 화기, 마법으로도 유효타를 줄 수 없기 때문에, 거의 반쯤 자연재해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야생 영체'이다.
마나의 흐름이 짙은 곳, 주로 마소로 인해 오염된 지역에서 태어나는 이 성가신 야생 영체는 발생 빈도는 그렇게까지 많진 않지만, 한 번 나타날 시에 처리하기도 까다롭다.
섀도와는 달리 화기나 냉병기가 통하긴 하지만, 마법 능력자가 아니라면 유효타를 거의 주기가 힘들기 때문에 일반인들 입장에선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드 그레이브 황무지의 해충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로그이다.
그 어떤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를 유랑하고 다니며 총과 화약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돈이나 보급품들을 뜯어낸다.
어찌보면 가장 민간인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골칫덩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흔하기에, 어찌 보면 대처가 아예 불가능한 섀도나, 접할 기회가 없는 영체보다도 현실적인 공포심을 새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부분의 로그 집단이 그리 크지 않아, 몇 번 제대로 경비대나 자경대가 맘 먹고 상대할 시 금방 사라진다는 거지만.
카리스마 있는 리더 한 명이 로그 집단을 휘어잡아, 일종의 '갱단'을 만들어낼 시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흩어지면 약해지고, 모이면 끝없이 콧대가 치솟는 로그의 특성 상 제대로 된 리더 아래에서는 다소 무모한 짓들도 일삼기 때문이다.
단테와 베아체 앞에 있는 이 로그 본거지가 바로 이런 유형의 갱단이었다. 자경대원들로는 손 쓰기 어려울 정도로 그 규모가 불어나, 토벌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로그 단.
이 로그 단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근처 마을의 보안관에서 받은 단테는 옆에 틀어놓은 라디오를 끄고 베아트리체에게 재차 물었다.
"진짜로 그 작전할 거야? 진짜로? 뭐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나 그거 싫은데."
"그거보다 더 잘 통하는 작전이 있었어? 심지어 그 작전 소환사 상대로도 통했잖아."
"아니. 하기 싫어. 진짜 하기 싫어."
"어차피 정면돌파밖에 답이 없잖아. 은신해서 내부에 있는 목표만 암살하고 나올 것도 아니고. 로그 집단을 송두리 째 여기서 뽑아내야 하는데. 이거 말고 더 괜찮은 정면돌파 방법이 있으면 말해봐."
베아트리체는 검지를 치켜세우며 덧붙였다.
"괜찮아. 내가 정찰해본 결과 안에 마법 능력자는 없어. 서번트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몸을 내게 맡기게나! 우후후."
아내를 이기는 남편은 없다고 하던가
단테는 지금 자신이 소환해둔 서번트가 [신령형 : 로키]임을 한 차례 확인하고 베아트리체를 바라보았다. 베아트리체는 일정 데미지 이하의 원거리 공격을 튕겨낼 수 있는 특성을 지닌 [영령형 : 쿠 훌린]을 소환해두고,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안 될까? 진짜 안 하면 안 돼?"
"응. 안 돼."
"..."
* * *
쿵쿵쿵!!
쿵쿵!!
쿵!!!
"어떤 놈이야!"
거칠게 밖에서 겁도 없이 로그의 본거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경계를 서고 있던 총잡이 한 명이 재빠르게 나가 총을 들고 문을 열었다.
그의 앞에 있었던 건 어디서 총질 싸움에 휘말리기라도 했는지, 좀비에게 물어뜯긴 건지, 야생 변이 동물에게 습격이라도 당한 건지.
피칠갑이 된 한 남성이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피를 전신에서 쏟아내고 있었으며, 곁에 있던 한 긴 흑발의 여인이 피투성이의 남자를 부축하며 겁도 없이 로그의 본거지 안으로 들어왔다.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를 품고 있었던 그녀는 이 본거지 안이 떠나가랴, 흐느끼며 로그들에게 외쳤다. 얼마나 절박했는지, 그녀의 절규는 거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슬픔을 담고 있는 듯 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오오오!!! 제 남편이... 제 남편이 사냥을 나갔다가 좀비에게 물어뜯겼어요! 하느님 맙소사. 도와주세요! 누가 의약품을 나눠주세요. 흑... 으흑흑... 제발요!!!"
"자. 잠깐."
갑작스럽게 기지에 쳐들어온 피투성이의 부부를 보고 크게 당황한 로그는 여기 들어오는 놈들 중에서 동료가 아닌 놈들은 죄다 쏴죽여라, 라는 보스의 명령을 무시하고 물었다.
"다. 당신 대체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는 거야? 당장 안 나가? 여기는..."
로그가 뭐라 하면서 갑작스럽게 기지에 쳐들어온 부부에게 여기서 당장 썩 꺼지라고 경고하려 했던 그때였다. 통곡하며 눈물을 줄줄 쏟아내고 있던 보랏빛 눈동자의 여인은 인정사정없이, 자신이 부축하고 있던 피투성이의 남자를 갑자기 냅다 로그에게 내던졌다.
'서번트의 보정'이 들어간 탓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던져진 '피투성이 남자'는 로그에게 내던져지자마자, 왼팔에 장착된 '소환기'로 짧게 명령을 내렸다.
[로키 : 미라지 블레이드.]
순간 피투성이 남자를 중심으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수십 개의 환영검이 순식간에 주변에 퍼져 나가면서, 주변에 경계를 서고 있던 모든 로그들의 몸을 꿰뚫었다.
서번트 보정도 뭣도 없는 인간들이 마법에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신령급' 서번트의 일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순식간에 입구를 경계하고 있던 모든 총잡이를 무력화시킨 '피투성이 남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며 자기자신에게 걸려있던 '환영'을 해제하며 툴툴거렸다.
"나 이 작전 진짜 싫어."
"왜? 클래식하잖아. 옛날 영화에 나오는 수법인데. 맘에 안 들어?"
"대체 뭔 영화를 주워다본 거야."
단테는 오른손에 카빈 돌격 소총을, 왼손에는 권총을 뽑아 들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소란을 눈치채고 몇몇 로그들이 상황을 확인하러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단테는 소환하고 있던 로키를 집어넣고, 대신 이런 상황에 최적화된 서번트를 꺼냈다.
"와라. 스카아크."
[단테, 소환 : 영령형 스카아크.]
쿠 훌린과 마찬가지로 원거리 물리 공격을 창으로 튕겨낼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고, 서번트 보정으로 '민첩' 스탯을 올릴 수 있기에 총기의 명중률 또한 크게 올릴 수 있다.
이미 이 로그 소굴에 마법을 쓸 수 있는 인재가 없다는 건 이미 베아트리체의 마법을 통해 확인했다. 따라서 로그 녀석들이 쓸만한 무기는 저절로 급조된 권총 정도나, 화염병 정도가 전부.
이 모든 걸 스카아크 하나로 무력화할 수 있으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딱 좋은 서번트라고 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가 보자고."
총탄이 난무하는 지하철 역 안으로 달려들어가며 단테가 말하자, 베아트리체 역시 서번트를 다루는 왼손의 문신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물론이지."
* * *
"다음 행선지. 정하셨나요?"
네오 쿄토, 전광판과 사이보그 인간들의 도시. 원래 단테의 의뢰가 제대로 풀렸다면, 레일로드 위를 다니는 열차를 습격하여 얻은 데이터 칩을 납품해야만 했지만.
그 열차 강도를 하다가 홀리에게 잡혀버리고. 열차 강도를 틈 타 와일드 헌트가 칩을 베아트리체에게 빼앗아가면서 일이 한 번 꼬이고.
그 데이터 칩 안에 들은 것이 사실은 사이버네틱 기술이 아닌, 마계와 인간계의 전쟁을 주도하던 '마왕'이 다루던 서번트, '대악마 루시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서 모든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일단은 '공식적'으로는 해당 데이터 칩을 정식으로 디바이너 교단 측에 납품한 것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네오 쿄토의 인사들과 얘기를 한 번 나눌 필요가 있었다.
뺨이라도 한 대 맞을 각오로, 단테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뢰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게 되었지만... 의뢰는 실패했어. 수확이 있다면 너희들이 노리고 있던 그 데이터 칩 안에 들어있는 데이터가 새로운 사이버네틱 기술력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영체 정보'였다는 점이야."
"영체의 정보? 무슨 영체가 들어있었지?"
"대악마 루시퍼. 마그놀리아에서 그게 해방되는 바람에 마그놀리아는 진짜 망할 뻔했다고. 아무튼 간. 의뢰는 실패했어.
칩은 홀리 측에서 위험한 영체를 맡아두겠다고 해서, 그 쪽에서 가져가 버렸고. 아무튼... 이번 일에 관해서는 미안하다. 디바이너 같은 거대 조직 상대로는 아무리 레이븐이라도 할 수 있는 게 한정되어있어."
담담하게 단테는 대답하고, 자신을 믿어준 의뢰인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자신의 뒤통수를 친 맥킨지같은 의뢰인이라면 모를까, 마지막까지 달리 레이븐의 의뢰에 있어서 개입하지 않은 의뢰인에게는 나름의 예를 갖추는 것이 단테의 비즈니스 철학이었다.
진심 어린 단테의 사과를 받은 네오 쿄토의 책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비록 의뢰는 실패했지만, 안에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아낸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충분했을 거다.
"흠... 뭐 그래도. 칩을 빼앗아오진 못 했지만. 안에 있는 데이터의 정보가 사이버네틱 기술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됐네. 원래 칩을 받아오기로 했던 보수의 70%를 주지. 이거면 됐나?"
"괜찮은 건가? 나는 사실. 보수를 받지 못할 걸 각오하고서 온 건데."
"그래도 의뢰 도중 소모한 탄약값이나 여러 자재값이 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그 데이터 칩이 사이버네틱 관련 기술이 아니란 것만 알아도 충분했네.
아무래도 디바이너 측에서 안에 있는 강력한 영체를 다른 세력에게 빼앗길까 봐 사이버네틱 기술이라도 포장해서 직원들에게 알린 모양이군. 고맙네.
보수 지급은... 엔화면 되겠지?"
그렇게 되서 단테는 얼떨결에 디바이너 쪽에선 루시퍼 사건을 해결한 덕에 값 비싼 '설탕'을 비롯한 각종 보급품을 얻어냈고, 네오 쿄토 쪽에서는 의뢰 해결에 대한 보상으로 돈까지 받아낼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해. 단테는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자베스의 짐칸 옆에 기대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꼬나 물었다.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고 했던 그때, 옆에서 까마귀의 마녀, 베아트리체가 손가락 끝에 '점화 마법'으로 작은 불꽃을 만들어 단테의 담배의 불을 붙여주었다.
"무슨 브랜드 거야? 나도 한 대만 줘 봐."
"여기."
"아. 돛대네. 그냥 너 펴."
"응? 아니. 한 갑 더 있으니까. 그냥 가져 가. 우리 사이에 무슨 돛대야 돛대는."
"그럼... 사양 말고."
베아트리체가 담뱃갑에서 궐련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자, 단테는 능숙하게 검은 코트 주머니에서 성냥과 성냥갑을 꺼내 한 손만 이용해 불을 붙여 그녀가 입에 꼬나문 담배 끝에 가져다 대주었다.
"쓰으읍... 후우. 좋네. 디바이너의 갑갑한 곳에서 빠져나와, 오랜만에 여행하는 이 기분."
"옛날 생각 나지?"
"응. 무척이나."
네온사인 아래에서 트럭에 기대어 담배를 나눠 피고 있던 두 커플은 회색 연기를 흩뿌리며 웃다가, 엘리자베스의 조수석을 힐끔 바라보았다.
단테와 베아체가 알콩달콩하게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에리스는 조수석의 창문 너머로 얼굴을 빼꼼 내밀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두 분 모두 담배 너무 자주 피우시는 거 아니예요? 몸에 나쁘다고요!"
"이거 때문에 죽을 거였으면. 진작에 방사능 피폭되서 뒤졌겠다."
"푸하하핫! 그거 완전 동감. 에리스? 너도 피울래?"
"됐어요. 냄새만 맡아도 숨 막히거든요... 그건 그렇고 주인님. 이제 어디로 가실 거예요?"
"사실 돈을 좀 많이 벌어서. 어디 한 군데 자리 잡고 놀고먹고 지내도 상관은 없는데. 베아트리체가 돌아온 것도 있고, 개인적인 업무 때문이라도 지금 바로 들러야 할 장소가 하나 있어."
"어딘데요?"
"뉴 디에이고. 레이븐즈 로지스틱스의 본부가 있는 곳이야. 베아트리체가 다시 레이븐으로 복귀했다는 걸 거기서 서류를 따로 떼서, 도그 태그 받아와야하거든.
그리고 나 최근 여기저기 돌면서 의뢰만 받아서. 배달 업무를 거의 안 했거든. 명색이 배달부인데 용병짓만 하면 평판이 떨어져서. 배달일 좀 받으러 가야 해."
"뉴 디에이고라. 진짜 오랜만이네."
베아트리체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하자, 단테는 필터 끝까지 피운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겨 바닥에 떨구곤, 군용 부츠의 발굽으로 불을 밟아 껐다.
"아직 날이 어두우니까. 안전하게 날이 밝으면 가자. 오늘은 적당한 호텔 잡아서 자고."
"야호! 드디어 목욕 다운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건가요? 저는 찬성이에요!"
"그래그래. 베아체, 자기도 딱히 불만 없지? 아니면... 너랑 나는 스위트 룸이라도 잡을까?"
단테가 농담을 반 정도 섞어 던진 추파를 웃어넘기며 베아트리체는 담배 연기를 뱉으며 대답했다.
"됐네요. 됐어. 빨리 쉬기나 하자. 섀도를 피해서 운전하느라, 피로가 쌓여있을 거 아니야. 빨리 일단 지붕 있는 곳으로 들어가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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