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전쟁 이후 용사 파티-39화 (40/49)

제 39화

레인브릿지 교도소로. (4)

"레인브릿지 교도소 주변을 까마귀를 내보내서 정찰해본 결과, 아직까지는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하지만, 언제 교도소에서 그들이 물러날지 모르는 만큼 서둘러야만 해."

버질이 쓰러진 지금, 현재 디바이너 측에서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마법 능력자는 두 명, 베아트리체와 그들이 고용한 단테였다.

다른 마법 능력자를 불러오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그렇다고 해서 단 두 명의 마법 능력자를 통해 적진에 얼마나 있을 지 모르는 마법 능력자를 상대하기에는 지나치게 벅차다.

팀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버질만 있었어도 좋았겠지만, 케르베로스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하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목숨에 지장이 가는 상처는 아니라지만, 결코 상처의 깊이가 얕다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테는 길목 너머에 있는 레인브릿지 교도소를 힐끔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베아트리체가 자신을 떠나고, 디바이너와 버질을 택한 이유를 버질 자신에게서 듣기 위해서는 칩이 어떻게든 필요했다.

이 문제만큼은 네오 쿄토 막부에서 받아들인 의뢰나, 디바이너 교단의 죗값 문제와는 별개였다. 설령 막부에서의 의뢰를 내치는 한이 있더라도, 단테는 꼭 알아야만 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안 되면 대화를 시도해봐야지."

단테는 짧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었던 서큐버스의 피가 그의 몸 반 쪽에 흐르고 있던 탓에, 매력 스탯이 다른 평범한 인간이나 악마보다 높은 데다, 화술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그는 이런 일에 대해서 거래를 제시하고, 대화로 풀어나간 적이 꽤 많았다.

싸우지 않고 상황을 매듭지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대화는 확실히 매력적인 선택지이긴 하나, 그에 따르는 리스크 역시나 컸다.

픽시의 [매혹의 날갯짓]같은 매혹 마법을 통해 상대방을 매료시켜 설득하는 거야 매우 쉬운 일이다. 하지만 상대가 '마법 능력자'를 보유하고 있는 지금, 그 방법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홀홀 단신으로, 적진에 혼자 들어가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만큼 교도소 안에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

"혼자서 교도소로 갈 셈이야?"

"나는 용병이야. 동시에 반인반마고. 디바이너냐 유니온이냐. 이 두 개 세력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지 굳이 따져보면 난 유니온에 더 가까워. 그들도 무턱대고 총을 쏘려고 하진 않을 거야."

단테는 테이블 위에 자신의 총기와 폭발물을 전부 내려놓고, 성검 : 리버레이터까지 땅에 꽂아 고정시키곤 코트의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만약 내가 못 돌아올 가능성도 있으니까. 근처에 병력만 어느 정도 대기시켜줘. 1시간 내로 끊어볼 테니까. 그 이상 시간이 걸린다 싶으면 베아체, 너는 병력을 이끌고 교도소 안으로 돌입해줘."

"이건... 그다지 좋은 작전이 아닌 거 같은데. 저들은 이미 네 얼굴을 알 거야. 레일로드 근처에서 싸웠던 전적이 있으니까."

"방독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잖아. 그때는. 이번에는 방독면을 쓰지 않고 갈 생각이니까. 그들도 확실하게 내 몸에 악마의 피가 흐른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거야."

결정을 내린 단테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가볍게 풀고, 자신의 서번트를 비전투형 서번트인 정령형 픽시로 교체했다.

"갔다 올게. 시간이 더는 없으니까. 대화할 거면 지금이 적기야."

"... 알았어. 제발 조심해줘. 네 말대로 근처에 병력을 대기시켜놓을 테니까.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움직일게. 그리고."

"그리고?"

"칩의 회수보다는... 난 네가 더 중요해. 칩과 네 목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오게 된다면, 그때는..."

"말 안 해도 알아."

단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아트리체가 자신을 걱정하면 걱정할 수록, 그의 안에서는 의문만 더해져 갔을 뿐이었다. 어째서, 베아트리체는 '버질'과, '디바이너'와 협력하고 있는 것일까.

직접 베아트리체에게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묻는다고 해도 대답은 해주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단테는 막사를 떠나, 케르베로스가 막고 있던 길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어떠한 무장조차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 * *

"대장."

"무슨 일이냐."

RBCF, 레인브릿지 교도소에서 박살 난 마도 아머를 수리하고 있던 와일드 헌트의 수장은 보고하러 들어온 병사에게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재... 교도소 감시 카메라를 통해 사람 한 명이 이쪽으로 접근해오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본 결과, 무장은 하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교도소의 길목은 케르베로스가 틀어막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그걸 소환하는 데... 꽤 많은 병사의 손실이 있었는데."

"그렇... 습니다만. 아무래도 디바이너 교단의 마법 능력자들이 이를 쓰러뜨린 것 같습니다. 저쪽도 꽤나 마법 능력자를 이번 작전에 투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찰병의 보고에 따르면, 전투에 참여한 마법 능력자는 총 3명으로, 그중 두 명은 확실히 디바이너 교단의 소속이지만. 나머지 한 명은 그 소속이 불명확하다고 합니다."

"그야. 디바이너는 지금 유니온과의 과격파와 스칼라 발전소 근처에서 칼을 맞대고 있는 상황이니. 소환사를 많이 투입할 여력이 없는 것이겠지. 그래서 용병을 채용한 걸 거야. 그건 그렇고, 찾아온 불청객 말이다만. 무장을 하지 않았다는 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총 하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방독면도요."

"적당히 설득해서 돌려보내라. 여기는 와일드 헌트가 점거했다고 알려주면 물러날 거야. 구태여 피를 볼 이유는 없겠지. 돌아가라."

그렇게 말해두었던 와일드 헌트 소대의 대장은 다시 마도 아머의 수리에 집중하려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부하가 다시 보고하러 마도 아머 격납고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기... 대장님."

"뭔데? 난 지금 소환사가 박살내버린 마도 아머를 수리하느라 바쁘다. 돌아가라."

"그게... 대장님이랑 대화가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확인해본 결과, 상대는 반인반마의 남성으로, 레이븐즈 로지스틱스에서 일하는 배달부입니다."

"흠... 그거겠군. 디바이너 측에서 고용한 용병이 아마 그 녀석일 거야."

"어쩔까요? 무장도 하나 하지 않은 거 같던데. 지금 처리해버리면..."

"잠깐 멈춰. 그 케르베로스를 쓰러뜨린 위대한 용사님이잖아. 듣자 하니 무장도 하나 하지 않았다면서. 그럼 이야기를 들어볼 가치는 있을 거 같다.

거기에 '반인반마'라면 더더욱. 그래도 혹시 모를 암살의 위협이 있으니. 마도 아머를 착용하고 움직이겠다. 그 레이븐은 교도소의 방문자 센터로 보내서 차라도 내주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 * *

오랫동안 쓰지 않은 레인브릿지 교도소의 방문자 센터. 교도소 안에 잡혀 들어온 죄수들을 면회하러 온 손님들을 반기기 위해 만든 시설이지만, 와일드 헌트들은 이곳은 일종의 손님방처럼 쓰고 있던 모양이었다.

방독면을 철저하게 착용하여 얼굴을 가린 병사들에게 반쯤 붙잡힌 채, 방문자 센터 안으로 들어온 단테는 습관적으로 등과 허리 언저리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원래 총과 갖은 폭발물들을 휴대하고 다니던 홀스터에 묵직하게 내려앉던 무게감이 사라진 탓에, 갈 곳을 잃은 손가락은 카페인 중독자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마셔라."

병사 중 한 명이 테이블에 앉은 단테를 위해서, 근처에 자라는 약초를 대충 넣어서 끓인 차를 그에게 내주었다. 단테가 설마 자신을 독살하려는 생각은 아닌가 싶어 냄새를 맡자, 그 병사는 고개를 저으며 단언했다.

"독은 없다. 깨끗하게 끓였고, 정화된 물을 사용했으니까. 마소 피폭 걱정도 없을 거다. 그냥 얌전히 마셔라. 반인반마."

한껏 비꼬아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참으며, 그들이 대접해준 차를 한 잔 마셨던 단테였지만 역시 좋은 맛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혀 끝이 아려오는 듯한 강렬한 쓴 맛을 억지로 목으로 넘기며, 그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때. 멀리서 쿵, 쿵 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찻잔의 수면이 불규칙하게 흔들렸던 바로 그때, 방문자 센터의 문이 열리면서 안에 '마도 아머'를 걸친 거한의 와일드 헌트 병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설마 레이븐즈 로지스틱스에서 일하는 배달부가 아무런 무기 없이 이런 곳에 납실 줄은 몰랐군."

'보이스 체인저'가 적용된 목소리로 거칠게 말했던 마도 아머의 탑승자는 의자에 걸터앉아 단테를 노려보았다. 금방이라도 그 무게 때문에 부러질 것만 같았던 의자였지만, 탑승자가 힘을 절묘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인지 부러지기 바로 직전까지만 갔을 뿐,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

"나와 대화가 하고 싶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용건이 뭐지?"

"나는 레이븐즈 로지스틱스에서 일하는 배달부, 단테라고 한다. 그쪽은? 관등 성명이 어떻게 되지?"

"유니온 소속, 와일드 헌트 제12기계화소대 대장. 이름은 카이네다. 무슨 일로 찾아왔지?"

"긴 말은 하지 않겠어. 너희 와일드 헌트들이 최근 디바이너 교단으로부터 중요한 정보가 담긴 데이터 칩을 레일로드 습격을 통해 빼앗아갔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나는 그 데이터 칩을 회수해달라는 조건 아래에서 고용된 용병이고."

"이렇게까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올 줄은 몰랐는데. 의외로군. 너랑 똑같은 말을 했던 놈이 한 명. 이 교도소를 방문했었는데 말이지."

"또 한 명 있었다고? 어디 소속이었는데."

"그건 밝힐 수 없어. 레이븐도 똑같잖아. 자신이 어디에 고용된 사람인 건지는 그 목숨을 내다 바치는 한이 있어도 일러바치지 않지. 내게도 손님의 비밀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너희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 칩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지?"

"칩을 넘겨줄 생각은 애석하지만 없다. 여기까지 온 경로를 살펴봤을 때, 그 지옥견을 죽이고서 온 거 같은데. 제대로 헛걸음한 거 같군."

"그래. 그럼 질문을 달리 하지. 너희들은 그 데이터 칩으로 뭘 하려는 거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주 강력한 영체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 아주 강력한 영체가 그 안에 있다. 오래 전, '인간'들이 힘겹게 봉인에 성공했던 영체의 반쪽이 말이야. 뭘 할 거냐고? 그런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유니온의 와일드 헌트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디바이너 교단의 처단이지. 소환사인 나는, 이 영체를 이용하여 디바이너를... 마그놀리아를 레드 그레이브의 지하 깊은 곳에 묻어버릴 것이다."

확실한 의지를 표명했던 와일드 헌트의 리더는 단테를 노려보며 물었다.

"너도 반인반마라면 디바이너의 이중적인 행태를 보아왔을 거다. 순수한 인간만이 인정받는 그 지긋지긋한 순혈주의.

다시 한 번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그들은 위대한 마왕님이 정화를 위해 날린 핵폭격의 피해자 행색을 하며, 자신들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지.

그러나 마계를 먼저 침공한 건 인간들이 만들어낸 '용사'였고, 그들은 수많은 전쟁 범죄들을 저질러왔다. 레드 그레이브 황무지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존재는 필요하지 않아."

"디바이너가 맘에 안 드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인정할게. 하지만, 디바이너 덕에 재건에 성공한 수많은 정착지도 있어.

그리고 그들을 비대칭 전력을 통해 쓸어버린다는 건,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갖은 기술의 소실을 의미해. 그들의 기술이 소실되면, 황무지의 정상적인 재건은 더욱 힘들어지게 돼.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증오에 물들어, 더 많은 레드 그레이드 황무지의 주민들을, 그다음 세대들을, 고통에 빠뜨릴 셈이야? 데이터 칩을 디바이너에 넘기란 말은 하지 않을게.

내게 넘겨.

나는 디바이너 소속도, 유니온 소속도 아니야. 나는 제3세력이야. 이 진흙탕 싸움과는 전혀 관계없는 반인반마라고.

내가 그 칩을 원하는 이유는 디바이너의 섬멸도, 유니온의 멸망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야. 그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해결되는 대로, 이 칩의 데이터를 없앨 것이라고 맹세하지."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내가 널 믿을 근거가 무엇 하나 없는 지금 상황에서 네게 데이터 칩을 넘겨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증오? 디바이너의, 인간의 추악한 일면을. 넌 아직 보지 못한 거 같군."

그렇게 말한 카이네는 마도 아머의 헬멧을 묵묵히 벗었다.

치익- 하는 증기의 소리와 함께 드러난 마도 아머의 탑승자의 얼굴은...

20대조차 되지 않은, 10대의 앳된 얼굴이 남아있던.

여자아이였다.

그녀의 왼쪽 얼굴에는 지워지지 않는 큼직한 화상 자국이 남아있었으며, 그 눈동자는 마소로 인해 변이되어 절제되지 않은 채, 소용돌이치는 마력을 품고 있었다.

그녀의 목 아래에 선명하게 드러난 '검은 문신'과도 같은 반점들.

그것은 그녀가, '마소병에 걸린 환자'라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뭐..."

"이 상처가 뭘 의미하는 지 아나?"

그녀는 자신의 왼쪽 얼굴에 난 화상 자국을 손톱으로 찢으며 분노와 증오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디바이너가 관리하던 정착지에서 살고 있던, 흔해 빠진 여자아이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발생한 '영체' 때문에, 마소에 피폭되었다.

마소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디바이너의 의료실 텐트에서 진단받은 그날. 내 옆을 지나가던 디바이너의 기사는 변이된 내 왼쪽 눈이 흉하다고 주전자로 끓이고 있던 뜨거운 물을 내 왼쪽 얼굴에 부었다.

제대로 된 상처 처치도 받지 못하고... 나는. 그날 이후, 나는 그저 마소병에 걸린 환자라는 이유로 정착지에서 쫓겨났다. 나의 어머니는 마소병에 걸려 기이한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된 나를 낳았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처형당했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증오?

헛소리하지 마라. 반인반마.

네놈이 뭘 안다는 거냐.

언제 나이트 워커가 될지 모르는 걱정 아래에서 하루하루 유니온에서 건네준 진정제를 맞아가며 전장에 몸을 내던지는 나의 기분을, 떠돌이 용병일 뿐인 네놈이 뭘 안다는 거냐!

나는 디바이너를 멸할 것이다.

내가 손에 넣은 이 데이터 칩으로 말이다.

배달부, 네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단 두 개뿐이다.

디바이너에 붙어 날 목숨을 걸고 막든가.

내 편에 붙어 디바이너를 멸하든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빌드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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