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화
열차 강도하는 용사님. (9)
작전 개시 시각.
단테는 작전이 예정된 시간 바로 직전까지도 자신이 가진 탄약이 충분한지, 작전에 있어서 장해물은 없는지, 소환기는 잘 작동되는지, 성검은 잘 작동하는지, 총은 잘 손질되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다 되자, 그는 부드럽게 소환기를 조작해 잭 오 랜턴에게 설치해놓은 모든 폭발의 룬을 격발시킬 것을 명령했다.
멀리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현재 7구획에 있는 마일즈의 병영에 있는 통신 장치는 완벽하게 폭발해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게 되었을 거다.
마찬가지로 보호막 동력을 전달하는 선 또한 마찬가지다. 지하에 묻힌 선이 파괴되는 것과 동시에 열차를 좀비나 영체로부터 보호해주는 동력은 이제 끊겼을 것이다.
폭발의 룬이 제대로 작동된 걸 확인한 단테는 서번트를 신령형 로키로 교체.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환영의 마법을 걸었다.
방독면을 찬, 검은 방탄 코트의 까마귀 용병은 순식간에 사무라이의 검은 기모노를 걸친 검사로 변했다. 거기에 더해 살짝 데코레이션으로, 피를 여기저기 묻혀주고, 입고 있던 옷을 여기저기 좀비에 의해 물어뜯기고 할퀴어진 것처럼 찢고, 더럽혔다.
순식간에 네오 쿄토의 패잔병 신세가 되어버린 로닌의 모습으로 변한 단테는 7구획에서 9구획까지 전력으로 뛰었을 때 걸리는 시간을 미리 계산해놓고, 근처 바위 아래에 숨어 쌍안경을 통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9구획 병영은 난리가 났다. 교단의 기사들은 갑자기 걸려온 통신을 듣고서는 뭔가 긴급한 일이라도 터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더니, 지휘통제실로 보이는 막사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주인님? 그 쪽 상황은 어떤가요?"
"잭 오 랜턴으로 동력선이랑 통신 장치를 부쉈어. 7구획에서 9구획까지. 성인 장정이 전속력으로 달렸을 때 걸리는 시간은 약 52분. 그만큼 기다린 다음에, 바로 막사 쪽으로 가서 미카즈키의 모습으로 도움을 요청. 7구획 쪽으로 기사들을 보내면 돼."
원래의 작전 대로라면 그렇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라는 건 생기는 법이다.
약 4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7구획 쪽에서 총을 든 기사 한 명이 서둘러 9구획 쪽으로 달려가고 있던 것이었다. 아마 통신 장치가 고장 난 것을 알리기 위해, 저쪽에서 병사를 보내 다른 병영에게 알리기 위함이겠지.
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 오차 범위 내다. 통신 장치가 고장났을 때, 마일즈가 바보가 아닌 이상은 그 고장을 보고하기 위해, 전령을 보낼 확률이 아무래도 높았다.
그렇다면.
단테는 바위 뒤에서 미리 가져온 소음기를 장착한 저격총 하나를 꺼내고 어깨에 견착했다. 전령이 9구획에 있는 기사들에게 도착하기 전에, 이쪽에서 미리 처리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먼저 9구획에 가서 통신 장치의 고장 및 '좀비 호드의 습격'을 보고해야 하는 건, '미카즈키'였기 때문이었다. 냉정하게 단테는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대고 사이버네틱 임플란트를 활성화, ACS를 활성화했다.
[조준 보조 시스템 활성화.]
"딱히 악감정은 없지만. 잘 가라."
단테는 바위 뒤에 숨어 저격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리고, 숨을 참았다. 저격을 통한 타겟의 암살 의뢰야 지금까지 몇 번이고 해왔었다. 지금 와서, 실패할 일은 없다.
타아앙!!!
쐐애애애애애액!!!
바위 뒤에서 발포된 총탄은 정확하게 9구획에 보고하러 간 전령의 머리를 쏴 꿰뚫었다.
대물 저격총이었다면 머리가 통째로 어딘가로 날아가 분리되었었겠지만, 작은 구경의 총탄이었기 때문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소리 소문 없이 픽 그 자리에서 쓰러진 전령을 보고 자신의 사격 솜씨를 자화자찬한 단테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을 풀었다.
"나이스 샷. 베이베. 그럼. 에리스. 슬슬 움직일게. 운전 준비 부탁해."
"네."
* * *
"열차에 보호막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 정말인가?"
9구획의 병영에서 길리언 병장이 묻자, 통신병이었던 루크 일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원인은 불명입니다만. 7구획에서 코볼트 및 바실리스크가 출몰했다는 보고가 며칠 전에 있었습니다. 아마, 코볼트들이 전선을 헤집어놓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코볼트와 바실리스크는 미카즈키, 라는. 네오 쿄토의 로닌이 이를 처리했다고 하지 않았나? 대체 왜 지금 와서 전선이 끊어진 거지?"
"아마 노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트로 상회의 기술자가 있어야 레일로드의 유지 보수를 할 수 있습니다만. 그들을 쫓아낸 탓에... 그리고 코볼트들이 전선을 갉아먹는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칫. 오늘은 중요한 물자의 배송이 있는 날인데. 일 났군."
길리언 병장이 초조하게 혀를 차고 있던 바로 그때, 무전기에서 긴급한 보고가 닥쳐왔다.
"보. 보고 드립니다. 지금 저희 병영에 피투성이의 네오 쿄토인 한 명이 접근 중입니다. 무언가에 의해 습격받은 거 같습니다만.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피투성이의 쿄토인? 뭐에 습격받기라도 한 건가? 알았다. 내가 직접 확인해보지."
길리언 병장이 지휘통제실에서 나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총을 메고 9구획 병영을 나와 감시탑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자, 부하의 말대로 크게 부상을 입은 쿄토인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헉... 크... 으으읏...!"
"무.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정신 차리게!"
"소... 소생은. 미카... 즈키라고. 하오. 지금. 7. 7구획이. 좀비 떼에게.... 공격. 받고 있소. 좀비... 녀석들이. 마일즈 병장... 을...!! 크흑!"
"뭐라고...?"
상태가 심각했던 미카즈키의 모습을 보고 식겁했던 길리언은 루크에게 외쳤다.
"루크! 7구획에게 연락 한 번 때려봐!"
"연결이 안 돼요! 통신 장치가 먹통인가 봐요! 신호가... 안 잡혀요."
"좀비 녀석들이... 통신 장치를 망가뜨렸소. 이대로는... 못 버티오. 빨리. 지원... 을...!!! 크헉."
"미카즈키... 라면. 7구획을 도와서 코볼트와 바실리스크를 쓰러뜨린 로닌의 이름입니다! 그조차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의 좀비 호드라니. 빨리 7구획으로 가야 합니다!"
"칫... 오늘 같은 중요한 날에!"
길리언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신속하게 명령했다.
"전투 조는 전부 날 따라와. 최소한의 경계 병력만 남겨두고 7구획 녀석들을 구출하러 간다. 의무병은 미카즈키 공의 상처를 봐줘."
"옛 써."
9구획에 주둔해있던 많은 병력들이 7구획 쪽으로 달려가자 미카즈키는 거의 최소한의 경계 병력과 함께 막사에 남겨졌다. 의무병은 재빨리 미카즈키를 탈 것으로 막사 안에 옮긴 다음, 야침에 눕히고 찢어진 상처 부위를 봉합하기 위해 붕대와 가위를 꺼냈다.
"미카즈키 공. 아플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 알겠죠?"
"고... 맙소. 크흑."
깨끗한 물과 알코올로 상처 부위를 씻어낸 의무병이 본격적으로 시술을 시작하기 직전, '단테'는 발로 순식간에 의무병의 가슴을 걷어찬 직후. 등 뒤로 돌아가 목을 졸랐다.
숨이 막힌 채 발버둥치던 의무병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지금 총성이 울리면 위험했기 때문에, 단테는 마무리 일격을 가하는 건 경계를 서는 병력들을 전부 쓰러뜨린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단테는 소음기를 단 권총 두 자루를 각각 양손에 들고 몰래 의무병의 막사를 빠져나와, 통신병이 통신 장치를 관리하는 텐트 쪽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안에는 '루크 일병'이라고 불렸던 통신병이 열심히 통신 자재를 관리하고 있었다. 바쁘게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7구획의 신호를 잡아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던 그는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홱 뒤를 돌았다.
"누구냐!"
옆에 매달아놓은 교단의 총을 들고 주변을 경계했지만. 근처에 수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의아한 기색으로 다시 통신 장치로 손을 뻗은 바로 그때, 막사 바깥에서 숨어있던 단테는 신속하게 막사 안에 굴러들어가, 권총으로 루크의 머리를 정확하게 쏴 꿰뚫었다.
소음기를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소리는 밖에 울려 퍼지지 않았지만, 소음기라는 건 총성을 완벽하게 차단해주지 않는다.
감이 좋은 경계병이라면 수상한 소리가 막사 안에서 울려퍼지는 걸 눈치채고 이쪽으로 걸어 들어올 가능성이 있었고, 실제로 루크의 통신 장치에서 경계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냐? 통신 막사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단테는 쓰러진 루크의 약장을 뜯어낸 직후, 무전기의 그리 좋지 않은 음질을 역이용해 말했다.
"아아. 루크 일병입니다. 별 일 아닙니다. 하던 일 계속하시면 되겠습니다."
"정말이겠지? 또 뭔가 사고친 건 아니겠지?"
"옙. 문제 없습니다."
"알겠다."
통신이 끊어진 직후, 통신 장치의 케이블을 모조리 빼서 무전기를 먹통으로 만든 단테는 막사 바깥으로 나오며 유유히 루크 일병의 군용 제식 소총, HK416을 한 손에 들고 왼쪽 감시탑을 향해 로키의 마법을, 오른쪽의 감시탑을 향해 총격을 날렸다.
[로키 : 미라지 블레이드.]
"끄... 끄어윽!?"
"적습... 적습이닷! 끄아악!!!"
경계병들이 당하자, 막사에 남아있던 잔존 병력들이 총성을 듣고 하나둘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단테는 자신의 서번트를 로키에서 스카아크로 교체하며 몰려나오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레이븐! 젠장! 레이븐이라니! 승산이 있을 리 없잖아!!"
단테의 검은 방탄 코트와 군번줄, 매섭게 빛나는 붉은 바이저의 방독면을 보고 교단 기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마구 발포하기 시작했지만, 영령형 스카아크는 날아오는 탄환을 죄다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빙글빙글 회전시켜 모든 탄들을 너무나도 쉽게 막고, 튕겨냈다.
"내 턴인가?"
[스카아크 : 게-불그.]
스카아크가 매섭게 강력한 마력을 두른 창으로 교단 기사들을 무참하게 찔러 죽이기 시작했던 바로 그때, 단테는 옆으로 구르며 HK416을 마구 쏘아대며 교단 기사들의 숫자를 순식간에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당!!!
통신 장치를 고장냈으니, 외부로의 지원 요청도 끊겼다. 7구획으로 향한 녀석들이 오려면 적어도 왕복 2시간은 걸린다. 열차가 오는 시간을 계산해보았을 때, 2시간이면 강도질을 하고도 시간이 남는다.
모든 게 작전대로 되어가고 있었지만, 언제나 작전은 좋게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단테는 교단 기사들을 여유롭게 쏘고, 찔러 죽이다, 등 뒤에서 접근해오는 교단 기사를 눈치채고 성검으로 녀석을 일도양단했다.
거대한 기계대검에 두 동강 난 녀석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피투성이로 지면에 쓰러졌다.
소환기를 통해 주변에 남은 생명 반응이 없음을 확인한 단테는 의무실로 돌아가, 기절한 의무병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겨누고 탄환을 발사해 확실한 더블 탭으로 후환을 방지했다.
"좋아. 에리스. 지금 트럭을 몰고 선로 쪽을 막아줘."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갑니다!"
* * *
"보호막의 동력선이 끊어졌다고? 거기에 좀비 호드가 7구획을 습격해?"
디바이너 교단의 열차 안.
초조하게 자신의 상관에게 레일로드의 사건을 보고하자, 그 보고를 묵묵히 듣고 있던 그들의 '상관'은 뺨을 검지로 긁적이며 물었다.
"이상하네."
'그녀'는 달리고 있던 열차의 창 밖을 가만히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에게 보고를 하러 온 교단의 기사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좀비는 레일로드 그 어디에도 없어. 허위 보고가 아닌지 7구획과 9구획으로 통신을 보내서 다시 한번 확인해봐라."
"그렇... 습니까? 하지만."
"까라면 까야지. 그게 교단이 좋아하는 '군대식' 예절 아닌가? 아니면 내 판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 나는 사이커다.
평범한 너희들은 몇날며칠을 들여도 쓸 수 없는 마법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마법 능력자라고. 아니면 뭐냐? 까마귀의 마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거냐? 응?"
그녀는 입에 담배를 잠시 꼬나물곤 손가락 끝으로 '마법'을 통해 불을 붙였다. 한껏 빨아들인 담배의 연기를 진하게 내뱉으며 따지자 그 카리스마에 눌린 기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박으며 외쳤다.
"아. 아닙니다. 지금 바로 돌아가서 통신을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상관을 '이렇게' 말했다.
"베아트리체 님!"
"그래.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뭔가... 오늘은 바람이 심상치 않군. 흉조의 기운이 느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