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전쟁 이후 용사 파티-27화 (28/49)

제 27화

열차 강도하는 용사님. (8)

375 파운드(단위 : 마계 보석)으로 한베의 사이버네틱 임플란트를 팔아치운 단테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보석이 든 꾸러미를 받아들였다.

단테가 보는 바로 앞에서 칼 같이 저울로 375 파운드를 달아 쟀으니, 무게를 속이거나 하진 못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황무지에서 살아오며 이런저런 크고 작은 사기를 당해보기도 했고, 해오기도 했던 단테였던 만큼 아무리 숙련된 로그라 하여라도 그의 앞에서 감쪽같은 사기를 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보석 꾸러미를 받아든 단테는 로그의 스크래퍼와 손을 맞잡고 악수하고는,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며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소."

"뭐 얼마든지 물어나보슈. 사가실 거라도 있는 건가? 탄약부터 시작해서 섹스용 안드로이드. 고대 마법 중화기부터 시작해 마도 아머까지 갖춰져 있으니 물어나 보시게나."

"그거 잘 됐군. 실은 말이지. 차를 사고 싶어."

"차?"

스크래퍼는 턱을 매만지며 단테를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이렇게 고상한 사무라이가 왜 갑자기 차를 사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소생은 고향인 네오 쿄토에서 쫓겨난 몸. 이리저리 방랑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개인 자가용이 있는 편이 더 나을 거 같아서 말이네. 거리에 널브러진 차 같은 경우에는 스크래퍼들이 죄다 엔진을 뜯어간 지라, 제대로 작동하는 게 하나도 없소. 여기서라면 제대로 된 차를 구할 수 있을 거 같소만..."

"아하... 그런 거라면 몇 개 상품이 있지. 하지만 가격이 좀 나갈 거 같은데."

"얼마 정도를 원하오?"

단테가 묻자, 스크래퍼는 이번에도 등 쳐 먹을 생각이었는지, 히죽대며 대뜸 높은 값을 불렀다.

"만 파운드 정도는 받아야겠구만."

"마계 보석으로 낼 생각 없소. 엔화로 부탁해도 되겠소?"

"그럼 환율 계산해서. 약 1000만엔 정도려나."

"그엑."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리스는 어마어마한 금액 앞에서 경악하며 뒤로 물러났다. 에리스가 보인 반응에, 상인은 언짢은 표정으로 에리스를 노려보며 뭐 불만이라도 있냐는 듯이 그녀를 꼬나보았다.

"뭐. 꼬우시면 다른 곳에서 구매하시든가."

"상당히 거액의 돈인데. 한 번 물건을 직접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소만 괜찮소?"

단테가 묻자, 스크래퍼는 고개를 끄덕이며 폐공장 지하의 주차장 쪽으로 단테와 에리스를 안내해주었다.

단테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완벽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에리스로서는 자신의 주인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만약에 단테가 만에 하나 일을 벌였을 경우 그의 뒤를 보조해주는 것 정도 뿐이었다. 이는 적을 속일 거면 아군부터 속인다는. 한베와의 전투 때도 드러났던 그의 신조 아닌 신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크래퍼가 안내해준 차량은 엘리자베스보다는 조금 작은 3인용 소형 트럭이었다.

원래부터 실제 사용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 단순히 열차 강도를 위해 선로를 막는 역할만 하면 됐기 때문에 외양이나 실제 성능은 따로 상관이 없었지만, 단테는 스크래퍼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고액의 현금을 주고 사야하니. 운전석에 한 번 앉아봐도 되겠소?"

"뭐어... 그렇게 합쇼."

"에리코. 조수석에 올라타서 시트가 어떤 지 한 번 살펴봐봐."

"아. 네. 주인님."

에리스는 별 생각 없이 조수석 위에 올라타 단테의 말 대로 백미러는 제대로 비치는지, 유리창의 상태는 어떤지, 그리고 시트는 편안한 지를 체크했다.

단테 역시 마찬가지로 시동을 잘 걸리는 지, 액셀은 잘 밟아지는지, 브레이크는 잘 되는 지를 차근차근 체크하다가 만족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훌륭하군. 이 정도면 오래오래 탈 수 있을 거 같소. 매우 마음에 드는군. 핸들의 조작감. 부드러운 클러치. 미끄럽게 출발할 수 있는 액셀부터 시작해서. 제동도 제대로 걸리는 게 꽤 상등품이야."

[픽시 : 매혹의 날갯짓.]

단테는 능글맞은 미소를 짓더니, '픽시'의 매혹의 날갯짓 마법을 이용해 눈 깜짝할 사이에 스크래퍼에게 매혹을 걸었다. 마법 능력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스크래퍼는 자신이 매혹의 주술에 걸렸다는 걸 눈치채지도 못 한 채, 황홀경에 빠진 눈동자로 단테와 그의 요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공짜로 가져가고 싶은데. 괜찮지?"

"... 네에. 그렇게 하시죠."

"창고 문좀 열어줄래? 그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모콘으로 창고의 문을 열어젖히자마자, 단테는 기어를 빠르게 바꾸고 에리스가 앉아있던 시트가 순간 뒤로 확 젖혀질 정도로 액셀을 때려 밟아 급출발했다.

"아하핳!!! 쿨거래 감사합니다!!"

단테의 느닷없는 급출발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에리스는 정말 그가 이 폐공장의 로그를 상대로 만 파운드 가량의 사기를 칠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기에 경악과 혼란, 그리고 당황과 원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거 맞아요? 이거 진짜 맞아요오오오!?"

"어차피 저 스크래퍼들은 로그잖아? 어차피 이것도 누구한테서 훔쳐온 물건일 게 뻔한데. 제값 주고서 왜 사냐? 그냥 잠깐 빌리는 거야 빌리는 거. 푸하핫!!"

액셀을 사납게 밟아 폐공장을 탈출하자, 등 뒤에서 뒤늦게 스크래퍼가 서머너가 사용하는 마법에 사로잡혔다는 사실, 그리고 단테가 돈 하나 지불하지 않고 트럭을 갖고 튀었다는 걸 눈치챈 스크래퍼들이 일제히 차를 몰고 그의 뒤를 매섭게 추적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평범한 거래 현장이 총탄과 피가 튀는 추격전으로 변모되었다.

매섭게 등 뒤에서 돌격 소총의 총성이 연발로 울리고, 로그들의 시원한 욕지거리들이 연달아서 날아왔지만, 단테는 쿨하게 그것들을 무시하곤 소환기를 조작해 서번트를 교체했다.

"강림해라! 나의 심복! 장난과 기만의 신, 환영과 변신의 트릭스터! 로키!"

[소환 : 신령형 로키.]

"지그으음 로오키를 소환해서 뭐하게요오오!!!"

창 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쫓아오는 로그들을 격추하기 위해 마법궁을 소환한 에리스가 묻자, 단테는 호탕하게 웃더니 곧장 로키에게 명령을 내렸다.

[로키 : 환영술.]

트럭 바깥에서 공간을 찢고 나온 가면의 신은 장난 섞인 음산한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검지를 치켜들어 바로 지면을 가리켰다.

순간 로키가 가리킨 바닥에 푸른 섬광이 터져 나오더니,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깊은 균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로키에게는 실제 지면에 그 정도 크기의 균열을 만들 수 있는 마법도, 그럴 만한 힘도 없다. 이건 그저 단순한 '환영', 실체가 아닌 허상.

하지만 소환사도, 마법 능력자도 아닌 로그들에게는 로키가 만들어낸 균열이 허상인지 실제인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 마법이다앗! 멈춰! 다들! 멈춰! 멈추라고오옷!!!"

균열에 다다르기 직전에 브레이크를 밟은 로그들은 균열 바로 앞에 다다라서야, 저 끝도 없는 나락으로 향하는 지면의 틈이 진짜가 아닌 허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멍청한 로그들이 그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걸 알아차렸을 무렵에, 단테는 벌써 그들을 따돌리고, 황무지의 저 편을 향해 자신의 마법에 속아 넘어간 로그들을 비웃으며 달려 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다들 나중에 봐! 나중에 볼 일이 있다면 말이지! 푸하하핫!!!"

* * *

로그들로부터 당돌하게도 대놓고 트럭을 훔쳐오고서 사흘의 시간이 지났다.

슬슬 막부 쪽에서 알려주었던 열차가 지나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는 엘리자베스의 짐칸 안에서 레일로드 주둔군으로부터 받아온 레일로드 주변의 지도를 펼쳐놓고 에리스에게 자신이 짠 열차 강도 작전을 설명해주었다.

"그럼 지금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시작할게."

단테는 까마귀의 깃털을 이용해 만든 깃펜을 이용해 6구획과 7구획을 지나가는 터널을 동그라미 쳤다.

"먼저 작전의 개요는 간단해. 열차가 오기 시작하면, 나는 잭 오 랜턴을 이용해서 먼저 보호막의 동력을 끊어버릴 거야.

미리 폭발의 룬을 설치해놓았기 때문에, 남은 건 잭 오 랜턴을 이용해 격발 명령을 내리는 것뿐이거든.

보호막 동력을 전달하는 케이블이 파괴되면, 디바이너 교단으로 향하는 열차는 물리/마법 공격에 대단히 취약한 상태가 될 거야.

이때, 우리는 9구획에서 10구획으로 넘어가는 바로 이 장소에 우리가 로그들로부터 훔쳐온 소형 트럭을 가져다 놓을 거야.

소형 트럭에는 사전에 다이너마이트를 다수 설치해서 녀석들이 멈출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을 거야.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순간, 트럭에 탑재된 핵엔진도 같이 터지니까.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겠지.

그걸 잘 아는 열차의 기관사는 어쩔 수 없이 보호막 동력이 제거된 열차는 선로를 가로막은 다이너마이트 투성이의 차를 무시하지 못하고 그대로 급정거하게 될 거야.

나는 그 틈을 타서 나는 열차 안으로 진입. 디바이너 교단의 기사나 레일로드의 주둔군이 몰려오기 전에 막부가 의뢰했던 데이터 칩을 회수해서 그대로 열차에서 빠져나갈 거야."

"작전 개요만 들으면 간단해보이네요..."

"자 그럼. 여기서부터가 중요해. 다이너마이트 투성이의 트럭을 선로에 놔두게 되면, 주변을 정찰하는 레일로드 주둔군이 이를 가만히 두고만 보진 않을 거야.

그리고 내가 열차를 습격할 때, 최대한 근처에 레일로드가 없는 편이 습격하기가 더 용이해지지.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사전에 주둔군들을 처리해놔야 해. 그것도 몰래."

"주둔군을 몰래 처리한다니. 어떤 식으로죠?"

"7구획 막사에서 마일즈 병장이랑 멍텅구리 통신병 몰래 통신 장치에 폭발의 룬을 설치해놓았어. 미카즈키의 신분과 픽시의 요정의 가루랑 매혹의 도움을 받으니까, 통신 자재에 접근하는 게 내 생각보다 엄청 간단하더라고.

그다음에 작전 개시와 동시에 통신 장치를 부숴버린 후, 미카즈키의 신분으로 9구획 쪽 막사에 가서 7구획이 좀비 호드와 야생 영체들에게 공격받고 있음을 알릴 거야. 이때 중요한 건 연기야.

로키의 환술을 이용해서 전신이 부상당한 척 나 자신을 꾸며놓을 거야.

레일로드는 미카즈키의 공을 상부에 보고했으니, 9구획 쪽의 인력들도 내 이름 정도는 알 테고. 피투성이의 사무라이가 도움을 요청하니 어쩔 수 없이 그들은 7구획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

그럼 최소 인원만 남은 9구획을 내가 빠르게 단독으로 정리하고, 에리스. 너는 다이너마이트 트럭을 몰고 선로에 대 놔. 나는 타이밍을 맞춰서 케이블을 박살 낸 다음. 바로 작전 개요대로 움직일게."

"알겠어요... 정말 이게 옳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 다음에 중요한 건 퇴로의 확보야. 선로에 트럭을 대놓은 다음, 에리스 너는 바로 열차 주변에 엘리자베스를 끌고 대기시켜놔. 데이터 칩을 회수하는 것과 동시에 트럭에 타서 교단 기사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날 거니까."

"알았어요."

"그리고 네게 미리 말해둘게."

단테는 소환기를 꺼내 보이며 자신이 보유한 서번트들을 싹 다 나열해놓곤 말했다.

"내가 이번에 엔트리에 넣을 서번트들이야. 나는 내 '내구' 스탯 상 최대 4마리밖에 서번트를 대동할 수 없어. 이번에는 전투가 많을 예정이니까.

대부분 전투 위주로 꾸렸고, 이 서번트가 쓸 수 없거나, 할 수 없는 행동들은 난 못 한다는 소리니까. 미리 알아둬. 알았지? 그리고 상황에 따라 유도리 있게 행동하는 게 제일 중요해.

내가 장담하는 데, 100% 내가 짠 계획대로는 잘 되지 않을 거야. 예상 외로 교단 측의 저항이 빡셀 수도 있고 보호막 동력의 차단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럴 때마다 계획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갈 테니까, 내 통신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여줘.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하지만 처음에 약속하신 거. 꼭 지키셔야해요. 절대로. 저얼대로 민간인 피해는 내면 안 돼요. 알았죠?"

"알았어 알았어."

* * *

단테의 서번트 엔트리.

1. 악령형 잭 오 랜턴.

역할 : 메인 마법 딜러.

단테의 코멘트 : 험한 황무지 시절부터 나와 줄곧 함께해온 서번트. 폭발의 룬을 이용한 원격 폭발은 언제나 유용하지. 열차 안에서는 화력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밖에 없어서, '소각' 마법을 대신해서 '화염 화살'로 교체했어. 범위 화력은 떨어지게 되겠지만, 단일 화력은 늘어났으니. 괜찮을 거야.

2. 신령형 로키. 역할 : 변수 창출의 와일드 카드.

단테의 코멘트 : 마법 딜에 모든 걸 쏟아부은 잭 오 랜턴보다는 화력이 낮지만. 환영술과 변신술을 이용해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어. 만약 서머너끼리의 전투가 벌어지게 될 시에는 로키만한 서번트가 없지. 상대하기 트릭키하거든.

3. 영령형 스카아크. : 메인 물리 딜러.

단테의 코멘트 : 원래는 인간형 레인저를 데려갈까 싶었지만. 좁은 열차 안에서 접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범위 공격인 터보 파이어를 못 쓸 가능성이 높아. 따라서, 한 점 집중 공격이 가능한 '게-불그' 마법을 지닌 스카아크를 채용했어.

4. 환수형 리바이어던. 메인 탱커.

단테의 코멘트 : 든든한 물리 내구형 서번트. 적의 화력을 견디기에 최적화된 스킬셋을 가진 데다, 내가 가진 서번트 중에서는 유일하게 스카아크를 뛰어넘는 한 방 물리 딜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작전에서도 충분히 활약해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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