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화
열차 강도하는 용사님. (6)
[잭 오 랜턴의 민첩 : 6(-1)]
[바실리스크의 민첩 : 4]
단테가 소환해두고 있는 서번트의 민첩이 바실리스크보다 낮아지는 순간, 특별한 선공기가 아닌 이상은 저쪽에게 선공을 빼앗겨버린다.
스탯 중에서 11이나 되는 힘 스탯을 지닌 데다가, 맹독을 비롯해 강산성의 체액까지 뿜어대는 바실리스크를 상대로 선공을 빼앗겨버렸다간 어지간한 서번트는 일격에 나가떨어지고 말 것이다.
일격에 서번트가 나가떨어지면, 다시 새로운 서번트를 불러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소환 커맨드를 쓸 수밖에 없는데, 새롭게 서번트를 교체한 턴에는 거의 무조건 선공권은 상대에게 넘어간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던 단테는 자신의 서번트/파티원 중에서 유일하게 바실리스크의 약점 속성인 '빛'을 찌를 수 있는 에리스를 바라보았다.
바실리스크 입장에서, 에리스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아무리 내구 스탯이 높다 하더라도, 약점을 찔리게 되면 녀석 또한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렇다면 지금 바실리스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과연 무엇일까. 단테는 고민했다. 상대가 판단한 가장 '최선'을 카운터 쳐 이쪽으로 전황을 단숨에 끌고 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나와야 할까.
타다다다당!!!
먼저, 약점 속성을 찌를 수 있는 에리스를 바실리스크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야만 한다. 단테는 양손의 총을 난사하며 바실리스크의 주의를 끄는 동시에, 에리스를 지키듯 앞으로 나서서 똑바로 녀석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바실리스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마치 먹잇감을 눈 앞에 둔 '독사'와도 같이, 계속 반복해서 '바실리스크의 시선' 기술을 쓰는 것으로 에리스와 단테의 민첩을 낮추는 것이다.
서번트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단테와는 달리, 에리스는 체내에 영체를 품은 영체 능력자다. 단테는 한 번 변동된 스탯을 다른 서번트로 교체해 초기화할 수 있지만 에리스는 아니다.
계속 에리스의 민첩을 낮추고, 마침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만든 다음 에리스를 먼저 위력 높은 마법으로 제거하고, 약점을 찌를 수 없는 단테를 내구와 힘 스탯을 앞세워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
이것이 플랜 A.
바실리스크가 취할 수 있는 플랜 B는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에리스를 먼저 자신의 공격 기술로 아예 없어버리는 것으로 사전에 변수를 아예 차단하는 것이다.
다소 도박수에 가깝지만, 앞으로 일어날 변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취하기 좋은 전략이다. 어느 쪽이든, 단테는 바실리스크의 마법으로부터 에리스를 지켜줄 필요가 있었다.
[현재 남은 마탄 수 : 5]
자 와라.
어떻게 나올 거지?
그 순간 바실리스크는 몸을 쭉 뒤로 빼고 파충류 특유의 세로 동공을 번득이기 시작했다. 공격하는 자세만 보고, 바실리스크가 어떤 기술을 쓸지 예상한 단테는 거의 동시에 서번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소환 : 환수형 리바이어던. / 민첩 : 3]
[바실리스크 : 석화의 응시.]
[에리스 : 새벽의 화살.]
화염 마스터리까지 써서 화염 데미지를 올린 게 아깝긴 했지만, 그 순간 단테는 자신의 서번트를 내구 중심형인 리바이어던으로 교체했다.
교체가 완료되는 것과 동시에 선공을 빼앗긴 단테는 그대로 석화의 응시를 맞을 수밖에 없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눈을 감고 에리스의 눈을 자신의 손으로 가리는 것으로 석화에 이르는 것까진 막았다.
그리고 빗발친 에리스의 푸른 화살이 다시 바실리스크의 몸뚱아리에 박히자, 녀석은 크게 뒤로 움츠러들며 눈물 하나 새어 나오지 않는 사냥꾼의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단테와 에리스를 노려보았다.
"천사의 기술을 흉내내는 인간이라니... 네 년부터 내 먹잇감으로 만들어주겠다!!"
"에리스!"
단테는 바실리스크가 이번에는 에리스를 향해 마법을 날려올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 외쳤다. 이성보다 감정이 더 앞선 판단이었다.
단테는 만약 자신이 바실리스크였다면, 여기서 침착하게 석화의 시선을 한 번 더 사용하는 것으로 몇 대를 더 얻어맞는 한이 있어도 에리스와 자신의 민첩을 랭크 다운시키고, 서서히 조여드는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전열은 내가 맡을 테니까, 조금 큰 기술을 쏴!!"
"네... 네엣!"
에리스는 소환기를 바쁘게 조작하며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는 단테를 보고, 정말로 200년 전 용사와 함께 모험하는 듯한 느낌을 드디어 받을 수 있었다.
[바실리스크 : 독사의 송곳니.]
[리바이어던 : 해룡의 비늘.]
[에리스 : 파마의 대화살-준비.]
"샤아아아악!!!!!"
에리스를 향해 대가리를 뻗으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진했던 바실리스크였지만, 에리스와 바실리스크 사이 끼어든 단테는 등 뒤의 성검을 뽑아 들어 그대로 그 거대한 검신으로 바실리스크의 이빨을 받아냈다.
키이이이잉!!!!!
"으그... 으윽!!!!"
크게 뒤로 밀려나며 단테는 이를 꽉 악물었다.
성검 : 리버레이터와 바실리스크의 송곳니가 맞부딪힌 그 순간, 격렬한 스파크가 사방에 튀었으며, 단테는 그대로 방어 자세를 유지한 채로 시설의 벽까지 바실리스크에게 몰아 붙어졌다.
강산성의 체액과 맹독이 이빨에서 분비되어 단테의 몸에 닿았지만, 소환되어 있던 리바이어던은 강건한 육체로 이 모든 데미지를 받아냈다.
잘못하면 '독' 상태 이상에 걸릴 뻔했지만, 내구 스탯이 9에 달하는 리바이어던을 소환해두고 있는 이상, 그리 쉽게 독에는 당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리바이어던의 비늘이 다이아몬드의 빛깔을 두른 것처럼 빛났다. 안 그래도 견고했던 심해룡의 비늘이 더욱 견고해지자, 그 바실리스크 조차도 뚫기 힘든 철벽의 방어가 완성되었다.
'해룡의 비늘', '방어' 시에 내구 스탯을 올려주는 랭크 업 기술 덕이었다.
"창녀의 애새끼 주제에에엣!!!!!"
"말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단테는 힘으로 천천히 바실리스크를 밀어내며 분노를 토해냈다.
"내 이름은... 서큐버스의 자손도, 창녀의 애새끼도 아니라. '단테'다!"
키잉!!
리버레이터로 바실리스크를 밀쳐낸 단테는 뒤에서 에리스가 위력이 큰 마법을 준비하는 걸 보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한 턴을 소모해 힘을 모으고 다음 턴에 폭발적인 위력을 방출하는 전형적인 '차지' 계통의 마법인가. 눈썰미가 좋은 단테는 한순간에 에리스의 의도를 파악하고 바실리스크를 바라보았다.
이러한 차지형 기술은 차지 당하는 도중 공격당할 시에 마법이 취소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리스크를 안고서 사용하는 마법인 만큼, 그 위력만큼은 충분히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할 것이다.
바실리스크의 발에는 당연히 불이 떨어졌다. 안 그래도 약점 속성을 계속 공략당해서 점점 내구가 위험한 상황인데, 저거에 한 발 맞으면 12를 자랑하는 내구 스탯도 위험하다.
하지만 단테는 지금 필사적으로 에리스를 지키고 있었다. 내놓은 서번트도 내구 특화형으로 어떻게든 바실리스크의 공격을 대신 적극적으로 받아내며 방어전을 펼칠 심산이었다.
"저리 꺼져어엇!!!"
"레비아탄!!!"
[바실리스크 : 애시드 블래스트.]
[리바이어던 : 뎁스 바이트.]
바실리스크가 주둥아리에서 강산성을 띈 독을 날려 필사적으로 에리스를 공격하려 들었다. 그러나 에리스의 앞을 우직하게 지키고 있던 단테는 성검을 방패 삼아 바실리스크가 흩뿌린 강산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아무리 단테가 앞에서 막고 있다고 한들, 넓은 범위에 영향을 주는 애시드 블래스트 앞에서 에리스는 완전히 무사할 수는 없었다.
몸 여기저기에 산이 튀고, 옷이 녹아내리기 시작했지만 대천사 미카에리스의 가호는 아직 그녀와 함께해주고 있었다. 에리스가 무사한 걸 확인한 단테는 왼손을 치켜들어 레비아탄을 자신 있게 소환했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 소환된 심해룡은 매섭게 분노 섞인 울음소리를 내뱉더니, 그대로 바실리스크의 목을 깨물어 으깰 기세로 물어뜯었다.
"기으흐에우엑!!!!!"
[에리스 : 파마의 대화살-발사.]
파아아아아앙!!!!!!
파마의 빛을 담은 청명한 푸른빛의 화살은 그대로 매섭게 그녀의 활시위를 떠나 리바이어던이 깨물어, 고정시킨 바실리스크의 대가리 한가운데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기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고, 몸을 비틀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던 바실리스크의 상태를 빠르게 판단한 단테는 허리춤에서 섬광탄을 뽑아들며 에리스에게 외쳤다.
"에리스! 눈이랑 귀 막아!"
"으아앗!! 네. 네에!!"
바닥에 터진 섬광탄은 백색의 빛과 머리가 뒤흔들릴 정도의 소음을 내뿜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야행성인 바실리스크는 빛에 약한 데, 눈을 감을 틈도 없이 섬광 세례를 맛보게 된 녀석은 약점에 꿰뚫린 것에 더해 섬광탄에 의해 시야까지 완전 봉쇄당해 그로기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 새를 놓칠 단테가 아니었다.
[잔여 마탄 수 : 2]
[단테 : 버스트 스팅어.]
양손에 M4와 M1911를 꺼내들어 에리스의 파마의 대화살이 꽂힌 곳에 총탄을 전부 박아 넣고, 성검을 집어 상처 부위에 깊게 찔러 넣었다.
거칠게 검을 뽑아낸 직후, 발로 바실리스크를 걷어차고 다시 한 번 소환기로부터 마탄을 뽑아내어 성검에 장전했다.
그리고. 그는 시설의 천장에 머리를 박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높게 뛰어올라, 두 손으로 성검을 붙잡고, 리바이어던이 물고 늘어지고 있던 바실리스크의 목에 내려 베기를 꽂아 넣었다.
[단테 : 브레이버.]
"그렇게 어두운 게 좋으면 진짜 어두운 곳으로 보내줄게. 지옥이라고? 딱 너 같은 새끼에게 어울리는 곳 있거든? 그럼 이제... 죽어!"
목에 칼날이 틀어박힌 채로 발버둥쳤던 바실리스크였으나, 이미 이 불쌍한 괴물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목에 틀어박힌 검에서 붉은 마력이 방출되는 것과 동시에, 바실리스크의 목은 제 몸에서 그대로 떨어져 나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바닥을 미끄러지며 착지하자, 뒤늦게 피 분수가 바실리스크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며 단테의 방독면과 코트를 적셨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양 옆으로 휘둘러 성검에 묻은 피와 독을 털어내고, 수납 모드를 활성화해 등 뒤로 검을 옮겼다.
"이번 건은. 씁. 조금 빡셌네. 코볼트가 몰려있다는 시점부터, 안에 바실리스크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어야 했는데. 이번 건 내 불찰이었어..."
단테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자, 에리스는 체력을 많이 소모한 단테를 바로 부축해주며 물었다.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죠?"
"있겠냐?"
단테는 방독면을 벗어 에리스에게 건네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답답한 방독면을 끼고 있는 동안은 호흡이 많이 제한되는 탓에, 지금처럼 숨이 가쁜 상황에서 쓰고 있다가는 산소 곤란으로 돌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뭐 그래도. 코볼트들이 레일로드를 귀찮게 할 일은 더는 없을 거야."
바실리스크와 단테 파티의 전투를 어둠 속에서 숨어서 보고 있던 코볼트들은 일제히 겁에 질려서 일제히 뽈뽈 흩어져 어딘가로 향했다.
자신들의 지도자인 바실리스크를 잃은 이상, 이 이상 단테에게 대들었다가는 어떤 꼴이 맞이할 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던 탓이었다.
한숨을 돌리며, 허리춤에서 생수가 들은 수통을 꺼내들어 벌컥벌컥 마신 단테는 쉬고 있을 틈 따위는 없다며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서두르자. 할 일이 있잖아."
"... 네."
단테는 쓰러진 바실리스크의 시체에 대고 손을 뻗었다. 본래 '영체'였던 만큼, 녀석은 천천히 푸른 광자의 모습으로 분해되어, 흩어져 작은 결정과도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그걸 단테가 만지자, 눈 깜짝할 새에 '탄환'과도 같은 모습으로 가공되었다.
야생 영체를 쓰러뜨리면 해당 영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분해'하는 걸로 '마탄'을 얻을 수도 있다.
특히나 이렇게 오랜 시간 힘을 축적해온 '보스급' 영체를 죽였을 경우, 일반적인 야생 영체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마탄을 보급할 수 있다.
[마탄 : 32(+7)]
"가자. 코볼트 녀석들이 뜯어먹었다는 전선이 뭔지 좀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