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의 장(5)
9.
토굴의 내부는 회랑처럼 넓었다.
좁디좁은 우물과 비교하면 보다 큰 규모의 건조물···.
그것은 마치 지하에 만들어진 궁전이나, 고대에 잊힌 위대한 존재의 제단으로 통하는 길과도 같았다.
단, 벽을 이루고 있는 재료가 암석이 아니라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물체란 사실만 다를 뿐···.
“망할 벌레놈들, 여길 통해 우물까지 기어 올라온 거였군. ”
“아무래도 그렇겠지. 안쪽에서 마기와 사념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니코가 확신을 내리자 빅터도 거든다.
그렇다면 이 길은 마을에 기이한 사건을 일으킨 원흉과 이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단장, 이곳은 대체 뭐란 말입니까?”
“하우저, 나에게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거지? 네놈 눈에는 내가 수도의 고고학자처럼 보이나?”
“상세한 설명까진 아니더라도 납득이 필요합니다. 돈이 아무리 좋아도 땅속에 파묻히는 것만은 사절하고 싶거든요.”
“그럼 정신부터 바짝 차리도록. 우리에게 호의적인 장소가 아니란 것만큼은 확실해보이니까.”
모난 벽에 가로막힌 빛이 기괴하게 일렁인다.
도깨비불을 밝히며 선두에 선 빅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그저 하우저가 든 횃불에만 의지한 채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해.
심지어 민둥머리인 요하임의 뒤통수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다 보일 정도였다.
그는 소매로 축축해진 얼굴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젠장, 숨이 다 막히는군. 눈앞이 다 어질어질해. ···이보슈, 하우저 씨. 이거 혹시 악몽임까? 다 같이 끔찍한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니요?”
“칫, 낸들 알아? 계집애처럼 떠들어대긴···. 강철의 요하임을 자처하던 주제에 실은 겁쟁이였구만?”
“그러는 하우저 씨도 방금 단장께 불안한 듯 주절거리지 않았습니까?”
“시끄럽다, 대머리. 감히 내가 주절거렸다고? 눈이 삔 모양인데, 이 창으로 수술이라도 해줄까?”
“허세 부리지 마쇼. 지금 꼴을 보라고요. 수상한 사냥꾼한테 이끌려서 왔더니, 우물 속에 괴물 투성이의 숨겨진 길이 있단 말입니다!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나 뿐임까?”
“애새끼처럼 굴지 마. 인정하긴 싫지만, 기분이 으스스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그래도 두 사람은 애써 빅터의 뒤를 따랐다.
니코가 앞서 약속했던 두 배의 봉급을 되뇌이며, 마음에 맴도는 공포를 필사적으로 억누른 채로···.
이번 일만 끝내면 고향으로 돌아가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리라.
몇 달이고 술만 퍼마시고 이 모든 걸 전부 잊고 말리라.
이처럼 하우저와 요하임이 당장 떠올린 것은 현실도피였다.
‘과연, 사람의 탐욕은 막연한 두려움조차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는가?’
욕망이 눈을 멀게 만든다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야.
여러 가지 의미에서 빅터는 감탄했다.
이토록 단순한 목적으로 그들이 목숨을 선뜻 내걸었단 게 놀라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방어기제다.
평범한 인간은 대체로 이런 성향을 띄기 마련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정신력이 우수한 쪽은 단연 니코였다.
“잡담은 거기까지다. 언제까지 적진 한 가운데서 수다나 떨고 있을 테냐?”
어둠의 존재와 여러 번 만나 슬슬 기이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니엘과 달리, 니코는 용맹한 단장의 위엄을 지키고 있었다.
“역시 자네를 데려온 게 정답이었다.”
“내 부하들의 해이한 태도를 비꼴 셈인가?”
“아니, 나는 진심으로 말하는 거다.”
“영문을 모르겠군. 그 사이에 내가 무슨 도움이라도 줬는가?”
“곧 그렇게 된다.”
빅터는 어둠 속을 가리키며 몇 분 뒤에 일어날 사건을 예견했다.
“이 앞에 적이 매복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네 마리가 모습을 감추고 우릴 노리는 중이지.”
그걸 어떻게 알지?
니코는 그렇게 말하려던 걸 겨우 참아냈다.
타인에게 쉽게 의지하지 않는 용병의 삶을 살아온 그였지만, 어쩐지 모르게 이 사냥꾼의 말만큼은 전적으로 신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어서 빅터가 뒤를 돌아본다.
그는 처음으로 소녀에게 어떤 기대를 걸었다.
“니엘, 검을 들어라. 드디어 네 실력을 니코에게 보여줄 때가 왔으니.”
“네? 방금 잘못 들은 거 아니죠?”
“그래.”
“평소엔 물러나라고만 하시던 양반이···.”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해결할 수 없다.”
“왜요?”
설마하니 니엘과 용병단의 실력을 실험해볼 생각인가?
하나, 안타깝게도 빅터는 위험부담을 지거나 허튼 소리를 할법한 위인이 아니었다.
“대량의 마기를 중화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지.”
눈치 빠른 니엘이 빅터에게서 피로로 얼룩진 표정을 읽어냈다.
우물에 진입한 순간부터 쭉 마법 무효화를 발동시키고 있었어.
그는 이븐 가지의 분말을 쉴 새 없이 뿜어내며 보통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가혹한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그건··· 빅터 사부님이 잠시라도 눈을 떼면 통로의 모든 놈들이 우릴 덮친단 말인가요?”
“전원이 순식간에 당하고 말거다.”
“그래도 사부에겐 그게 있잖아요! 뭐더라, 도끼를 커다랗게 만들어서 한 번에 휩쓸어버리는 그···.”
니엘은 빅터의 비기인 땅거미 거인을 기대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야말로 외통수나 다름없는 것이었으니.
“조금은 생각이란 걸 하고 말해라, 니엘.”
“네에?”
“여긴 고립된 땅 속이다. 이런 데서 큰 기술을 쓰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가나?”
그 결과는 당연히 생매장.
어쨌거나 빅터가 날뛸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니 너에게 맡기마.”
멋쩍은 한마디와 함께 빅터가 니엘의 어깨를 가볍게 친다.
순간 소녀의 눈동자에 푸른 불빛이 들어왔다.
빅터가 오른손으로 자신의 검에 뭔가를 흘려 넣고 있었던 것이다.
“빅터 사부님, 지금 뭘···?”
“네 칼에 얇게나마 유성의 가루를 씌웠다. 이거라면 어설픈 너라도 충분히 해볼 만하겠지.”
“어, 어설프다고요?”
“농담이다. 네 검 실력은 믿고 있다.”
“···흥, 그렇게 나오시겠다?”
부탁을 하는가?
평소 자신에게 철이 없다며 갈구고, 무슨 일이든 언제나 홀로 다 해결하려는 천하의 그 빅터가?
알기 쉬운 유도.
어린애를 띄워주면 우쭐할 거라는 계산이 뻔히 엿보였지만 니엘은 받아들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자신의 전력을 보일 기회가 생기겠는가?
“알겠어요. 차라리 잘 됐죠, 뭐! 안 그래도 그 동안 활약할 건덕지가 없었으니까!”
스승이 의지하자 니엘은 움츠려 든 어깨를 폈다.
그녀의 양손엔 어느새 바스타드 소드가 쥐어져 있었다.
“먼저 앞장설게요. 괜찮죠, 아저씨들?”
“들었나? 하우저, 요하임?”
“케케, 단장의 핏줄답게 화끈한 언니군요.”
“저는 불만 없음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지.”
니엘이 전진하고 니코와 용병들이 따라붙자, 정면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빅터가 말했던 대로 암약하고 있던 적이었다.
썩어가는 시취가 소녀의 코를 마비시킨다.
옷을 입지 않은 여러 개의 주홍빛 인영人影이 보였다.
얼핏 피부가 벗겨진 인간처럼 보이나···.
그것은 사실 실루엣만 사람의 모습을 했을 뿐, 전혀 다른 것들로 채워진 존재였다.
“윽! 빅터 사부님,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저것들은 왜 다른 벌레들이랑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거죠?”
“돌연변이겠지. 사람에게 의태하는 과정에서 마기를 체내에 저장하는 식으로 적응한 희소종일 거다.”
“또 어려운 소리만···.”
“기습을 노릴 만큼 지성도 있다. 우리가 산란지에 들어서지 못하게 막으려는가보군.”
쩌억!
비정상적으로 길고 날카로운 손톱을 새운 양손이 펼쳐졌다.
턱 아래의 관절부가 뜯겨질 만큼 크게 벌어진 입이 니엘을 노린다.
놈은 소녀가 투덜거리는 틈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하지만 검을 든 여인은 처음부터 적이 접근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타앗!
땅을 박찬다.
몸무게를 싣는다.
날숨과 동시에 해방된 허리의 탄력이 맹렬한 참격을 만들어냈다.
적의 돌진과 원심력의 회전을 이용한 측면 베기.
인간의 사지를 단 괴물은 보기 좋게 상반신과 하반신이 두 동강 나버렸다.
이어서 베어낸 절단부가 하얗게 굳는다.
빅터가 검에 건 유성의 가호 또한 효과를 제대로 발하고 있었다.
“호오, 제법인데! 역시 단장의 여동생 아가씨야!”
“···니코 형이랑은 상관없거든요? 그보다 아저씨, 잡답은 싸움이 끝난 다음 실컷 하시죠?”
“너무하군. 하다못해 삼촌이라 불러주면 좋겠는데. 그럼 이 마른 몸에서도 절로 힘이 날 것 같거든.”
“웃기시네!”
등 뒤에서 하우저의 농이 쏟아졌지만 니엘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또 다른 그림자의 기척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큭!”
번쩍!
그리고 예상대로 다음 위기가 덮쳐온다.
이번엔 덩치가 훨씬 크고 재빠른 놈이다.
괴물은 검에 베이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육탄공세를 감행할 모양이었다.
‘이쯤이야···!’
다행히 그녀에겐 대응책이 있었다.
단창을 쓰듯, 니엘은 왼손으로 검신의 중심부 가까이를 짧게 잡았다.
그리곤 그와 동시에 무게 중심을 낮추었다.
하프소딩Half-Swording.
대갑주용 자세.
혹은 장검으로 초근접전을 펼칠 경우에 사용하는 대응 검술이었다.
파팟!
얼굴에 할퀴어드는 손톱을 검날이 막아낸다.
이어서 니엘이 오른쪽으로 휘두른 칼잡이가 괴물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어설프게 이족보행을 흉내 낸 이형의 생물은 그대로 균형을 잃고 뒤로 나자빠졌다.
이제 남은 것은 배후에 선 하우저에게 맡기는 일 뿐이었다.
푸욱!
니엘이 몸을 피하자, 하우저는 자신의 창을 쓰러진 괴물의 복부에 찔러 넣어 고정시켰다.
“지금이야, 아가씨!”
“하앗!”
적이 버둥거리는 사이 니엘이 목을 쳤다.
그 일격에 괴물의 육신을 이루던 벌레들이 분열되는 족족 새하얗게 말라비틀어졌다.
‘이걸로 두 마리 째! 하지만 사부는 세 놈이 숨어있다고 했어! 아직 남은 녀석이···!’
니엘은 나머지를 처리하기 위해 당장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녀가 나서기도 전에 이미 상황은 끝나있었으니···.
스륵.
니코가 절도 있게 검을 칼집에 집어넣는다.
그의 발아래에는 팔 다리를 잃은 몸통 두 개가 깔려있었다.
그 사이 빅터가 니코의 검에도 무슨 수를 썼던 것일까?
니코가 처리한 몸뚱이도 산산조각 가루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훌륭하심다, 단장.”
“괜한 칭찬마라, 요하임. 전부 네가 놈의 움직임을 멈춰진 덕분이지.”
“오늘도 좋은 덕담에 감사함다.”
보아하니···.
살짝 숨이 차기 시작한 니엘과는 달리, 니코는 거의 수고도 들이지 않고 적을 제압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소녀에겐 시기의 감정이 없어.
오히려 오라비의 분투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역시 니코 형은 대단해.’
그릇부터가 다르다.
어쩌면 5년 사이, 그의 검술이 더욱 높은 경지에 올랐는지도 몰라.
그녀는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오빠에 대한 동경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니엘을 바라보는 니코의 시선은 날카롭기 그지없었으니.
“니엘, 너는 여전히 어울리지도 않는 장검을 쓰길 고집하는 거냐?”
“아?”
“굳이 칼을 다룰 거라면 네 체구에 맞는 아밍소드Arming Sword로 충분할 터. 뭐 하러 시시한 객기를 부리는 건지···.”
“뭐야? 난 그저 니코 형을 따라서···.”
“거기다 하프소딩도 영 어설퍼. 지나치게 동작이 크다. 수련이 부족하다는 증거지. 한 박자 늦은 크로스가드Cross Guard 타격은 또 뭔가? 원래대로라면 방어와 반격이 함께 이뤄졌어야 했다.”
니엘이 나름대로 괴물을 무찔렀음에도, 니코의 평은 지나치게 냉정하기만 했다.
하나, 거기엔 단지 검술사범으로서의 지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손 내밀어 봐.”
“어?”
“요령 없이 칼날을 잡은 그 왼손 말이다.”
니코는 니엘의 손을 그대로 낚아채더니, 품에서 꺼내든 하얀 손수건으로 덮어주었다.
천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연고가 없으니 당장은 이걸로 참아라.”
“니, 니코 형?”
“이 정도에서 끝나길 망정이지, 무모하게 모르트슐라크Mordschlag같은 걸 시도했다면 손바닥이 엉망이 됐을 거다.”
“이 정도쯤은 아무 것도 아니거든?”
“멍청한 소리마라. 다음부턴 반드시 장갑이나 건틀렛을 끼도록. 그 외엔··· 아니다.”
“응?”
니코는 그 이상 평론을 이어가지 않았다.
자칫 칭찬을 해줄 뻔 했어.
조금만 늦었다면 니엘의 머리를 스다듬고 말았으리라.
당장은 여동생의 무사함을 확인하는 걸로 충분하다.
니코는 부하들 앞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혈육의 다정함과 배려는 그가 건넨 손수건을 통해 온전히 전해졌다.
니엘은 올라가는 입 꼬리를 가까스로 참아내며, 겨우 웃음 섞인 한 마디를 내뱉었다.
“헤, 헤헤··· 봐요, 빅터 사부님. 나도 이 정도면 꽤 쓸 만하죠?”
“우쭐대는군.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한 차례의 승리와 소녀의 들뜬 목소리 덕분이었을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용병들은 아주 조금, 지하의 분위기가 누그러진 기분이 들었다.
단, 그것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머지않아 실제로 주변의 공기가 변했기 때문에.
10.
한 동안 일행의 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침묵이 슬슬 익숙해질 쯔음, 우측으로 휘어지는 통로를 지나자 갑자기 확 트인 공간이 나왔다.
그곳은 이상하리만치 넓은 지하 공터였다.
“토굴 다음엔 빈 땅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곳이지?”
당황한 하우저가 횃불을 사방에 휘두른다.
그는 곧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후회했다.
마음을 정돈할 겨를도 없이 진실의 광경과 마주해야 했으므로···.
“하, 하우저 씨! 거기 다시 비춰보쇼! 혹시 그거 아님까?”
요하임의 목소리도 급박해졌다.
드러난 이마에 땀이 쉴 새 없이 맺히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두 사람은 지면에서 무수한 수의 메마른 상아빛 조각을 목격했기에.
쌓여있었다.
널브러져 있었다.
이는 빅터와 니엘이 산사태에 허물어진 마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매장지였다.
이내 상황을 파악한 니코가 땅 아래를 살폈다.
“···뼈 조각 천지? 빅터, 여긴 공동묘지 비슷한 곳인가?”
“역시 남매라 닮은꼴인가?”
“뭐?”
“예전에 니엘도 그와 비슷한 소릴 했었지. 묘지나 매장지를 떠올리고서.”
빅터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이야길 남에게 털어놓긴 곤란해.
그가 해줄 말이라곤 기껏해야 과거, 오래 전의 대량학살에 얽힌 가설뿐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스트 클라인의 업이 깊은 모양이군.”
“업이라고? 대체 누구의?”
“고대에 사람의 형태가 아닌 존재를 섬긴 자들의 업이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족의 피와 살을 바쳤던 것 같다.”
빅터는 홀로 걷는다.
일행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가 든 도끼의 푸른빛이 점점 강해졌다.
이윽고 넓게 펼쳐진 공간의 일부가 드러났다.
벌레로 가득한 천장에 맞닿을 정도로 거대한 유해가 보여.
그것은 오래 전에 죽은 생물의 골격이었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헛걸음은 아니었단 말인가?”
곳곳이 풍화되고 침식되었음에도 거의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그 형상과 마주보며···.
빅터는 어느 누구라도 단번에 떠올렸을 존재의 이름을 읊조렸다.
“이런 식으로 용Drache의 흔적을 찾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