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장(3)
3.
만월이 뜬 새벽.
어둑한 청록색의 대나무 녹림.
수풀이 우거진 깊은 산속에 은은한 불빛이 일렁인다.
그것은 기와지붕 아래, 창호지가 얇게 붙은 창가에서 새어나와.
심야에도 여전히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대스승 베누다의 은거지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토막 난 장작이 가득 쌓인 기이한 풍경 너머로 허름한 집 하나가 보인다.
그 건물 안에서 빅터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사각사각···.
마찰의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먹을 머금은 깃털이 달린 금속 필기구가 얼룩진 종이를 따라 획을 긋는다.
등잔을 앞에 둔 채, 그의 손끝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틀림없는 서양의 펜.
하지만 궤적이 완성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동방의 문자였다.
빅터가 쓰고 있는 것은 단순한 안부 편지.
어울리지 않게도 살가운 글귀로 가득한 내용의 서신이었다.
하지만 남길 말도, 보낼 사람도 많다.
붙임성 없고 무뚝뚝한 빅터라 해도, 동방에서 보낸 5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아.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면 좋든 싫든 여러 사람을 만나기 마련···.
그 사이 신세를 진 이들이 한 둘이 아니기에 하나하나 작별을 고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
왜냐하면, 이후로 빅터가 다시 동방을 찾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었다.
다음 행선지는 본토.
빅터와 로이드는 짧은 휴식이 끝나는 대로, 바로 서양으로 돌아가도록 정해졌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
하나는 빅터의 앞뒤 가리지 않는 토벌로 인해, 동쪽 대륙에서 살아가던 마녀들이 자취를 감춘 까닭이고.
둘은 서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치 않은 일에 대항하기 위해 한 사람이라도 우수한 사냥꾼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사유로 육망성의 추적과 격퇴가 있었으니···.
‘애송이, 이건 네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임무다. 크레이그 자식의 노림수대로 끌려가는 것 같아소 분하지만, 이젠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겠지. 마녀 계집들의 불온한 수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그 힘···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내가 더 가르칠 것도 없으니.’
결국 대스승 베누다는 빅터를 저지하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노쇠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길러낸 제자의 무모한 기질을 인정하며, 최대한 무운을 비는 것뿐이었다.
“후···.”
나른한 한숨.
고독한 문호의 기분을 만끽하며, 빅터는 한참동안 잡고 있던 펜을 겨우 손에서 내려두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끝난 것은 아니야.
그가 작업을 멈춘 것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어떤 기척 때문이었다.
“드문 일이군. 이 늦은 밤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눈치 채셨어요?”
“평소랑 다르게 발소리가 요란하더군.”
“설마, 그럴 리가요.”
“아니, 낌새에 망설임이 느껴졌다.”
빅터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어.
처음부터 자신의 방을 찾아온 손님의 정체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앙리, 들어오지 않을 셈인가?”
“짓궂은 사람···.”
“언제나 몰래 내 배후를 잡던 아가씨가 할 소리는 아니지.”
빅터는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뻐근해진 자신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그리곤 다시 깃펜의 촉을 먹물 속에 깊이 찔러 넣었다.
누가 방문하던 계속 하던 일을 할 생각인가?
묘하게 매정한 그 태도에, 앙리는 실실 웃더니···.
“빅터, 당신은 여전히 쌀쌀맞군요,”
“그런가?”
“적적할까봐 얼굴을 내밀어 본건데··· 언제나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어버리려고 하네요. 전에도 말씀드렸죠? 그건 좋지 않은 화법이에요. 오해를 사기 좋다고요.”
“그랬었지. 반성해야겠군.”
“이 거짓말쟁이···.”
피식하고 미소를 흘리는 앙리.
그녀는 무뚝뚝한 빅터와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도 안심했어요. 삐딱한 태도긴 해도, 빅터 씨는 여전한 것 같아서요.”
“사람이 바뀌기란 쉽지 않은 법이지.”
“하지만 약간 변하기도 했어요. 묘하게··· 자주 조금이지만 예전보다 맞장구를 잘 쳐주는 것 같네요.”
“그건 다행인가?”
“어쩌면요. ···하기야 3년이나 어긋났다고 했죠? 시간의 굴레가?”
“음.”
대스승 베누다에게 작게나마 전해들은 것인가?
앙리는 빅터가 초월한 시간의 격차에 대해 속으로 짐작해보고 있었다.
“외롭진 않았나요?”
“당시엔 그런 감상을 할 만한 여유가 없었지.”
“지금은?”
사람이 그리웠다고 밝히기엔 쑥스러워.
빅터는 두 눈을 슬쩍 감고 대답을 흐지부지 넘겨버렸다.
“피곤하군. 이 새벽에 호기심 많은 여자를 상대하는 게.”
“너무하네요. 남이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누가 듣는단 말이지?”
“글쎄요. 빅터 씨가 데려온 아이들이나, 로이드 씨가 그럴지도?”
천연덕스레 농담을 하지만, 빅터는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로이드라면 그러고도 남아.
앙리와의 밀회를 즐긴다고 오해하고 놀릴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빅터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혔다.
다행히도, 건물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걱정 마시길. 손님들은 모두 숙소에서 곯아떨어졌으니까요. 그야 낮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으니···.”
“···앙리, 뻔히 알면서도 나를 놀린 건가?”
“빅터 씨가 방심한 탓이죠. 그러게 특기인 독심술은 항시 발동하셨어야지요?”
“관두지. 허튼 수에 놀아나고 말았군.”
다시 등을 의자에 누이며, 빅터는 다시금 시선을 앙리에게서 거둬들였다.
하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한지, 빅터는 넌지시 앙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꼬마들의 처우는 어떻게 됐나?”
“대스승께서 노하셨어요.”
“거기까진 안다.”
“호통도 치셨죠.”
“그것도 대충 짐작이 가지.”
대스승 베누다는 적나라를 지독하게도 싫어한다.
그렇기에 황태자의 호위대로 키워진 관군 출신들을 쉽사리 맡아줄리 없어.
평소보다 까칠하게 대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하나, 앙리의 느긋한 낌새를 보아··· 결과적으로 어떻게든 해결된 모양이었다.
“시안··· 이라는 아이가 특히 마음에 드신 모양이에요. 간만에 강단 있는 원석이 들어왔다며 기뻐하셨죠.”
앙리는 설명했다.
사냥꾼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여달라며 고개를 숙이는 시안에게, 대스승 베누다가 호된 으름장을 놓았던 것을···.
대스승은 마녀와 싸우는 자가 되기 위해선 조정과의 연을 끊어야만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양자택일에 거짓 각오는 통하지 않아.
시안은 겉으로라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나라에 대한 충성을 버릴 순 없습니다. 지금 제가 살아있는 것은 전부 전하의 은총 덕분··· 그러므로 노사의 억지는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목을 베어 주십시오.’
‘이런 뻔뻔한 것들을 보았나? 감히, 그게 배움을 청하는 놈의 입에서 나올 소리더냐?’
‘부탁드립니다, 노사! 아니, 대스승 베누다! 저희에겐 힘이 필요합니다. 백성을 구하고, 괴력난신에 맞설 수단이···.‘
사리사욕이 없음을 간파한 것인가?
베누다는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그들을 내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던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의외로군. 그렇게 쉽게 넘어가던가?”
“그분께서도 지치신거죠. 시대도 변했고요. 언제까지고 날을 세운 채, 거대한 제국에 대항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보기 좋은 타협이군.”
“너무 비꼬진 말아주세요. 그렇게 가볍게 말할 문제는 아니랍니다. 모두의 평화와 안위를 위해··· 불굴의 의지를 가진, 자존심 강한 대스승께서 겨우 한 발 물어선 거니까요. 빅터, 당신도 그 무게를 잘 아시잖아요?”
대스승 베누다는 고집을 버렸다.
일평생을 지탱하던 크나큰 분노에서 벗어났다.
철천지원수를 무찌른 뒤부터, 그는 예전마냥 엄격함을 지킬 이유를 잃어버렸기에.
하지만 앙리는 반대로 기뻐.
부모처럼 여기는 스승이, 비로소 증오의 굴레에서 해방된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남은 일생은 후진 양성에 힘을 쓰면 그만이다.
손주같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임종을 맞이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결말이 있을까?
앙리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자, 빅터는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빅터 씨도 살갑게 웃네요? 당신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거군요.”
“앙리, 너는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집안일을 도와주는 인부들이 종종 강철로 만들어진 사내라고 종종 떠들긴 했죠.”
“유감이군. 그런 놈이 아니라서.”
“네. 정말이요. 실은 빅터 씨는 아주 다정한 사람이니까.”
“시시한 소릴···.”
“어쩜, 이젠 부끄럼도 타시네요?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반응을 할 수 있게 되셨어요.”
“이젠 만족했나?”
“그럼요. 많은 걸 얻었네요. 성과가 아주 좋아요.”
“그럼 슬슬 돌아가 주시지. 나는 아직 써야할 글이 많으니까.”
“매정하시네요.”
“어린애처럼 굴지 마라, 앙리. 사냥꾼 경력으로만 따지만 나보다 훨씬 선배이면서···.”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뭐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리광 부리는 게··· 뭐가 나쁘냐고요.”
스륵.
어느새 다가온 것인가?
가느다란 양손이 부드럽게 감싸온다.
고사리같이 연약한 손가락이 빅터의 목과 가슴을 등 뒤에서 껴안았다.
그제야 빅터는 깃펜을 쥔 손을 멈추었다.
“···뭐하는 짓이지?”
“다 아시잖아요. 제 마음 쯤은 당신의 독심술로···.”
빅터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해지는 감정은 억지에 가까운 심술···.
그림자를 옭죄는 덫과 같이 무거운 마음의 구속이었다.
“그 영감이··· 대스승 베누다가 시키던가?”
“시도는 해보라 하셨죠. 하지만 절반은 제 진심이기도 해요.”
등잔의 광원이 절묘한 음영을 드리워, 가뜩이나 꿰뚫기 힘든 앙리의 표정을 더욱 읽기 어렵게끔 만들었다.
“저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떨어져라, 앙리.”
“왜 그러시나요? 제가 그렇게나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럼 뭐죠? 제가 부끄러움을 무릅써도, 당신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건가요?”
끌어안는 힘이 강해진다.
이때, 앙리는 이미 빅터의 목 언저리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급격히 분위기가 변했어.
빅터는 가끔씩 앙리가 이처럼 억지를 부리던 것을 떠올렸다.
단 둘이 있을 때를 노리고, 기세 좋게 몰아붙이며 뭔가를 호소하는 식으로···.
“···끝내 제 곁을 떠나실 건가요?”
“그건 너도 충분히 알고 있지 않나?”
“무리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아니. 가야만 한다.”
“사명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이다.”
단호하면서도 싸늘한 태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은 너무한 처사야.
그래도 앙리는 고개를 숙인 채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대체 무엇에 쫒기고 있는 거죠?”
“···.”
“말해주세요. 왜 저를 이토록 거부하는 지···.”
사실 그녀의 정신은 거의 울기 일보직전까지 몰아세워졌다.
은근한 추파는 당연히 무시.
지속적인 구애도 통하지 않아.
수 년 동안이나 이어진 앙리의 애정은 끝내 보답 받지 못했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빅터에겐 사별한 부인이나, 품속에서 떠나보낸 아이에 대한 기억이 선명히 남아있음을···.
그 사이에 자신이 끼어들 틈은 없다는 것도.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할 지 라도···.
“···저를 선택해달라고까지 말하진 않을게요. 하지만 계속 여기 머물러줄 순 없나요?”
“앙리, 그건···.”
“대스승께선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으셨어요. 저 앞에선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억지로 무리하시지만··· 식사량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각혈하는 빈도가 눈에 띠게 많아지셨죠. 머잖아 저는 홀로 남겨질 거예요. 그리고 빅터, 당신마저 사라져버리면···.”
대스승 베누다의 애제자이자, 의지하던 사형들이던 휘룡과 툴루이가 사라진 이후···.
앙리는 새로 들어온 빅터에게 알게 모르게 의지했다.
듬직한 사내···.
말수는 적지만 언제나 꿋꿋이 수련에 매진하는 그의 뒷모습에 그녀는 어느덧 묘한 감정을 느꼈어.
마녀 사냥만을 위해 살아가던 여인이, 난생 처음으로 애틋함을 품기까지는 그닥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앙리에게 주어진 것은 실연뿐···.
빅터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바라봐주지 않았다.
같은 유파의 동지로서 유대만을 나눌지언정, 남녀 간의 선만큼은 끝까지 지켰다.
그리고 그것은 필사의 마음을 전하는 지금도 마찬가지···.
“미안하다, 앙리.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사과는 듣고 싶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건···.”
“나는 너의 바람을 이뤄주지 못한다.”
빅터는 상대를 설득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
그의 태도는 언제나 단호한 거절이었다.
그 한 마디에, 앙리는 숨을 죽여 흐느꼈다.
어째서 이런 남자에게 반해버린 것일까?
아니, 어쩌면 각오를 품고 있는 그이기에 마음이 끌렸는지도 몰라.
그녀의 사랑은 처음부터 막다른 벽에 몰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요. 그런 거군요. 당신도 다른 사냥꾼들과 같아. 내일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만을 바라보는 불쌍한 결핍자였어요.”
분한 나머지, 마음에도 없는 몹쓸 말을 뱉어낸다.
하지만 그 악담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앙리 쪽이야.
그녀는 그대도 몸을 돌려 빅터의 방에서 뛰쳐나가버렸다.
“흠.”
무거운 신음.
빅터는 앙리가 떠나간 지 꽤 긴 시간이 지나도록 펜 끝을 흘리지 못했다.
“···하여간, 답답한 자식이라니까.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데, 그걸 발로 걷어차?”
한편, 스무 걸음쯤 떨어진 부근.
짚단이 잔뜩 쌓인 창고 옆에서 복장 터지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젠장! 잠이 안 와서 빅터 놈이랑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나 할랬더니, 이건 도저히 얼굴을 내비칠 상황이 아니잖아?’
적당한 때를 봐서 튀어나올 셈이었던 로이드였지만, 등장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체, 오늘도 고독한 음주가무를 즐겨야 하나? 하다못해 마르라도 깨어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러나 로이드의 파트너는 긴 동면에 들어갔다.
인간의 뇌구조를 탐방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앞으로 일주일간은 참견하지 않을 거라 했다.
그는 복잡한 기분으로 실연당한 여주인공을 향해서, 진심이 담긴 무언의 위로를 건넸다.
‘힘내슈, 앙리 누님. 언젠가··· 살아남기만 한다면 행복해지는 날도 오겠지. 대놓고 말하면 쑥스럽지만, 사실 나도 먼 훗날 덩치 곁에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거든.’
물론 그 상대가 앙리가 될 거란 보장은 없다.
단지, 로이드는 기원했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빅터가 스스로의 인생을 돌이켜 볼 기회가 생기길···.
그때는 누가 되더라도 좋으니, 상처투성이 길을 걸어온 친구의 삶이 사랑하는 연인의 존재로서 보상받기만을···.
간절히.
또한 간곡히.
로이드는 달밤의 비극을 기리며, 홀로 곡주가 담긴 잔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