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환의 장(6)
7.
일견 불멸처럼 보이는 것에도 끝이란 언젠가 도래하는 법.
세상만물에 영원이란 없다.
만년의 빙하가 녹고.
장인이 벼려낸 강철은 산화되며.
기나 긴 세월을 이겨낸 거석도 풍화된다.
하물며 피와 살은 가진 생명체라면, 말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정신 사납게 시리, 언제까지 멀뚱히 서 있을 거냐? 얼른 이리 와서 앉거라.”
꾸짖음을 동반한 손짓.
목을 위로 치켜드는 것마저 힘겨운 것인가?
그 지시대로 빅터는 몸을 낮추었다.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자, 안 그래도 쪼그라든 대스승의 육신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나, 거기서 시선을 거두는 것이야말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으니.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대스승?”
“흥, 몹쓸 놈 같으니.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 안부를 묻는 거냐?”
사소한 물음에조차 아니 꼽게 대응하는 대스승.
하지만 빅터는 그것으로 겨우 가슴 한 편의 불안감을 지울 수 있었다.
고약한 성질머리가 그대로야.
병마에 시달려 초췌해졌음에도 대스승 베누다의 마음만은 아직 살아있었기에.
“보기보단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네놈에겐 유감이나, 나는 죽을 때가 아니다. 내 송장을 보는 건 한참 걸리겠구나.”
아직은 말이지, 라고 대스승 베누다가 애써 장난스레 덧붙인다.
움푹 들어간 눈덩이와 돌출된 광대뼈가 움직여.
겨우 미소라고 부를 수 있는 곡선을 만들어냈다.
그 나름대로는 빅터의 귀환을 반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슨 볼일이냐? 멋대로 주둔지를 나가고, 멋대로 명령을 어기고, 멋대로 사냥하는 네놈이··· 대체 무슨 염치로 이곳에 돌아온 거지?”
“제 마음이 끌리는 데로 움직이라고 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대스승이지 않습니까?”
“평소에도 그렇게 말을 잘 들었으면 오죽 좋았을까? 하여간 입만 산 놈 같으니.”
“하나만 격식 없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디 해보거라. 이 불한당 같은 놈아.”
험한 말이 섞인 허락에, 빅터는 슬쩍 웃었다.
기가 차거나, 기분이 나빠서야 아니야.
빅터는 드세게 자신을 대하는 대스승 베누다의 모습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솔직히 대스승의 잔소리가 그리웠습니다.”
“이놈··· 마녀를 너무 죽인 나머지, 드디어 돌아버리고 말았군.”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건방지구나. 이 노병 앞에서 감히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다니?”
빅터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어.
하필이면 병치레를 하며 힘겨운 상태인 대스승에게 하소연 비슷한 걸 토로해버렸다.
우직한 그로서는 매우 드문 일.
그렇기에, 그의 침묵의 의미를 대스승 베누다는 간파했다.
빅터가 그만큼 심적으로 지쳐있음을···.
‘그간 아무리 힘든 수련을 해도 우는 소리 한 번 내지 않던 놈이··· 대체 어쩐 영문인가?’
겉이 우직한 자일수록 사실 속은 여리다.
대스승 베누다는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동방의 격언을 떠올렸다.
“···어디 한 번 읊어봐라.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수년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 모습에 어떤 사연이 있는 지 말이다.”
“아직 보고를 채 마치지도 않았습니다. 사담을 내뱉어봐야 괜히 이야기만 길어질 뿐입니다.”
“상관없지 않느냐? 몸뚱이가 이 지경이 된 이후로 남아도는 게 시간이다. 마침 나도 심심하던 차였으니.”
대스승 베누다의 배려에, 빅터는 잠시 눈을 감았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면 좋단 말인가?
수 십초나 고민한 끝에서야 빅터는 겨우 입을 열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그러나 기이할 정도로 길었던 싸움의 전말에 대해서···.
말주변이 로이드만큼 좋지 않았기에, 그는 최대한 기억을 순차적으로 떠올리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소년 아랑을 만난 것.
로이드와 합류한 것.
마기를 빨아들이는 돌, 마몬의 적석을 손에 넣은 것.
황태자에게서 요마멸살단을 떠맡은 것.
신수의 땅으로 떠나, 무릉도원의 비밀에 접근한 것.
강적이었던 육망성의 마녀 둘과 대치한 것까지 전부···.
대스승은 적지 않은 시간동안 잠자코 빅터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
“크흠···.”
대스승 베누다가 무거운 신음을 흘렸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그것도 하나같이 중대한 사건들이 늙은 사냥꾼의 머릿속을 혼란케 만든 것이다.
“···그런가? 여섯 마녀회의 계집들이 드디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게로군.”
“홍련의 마녀가 입에 올린 경솔한 몇 마디를 미루어 짐작하건데, 놈들이 뭔가 작당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계획.
마기가 충만한 대지에서 홍련은 그 단어를 언급했다.
세계 각지에 마몬의 적석을 뿌려두는 것.
그 일연의 행위는 육망성이 원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그 요사스런 붉은 돌에 대해선 나도 익히 들은 바가 있다. 설마하니 마녀들의 마기 공급책으로 쓰이고 있을 줄이야.”
“가능한 빨리 바다 너머의 대스승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음, 물론이다. 이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니, 너를 내보내면 바로 앙리를 통해 대규모 지령을 내릴 것이다.”
로이드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이미 무수한 붉은 돌이 서방의 시장 구석구석까지 퍼진 상태···.
마녀들의 음습한 계략이 얼마만큼이나 진행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애송이 놈, 보기 좋게 육망성의 꼬리를··· 아니, 이 경우엔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았다는 쪽에 가까운가?’
대스승 베누다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단지 병마 때문이 아니야.
빅터가 이뤄낸 성과가 어마 무시한 성과에 전율을 느낀 것이다.
만에 하나, 빅터가 이번 임무를 맡지 않았다면 이 전말이 드러나는 것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뒤가 되었을 지도 몰라.
이는 명백한 공로이자, 동시에 수 많은 사냥꾼들을 사지에 몰아넣게 될 또 다른 전쟁의 계기이기도 했다.
사악한 전말로 이어지는 공포로의 한 걸음···.
이번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쓰러질까?
새로이 모임을 갖추고서, 보란 듯이 인간세계에 마기의 흔적일 남길 정도의 추진력을 가진 마녀들···.
그들을 남김없이 전멸시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일까?
5년 전의 심록 토벌전을 기리며 대스승 베누다는 복잡한 감상에 빠졌다.
단 한 명의 육망성을 쓰러뜨리기 위해 바친 소중한 제자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에.
“···빅터여.”
“예, 대스승.”
“원래대로라면 훌륭하다고 아낌없이 칭찬을 해줘야 하지만, 불행히도 그랬다간 네놈의 앞뒤 안 가리는 성미에 기름을 들이 붙는 격이 될까봐 걱정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대스승 베누다의 눈에는 빅터의 모습이 낭떠러지로 전력 질주하는 황소처럼 보였기에.
“표류자에게 선택받고, 미래시까지 손에 넣다니··· 너란 놈은 예나 지금이나 정도를 모르고 계속해서 날뛰는 구나.”
“외람된 말씀이지만, 대스승···.”
“닥쳐라. 외곬수가 할 말은 안 들어도 뻔하지. 어차피 옹고집만 내세워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일 셈이 아니더냐?”
말려도 소용없다.
빅터에겐 교정이 불가능한 영역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의 가슴 속에 깊게 자리잡은 어떤 신념 탓이었다.
“한스럽도다. 어째서 내 제 자들은 죄다 이렇게 바보천지들 뿐인지···.”
“모두 대스승 베누다의 모습을 보고 배운 것뿐입니다.”
“멍청한 놈! 내게 배웠다는 게, 기껏 요령 없는 타협이란 말이더냐?”
대스승 베누다는 성을 내려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조차 고칠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잘 보아라, 빅터. 이 추한 몰골을. 이게 평생을 마녀 살육에 바친 자의 말로다.”
기회가 되면 꺼내고자 했던 이야기.
그것은 일종의 고해성사이자, 제자가 자신의 과오를 따르지 않길 바라는 반면교사였다.
“너도 알다시피, 내 육체를 쇠약하게 만들어가는 건 단순한 병이나 노화가 아니다. 이 기이한 증상은 저주··· 그것도 수십 수백의 마녀들이 건 주박의 영향이지.”
“갑자기 왜 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아직 대스승께선 정정한···.”
“속이 뻔히 보이는 위로만큼 쓸모없는 건 없다. 이 꼬락서니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
그러면서 대스승 베누다는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본다.
본디 긴 세월동안 단련해온 거대한 정권은 이제 없다.
오직 병자의 바들거리는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만이 보일 뿐···.
“···나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구나. 호권 베누다라 불리던 이 몸이, 제대로 주먹 한 번 쥐지 못하는 꼴이 되다니.”
마녀의 저주란 실존했다.
죽기 직전의 원념을 마기의 결정체로 만들어 흩뿌리는 최후의 발악···.
그것은 내장을 좀먹고, 근육을 융해시키며, 끝내는 서서히 죽음으로 인도한다.
대스승은 긴 세월을 싸워온 만큼, 죽인 마녀들의 수에 비례한 저주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원수··· 심록을 쓰러뜨린 직후부터, 내 안의 뭔가가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나이를 먹어가며 어렴풋이 짐작하긴 했지만, 복수가 완료된 시점에서 더욱 가속화 되었지. 그리고 끝내는···.”
허탈한 표정.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달관의 얼굴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하나, 이 또한 예정된 일이다. 다 내가 벌인 업보의 결과물이지. ···알겠느냐? 사냥꾼에겐 두 가지 최후밖에 없다. 보통 마녀 사냥 중에 괴물에게 살해당하거나, 운 좋게 나처럼 복수를 끝마치고 무력하게 죽음만을 기다리는 게 전부일지니.”
“설마, 대스승 베누다. 당신은···.”
“후회하고 있느냐고? 뭐, 어느 정도 그럴지도 모르지. 하나, 빅터. 얼마 남지 않은 내 어리석은 제자야.”
대스승 베누다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의 강인한 눈빛만큼은 예전과 다르지 않아.
빅터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도 또렷한 힘이 실려 있었다.
“내게 남겨진 것은 너와 앙리, 그리고 전 세계에서 지금도 싸우고 있을 체의 유파들뿐이다. 그 모든 제자들이 내 보물이지.”
“그쯤 하시지요. 이래선 마치 유언 같지 않습니까?”
“허허, 그것도 좋겠지. 이미 충분히 오래 산 몸. 오히려 사냥꾼인 주제에 천수를 누린 셈이 아니더냐?”
“대스승···.”
“이제 와서 황천길로 떠나는 게 두렵진 않다. 하지만, 몇 가지는 마음에 걸리는 구나. 어디, 그게 뭔지 내게 물어보겠느냐?”
“무엇입니까?”
“너희 두 사람의 행복이니라.”
대스승 베누다는 힘겹게 팔을 뻗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몸집이 커진 빅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빅터여. 너는 충분히 싸웠다. 네 노고 덕분에 이 동방에는 마녀들이 씨가 말랐어. 그렇다면··· 나 정도는 아니더라도, 네 몸속에는 꽤나 많은 마녀들의 원한이 깊게 스며있을 것이다.”
“저더러 몸을 사리란 뜻입니까?”
“사냥꾼을 그만두라는 게 아니다. 싸움이란, 전장을 직접 누비는 게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법이다.”
“제게 뭘 바라십니까?”
“이곳에 남아 후진을 양성하거나, 사내로서 앙리의 곁에 머물러줄 생각은 없느냐?”
“그게 무슨?”
“그 아이와 배필이 되어다오.”
빅터는 지금 암안을 발동시키고 있지 않다.
대스승의 앞에서 대놓고 마음을 읽는 것은 큰 무례라고 스스로 제어하고 있었기에.
덕분에 지금 그는 대스승의 발언에 적지 않게 놀랐다.
“너도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앙리··· 그 아이가 네게 깊은 연심을 품고 있다는 걸.”
“저와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딸처럼 길렀기 때문에 하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떨어져서 보아도 앙리는 참한 여자다. 또한 우수한 사냥꾼이기도 하지. 달리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저는 한때 처자식을 두었던 몸입니다.”
“답답한지고! 이미 한참 전에 죽은 아내와 아이를 아직도 내려놓질 못했느냐?”
뿌득.
빅터가 이를 악 문다.
대스승 베누다의 발언이 내면의 상처에 파고들어, 차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것이다.
“···당장 식을 올리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너희는 오래도록 인간의 평범한 행복조차 잊고 살았지 않았느냐? 앞길이 창창한 젊은 놈들이 언제까지고 아수라 지옥도만을 바라볼 셈이냐? 나와 같이 비참한 꼬락서니가 되고 싶단 말이더냐?”
“마녀를 죽일 수만 있다면, 그 외엔 아무래도 좋습니다.”
“다소 요령을 부린다고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후계자가 되어, 체의 유파를 부흥시키는 것도 또 하나의 방안···.”
이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빅터는 몸을 일으켰다.
“···그 실언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멈추거라, 빅터!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디 감히 내 앞에서 등을 돌리는가?”
“정련된 육신이 올곧은 정신을 만든다··· 그것을 가르쳐 주신 건 당신이 아니셨습니까?”
“이 놈···.”
“약해진 것은 몸뿐만이 아니라 각오도 함께인 모양이군요. 저는 이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터진 입이라고 나오는 대로 지껄이느냐?”
“늠름하던 대스승 베누다의 위용은, 제 기억 속에만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분명히 멈추라고 했다!”
처억.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쇠함을 넘어, 당장이라도 바스라질 것만 같던 대스승 베누다의 두 다리가 선 것은···.
믿을 수 없게도, 그는 달렸다.
순식간에 빅터와의 거리를 좁혀, 그의 가슴 정중앙에 팔을 내민 것이다.
이윽고 손날의 끝이 빅터의 명치에 닿은 그 순간···.
부우우웅!
거구가 하늘을 난다.
빅터는 자신에게 엄습한 불가사의한 압력에 튕겨져 나갔다.
“다시 말해봐라, 애송이! 누가 약해졌다고?”
몸무게를 한 점에 실은 묵직한 파쇄권.
이 정도의 위력은 빅터가 진심을 다해도 쓸 수 없어.
마기가 전혀 담기지 않았음에도 가공할 충격이었다.
빅터는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씨익 웃었다.
“···역시 멀쩡하기만 하군, 망할 영감탱이.”
“한 동안 예법을 지키나 했더니, 수가 틀리니 또 그 더러운 입버릇이 튀어나오느냐?”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뀔 리 없지 않습니까?”
“흥, 그건 그렇지.”
그리고 그것은 대스승 베누다란 인물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잠시 노망이 든 모양이군. 너 따위에게 후계자를 맡기려 했다니···!”
“누가 된다고나 했습니까? 그런 거추장스러운 역할은 제 쪽에서 사양하겠습니다.”
“오냐! 그렇다면 앞으로 5년, 아니 10년은 더 내가 이 자리에 군림해 주겠다. 너는 이 몸이 관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그 어떤 칭호도 얻지 못할 줄 알거라!”
“염치없지만 한 가지 더···.”
“이런 뻔뻔한 놈을 보았나!”
“바깥에 아이들이 있습니다.”
시안과 요마멸살대.
빅터는 그들에 대해 언급했다.
“···흥, 앞서 말했던 관군의 꼬마들을 말하는 것이냐?”
“혹여 대스승께서 맡아주실 수 있으신지?”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애송이. 내가 적나라의 꼬마들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느냐? 내 부족을 핍박한 그 시나의 왕가에 도움을 줄 성 싶은가?”
“별체에 앉아, 막연히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단 났지 않겠습니까?”
빅터는 알았다.
당장 대스승 베누다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비윗살이 아니야.
하루라도 더 세상을 살아갈 목적의식이었다.
원수가 사라져 의욕을 잃어버린 지금, 제자를 양성한다는 목표 외에 그가 일어설 방법은 달리 없었기에.
빅터의 뜻이 통했던 것일까?
잠시 후, 대스승 베누다는 코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우선은 면접부터다! 싹수가 없다면 그대로 내칠 테니 그리 알거라!”